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용사 프로게이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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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처
작품등록일 :
2024.05.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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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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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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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오랜만에 온 피방은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에어컨을 워낙 빵빵하게 틀어놔서 그런가? 사람이 많네. 잼민이도 많고.'


여기저기 들리는 욕지거리.


"아 씨발!"

"아이! 병신! 왜 그걸 들어가!"

"어~ 느금마~"


허허. 요즘 애들은 입도 험하지. 재밌자고 하는 게임에 죽자고 덤벼드니 말세야 말세.


"야! 저기 앉자 그나마 잼민이들 좀 적다."

"그래."


장준이 가리킨 구석 자리에 가는 동안 무슨 게임을 하길래 그리 욕을 하나 싶어 이리저리 둘러봤더니, 죄다 같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요즘엔 저게 유행인가 보네.'


참고로 혼수상태 4년, 재활 기간 1년을 포함한 공백의 5년 동안 사회는 날 기다려주지 않고 바뀌어왔다.


그중에 가장 빨리 변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인터넷 세상.


'분명 5년 전만 해도 피시방에 가면 단풍나무이야기랑 문크래프트, 딱콩어택이 전부였는데.'


뭐 구관이 명관이라고 내가 아는 게임을 하는 사람도 간간히 보이지만, 죄다 아재들이지 젊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상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야! 빨리 앉아. 오늘 서열 정리 제대로 한번 하자."

"뭐래."


일단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트니 메뉴판부터 모니터에 튀어나왔다. 요샌 피방이 무슨 음식점보다 더 한 것 같다.


"와··· 메뉴 종류 봐라. 알바 죽어나겠다."

"장난 없지? 아무거나 시켜라. 형님이 다 사줄게."

"라면 정도는 살 수 있지만, 사준다면 굳이 말리는 성격은 아니라서. 대신 고맙게 먹을게."


숙주라면인가 뭔가를 시키고 난 뒤 모니터를 빤히 바라봤다.


'대체 뭐하지?'


생각해 보면 옛날에도 게임은 잘 안 했었다.


친구와의 얘기에 끼어들 정도만 하거나 다튜브로 정보만 습득하는 정도였다.


게임이 재미없다기보단 괜히 맛 들였다간 내 성격상 게임에 심취해 학업은 내팽개쳤을 테니까.


그러다 보니 이제 와서 할 게임이 없어 라면이 나오기 전까진 바탕화면만 연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내게 관심은커녕 아주 익숙한 솜씨로 '욜'이라는 게임 창에 들어가는 장준.


이왕 이렇게 된 거 장준 화면이나 보면서 억지 훈수나 둬야겠다 싶을 때.


"어?"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 배경이 화면에 펼쳐져 있었다.


내가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챈 장준이 아무것도 안 띄워져 있지 않은 내 바탕화면을 보고 나무랐다.


"야! 뭐해. 빨리 들어오라니까. 쫄았냐?"

"뭘 들어와?"

"뭐긴 욜 들어오라니까."


'아니, 글쎄 그 욜이 뭔데 그래? 쯧.'


어차피 장준에게 설명을 부탁해 봤자 더럽게 못할 게 뻔하니 대꾸 없이 인터넷에 욜을 검색했다.


욜. 정식 명칭은 Yongsa of Legend 줄여서 [ YOL ] 욜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수십 개가 넘는 챔피언 중 하나를 고른 플레이어 5명이 한 팀을 이뤄 5인의 다른 팀과 맵 중간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을 기준으로 위, 아래로 나뉜 맵에서 맞붙어 왼쪽 하단 끝과 오른쪽 상단 끝에 있는 상대편의 '렉서스'라 불리는 탑을 깨면 승리.


'MOBA (Multiplayers Online Battle Arena)장르 게임인 거 같네. 국내에선 AOS(Aeon of Strife)로 많이 불리는 것 같고.'


렉서스로 향하는 길은 '라인'이라 불리는데 이 라인이 총 세 갈래로 있다. 아래는 바텀, 중간은 미드, 맨 위는 탑이라고 불리고 각 라인 중간엔 1차 포탑이 라인 끝엔 2차 포탑이 있다.


각 라인에선 미니온이라는 작은 몬스터가 시간마다 줄지어 나오고 길과 길 사이에 있는 정글이라 불리는 맵에도 여러 몬스터가 존재한다.


미니온과 정글 몬스터들을 죽이면 막타를 친 사람에게 경험치와 돈을 준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챔피언으로 이 몬스터들과 상대 챔피언을 잡아 경험치와 돈을 벌어 상대 팀과 격차를 벌리는 것이 어찌 보면 이 게임의 가장 간단한 승리 공식.


챔피언은 각각 최소 1개의 패시브와 키보드 자판 Q, W, E, R 로 조합된 최소 2개 최대 7개의 액티브 스킬 그리고 키보드 자판 D와F에 전략대로 설정해 쓸 수 있는 7개의 공용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총 챔피언 수는


"아...아흔아홉 개?"


Q, W, E, R 각 하나씩만 해도 4개에 패시브 하나까지 해서 한 챔피언 당 가진 스킬만 5개인데 그게 99개라고?


'99 곱하기 5만 해도 495개인데 스킬을 여러 개 가진 챔피언이 더 많으니까 대략 500개는 되잖아?'


게다가 분명 게임이다. 챔피언끼리의 상성과 스킬 간의 연계, 상태 이상 혹은 군중 제어 스킬과 그에 대한 카운터로 쓰이는 면역 스킬도 알아야 하고.


것보다 랭크 시스템은 무슨 티어라 불리는 구간이 아이언, 브론즈, 실버, 골드, 플레티넘, 에메랄드, 다이아,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챌린저까지 무려 10개나 되고 각 구간 별로 4~1씩 나뉘어져 있고. 또···.


"아우! 왜 이렇게 어려워!"


사실 MOBA장르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은 건 어쩔 수 없다.


게임을 지속해서 운영하려면 콘텐츠를 추가하는 건 필수. 새로운 맵, 난이도, 보스, 스토리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MOBA장르는 캐릭터가 곧 주력 콘텐츠다.


특히나 한 개의 맵을 중점으로 운영하는 YOL은 캐릭터 즉 챔피언의 개수가 어찌 보면 유일한 콘텐츠 양이라 볼 수 있으니 많을 수밖에.


"야! 얘 또 파고들기 시작했네."


장준이 계속해서 블로그만 돌아다니며 공부하는 내 마우스를 뺏어가더니 인터넷 창을 전부 닫아버리고 로그인 창을 화면에 띄웠다.


"자, 공부는 그만하시고 빨리 로그인이나 하세요."


이미 웹서핑만 30분째 하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그런데 어쩌냐, 친구야. 나 있잖아···. 회원가입 해야 해.'


내가 회원가입에 마우스를 가져다 대니 장준은 큰 한숨과 함께 게임 창을 내리고 다튜브를 틀었다.


"아니, 해본 척하더니 아이디도 없었···. 아휴. 내가 졌다. 다 되면 말해라."


다행인 건 회원가입은 꽤나 빨리 끝났다는 거다. 지문 하나만 대충 가져다 대면 본인인증을 다 해주니 혹시 또 사고가 나면 손가락부터 지켜야겠다.


그나저나 아까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더니, 아까부터 방광이 지랄방광이 되어버렸다.


"야! 야! 로그인 해놨으니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세팅해 놓아."


장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지만, 순식간에 화장실로 튀어갔다.


"야! 너 무슨 챔피언 할 줄 아는데!? 허~ 진짜. 챔피언 정도는 픽하고 가도 되잖아."

"아유 난 뭐든 다 잘하니까 알아서 해."

"야! 이거 만원빵이다! 그래도 가냐?

"아 그러던가! 아이 씨! 너 때문에 조금 지렸잖아! 간다."

"야! 얌마! 에라이. 쯧. 엿이나 먹어 봐라."


저 녀석이 무슨 엿을 먹이려는 지는 몰라도 사실 별 타격 없을 거다. 왜냐면 저 욜(YOL)이라는 게임에 별 관심 없으니까.


뭐 아까 대충 검색해 보니까 욜이라는 게임이 5년 전부터 쭉 피시방 점유율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게임이라는 건 알겠다.


떠올려보면 욕지거리하던 잼민이들도, 술 마시다 잠깐 게임으로 내기하러 온 인싸들도, 피시방에 박혀 있는 내 동지인 백수들도 죄다 욜을 하고 있었으니까.


-쉬이~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안 그래도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한 데 게임은 무슨! 그리고 애초에 너무 어렵다. 진입장벽도 너무 크고.


진입장벽이 크다는 건 그만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깊이가 있는 '전문성'이라는 게 높은 게임이라는 건데. 괜히 발 한 번 잘못 들이댔다가는 지현이 대학은커녕 어머니 투석조차 해드릴 수 없는 구제 불능이 돼 버릴지도.


'물론 옛날의 나라면 그랬겠지만. 이젠 아니지···.'


-부르르~


옛날의 나라···. 화장실을 나와 자리에 돌아가는데 괜스레 옛 생각이 난다.


-터벅터벅


옛날의 나라면 달랐을 거다.


사고 전 나였다면 철없이 게임에 빠져 랭커가 되겠다고 선언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분명 랭커는 됐을 거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게임과 그것이 일이 되었을 땐 말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마 일로써는 하지 않았을 거다.


재밌자고, 즐기자고 하는 게임이 일이 되는 순간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장의 무게를 알고 책임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지금이라면 오히려 일로 게임을 접했을 때 훨씬 더 잘할지도 모르겠다.


스물여덟, 그것도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한 채 제대 후 공백의 4년과 1년의 재활만을 거친 녀석이 가장의 무게와 책임감을 어떻게 아냐고?


'그야. 가장이 되어 봤으니까. 알지.'


공백의 4년.


그 4년간 난 브레탈이라 불리는 이세계 속에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용사가 되기까지 하며 무려 40년을 살았다.


물론 그 40년의 최후가 이곳에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날 줄은 몰랐지만, 이세계에서 난 정말 수많은 희로애락을 겪고 왔다.


그저 그런 스물여덟이 아니란 말이다. 아무런 이력(異歷)도 없는 백수가 아니란 말이다.


"그나저나 괜히 생각나니까 보고싶네···."


현실에도 사랑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지만, 이세계 속 내 가족이, 인연이 있었다.


특히 붉은 머리의 그녀. 잇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다가도 혼자 부끄러워하며 입을 가리던 그녀. 이미 웃을 거 다 웃어 놓고 뭘 가리냐 놀리면 짖궃다며 내 어깨를 두드리던 그녀.


그러다 두 눈이 마주치면 또 활짝 웃던 그녀.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며 괜스레 눈이 붉어졌다.


"아··· 안 돼. 술 마셔서 그런가, 괜히 감수성 올라오네. 허허."


후회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젠 볼 수 없으니까. 절대로 볼 수 없으니까.


"얌마! 넌 뭐 화장실에서 게임하냐? 빨리 와 앉아. 곧 게임 시작하니까.


분명 그렇게 생각한 그녀를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했다.


"뭐 그렇게 급해 어차피 우리 둘만 하는 건데···. 어?"


화면 속 로딩 창에 띄워진 챔피언의 초상화.


붉은 머리. 붉은 눈동자. 하얀 피부와 매력적인 주근깨. 하얀 성기사 드레스와 손에 들린 귀염뽀작한 다이어리.


"히...힐라?"


내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준은 내 얼빠진 표정을 보며 킥킥댔다.


"그래. 인마. 힐라다. 킥킥! 화장실 갈 땐 가더라도 챔피언은 고르고 갔어야지. 네 업보야. 달게 받아라."


'아니, 달게 받고 자시고 정말 그 힐라인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잖아.'


내 혼란과는 야속하게도 로딩 창은 넘어가 게임은 시작됐고, 초상화 대신 3D모델링이 된 캐릭터가 나왔다.


그리 그래픽이 좋은 편의 게임은 아니어서 그런지 인게임 모델링을 봤을 땐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라 생각해도 괜찮겠다 싶은 내 눈에 들어온 익숙한 디자인의 탑.


'이건···.'


익숙한 느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맵도, 상점 창에 있는 아이템도 심지어 몬스터의 외형까지.


'이거 완전히 브레탈이잖아!'


그래도 설마 하는 생각에, '뭐 판타지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에 곧바로 Alt+TAB를 누르고 게임 홈페이지로 들어가 세계관을 검색해 가장 맨 위에 있는 트리위키에 들어갔다.


'용사 유니버스는 용사 오브 레전드 세계관의 공식 명칭이다. 주 배경은 크게 4개의 제국과 7개의 종족으로 구성된 브레탈이라는 행성이다···. 뭐야 이거. 진짜야? 진짜로···.'


그때 울리는 게임 속 내레이션.


[ 브레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내가 다녀왔던 이세계.


그 이세계가 현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 되어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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