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용사 프로게이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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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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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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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왔어?"


수하와 한진이가 긴장한 표정으로 피시방에 들어왔다.


"네, 형."

"최현준은요?"

"나, 왜?"


흡연실에서 나오는 최현준과 동하. 동하가 담배를 피우는 건 연습 기간에 알았다.


학연, 지연, 혈연 다음은 흡연이라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탑에 다이브 라인··· 형성하는 건··· 상대 챔피언이 라인을 잘··· 밀지 못하든 밀든··· 상관없다고?"

"네, 라인 잘 미는 챔피언이라는 건 광역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데, 광역기를 저한테 쓰게 강요하면 돼요. 어차피 단일 스킬보다 광역 스킬이 더 약하니까."

"그건 아는데···. 그게··· 쉽게 돼?"

"지금까지 그렇게 했잖아요. 봐 놓고 그래요?"

"알지··· 근데 네 타이밍에 내가 맞추는 게 힘들어···. 정글링이 워낙 챔피언 빨을 많이 타니까···."

"알았어요. 그럼, 형이 타이밍을 정해요. 근데 조금 미리 말해야 해요.


흡연 덕분에 둘은 꽤 친해졌다.


"자, 다들 로그인 했지?"

""네.""


게임 클라이언트에 띄워진 '욜 챌린저스 컵'이란 단어.


이번 대회 참가팀은 무려 253팀. 욜이라는 게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숫자.


이 253팀이 무작위로 매칭되어 하루 총 5판씩 무려 열흘간의 사투를 벌인다.


승리 시 +3 패배 시 -2.


총 50판의 점수를 매겨 상위권 32팀이 오프라인 본선행 티켓을 받는다. 간단히 계산해도 본선에 갈 학률은 8% 남짓.


그래서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수하와 한진이와 현준이.


수하와 한진이는 에어컨이 뻥빵한 피시방에서 식은땀이 맺힐 정도로 긴장했다.


현준이는 스크림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덜 긴장한 느낌. 그런데도 긴장이 아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나도 이 세계에서 대회는 처음이다.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대회라 불러도 손색없을 수능이란 대회를 치러봤지만 왜인지 긴장이 안 된다.


어쩌면 나도 떨고 있지만, 이 떨림을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긴장이 아닌 지금까지의 노력을 증명할 수 있음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하고 있는 걸지도.


[ 욜 챌린저스 컵 시작 ]


어떻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하여 말하자면 그간 내가 했던 게임 이외의 노력.


253개의 팀 중 과연 얼마나 많은 팀에 챌린저가 있는가.


현재 챌린저는 259명. 그중 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현역 1군, 2군 프로게이머를 제외한 계정은 159개.


거기에 프로들의 부계정, 대회에 불참하는 인터넷 방송인, 한국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외국인 계정까지 제외하면 남는 건 89개.


89개의 계정 중 커뮤니티에서 팀을 올린다는 글을 올린 계정은 나를 포함해서 18개.


추측건데 89개 계정 중 대부분이 프로 연습생이라 그들끼리 팀을 꾸려서 나오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럼 18개를 제외한 71개의 계정이 다섯씩 팀으로 묶으면 총 14개의 팀이 나오는데 모든 챌린저와 프로 연습생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게임을 잘하는 일반인도 있을 테니 10개 팀 내외라 생각한다.


나를 제외한 17개 계정이 서로 힘을 합쳐도 3개 팀.


아마 챌린저는 그들끼리 팀을 이뤘을 거고, 남은 챌린저들은 나와 동하처럼 그랜드 마스터나 마스터 수준의 팀원들과 함께할 것이다.


그렇게 생겨난 아마추어 다섯 팀 그리고 프로 열 팀 총 열다섯 팀이 우리의 경쟁상대라 생각한다.


그럼. 나머지 237개 팀은 뭐냐고?


욜 챌린저스 컵은 참가 조건엔 티어 제한이 없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끼리 친목 다지기로 나오거나, 다이아 정도 되는 잼민이들이 좀 되는 줄 알고 참가하거나, 티어는 높아도 큰 준비 없이 '게임인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목적성과 간절함이 없는 팀들.


따라서 내 결론은 그리 큰 무리 없이 그 열다섯 팀과 우리가 오프라인 본선에서 맞붙는다.


[ 승리 ]


첫 상대는 예상처럼 잼민이 팀인 듯 한 명의 다이아를 재외하곤 전부 골드였다.


그래서 손풀기라 생각하고 오히려 긴장감을 덜기 위해 각자 자유롭게 픽하라 했고, 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전략도 없었다. 전략을 쓰기엔 12분경에 이미 우린 적의 렉서스 앞에 왔고, 15분이 되기도 전에 경기를 끝냈다.


"방심하지 마."


경기가 끝나고 최현준이 처음 뱉은 말이었다.


한진이와 수하는 방심하지 말라는 말이 내 입이 아닌 최현준의 입에서 나와 조금은 놀란 표정이었다.


"방금 상대가 X밥이라고 다른 팀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어. 집중해."

"응. 당연하지!"


수하와 한진이도 이젠 최현준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현준도 진심으로 팀에 임하니 예상대로 표현 방법이 거칠 뿐 필요한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했다.


부족하긴 해도 중요한 오더는 내릴 줄 아는 동하와 큰 욕심과 반발심 없이 오더를 따르는 수하, 한진이 그리고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최현준까지.


일회용 팀이지만 나름의 구실이 갖춰졌다.


그걸 증명하듯 우리의 예선 첫날은 이렇다 할 사고 없이 다섯 판 전부 압살했다.


물론 방심해도 될 정도로 약한 팀만 만난 것도 있지만. 한 판, 한 판 쌓일수록 지금 이 팀이 단단해져 가는 게 느껴졌다.


벤픽도 부드러웠고, 초반 라인전은 항상 작은 흔들림조차 없이 우세를 점하는 최현준과 굳이 최현준이 말하지 않아도 적절한 갱 타이밍을 노리는 동하가 전장을 휘어잡았다.


그 덕에 상대는 최현준과 동하한테 정신이 팔려 질질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자연스럽게 탑으로 쏠린 상대의 병력에 동하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바텀에 압박을 가하는 수하와 한진이.


최현준과 이동하, 수하와 한진이. 이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시야를 따주고 적절한 서포트를 해주다 보면 어느 순간 적의 2차 포탑 앞까지 진출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벌어진 격차를 이용해 적에게 죽음의 이지선다를 반복적으로 들이밀면 어느새 정신적으로 지친 상대 팀이 누르는 항복 버튼.


우리의 클래식한 승리 공식은 승승장구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아주 잘 먹혀들었고, 둘째 날도, 셋째 날도, 조금은 걱정했던 높은 티어의 팀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무패를 달렸다.


그러다 보니 팬도 생겼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욕지거리 없이 게임하고 매일 같이 복기하고 분석하는 우릴 보며 피시방 사장님과 알바생이 흥미를 느꼈는지 자주 뒤에서 구경한다.


우리의 사정을 설명한 뒤부터 사장님과 알바생은 우리가 편하게 경기에 임하라며 우리가 앉는 다섯 자리를 포함한 양옆까지 총 일곱 자리를 항상 비워 주셨고, 음료나 음식도 간혹 서비스로 내주셨다.


조금이지만 조용히 뒤에서 관람하는 학생도 생겼고, 동하의 인터넷 방송 팔로워도 늘고 심지어 사인을 받아 가는 학생도 생겼다.


최현준에게 관심을 표하는 여자 알바생도 있었다.


재밌는 건 최현준이 의외로 관심에 부끄러워했다는 것과 수하와 한진이는 그런 최현준을 놀리며 장난칠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다는 거다.


그렇게 모두가 화목한 분위기로 연승을 이어 나가는 와중에 나 혼자만 구석에 앉아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 누구도 승리에 취해 방심하지 않았다. 매 판,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애초에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한 프로팀을 만나 사기가 꺽일까 봐도 아니다. 여섯째 날 챌린저 한 명과 그마로만 이루어진 팀을 만났을 적에도 압도는 아니지만 큰 위기 없이 이겼다.


지금 기세라면 강한 프로팀이 오히려 환영인 지경이다.


그런데 왜인지 불안하다.


폭풍 전 바다는 고요한 법이라 배운 탓인가?


이세계에서 너무 많은 인간 군상과 전쟁에 승리해도 정치적 배신을 너무 당했던 트라우마 때문인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


찝찝함. 내가 전쟁에서 가장 경계하던 감정이다.


일곱째 날.


-텁!


모든 경기를 승리로 끝마치고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내 얼굴이 어두웠는지 수하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많이 피곤하죠? 매일 분석에 분위기 맞추기에. 형이 뒤에서 안 보아게 엄청 노력하는 거 알아요. 아마 한진이랑 현준이도 알걸요? 경기 안에선 현준이나 동하형이 오더지만 실질적 리더는 형인걸."

"하! 하하! 짜식이 귀엽긴. 그래, 알아줘서 고맙다."

"그러니까 형 좀 쉬엄쉬엄해요. 그러다 죽겠어요. 안 그래도 나이도 많은데."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거든?"

"에이~ 10대인 저희도 이렇게 피곤해 죽겠는데 형이 괜찮을 리가."


뭔가 말하려던 찰나 한진이가 수하를 불렀다.


"야! 버스 왔다. 저희 먼저 갈게요. 내일 봐요!"


인사말 없이 손을 흔들며 수하와 한진이를 보낼 때만 해도 몰랐다.


이때가 찝찝함의 정체를 미리 알아차릴 마지막 기회였다는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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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24.05.31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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