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용사 프로게이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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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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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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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DUMMY

관람석에 있던 정승원 감독은 방금 전 경기 결과의 의미가 무엇인지 눈치챘기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반대로 이해성 스카우트는 방금 전 경기에 입술을 꽉 깨문 정승원 감독이 이해되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뜻대로 된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 오인사격 1 : 0 별똥별 ]


오인사격의 위기는 많았다.


솔직히 경기 내용만 보면 오인사격이 질 줄 알았다.


연습생임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별똥별 미드 래피드(Rapid).


그의 거리 감각과 포킹 챔피언에 대한 이해도는 극에 달한 듯 보였다.


크레이드의 필살기나 다름없는 언노페의 [ 신출귀몰 ]을 이용한 판을 짜는 능력과 순식간에 벌이는 다대일 교전을 할 수 없게끔 완벽하게 발을 묶었다.


허나 문제는 중반 페이지부터였다.


렉스는 결국 포킹 챔피언이고 아직 래피드 또한 덜 익은 과실에 불과했기에 팀원이 쌓아가는 실수를 커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별똥별의 탑이 두드러질 정도로 실수가 잦았다.


데비는 어차피 근거리 챔피언이고, 갸르는 그저 멀리서 [ 부우우메랑! ]으로 견제 및 CS를 먹고 다이브가 올 때면 메가 갸르로 변해 갖가지 CC를 이용해 방어하기만 하면 됐다.


그게 갸르 픽의 명확한 이유다. 욜을 갓 배우기 시작한 이해성도, 해설진도 설명해 줄 정도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별똥별의 탑은 그러지 못했다.


관객이 와서 긴장했나? 아니면 관객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나?


계속해서 제너러의 데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어리석음을 제너러는 봐줄 생각 따위 없었다.


[ 퍼스트 킬 ]

[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

[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


계속된 솔로 킬.


12분경 데비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래피드의 렉스가 데비의 침투를 받아쳤지만, 그럴 때마다 순간적으로 주변 팀원의 이속을 폭발시키는 오드리의 [ 천상의 발걸음 ]과 레우스의 궁극기 [ 마력 화살 ]로 인해 강제로 열리는 한타.


그에 따라 가까워지는 모든 적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는 그렇게 같은 래퍼토리를 반복하다 26분이 되었을 때 승패가 갈렸다.


26분. 그 시간은 온전히 래피드 혼자 저항해 얻어낸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오인사격에겐 괜찮은 경기 내용이다.


크레이드가 래피드에게 묶였다는 건 크레이드에게 큰 기대를 걸던 전승원 감독에게 있어선 비보였겠지만.


"그것 때문에 화 나셨어요?"


정승원 감독은 혀를 차며 어딘가를 바라봤고, 그곳엔 송재림 감독이 코치진들과 속삭이고 있었다.


"그럴 리가. 그냥 재미가 없다."

"재미요?"

"너무 잡음이 많아. 경기에 집중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어."

"잡음? 헤드셋이라도 드려요?"

"그 잡음 말고!"


정승원 감독은 답답하다는 듯 자기 머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선수들 머릿속 잡음이 여기까지 들린다고!"

"무슨 잡음이요?"

"하아··· 저기 별똥별 팀 탑에 대한 정보 있어?"


이해성 스카우트는 정승원 감독의 말에 곧바로 노트북을 꺼내 파일을 뒤졌다.


"어··· 여기 있다. ······ 뭐 별거 없는데요? 보여드려요?"


정승원 감독은 2세트를 위해 들어오는 선수들에게서 눈을 때지 않은 채 말했다.


"그냥 읊어."

"칫. 이름!"

"호구조사 빼고."

"까다로워. 음. 뭐 진짜 별거 없어요. 스카이 스트림 자이언츠(SSG) 연습생인데 딱히 계약은 없고. 원래 미드였는데 래피드 선수한테 밀려서 탑으로 포지션 바꿨고요. 소문에···."


이해성 스카우트는 정승원 감독이 자기 말을 듣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말을 이어가지 않고 뒷말을 흘렸다.


"소문에 뭐? 그래서?"

"소문이··· 없어요."


스카우트의 귀에 들리지 않는 이름이란, 곧 이 판에서 사라질 이름이라는 것.


관심이 없기에 소문조차 없다.


정승원 감독은 '역시나.'라고 작게 혼잣말하곤 2세트 경기가 막 시작된 전광판 속 별똥별 팀의 탑을 가리켰다.


"넌 쟤가 왜 저러는 거 같아?"

"뭐가요?"

"왜 자꾸 제너러한테 이기지도 못하면서 덤비는 거 같냐고."

"어··· 거기...까진 아직 모르겠는데요?"

"죽을까 봐 저러는 거야."

"죽을까 봐?"


정승원 감독은 전광판 속 처절하게 싸우는 별똥별 팀의 탑을 안타깝다 못해 슬퍼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아마 저 친구는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프로게이머로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러기엔 아직 나이가 스물둘인데요? 할만하지 않나?"

"내 말이."


정승원 감독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런데 어떤 뱀새끼가 아주 교활하게 저 친구의 머릿속에 잡음을 심어 놓은 거야. 이번에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앞으로 넌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라고."


이해성 스카우트는 정승원 감독이 말하는 뱀새끼가 누굴 지칭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근데 그게 송 감독님의 방식이잖아요."

"그딴 게 방식이라고 생각해?"


정승원 감독의 날카로운 눈빛에도 이해성 스카우트는 자기의 신념대로 말했다.


"뭐 그런 방식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전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뭐든 해도 된다 주의라서. 그래서 남들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가져오는 거기도 하고요."

"그건··· 그렇지."


정승원 감독은 이해성 스카우트의 압도적인 정보량의 출처를 알고 있음에도 그를 본인의 사단에 넣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때야··· 나도 송 감독님한테 배운 게 그런 거였으니까. 아무튼! 이 경기 자체가 재미없어졌잖아! 오인사격 팀 원딜한테도 뭔가 한듯한데. 쩝."


말하는 순간 전광판에 보이는 제너러의 탑 솔로 킬 그리고 보이는 오인사격 팀의 바텀 상황.


"봐. 끌려다니잖아."

"그렇네요 확실히 오인사격 팀한테 끌려다니네요."

"아니! 그거 말고. 오인사격 팀의 원딜을 봐. 먼저 딜교환을 절대 안 하잖아. 서포터가 싸움을 걸면 그제야 같이 치지. 뭔가 있는 거야 분명."

"뭐, 근데 어쨌든 이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다음은?"

"그다음이라뇨?"


정승원 감독은 송재림 감독과 그의 코치진들이 모인 관중석을 가리켰다.


"반달곰들 팀과 싸울 때는? 그때도 저러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못...이기겠죠. 아니, 근데 꼭 오인사격 팀이 1등을 해야 합니까? 감독님이 원하시면 1등을 하든 지금 떨어지든 데려오면 되잖아요."


정승원 감독은 찝찝한 얼굴로 답했다.


"크레이드는 1등 못 하면 데려오지 말란다."

"누가요?"

"구단주님께서."

"아···."


정승원이 몸담은 SAT (서울 아카데미아 타이거즈)는 돈을 내고 새롭게 욜 판에 뛰어든 구단이기에 경력이 있는 선수를 원했고, 바로 1군 프로와 비견될 정도의 실력이 보장된 선수를 원했다.


물론 구단주는 투자자이고 감독은 그 돈을 불려야만 하는 관계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예산은 정해져 있고, 감독마다 자기가 잘 다룰 수 있는 전략이 있다.


자기가 원하는 전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선수를 정해진 예산 내로 뽑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시켜서 구단을 설득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고. 경력도 없고 나이만 많은 크레이드를 영입하기 위해선 대회 우승이라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 무기가 필요했다.


'리스크도 짊어졌고.'


"이렇게 렉서스가 파괴되면서 경기~끝납니다!"


이해성 스카우트는 전광판에 쓰인 [ 오인사격 2 : 0 별똥별 ]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뭐, 어떻게 잘 비벼보면 안 되나요?"


***


4강을 이겼음에도 누구 하나 마음 놓고 웃질 못하고 있다.


그건 김수하 때문일 수도, 너무 많은 힘을 쏟아서 일수도 아니면 앞으로 만날 상대 때문일수도.


이제 곧 팀 반달곰들과 팀 악어새의 경기가 시작된다.


"저희는 먼저 갈게요."


한진이가 김수하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앉아서 같이 보고 회의 좀 하다 가자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본선은 지켜보는 게 불가능했었기에 오늘이 반달곰들의 경기를 처음 보는 날이니까 더더욱 그러고 싶었지만.


"그래. 오늘 고생했어. 내일 보자."


지금의 관계가 뭣 같아서 그리 말할 수 없었다.


김수하는 작별 인사 없이 한진이를 따라 경기장 밖을 나서자마자 현준이가 오늘 한마디도 하지 않은 김수하에 대한 분노를 내뱉었다.


"아우! 저 새끼는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거야. 진짜 애새끼도 아니고."

"아마 본인도 잘못했다고 생각은 하고 있을 거야. 다만 너무 충동적으로 저지른 거라 본인도 이제 와서 어떻게 이미지를 다시 잡을지 몰라서 저러는 거야. 그리고 애새끼인 건 사실이고. 너 포함."

"지금 농담이 나와요? 뭔 이미지야 이미지는. 그냥 사과하고 끝내면 되지. 저러고 삐져있는 척하니까 얼굴만 봐도··· 아후! 걍 존나 빡쳐요."


세상엔 사과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일이 많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아직 현준이는 모르는 것 같다.


"아우~~~씌~발! 그냥 저도 갈랍니다."

"너도? 같이 봐주지."


현준이는 이미 가방을 메고 있었다.


"어차피 예전에 맨날 보던 놈들이에요. 또 봐서 뭐해요."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건데. 반달곰들에 대해 좀 얘기 해줄게 있지 않을까 해서."

"저번에 말한 게 다예요. 진짜로. 동하 형 담배나 같이 피워요."


혼자 골똘히 생각하던 동하가 현준이의 불음에 들키면 안 될 걸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놀랐다.


"어?! 으어··· 미안···. 난 좀··· 처음부터 보고 싶어서···."

"쳇 알겠어요. 그럼, 내일 피시방에서 봐요."

"그래··· 잘 가···."

"잘 가라."


현준이가 나가고 동하와 나만이 반달곰들위 경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처음으로 동하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정말··· 이대로 내버려둘...거야?"

"뭐를?"

"수하···."

"··· 걱정하지 마. 다 생각이 있어."


동하는 내 말을 믿고 싶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는 듯 우물쭈물하다 입을 열었다.


"사실··· 난 수하가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아."

"진짜?"

"응···. 로타 프로게이머 시절에 알던 감독님이 한 분 있는데···. 그분이··· 가끔 얘기해 줬거든."

"뭐를?"


동하는 말 대신 저 멀리 앉아 있는 송재림 감독을 시선으로 가리켰다.


"저 사람 알아?"

"그냥... 들어만 봤어. 좀··· 나쁜 사람이라고···. 저 사람도··· 로타 프로팀 감독이었는데···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아마 수하한테··· 무슨 이상한 말을 한 건 같아···."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도움이 됐어."


동하가 송재림 감독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지만, 그 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별 반응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


"후후!"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얕보일 정도는 아니라는 거네?'


당신은 내가 아무것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있는 줄 알고 있겠지만, 이미 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당신은 모른다.


내가 이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뱀의 머리를 끊었는지.


손끝에 전기가 흐른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 감각. 전쟁에 들어서기 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난다.


이동하는 그날 구교환의 표정을 보며 21세기 법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처음 느껴보는 살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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