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만을 위해 각성한 청염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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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룩
작품등록일 :
2024.05.08 18:08
최근연재일 :
2024.07.2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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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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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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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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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화

DUMMY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이 동굴에 와본 적이 있고 끝까지 가보았다.


‘여기에 숨을 곳은 없어.’


실시간으로 피가 마르는 기분을 느꼈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나에게 주어진 것을 모두 떠올려보았다.


‘성검인데 실상은 뗀석기인 B급 검과 도주하는 용도가 아닌 두 개의 스킬-’


내가 생각하는 것을 멈춘 이유는 살을 찌르는 것 같은 엄청난 살기의 농도가 숨이 막힐 만큼 짙어졌기 때문이다.


‘준비된 계획이 없는데 빠르게도 오셨군.’


어떠한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굳이 뒤를 확인하지 않아도 ‘절망을 삼킨 악마’가 내 등 뒤에 벌써 온 것을 알았다.


“부질···, 없다.”


나는 ‘절망을 삼킨 악마’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성스러운 검을 해제하고 두 손을 들어, 천천히 몸을 돌려서 놈을 마주했다.


정면에서 본 ‘절망을 삼킨 악마’는 더 위압감이 느껴졌다.


나와는 태생부터가 다른 고차원적인 존재.


감히 인간은 헤아릴 수도 없고 따라갈 수 없는 꼭대기에 있는 포식자.


마나 없이 인간의 정직한 과학 기술로 만든 무기들이 눈앞의 놈에게 통할 리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영화에서는 외계인이나 괴물을 무기로 잡던데 영화인 이유가 있었네.’


악마의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을 느끼는 중이니까.


겁이 있는가, 겁이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연적 법칙이나 마찬가지였다.


‘절망을 삼킨 악마’를 마주 보고 있는 나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고 피부가 차가워지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


‘여기서 죽을 수 없다. 절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을 머리로는 이미 예전에 인지했다.


입구는 악마가 막고 있고 놈을 상대할 수도 없으니까.


허탈함이 섞인 자조가 흘러나왔다.


‘절망을 삼킨 악마’가 나를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서 궁금해하는 것 같기도 했고, 저항조차 하지 않는 나를 어떻게 죽일지 고민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에게는 악착같이 살아남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복수하고 싶은 마음만은 자기 보존의 본능보다 끈질기고 강렬했다.


엄마의 복수를 할 수만 있다면 지옥에 가도 좋고,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것이다.


‘기죽는 건 이만하면 됐으니까 정신 차려라, 유일한.’


나는 힐긋 괴물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절망을 삼킨 악마’에게 나의 위치를 들키게 한 것은 원망스러웠지만, 괴물을 본 순간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사내새끼가 목숨 걸 각오도 했으면서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 병신아, 정신 차려.’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떨쳐내기 위해서 내 자신에게 회초리질을 했다.


‘절망을 삼킨 악마’의 발밑에 있는 웅덩이에서 검붉은 길이 휘면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전보다 냉정해진 마음으로 방금 떠오른 생각을 어서 실행하기로 했다.


‘녀석의 발밑에 있는 웅덩이가 핵심이다. 저걸로 순간적으로 이동하고 공격까지 했었지.’


그렇다면 ‘절망을 삼킨 악마’는 검붉은 웅덩이에 크게 의지하고 있을 것이다.


의지한다는 것은 믿음.


웅덩이가 있다면 자신이 안전하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그림자 괴물들은 전부 발이 없었고 낮게 부유하고 있었지.’


괴물의 사체를 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력해 보이는 내가 갑자기 바닥에 있는 웅덩이 위에 마정검들을 소환하면 놈은 공격을 전부 피할 수 있을까?’


성공해서 마정검이 하나라도 녀석을 스친다면 나는 <스킬 일시 잠금>을 쓸 수 있다


<스킬 일시 잠금>

[등급] : AA

[숙련도] LV : 1

[스킬 효과] : 상처를 입힌 모든 몬스터들의 스킬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쓸 수 없게 만든다. 이 효과는 일시적으로 지속되며, 사용자의 스킬 숙련도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 쿨타임은 현재 스킬의 지속 시간과 동일하다.

*현재 스킬의 지속 시간 : 5분

*중첩 사용 불가

*재사용 대기시간 : 5분


어차피 나의 목표는 ‘절망을 삼킨 악마’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놈으로부터 낮이 될 때까지 버텼다가 순백의 연못을 찾는 것이다.


‘일단 마정검들로 녀석을 공격해서 입구를 뚫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마정검이 하나라도 스친다면 도망치면서 <스킬 일시 잠금>을 바로 쓴다.’


그다음은 운이 필요했다.


‘놈의 순간이동 스킬이 막혀야 한다. 나를 곧바로 뒤따라오지 못하게. 내가 아무리 빨라도 순간이동을 쓴다면 벗어나서 숨을 시간조차 없으니.’


나는 최악의 경우를 내 머리로 그리지 않았다.


이미 ‘절망을 삼킨 악마’에게 들킨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니까.


‘실패할 것을 생각하면 실행조차 할 수 없다.’


약속의 층에서 마나를 절반 넘게 소비했다.


그림자 괴물들과 싸우면서도 마나를 썼다.


몸이 자동으로 천천히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마나가 조금씩 소비되고 있다.


‘그때처럼 마정검들을 막 소환할 수는 없어. 마나를 더 아껴야 한다.’


마정검을 웅덩이 위에 많이 소환할수록 ‘절망을 삼킨 악마’를 상처 입힐 확률이 높아지지만, 마나의 여분이 필요해서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적절한 수만을 써서 놈을 공격하는 것에 성공해야 한다.’


그 공격을 실행해야 하는 상대는 ‘절망을 삼킨 악마’.


그야말로 불리한 도박.


나는 성공의 확률을 높일 방법을 생각했다.


‘마정검이 놈의 몸에 닿을 수 있게 더 방심하게 만든 후에 공격해야 한다.’


조금 전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장비와 두 개의 스킬.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자본도 빽도 아무것도 없는 내가 대한민국에서 엄마와 굶지 않고 살 수 있었던 이유.


‘내 몸을 이용한다.’


나는 내 몸을 ‘절망을 삼킨 악마’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팔자가 꽈배기 수준으로 꼬인 이런 주인의 몸뚱어리라서 태어나서부터 쭉 고생인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야.”


나는 웅덩이에서 뻗어오고 있는 검붉은 길이 나에게 닿기 전에 ‘절망을 삼킨 악마’을 불렀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떨리는 몸과 다르게 다행히 내 목소리는 떨리거나 삑사리가 나지 않았다.


내 나름 최소한의 가오는 지켰다.


이런 긴박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가오는 챙겼다는 생각이 들다니 어이가 없긴 했다.


‘절망을 삼킨 악마’는 나의 부름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자리에서 나를 가만히 계속 응시하는 시선만 느껴졌다.


내가 집에 나타난 지네를 잡을 때와 비슷한 눈길이 아닐까?


‘언제든 잡을 수 있지만, 눈을 잠깐 뗀 사이에 벌레가 도망칠까 봐 나도 눈을 떼지 않았지.’


“너 같은 놈한테 죽을 바에야 내 손으로 죽으련다.”


나는 마정검을 소환해서 살짝 떨리고 있는 두 손으로 혹시나 실수할까 싶은 마음에 꽉 부여잡았다.


‘애매한 연기는 통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걸지 않고 눈앞의 악마를 속이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만한 거고 멍청한 거다.’


두 팔을 들어서 단검처럼 생긴 크리스털을 높이 치켜들었다.


마정검의 찬란한 날이 나를 향하게 했다.


이대로 팔을 내리면 마정검은 주인의 목을 찌를 것이다.


“악마 새끼한테 죽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 같아서.”


‘절망을 삼킨 악마’에게는 내가 포기하고 자결하려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마정검으로 나를 찔렀다.


-푹.


마정검이 나의 피부를 뚫고 쉽게 파고들었다.


“윽···.”


고통의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나는 마정검이 목에 닿기 직전 방향을 비틀었다.


내 오른쪽의 어깻죽지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리면서 각성자라서 보통의 인간이 느껴야 할 고통의 몇 배가 밀려왔다.


누군가가 칼로 내가 찌른 부분을 몇 번이고 끊임없이 내리찍는 것 같았다.


-툭.


나의 피로 물든 찬란한 크리스털 단검이 차가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웃었다.


“캬악···!”


‘절망을 삼킨 악마’가 나보다 더 큰 고통의 울음소리를 내었다.


‘겨우 그 정도로 호들갑 떨기는.’


나는 마정검으로 나를 찌르는 순간에 ‘절망을 삼킨 악마’의 웅덩이의 위로 열 개의 마정검을 소환해서 공격했다.


웅덩이의 살짝 위에 소환된 모든 크리스털의 칼날은 ‘절망을 삼킨 악마’를 향한 채 곧바로 밑에서 위로 빠른 속도로 악마를 노렸다.


그 와중에도 ‘절망을 삼킨 악마’는 나의 공격에 반응했다.


녀석은 재빠르게 아래에서 날아오는 칼날들을 피하면서 마정검들까지 부셨다.


단 하나의 마정검을 제외하고.


천만다행으로 하나의 마정검이 악마의 커다란 검은 날개에 쿡 박혔다.


분개한 ‘절망을 삼킨 악마’가 동굴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면서 속이 메스꺼울 정도의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나는 왼손에 성스러운 검을 소환해서 ‘절망을 삼킨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절망을 삼킨 악마’은 나의 공격을 옆으로 가뿐하게 피했다.


‘어차피 나도 싸울 생각은 없다고.’


놈이 옆으로 피하는 동시에 나는 곧장 출구를 향해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절망을 삼킨 악마’가 바로 따라오지 못하게 내 뒤의 길에 마정검들을 시간차로 소환했다.


몸이 흔들리면서 살갗이 더 타오르는 것 같고 통증도 더 강해졌지만, 내 두 다리를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질주하면서 <스킬 일시 잠금>을 썼다.


누구에게 빌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간절히 빌었다.


‘제발 놈의 순간이동 기술이 막히기를···. 아니, 막혀야만 한다.’


지금껏 운은 나를 따라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매주 나오는 복권 당첨자들부터 금수저로 태어나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을 리가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세상을 탓하고 내 환경을 탓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 마음만 검게 썩어 곪을 테고 엄마만 슬퍼하실 테니 운은 나에게 사치라고 단념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제발. 그 대단한 운···. 많이 바라지도 않을 테니까, 나한테도 이번은 좀 달라고.’


내가 입구에서 빠져나와 시야에 전보다 덜 어두운 숲이 들어왔을 때 창이 떴다.


[<스킬 일시 잠금>으로 ‘절망을 삼킨 악마’의 스킬 하나가 일시적으로 사용 불가합니다.]

[무작위로 선택된 스킬 : <혈문>]

[<스킬 일시 잠금>의 현재 지속 시간 : 04:59]


나는 혹시나 싶어 <혈문>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고, 내 의지에 반응한 새로운 창이 떴다.


<혈문>

[등급] : SSS

[효과] : 절망으로 물든 피의 웅덩이로 시전자가 밟고 있는 바닥의 공간이라면 무한으로 거리 제한 없이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됐어···!’


마침내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작은 희망이 보였다.


‘낮까지만 이제 어떻게든 버티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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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24.07.10 46 2 14쪽
41 41화 24.07.07 46 3 11쪽
40 40화 24.07.06 53 2 11쪽
39 39화 24.07.05 50 2 12쪽
38 38화 24.07.04 49 4 11쪽
37 37화 24.07.02 56 3 11쪽
36 36화 24.06.30 57 3 12쪽
35 35화 24.06.29 59 3 11쪽
34 34화 24.06.28 58 2 11쪽
33 33화 24.06.26 59 2 10쪽
32 32화 24.06.24 64 2 10쪽
31 31화 24.06.22 69 2 10쪽
30 30화 24.06.21 78 3 10쪽
29 29화 24.06.20 77 3 12쪽
28 28화 24.06.19 76 2 10쪽
27 27화 24.06.18 79 2 11쪽
26 26화 24.06.16 9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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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24.06.11 11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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