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만을 위해 각성한 청염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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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룩
작품등록일 :
2024.05.08 18:08
최근연재일 :
2024.07.20 03:23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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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글자수 :
23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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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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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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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화

DUMMY

“카악!”

“카악카악!”


내가 조금 전에 검기를 날린 후, 새 괴물들은 절반조차도 살아남지 못했는데 일부는 하늘을 방황하더니 결국 나를 사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카악카악!”


남은 괴물들은 하늘을 맴돌다가 재빠르게 휙 돌더니 날개의 방향을 꺾고 단체로 나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다시 덤빈다고? 괴물들 주제에 꽤 용기가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만용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다시 검기를 쓰면 이번에는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괴물들의 수가 줄어들었으니 내 검기는 확실하게 가장 좌측에 있는 새 괴물과 가장 우측에 새 괴물까지, 녀석들을 전부 가로지르면서 날아갈 것이다.


행동 대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선두에 있는 새 괴물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녀석이 나와 거리를 좁힐 때까지 제자리에서 기다렸다.


나는 내 성스러운 검에 다시 마나를 주입하지 않았다.


‘괴물들이 전멸하면 방금 막 떠오른 방법을 실천할 수 없으니 검기는 자제하는 게 좋겠지.’


“카악카악!”


나는 선두에 있는 괴물이 주둥이를 벌리면서 나의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훌쩍 뛰어올랐다. 높이 허공으로 도약해서 녀석의 공격을 피한 다음,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잽싸게 괴물의 등에 솟아있는 나뭇가지들을 몇 개만 남겨두고 베어버렸다.


나뭇가지들을 자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괴물의 등에 방해 없이 안착하기 위해서였다.


“카아악!”

“그래, 내가 좀 무겁지만, 나보다 훨씬 덩치 큰 네가 너그럽게 이해해라.”


새 괴물은 내가 녀석의 등에 두 발을 올리자마자 난리를 쳤다. 놈은 바락 성을 내면서 어떻게든 나를 떨쳐내기 위해 고속 비행을 하면서, 상공에서 소주를 다섯 병 넘게 들이마신 음주 운전자처럼 이리저리 비틀면서 최대한 이상하게 날아다녔다. 놈의 뒤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괴물들은 커진 눈으로 우리를 당황스럽게 지켜보았다.


물론 나는 녀석이 온몸을 흔들고 몸부림을 치면서 날아도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워워, 진정하라니까?”


나는 흥분한 말을 달래는 것처럼 녀석에게 말했다.


나의 균형 감각이랑 신체 능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괴물이 생난리를 쳐도 이렇게 괴물의 등에 계속 두 다리로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녀석의 남은 나뭇가지 덕분이다.


“내가 현자의 탑을 오르면서 여태까지 여러 괴물을 상대해 본 바에 의하면 너는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거다.”


나는 괴물의 나뭇가지를 자동차의 기어처럼 꽉 붙잡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부터 너는 죽기 싫으면 날개만 열심히 움직이고 의지를 버려라. 네가 갈 방향은 이 나뭇가지로 내가 정한다. 알겠나?”

“카악카악!”


내 예상대로 괴물은 나의 말을 알아듣고 더 속력을 내면서 내 말을 절대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고분고분 말만 잘 들어도 불필요한 힘을 쓸 필요는 없을 텐데.’


어차피 나는 강제로 말을 듣게 하면 되니, 저항해 봤자 불리한 것은 괴물이다.


“카아아악!”


내가 괴물의 길게 튀어나온 뒷머리를 힘껏 붙들어 잡자, 녀석은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대가리를 거칠게 좌우로 흔들면서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다.


“다시 잘 생각해 봐. 또 거절한다면 네놈의 대가리를 그냥 운전대처럼 쓰겠다.”


나는 내 말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녀석의 뒷머리를 당근을 뽑듯이 오른쪽으로 휙 잡아당겼고, 괴물의 몸은 녀석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측으로 기울었다.


“카악카악!”


괴물의 울음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지만, 나는 당연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뭐라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내 말대로 하겠다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라.”


나는 여전히 괴물의 머리를 잡고 있지만, 녀석과 소통하기 위해 악력을 약하게 했다. 괴물의 머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녀석의 반응을 기다렸다.


“카악카악···.”


괴물은 힘이 빠진 소리를 내면서 속력을 늦추고 왼쪽으로 날았다.


“진작 내 말을 들었으면 나도 시간을 아끼고 너도 안 아플 수 있었다.”

“카악···.”

“그럼, 지금부터 네 머리 대신 나뭇가지로 너를 조종하겠다. 알겠나?”

“카악.”


내가 녀석의 등에 솟아있는 나뭇가지를 왼쪽으로 꺾을 것처럼 힘을 주자 새 괴물은 좌측으로 비행했다.


“조금 더 높게 날아.”

“카악카악.”


괴물 녀석은 곧바로 위로 날아올랐다.


내가 뒤를 힐긋 바라보자 나머지 괴물은 어리둥절한 눈빛을 보내면서도 나를 공격하지 않고 얌전히 따라왔다.


‘이 녀석이 혹시 대장인가?’


뒤따라오는 새 괴물들과 내가 올라타고 있는 녀석을 비교해 보니 확실히 나의 전용 비행기가 날개도 몸집도 더 컸다.


‘좋은데? 내가 대장을 붙잡고 있으니 나를 공격하지 못하는군.’


나는 이제 새 괴물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 편히 시선을 아래로 옮겼다.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까 날치기 황무지라고 불리는 드넓은 마른 땅의 모습은 훨씬 넓게 잘 보였다.


‘알을 내 두 다리로 직접 걸어 다니면서 하나씩 살펴보는 것보다야 이렇게 위에서 보는 게 효율적이고 덜 힘들지.’


나는 새 괴물의 비행 방향을 틈틈이 조절하면서 눈을 바쁘게 움직였다.


‘진짜 알이 있긴 한 건가? 괴물들밖에 안 보이는군.’


새 괴물의 등에 무임승차를 해서 살펴볼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오랫동안 허탕을 쳤을 것이다.


‘저 녀석도 눈알이 있는 괴물이고, 저 녀석도 괴물이고-’


나는 진짜 알을 찾기 위해서 두 눈을 거의 깜빡이지 않고 부릅뜬 채 둥지들과 알들을 훑어보다가 모든 면이 매끄러운 새하얀 알을 발견하고 바로 나뭇가지에 힘을 실었다.


‘드디어 찾았네.’


처음 보는 알인데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진짜 알 없이는 퀘스트를 아예 수행할 수 없는데 혹시 알을 찾지 못할까 봐 내심 걱정했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대로 안전하게 착륙해라. 만약 허튼수작을 부리면 검기를 다시 쓰겠어. 알겠나?”

“카악카악.”


마치 다른 녀석이 된 것처럼 얌전해진 새 괴물은 속도까지 줄이면서 알이 있는 곳으로 사뿐하게 하강했다.


나는 괴물이 착지하기 전에 녀석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알의 앞에 선 채 성스러운 검을 그러쥐었다.


마나를 조금 불어넣자 성검이 영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카악카악!”


새 괴물의 빠르게 퍼덕거리는 날개와 울음에서 당황한 감정이 드러났다.


“지금부터 셋을 셀 테니, 그동안 네 무리를 이끌고 내 시야에서 사라져라. 만약 내가 셋을 센 후에도 너희가 하늘에 보이면 검기를 바로 날릴 거다.”

“카악카악!”


나는 괴물의 불평하는 것 같은 울음소리를 무시했다.


“셋.”

“카악!”


내가 셋을 내뱉자마자 현명한 새 괴물은 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른 녀석들도 뒤따라서 황급하게 날개를 움직였다.


“둘.”


나는 성검에 마나를 주입하던 것을 멈추었다. 이미 새 괴물들은 신속하게 사라져서 탁 트인 하늘만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돌려줘야 하는 알이군.’


새하얀 알에 다가가서 손을 뻗었다. 다행히 이번 알에는 반전이 없었고 내 손이 닿았는데도 얌전했다.


‘온기가 느껴진다.’


내 손을 반드러우면서도 튼튼한 것 같은 알의 표면에 조심스럽게 올리는 순간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 알을 들고 가면 되겠어.’


시험 삼아 알을 두 팔로 둘러서 들어보았다. 수박이 한가득한 상자처럼 무거웠지만, 내가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게였다.


‘이 정도면 내가 각성하기 전에도 가능했겠군.’


나는 알을 살포시 둥지에 내려놓고 돌아가야 하는 길을 바라보았다. 알 괴물들의 시선이 나와 진짜 알에 쏠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알은 입맛을 다시면서 끈적끈적한 침을 뚝뚝 흘렸다. 괴물의 침을 본 순간 침에 젖은 내 바지가 떠올라서 인상을 구겼다.


‘알을 석상들이 있는 곳까지 옮기려면 일단 길부터 만들어야겠는데···.’


성스러운 검에 다시 마나를 주입했다. 두 번째까지 확실히 성공하고 나니까 실패에 대한 걱정은 들지 않았다. 걱정이나 잡생각이 없기 때문인지 전보다 신속하게 검기를 형상화했다.


나는 성검을 그러쥔 왼팔을 전방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쿠구궁.


바닥과 닿을 것 같으면서도 닿지 않는 황금빛의 거대한 줄기가 지면을 파괴하면서 강렬하게 뻗어나갔다.


둥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알 괴물들은 꼼짝없이 빛나는 검기에 휘말려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각조각으로 완전히 갈렸다.


자연재해가 황무지를 덮친 것처럼 땅에는 괴물의 피가 난무했고 내 앞은 험난한 길이 되어버렸다.


‘길이 좀 울퉁불퉁해졌지만, 모든 방해 요소를 지웠으니 편한 마음으로 알을 옮길 수 있겠어.’


나는 알을 두 팔로 끌어안아서 옮기는 대신 두 손으로 알을 내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려서 운반했다. 혹여나 알이 다치거나 깨질까 봐 도약하는 것은 자제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도착했군.”


내가 달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평범한 사람이 뛰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석상들이 있는 목적지로 금방 도달했다.


둥지가 생각보다 약해서 알과 함께 들고 오지 못했기에 알을 맨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알은 구했고, 이제 주인만 찾으면 퀘스트도 끝이다.’


나는 석상들을 다시 하나씩 바라보았다.


‘불사조, 그리핀, 키메라···, 메두사. 이 중에서 알을 애타게 찾는 석상은 하나만 있고 나머지 녀석들은 알의 주인인 척을 하고 있단 말이지.’


바닥에 적힌 힌트 내용을 다시 상기했다. 문제는 길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보지 않아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호흡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으면서 죽어있지 않으나 영원히 죽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봐도 호흡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네 개의 석상 중 해당하는 것이 없다.


‘호흡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말로 해석하면 죽은 상태에서 자랄 수 있다는 뜻인데 아무리 전설이나 신화 속의 동물이라도 죽은 채로 성장할 수는 없다.’


정답은 보이지 않고 머리를 쥐어짜니 두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알을 곁눈질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네가 아까 봤던 알 괴물들처럼 말할 수 있어서 알려주면 참 좋을 텐데.”


나는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을 괜히 대답도 하지 못하는 알한테 말했다. 그러다 무언가가 번뜩 떠올라서 진지해진 낯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알 괴물?’


나는 분명 알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갔는데 알은 알고 보니 알인 척했던 괴물이었다.


‘내가 힌트를 피상적으로 생각한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알의 주인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의 내용은 어쩌면 알의 주인과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즉, 힌트는 알 주인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알 주인을 알아챌 수 있을 만한 추상적인 요소를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다.


‘알의 주인이 아닌, 알 주인의 상징성이라든가···.’


나는 당연히 힌트의 내용과 석상들만 연결 지어서 생각했다. 방금 전에도 호흡할 수 없다는 힌트의 내용을 석상들의 존재 그대로 피닉스나 그리핀 등 그들의 이름과 연관해서만 고뇌했다.


‘내가 너무 정직하게 추리했었군. 생각의 틀을 바꾸니 해답을 알 것 같네.’


생각을 전환하니 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


나는 성스러운 검을 들고 그리핀의 조각상 앞으로 먼저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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