게임속 함대 지휘관으로 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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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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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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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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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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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6화. 꽃

DUMMY

시드에게 일과 시작과 동시에 전화가 왔다.


“레지널드?”

“오늘 아침 항구에서 발견됐어요, 몸 상태를 보니, 고생 좀 했더군요. 발목 골절도 있고...”


오전 중, 재판이 열릴 거고, 장티푸 증언도 있기에 사형은 면치 못한다고.


“문제는, 체포되기 전, 베르모스 영지 이야기를 떠들었나 봐요.”


레지널드, 그는 베르모스 영지를 꿰고 있다. 장로회 수장도 했고, 루비 광산 또한 알고 있다.


많은 정보를 쥔 그가 어떤 말을 했을지, 불안하다.


“루비 광산 존재를 귀족들에게 알렸어요.”

“하.. 미친놈이.”


루비 광산은 제국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세금도 많이 뗄 거고, 욕심 많은 사냥꾼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비밀로 유지했다.


함구했던 소문이 번지면, 후자의 위험이 꼬리표처럼 쫓아다닐 터.


‘귀족들 함대 전력이 약하지만, 루비 광산에 눈 돌아, 재산과 인맥으로 뺏으려 들면 상당히 귀찮아.’


귀족뿐 아니라 압박에서 풀릴 동부 해적도 문제다.


‘광산 소식을 듣고, 베르모스 영지를 노리면?’


나날이 전쟁이다.


‘하아 레지널드..’


뚫린 입으로 막 싸지른 그를 뭉개버리고 싶지만, 헌병대 손에 있다.


하물며 아프로 제국. 나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국가.


“그나저나, 1함대 박살 내고, 전리품은 넉넉히 챙기셨나요?”


시드는, 조국 함대가 당했지만, 딱히 기분 나쁜 모습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아프로 제국, 호되게 혼낼 줄 알았는데, 그 주인공이 모비딕 지휘관이라..”

“상대를 잘 못 골랐죠”


놀리는 말투는 아니다. 옅은 웃음을 흘리는 그녀.


“그나저나, 1함대 처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1함대 사령관이 아직 베르모스 포로로 묶여있어 세부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


“1함대는 부상자 제외하곤 복귀 없을 겁니다.”

“전리품으로 인원 충당을 선택하셨나 보네요.”

“그렇죠.”


1함대 생존 함선은 30척. 부상병 제외 시 10척 남짓, 학교와 훈련소 건설이 완료되면 베르모스 영지 함선으로 취역시킬, 샘이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바다의 자손, 이제 며칠 안 남았네요.”

“그렇죠.”


거기서 대화는 끝났다. 나에게 우호적이지만, 그녀는 적국의 헌병대.


레지널드 정보를 알려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그나저나 시드의 말대로 얼마 남지 않았다.


‘바다의 자손..’


그들이 오기까지 일주일 남짓, 그 시간 동안 영지 수준을 중수까진 끌어올려야 한다.


덩치 큰, 사냥감은 사냥대상에서 제외될 테니까.


‘힌덴의 이사도 시작되는 모양이고, 10 스테이지 클리어도 코앞이야.’


마의 벽 10스테이지만 돌파하면, 얼추 중수수준이라 볼 수 있다.


초반은 베르모스 영지가 강자반열이지만. 추후, 현질을 통한 폭발적인 성장을 도모할, 유저들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렙의 함대 레벨만 맞춘다면, 겁날 게 없지만, 아직 가차가 막힌 상태.


‘암울하다..’

- 배고파..

‘점심시간이야?’

- 응..


멀뚱히 항구를 구경하던 나이트가 찡얼거렸다.


“가자, 밥 먹으러.”


나이트는 환한 표정으로 어깨에 앉았다.


우린 란센푸드로 향했다. 나이트가 좋아하는 랍스타 햄버거 다섯 개를 주문하고, 먼저 나온 음료를 한 입 했다.


달콤하고 신게 레모네이드와 비슷하다. 잠시 그 상쾌함을 느꼈다.


“후우..”


가차에 대한 고민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툭, 툭, 툭


이유 없이 태블릿을 두드렸다.


- 읍, 뭐, 무슨 고민 있어?


상당히 암울한 내 표정을 봐서 그런가.


음료 묻은 입술을 닦은, 나이트가 물었다.


- 상당히 고뇌에 찬 얼굴이네

“딱히..”

- 흐음..


나이트는 내 음료 앞에 자리 잡았다. 조그만 인형같이 예쁜 얘가 날 빤히 올려다본다.


- 누나한테 말해봐


누나는 무슨 쪼끄만 게, 헛웃음이 나왔다.


“허허, 말할 것도 없고..”


그때, 르피가 내 맞은편 의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엉덩이를붙였다.


“아~ 지휘관님 밥 사주세요!”

“.. 네가 나보다 연봉이 높아..”


빈말이 아니다. 볼을 불리는 그녀가 나보다 월급이 세다.


“쳇! 지휘관님한테, 밥 얻어먹는 게 로망이었는데. 그나저나 들으셨어요?”

“뭐가?”

“어제 9스테이지 돌파했잖아요.”

“그런데?”


1함대 괴멸 후, 며칠간의 휴식을 보내고, 곧장 스테이지 돌파에 집중했다.


그 결과 마의 10스테이지를 목전에 둔 상황.


“10스테이지 필요 함선이 100대가 넘을 거래요”

“... 누가 그래?”


금시초문, 들어본 적 없는 소리.


“루이 함대장님이요”

“루이가?”


마침, 저기 루이가 지나간다. 그녀를 불렀다.


“10스테이지 도전에, 함선 100대가 필요하다고?”

“네”

“왜?”

“10스테이지는 보스전입니다. 여태까지 싸운 상대와는 비교도 대지 않을 만큼 강력하겠죠.”


10단위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건 알고 있다.


첫 시작부터, 보스급, 게일이 나온 게 이상한 거다.


“10스테이지 이상부터, 제국 함대 전력 수준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함선들이 있어도, 스테이지에서 제시한 100척 함선을 꾸리지 못하면, 도전할 수 없습니다. ”

“... 아...”


그랬나? 기억 속을 뒤적거렸다.


흐물거리는 파편속 그 기억을 겨우 건져 봤다.


그녀의 말이 맞다. 10스테이지부터, 초보티를 벗어내고 중수 반열에 들어서는 구간이다.


유저들 사이 함대 레벨 40은 찍어야 도전할 만하다고 알려져 있다.


함대 전력 100척 정도 맞추면 함대레벨이 저 정도 된다.


나도 스테이지가 제시한 100척을 준비하고 도전했던 기억이 난다.


“아아.. 그랬던거 같네..”


큰일이다. 야심 차게 오늘이나 내일 중 클리어하려 했는데, 도전조차 못 하겠다.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해도 될까요?”

“응? 엉, 같이 먹자..”


셋 아니 넷은 란센푸드에서 식사를 마쳤다. 루이는 곧장 함대를 이끌고 스테이지 훈련에 돌입했고,


난 집무실로 돌아와 태블릿을 들었다.


“앞뒤 가릴 시간 없어”


10스테이지 돌파를 위해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


“방법이 이것뿐이네”


메일함을 가득 채운 그녀의 이름을 봤다.


“LD.. ”


의문에 둘러싸인 인물이지만.


----

함선 배치에 도움을 줄 수 있어


- LD -

----


메일 내용을 믿고 연락해 보는 수밖에, 그전에 로건에게 먼저 전화 하기로 마음 먹었다.


문명연합의 수장, 발 넓은 그라면 LD 이니셜에 대한 인물을 유추할 수도 있다.


희망을 품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받아라..”


하지만 요 며칠 전부터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해적 영지로 향하며 했던 통화가 마지막이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당사자가 나타나질 않으니 알 방법이 없다.


“직진뿐인가..”

- 으음.. 다른 흑심 있는 건 아니지?


이것들은 대체 날 어떤 놈으로 보는 거지?


변태처럼 행동한 적은 기억에 없는데.


- 눈, 눈이 그냥 변태눈이야, 눈은 거짓말을 못 해.

“네 입이 거짓말 중이네”

- 난 거짓말 안 해, 변태 지휘관.


작은 소란이 지나고,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연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


생각은 짧았다. 연락한다.


결정했다. 메일 작성을 클릭했다. 백색의 빈창이 날 반긴다.


“...”


뭐라 적어야 하나..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에 쥐가 난다, 연애편지를 적어본 적 없지만, 경험담을 들은 적은 많다.


그중 오글거리는 내용에 매몰차게 걷어차인 사례가 기억난다.


그만큼 메일 작성 시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


깊지도 얕지도, 그렇다고 내가 필요한 전부를 티 내지 않으면서, 은근히 티를 내야 하는 그런?


“후우..”


바람을 맞혀놓고 필요할 때 연락하는 게 염치가 없지만.


나 한운, 철판을 깔아야 할 땐, 두껍게 깐다.


썼다, 지웠다 수십 번 반복하다. 겨우 내용을 작성하고 보냈다.


----

만났으면 좋겠습다.


- MD -

----


“아...”


오타가 있다. 눈감고 넘길 수준이 아니다. 눈뜨고 못 봐줄 수준이다.


- 푸흡, 좋겠습다? 는 어느 나라 말이야?

“... 우리나라!”


부끄럽다, 긴 시간 머리를 쥐어짜 보낸 메일이 저따위라니, 오늘 이불에 구멍이 나겠다.


부끄러움에 태블릿 화면을 보지 못했다,


“젠장..”


얼굴을 가린 손 틈 사이 앙증맞은 불빛이 번쩍였다.


- 답장 왔다. 지휘관, 답장 왔다고.


민망하다. 확인을 못하겠다.


“아아..”


하지만 나 한운 철판을 깔기로 마음먹었다.


“후우”


한숨으로 민망함을 날려버리고 메일을 확인했다.


----

명일 9:00시 베르모스 영지 ‘란센푸드’


- LD -

----


다행히 놀리거나 깔보는 내용은 없다. 생각보다 썰렁한 답변에 담담해진다.


약속은 잡았다.


- 연애, 할 수 있겠냐?

“안 해”

- 연애 좋겠습다?

“...”



* * *



염치없게도, 전날 저녁, 잠이 오지 않아 술을 몇 잔 했더니 늦잠을 잤다.


약속 시간 10분을 초과했다. 얼른 준비하고 란센푸드로 향했다.


“후우..”


본관을 나오자, 란센푸드 야외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여자가 보였다.


역시 내 예상과 같이, 저 여자가 LD가 맞다.


꽃냄새가 진동할 법한 원피스에 넓은 챙모자. 그녀는 태연하게 음료를 마시며 수다 중이다.


난 다급하지만, 차분한 발걸음으로 걸었다.


다가오는 날 발견한 일행이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오랜만이네요, MD”


시선 한번 주지 않고 말하는 여자, 그녀는 맞은편 의자를 권했다.


나 한운 철판을 깔았지만. 미안함을 모르는 남자는 아니다.


자리에 앉으며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괜찮아요”


자주 그랬어요, 그 말을 삼키듯 뱉었다.


넓은 챙 모자에 얼굴을 가린 그녀는, 앞에 놓인 음료만 쳐다봤다.


테이블을 스치는 기류에 어색함이 타고 있다. 먼저 입을 열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LD가 선수 쳤다.


“도움이 필요하신 거죠?”

“... 네”


돌려 말할 필요 없다.


시간도 절약할 겸, 함선 충당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진실되게 말했다.


그제야 고개를 드는 여자, 가지런한 눈매와 누가 봐도 미인 얼굴인 그녀의 눈가가 깊은 반달 모양이 됐다.


저 미소는 익히 봤다. 나를 아는 사람, 아니 모비딕 주변 인물이 날 향해 짓던 미소.


따뜻하고 포근했다.


나와 다르게 모비딕은 사랑받는 남자가 아닐까?


“아프로 제국 1함대를 격파한 강력한 함대가 있으신데. 함선 충당이 필요하신가요?”

“네, 필요해졌거든요”


시선을 맞추기 어렵다.


세리 선생과 비슷한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마주하는 것만으로 내게 벅찼다.


시선을 돌리며 주문한 음료의 빨대를 빨았다.


아? 내가 주문한 건 아니다. 자리를 피한 여자의 것이다.


담배 맛이 난다.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항구를 바라봤다.


“참, 조용한 곳이에요, 수도와 달리 포근하고 안정감이 있어요.”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릴 하는 그녀, 하지만, 을의 입장에서 장단 맞춰 주기로 했다.


“부지런한 영지민 덕분이죠.”


영지 자랑도 할 겸.


“흠.. 그런가요?”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린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가 난다.


윤기 있고 향을 유지하려면 웬만한 부잣집 따님 아니고선 불가능한데.


느껴지는 아우라와, 향만 보아도 범상치 않은 집안이란 걸 알 수 있다.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편히 하세요.”

“어디 집안사람이죠?”


직구를 던졌다. 그녀에 대한 정보는 쥐뿔도 없다. 이름도 모른다, 아는 거라곤 성별뿐.


모비딕의 비밀 친구지만, 조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함선 가차에 도움을 준다면, 내게도 필요한 인물이 되니까.


“....”


침묵 속 그녀의 쓴웃음은, 기억 잃은 모비딕에 대한 연민이다.


앞에 놓인 고급 유리잔을 만지작거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프로 제국이요”

“귀족?”

“황족”

“....”


잘못 들었나? 착각했으나, 그녀의 표정을 보니 진심이다.


‘황족이라니, 황제의 친척쯤 되려나?’


하지만, 그들은 황족이란 꼬리표보단 귀족이란 이름을 달고 있다.


황족은, 황제와 피를 나눈 자만이 가지는 호칭이다.


내가 아는 이프러 제국 황족은 둘 뿐, 황제와, 그의 아들.


“혹시? 황자, 이든?”

“네”


네라고 했다?


“....?”


물음표가 머리에 가득하다.


그녀의 튀어나온 가슴과, 갸름한 뼈대, 목소리와 행동 전부 여자라고 명확히 말한다.


완벽한 변신.


“여장을 하신 겁니까?”


가장 남자다운 취미가 여장이라곤 하나, 황족이 이런 취미를?


공작도 여장 취미가 있어 보이지만, 그쪽은 좀 역겹다.


하지만 눈앞의 황자 이든은 달랐다. 차라리 여자로 태어나는 게..


“반대죠”

“... 아?”


황자 이든이란 존재가 본래 황녀 이든이라..


“선택한 이유야 많아요, 저는 남자로서 지휘봉을 잡고 싶어요.”

“...”


황녀 로선 황제 자리에 앉을 수 없는건가?


의문이 들지만 입을 닫았다.


“황자로서 황제의 자리에 앉을 겁니다.”


담담한 눈초리, 진심으로 하는 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의 여인이, 남자 행세하는 황자여도 나와는 큰 관계가 없다.


도와만 준다면, 몬스터에게도 머리 숙일 상황.


“본론으로 돌아가죠.”

“좋습니다.”

“함선 조달에 도움 드리겠습니다. 대신 부탁이 있어요.”

“뭐죠?”


뜸을 들이는 게 상당히 불안하다.


“예전의 모비딕으로 돌아와 주세요.”

“... 그건”

“기억을 잃었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저희가 꿈꿨던 그 세상으로 다시 들어와 주세요.”


어떤 세상인지 묻고 싶지만, 내가 상상하는 미래는 아닐 거다.


모비딕과 내 가치관이 일맥상통하진 않을 테니.


“생각해 보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함선은 상당히 비쌀 겁니다. 제대로 된 길로 통한 게 아니니까요”

“금액은 상관없습니다.”


이든은 싱그러운 입가를 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일행이 다가왔다.


“돌아가실 겁니까?”


동공이 떨렸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고혈압에 혈관이 터질 것 같다.


이든의 일행은 완벽한 여자의 모습을 한 남자였다.


“응, 돌아가요.”

“네”


그는 나에게 목례하곤 이든을 데리고 증기선으로 향했다.


- 와우..


나이트의 그 감탄사엔 많은 게 묻어있다.


그렇게 공허한 오전이 지났다.


멍하니 집무실에 앉아, 두 개의 태양을 구경할 때, 태블릿이 반짝였다.


메일을 확인하자, 나도 모르게 씁쓸해졌다.


“시발, 가차 가격이 세배로 뛰네..”


울며 겨자 먹기지만, 별수 없지, 바르를 호출해 적힌 계좌로 루비를 입금하고, 함선 배치 메일을 받았다.


그녀의 빠른 일 처리가 좋지만, 왠지 눈탱이를 맞는 느낌이다.


“하아.. 쓰다 인생..”

- 누가 지휘관 때려치우래?

“그딴 호구 새끼들 밑에 있었으면 답답해서 이미 목매달았어.”

- .. 그정도야?

“엉, 근데 다른 방법도 있었어”

- 뭔데?

“황궁에서 총질하고 시드경 손에 잡혀가는거”

- 미친놈...


진담 반 농담 반 섞였지만. 지휘관 휘장을 내려놓은 것에 후회는 없다.


바다의 자손, 그들이 오는 순간, 제국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


* * *



바다에 절인 젓갈 같은 고인물들이 동부지역에 넘어오기까지. 정확히 3일 남았다.


“이틀 뒤, 10스테이지 도전할 거야, 준비해 둬”

“네”

“그리고 바르, 디오섬 발전은 어때?”

“꽤 괜찮은 속도입니다. 이대로 성장하면 전초기지 이상의 효과를 낼 듯합니다.”


좋은 소식이다. 대장로가 맡은 섬, 디오는 꽤 순탄한 여정 중이다.


“힌덴 영지는 어때?”

“별 위협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긴, 아프로 제국은 더 이상 베르모스 영지를 괴롭히지 않았다.


세게 얻어맞은 경험도 있겠지만, 동부쪽 해적이 문제겠지.


‘그래도 방심하면 안돼.’


아프로 제국은 적대 국가 중 한 곳으로 지도에 표기된다.


‘양아치 놈들, 언제 칼을 빼들지 몰라’


루비 광산 존재를 파악했으니, 그들에게 베르모스 영지는 계란 노른자 땅이다.


‘얼마나 먹고 싶겠어’


덤벼도 상관없다. 막연하게 뺏길 생각은 없으니.


상대도 모든걸 걸고 덤벼야 할 거다.


생각에 빠진 한운에게 바르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아프로 제국 포함, 동부 제국 전체가 바쁜 모양입니다. 지휘관 휘장을 늘리고, 손님 맞을 준비 중입니다.”

“바다의 자손, 때문이겠지”


그들이 푸른 항로 세계에 진입하면, 제일 먼저 제국에 빌붙을 것이다.


제국은 그런 지휘관들을 보살피고 발전을 도와주며 같이 찬란한 미래를 그리겠지.


마치 아빠 처럼.


하지만 터 잡은 제국 밑에서, 무럭무럭 성장한 유저는 패륜아로 변해, 그들의 등 뒤에 칼을 꽂을 거다.


서부 지역에서 제국이 절망하며 지르는 비명을 숱하게 들었다.


“그리고, 보자~ 연금술 대장간은?”

“3일 뒤 면 완공됩니다.”

“으흠!”


아주 좋은 소식이다. 연금술 대장간이 완공되면 월급 루팡 아린에게 부탁할 것이 산더미다.


‘일단 애들 장비부터 바꿔야지“


베르모스 영지, 함선들은 대부분 포신이 두 개 달린 함포다.


일명 쌍포라 불리는 포신 두 개 달린 함포는, 공격력이 뛰어나지만, 장전 시간이 굉장히 길다.


속공을 즐겨쓰는 나와 맞지 않는다.


‘쌍포를 버리고, 단포로 교체한다, 전함 함포도.’


또한 오래된 구식 장비가 많다, 등급도 죄다 낮은 1~3등급짜리,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스테이지를 깨며 쟁여놓은 물자를 사용할 때가 다가왔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하셨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오랜만에 영지 순찰을 나섰다.


함선은 루이, 영지는 리번, 잡무는 바르가 맡고 있어 딱히 내가 할 일은 실질적으로 적다.


콧노래를 부르며 언덕 하나를 넘었다.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겨, 세리 선생과 왔던 도라지꽃밭에 도착했다.


“흐음~”


마음이 편안해지며 노곤함에 눈을 감고 공기를 울리는 향긋한 냄새를 만끽했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번지는 그 맑은 청량함은, 기분을 북돋웠다.


한참 꽃냄새에 빠져 있을 때


저벅...


누군가 오고있다. 꽃밭은 생각보다 깊은 곳에 있어, 아는 사람이 적다.


‘세리 선생인가.’


모처럼 왔는데 자리를 피하고싶진 않다.


천천히 꽃밭으로 들어오는 발자국.


그런데.


“시드경?”

“오랜만이에요, 모비딕 지휘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베르모스 영지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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