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거대한 푸른 용이 강림함과 동시에 폭발하는 아궁이.
거대한 폭발의 여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던 구교환은 최대한 빠르게 왼 손바닥 위에 오른 손날을 위에 얹어 인을 맺었다.
[ 화초선 ]
-휘이잉~!
거대한 부채가 나타나 지면을 쓸자 폭발 연기로 뒤덮duT던 숲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6급 모험가도 3마리 이상은 버거워하는 병정 스니처 무리지만, 벨베어의 [ 천 벌 ]에 그들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숲.
'역시 규격 외라니까.'
병정 스니처 무리를 한 번에 쓸어버릴 정도로 강한 벨베어가 9급인 이유는 필기에서 항상 떨어지기 때문.
그의 마력만 따지면 5급 혹은 그 이상에 걸맞았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깨부수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캉캉!"
구교환의 외침에 숲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캉캉이 나와 [ 천 벌 ]이 내려친 장송에 유일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여왕 스니처의 자궁을 향해 주머니를 열었다.
[ 임시 보호 ]
여왕 스니처의 자궁은 힘없이 캉캉의 주머니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이제 남은 건.
"순간이동!"
순간이동으로 구교환의 앞에 나타난 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멀뚱히 서 있는 촌장.
[ 보호 끝 ]
캉캉의 주머니에서 튀어나오는 원이 그려진 큐브와 여왕 스니처의 자궁.
캉캉은 골대와 공을 촌장 앞에 있는 구교환에게 넘겼고.
뒤늦게 도착한 마르크가 어떻게든 뺏어보려 [ 점멸 ]로 거리를 좁혔지만.
이미 구교환은 촌장의 앞에 큐브를 땅에 박고, 허겁지겁 뛰어오는 마르크를 비웃으며 여왕 스니처의 자궁을 큐브의 원 안에 올렸다.
"터치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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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기~~ 파괴됩니다!"
전광판에 폭발하는 반달곰들의 º억제기를 넋을 놓고 쳐다보는 이해성 스카우트.
오인사격의 리드에도 그가 어안이 벙벙한 이유는 그의 눈엔 믿기지 않는 킬 스코어 때문이었다.
오인사격 11 : 15 반달곰들
킬 스코어가 밀리는데 승기를 꽉 쥐고 있는 것을 골드인 이해성의 눈으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이해성이 귀엽다는 듯 정승원 감독은 미소 지었다.
"왜? 이해가 안 돼?"
"당연하죠! 킬 수가 적은데 반달곰들이 계속 오인사격한테 끌려다니잖아요. 심지어 저 4킬 차이도 방금 반달곰들 쪽 탑 억제기 앞 한타에서 좁힌 거고요."
이해성의 말대로 게임은 오인사격이 반달곰들 팀을 마리오네트처럼 조종했다.
초반에 벌어진 기우라의 화려한 솔킬에 모두가 집중할 때 게임을 아는 자들은 오인사격으로 기울어지는 승기를 눈치챘었다.
"이 게임의 승리 조건이 킬 스코어였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이 게임의 승리 조건은 렉서스 파괴야. 한 마디로 건물 부수기 게임이라고."
아직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해성.
"근데 결국 건물을 부수려면 상대와 골드, 경험치 차이를 벌린 다음 한타에서 이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잖아요."
"네가 정답을 말했네. 그건 '가장' 좋은 방법일 뿐이지 '유일한' 방법은 아니잖아?"
이해성은 아직 설명이 더 필요한 듯 어깨를 들썩였고, 정승원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맵을 그리며 말했다.
"골드와 경험치를 벌리는 방법은 다양한데 그중엔 타워를 부수면 팀 전체가 획득하는 타워 골드를 주지. 게다가 퍼스트 킬에 추가금을 주는 것처럼 타워도 처음으로 부수는 사람에게 보너스 골드를 주고."
"그건 알죠. 근데 그거랑 스왑 전략이랑 무슨 상관이냐는 거예요. 왜 스왑 전략을 가져오기 전과 가져오고 난 후에 킬 스코어는 큰 차이가 없는데. 아니, 오히려 3세트는 반달곰들이 앞섰는데. 단지 바텀에 있던 두 명이 탑으로 왔다고 게임이 완전 달라지냐고요."
정승원은 이해성의 학구열을 몹시 반겼다.
"스왑은 마치 치킨게임을 하는 것과 같아. 누가 먼저 1차를 미느냐 싸움이지. 가장 중요한 건 초반 프리징한 라인이 자연스럽게 풀리며 정글러와 함께 들어가는 3렙 다이브."
"2세트 때 기우라 선수가 당했던 거요?"
"그래. 3세트도 똑같이 했잖아. 탑이 기우라가 아니었을 뿐."
이해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됐지?"
"그 후엔 정글러랑 같이 셋이 열심히 깼죠."
"그렇지. 그 다음엔?"
"그다음엔 바텀으로 가서 원래 바텀에 있던 제너러와 함께 4인 다이브 후에 타워를 깼고요."
"맞아. 그런 식으로 돌려 깍을 때쯤 미드는 기우라가 크레이드를 두 번 솔킬 땄지. 자, 그럼 두 팀의 글로벌 골드는 어떻게 될까?"
이해성은 그제야 깨달은 듯 얼굴에 느낌표를 띄웠다.
"똑같네요? 아니, 오히려 더 많은데요?"
"그래. 기우라는 퍼스트 킬과 솔킬로 700골드를 손에 넣었지만. 오인사격은 퍼스트 타워와 두 번째 타워를 부숨으로써 250골드를 퍼스트 타워 보너스로 바텀 듀오와 정글러가 나눠 먹고 1,500골드를 팀원 전체가 나눠 먹었어. 그 초반의 스노우볼을 얼마나 잘 굴리는지가 라인 스왑 전략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냐는 것이지."
정승원 감독은 그리 말하며 군침이 나오는 것을 꿀꺽 삼켰다.
라인 스왑 전략을 이미 어느 정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레이드가 더욱 값져 보였으니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해성은 원시인이 불을 발견한 것처럼 들떴다.
"완전 사기 전략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지."
그 불에 찬물을 확 끼얹는 정승원의 발언.
이해성은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왜요?"
정승원은 저 멀리 송 감독 없이 암울함에 빠진 반달곰들 코치진을 바라봤다.
"저 전략이 빛을 보는 이유는 상대가 반달곰들이기 때문이야."
"반달곰들이기 때문?"
"송 감독의 체계는 기계적이지. 전략은 감독이, 전략을 전수하는 건 코치가, 수행하는 건 선수. 그 맞물림에 한 톱니바퀴가 빠진 상태에서 맞닥뜨려 본 적 없는 적과 싸우는 건 공포나 다름없어. 그러니 실수가 나오는 거고."
반달곰들이 지금까지 오인사격에게 운영적으로 끌려다니곤 있어도 피지컬적인 실수를 하는 건 본 적 없는 이해성.
"무슨 실수요?"
그런 이해성이 당연히 질문할 것을 예상했는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기우라가 미드로 온 거. 사실 거기서 이미 게임은 졌어."
"졌다고요?"
반달곰들이 오인사격의 마리오네트가 된 데엔 비단 송 감독의 부재뿐만이 아니었다.
"누가 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기우라가 미드에 가는 건 최악의 수야. 혼돈이 이는 바텀과 탑 대신 평온한 미드에서 격차를 내고 싶었겠지만, 2세트에서 그나마 그 정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기우라가 탑이기 때문이었어."
"전보다 상황이 좋은 거 아닌가요? 기우라는 그래도 성장이 멈추지 않았는데."
"그게 문제야. 다른 4명의 성장이 멈췄다는 거. 오인사격의 타워 돌려 깍기를 막으려면 기우라의 동행이 필수 불가결이 됐고, 기우라가 자리를 비우면 크레이드가 흐름을 조종할 수 있게 되지."
"크레이드가요?"
솔킬을 두 번이나 따인 크레이드가 경기의 흐름을 쥐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기까지 보고 채플랭크를 택한거야. [ 버스터콜! ] 그 하나만을 위해서."
"별로 못커서 딜이 안 나올 것 같은 데요?"
"딜이 중요한게 아냐. [ 버스터콜! ]이 글로벌 궁극기라는 것과 강력한 느려짐 CC 때문이지."
정승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반달곰들 측 바텀 억제기 타워 앞에서 5 대 4로 대치 중인 상황.
채플랭크 홀로 탑에서 º강화 미니온과 함께 라인을 밀고 있다.
채플랭크가 강화 미니온들과 함께 렉서스 º쌍둥이 타워까지 오기 직전의 상황.
기우라가 답답했는지 [ 점멸-천검무 ] 콤보로 이니시를 걸었지만.
[ 버스터콜! ]
손은 쌍둥이 타워를 향해, 눈은 바텀에 가 있던 크레이드가 재빠르게 궁을 썼고, 속박에 가깝게 느려진 반달곰들을 조롱하듯 오인사격 팀은 여유롭게 이니시를 피했다.
"이제 오인사격은 저걸 계속 반복할거야."
"저걸 반복한다고 달라져요? 아무도 죽지도 죽이지도 못했는데?"
"그게 오인사격이 바라는 거야. 이건 전쟁이야. 전쟁은 곧 땅따먹기나 다름 없고. 타워를 국경과 같다고 생각해 봐. 이미 오인사격이 먹은 땅을 보라고. 저 땅에서 나오는 모든 정글 몬스터, 수호신, º바이저드까지 전부 저들의 것이야. 아무런 사상자도 없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란 거지."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져야지. 지고 다음 판을 노려야지."
"다음 판도 똑같을 것 같은데요?"
"아니, 다음 판은 확실히 힘들거야."
정승원은 관람석에 상기된 얼굴로 들어오는 송재림 감독을 보며 한숨처럼 말을 내뱉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 작가의말
º바이저드 : 강줄기 위에 있는 대형 몬스터. 처치 시 팀원 전체에게 공격력, 마력, 방어, 마법저항력 소량 상승과 요람으로의 귀환 속도가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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