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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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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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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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결의 팝니다

DUMMY

5화



이른 새벽, 나는 시장을 보러 갔다.


후으읍-

아직 아무도 들이마쉬지 못한 차가운 공기를 폐에 가득 담았다.

‘갓생 사는 기분.’


강 건너 온 싱싱한 물고기며, 해산물 같은 것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아는 사람들이 인사를 해왔다.


“다점 청년 왔어!”

“네, 안녕하세요!”


“젊은이가 부지런도 하지. 가게에 쓸 재료를 사러 왔나 보지?”

“아니요, 그건 아니고 아는 형들이랑 나들이 가게요.”


어제까진 분명 앙금이 쌓인 사이였는데, 이제 작별을 고한다고 하니 왠지 서운했다.


‘우리 형님들 이제 마지막인데, 도시락이라도 맛있게 해드려야지.’


손절할 땐 하더라도 나의 영웅들이다. 밥이라도 한끼 든든히 먹여서, 내 식으로 작별을 고하고 싶었다.


“소풍엔 역시 김밥이지.”


나는 김 몇 장을 집어들었다. 김밥 발 비슷한 것도 있나 찾아보려 했는데, 당연하게도 없었다.


‘맨손으로 말면 되지 뭐.’

나의 오만이었다.


***


꾹, 꾹, 꾹-

다점으로 돌아온 나는 김밥을 말아보려 노력했다.


“아, 밥풀이 또 튀어나가네.”


김밥은 많이 말아봤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 시대의 김과 현대의 김이 같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하던대로 예쁘게 말기란 몹시 어려웠다.


“대체 몇 개째 망치는거야.”


사람들이 김밥 발을 쓰는 이유가 있다. 김밥 말기는 쉬워보여도 요령이 필요한데, 몸통 전체에 힘을 주면서 똘똘 말아야 풀리지 않는다.


요령없이 맨손으로 주물럭대면 밥풀이 다 삐져나가거나, 썰기도 민망하게 엉성해진다.


“소풍 시간 맞출 수 있으려나?”


그때 문가에서 기척이 들렸다.

“주인장 계시오-”


“앗, 오늘은 영업을 안합니...”


“아, 계셨구려.”

다름 아닌 유비였다.


“음식을 만든다기에 뭐 도와드릴 게 없나 해서 찾아왔소.”


“아, 마침 잘 오셨어요 유 형!”

나는 웃으며 말했다.


“시장에 가서 김밥 발 좀 사다 주시겠어요?”


“김빠... 그게 뭐요?”


“그건 말이죠.”

나는 대충 김밥 발의 생김새를 설명했다.


이 사람이 그걸 알 리가 없다. 당연하다.

나는 정말로 김밥 발이 필요해서 사오라고 청한 게 아니다. 유비가 나가주길 청하고 있을 뿐.

‘방해 돼.’


“그렇게 생긴 거예요, 알겠죠?”

“으음...”


유비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만들면 되지 않나, 그거?”

“!”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 형님은 돗자리 장수다.


***


챡챡챡-


“우... 우와아아-”


유비는 숙련된 장인이었다. 두 손이 줄 짜는 거미처럼 움직이며 정확히 내가 말한 모양의 김밥 발을 만들어주었다.


“민망한 솜씨네.”

유비가 쑥쓰러운 듯 웃었다.


잘개 쪼갠 나무를 끈으로 이어붙이고, 다시 그것끼리 성글게 엮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형님, 정말 대단해요!”

“어디 한 번 써보게.”


나는 기대감에 차서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네모지게 자른 김 위에다 쌀밥을 꼼꼼히 펴바른다. 그리고 그 위에 심플하게 단무지 한 줄 올리면 끝. 이제 말기만 하면 된다.


꾹, 꾹, 꾹-

벌써 그립감이 좋았다.


‘오동통한 이 느낌!’


요리가 잘될 때보다 기분 좋은 때는 없다. 나는 신나게 김밥을 말았다.


“감사합니다, 형님!”

“뭘 이런 걸 가지고. 자, 이것도 다 자네 쓰게.”


자르르-

유비가 건네준 것은 전부 김밥 발이었다. 놀랍게도 내가 김밥을 마는 속도와, 유비가 발을 만드는 속도가 같았다.


“유 형...”

영웅으로서 이전에, 장인으로서의 그에게 존경심이 일었다.


“해드릴 게 이것 뿐이라 미안하네. 저어... 사실 오늘이 마지막 인사라서.”

“네에?”


손절을 생각하고 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건가.


“제가 뭐 잘못이라도...?”

“아아, 그런 게 아닐세.”


유비는 곧 황건적을 토벌하는 의병을 꾸릴 생각이라 했다.

“관 형, 장 형과는 의견이 맞았네. 그래서 오늘 좋은 곳에서 꽃구경이나 하고, 곧 탁현을 떠나려 하네.”


“그래요...”


진짜로 마지막이란 뜻.

나는 열심히 김밥을 말았다. 내가 할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을 응원해줄 생각이었다.


***

복숭아꽃 나무 아래.


타악-

“한 날 한 시에 죽겠습니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었다.


‘크으으으으~’

지켜보던 이유제의 가슴이 덩달아 웅장해졌다.


도원결의.


‘이걸 내가 직접 보다니.’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까워 눈을 부릅떴다.


꽃잎 휘날리는 아래 손을 모은 영웅의 모습은 사나이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제를 올리던 상을 물리고,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오늘 주먹밥은 특이하구만.”

“김밥이라고 합니다.”


유비는 가져온 돗자리를 펼쳤는데, 역시 솜씨가 출중했다.

마치 잔디밭에 앉은 것처럼 푹신했다. 자세를 들썩일 때마다 지푸라기의 따스한 향이 올라오는 것이, 고급품이란 말이 아깝지 않았다.


“오, 주먹밥 안에 든 무 절임은 생전 처음 보는 맛이야.”

“복숭아꽃처럼 향기롭군.”


“맛이 괜찮나요?”


삼형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팔아야지.’

생각한 순간, 그들의 머리 위에 +1씩이 표시되었다.


내 입에 잘 맞는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현대인의 기준에서다.

탁현 사람들에겐 탁현 사람들의 취향이 있다. 대중의 기호를 파악하는 것은 장사의 기본이었다.


“이유제, 자네도 함께 의형제를 맺지 않고.”

“하하... 아닙니다.”


난 그저 호상을 바라는 소시민이다. 내가 아무리 이 사람들을 흠모해도 한 날 한 시에 죽겠다 고 고할 수는 없다.


“이따금 탁현에 오면 꼭 유제다점에 들르겠네.”


“예, 형님들. 가시기 전에 꼭 알려주깁니다!”

“이를 말인가.”


복숭아꽃 나무 아래, 사나이들의 우정이 깊어갔다.


***


다음 날, 유제 다점.


“도원결의 팝니다~ 도원결의 사세요~”

나는 장사치다.


다음 날부터 곧장 신메뉴를 내놓았다. 이름은 도원결의 세트.


단무지가 든 김밥에, 복숭아 아이스티 한 잔으로 구성되었다. 그날 소풍에서 먹었던 메뉴를 재현한 것이다.


“뭘 드시겠습니까 손님?”


“도원결의 주시오.”

“예, 선불입니다!”


다행히 인기가 좋았다. 세트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플레이팅에도 욕심이 생겼다. 질그릇 접시 위에다 유비 형님이 만들어준 발을 곱게 펼쳤다. 푸릇한 복숭아 이파리 몇 개는 덤이었다.


고급 초밥집이 떠오르는 디자인이었다.


‘여기다 천사채만 얹어줘도 맛있다고 먹겠다.’


그 위에 총총 썬 김밥을 얹으니, 손님들이 몹시 좋아했다.


“김밥이라고 했나, 생긴 것도 참 예쁘다!”

“무가 아주 새콤하구만.”

“오독오독 씹히네, 그려.”


후식으로는 복숭아 아이스티가 딱이었다.


“아, 시원하다.”

“새콤달콤 하구만!”


날이 더워져서 사람들은 더운 음식을 꺼렸고, 땀을 흘린만큼 자극적인 맛을 찾았다.


아무리 차가워도 맹물로는 채울수 없는 갈증이 있다.

‘그걸 스트레스라고 하지.’

강은 강으로 대적하는 법.


‘남은 막걸리로 미리 식초를 만들어두길 잘했어.’

식초가 없었으면 단무지도, 복숭아 아이스티도 없었을 것이다.


막걸리와 식초는 애초에 만드는 원리가 같다. 적당히 발효시키면 막걸리고, 좀더 쉬게 두면 식초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날 복숭아밭 주인에게 복숭아를 사다가 식초에 절였다.

아직 제철이 되려면 조금 이르지만,

산 꼭대기에 있는 나무 몇몇이 벌써 열매를 맺은 것이 있어 다행이었다.


과실이 얼마나 진하게 익었는지, 들고 오는 동안 손에 복숭아 향이 다 배일 정도였다.


‘이걸 넣고 절이면 무조건 맛있어진다.’


며칠 뒤 복숭아 식초를 맛보았다.

“크으으- 이건 파는 맛이다.”


오랜만에 혀 끝에 도파민이 돌았다.


새콤한 식초맛 끝에 진한 복숭아 향이 따라왔다. 초가 지날수록 새콤한 맛이 옅어지고 마지막엔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크으,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복숭아 식초를 다시 찍어 먹었다.


“크으으-”

이 시대에 이런 마약이 없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새콤함, 상큼함, 단맛이 차례로 혀를 때리고 갔다. 마지막엔 복숭아의 축복이 혀를 감싸안았다.


“이건 꼭 대박날 거야.”

과연 내 짐작이 맞았다.


“아이스 티, 아이스 티좀 주게-”

“나는 마누라랑 같이 먹을거야. 여기다 두 잔만 담아줘.”


“내가 먼저야. 밭일 하고 오느라 목말라 죽을 것 같다고-”


처음엔 도원결의 세트로 묶어서 팔았는데, 점점 아이스티의 인기가 높아졌다.


날이 더우면 더울수록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흐흐흐, 이만한 짜릿함이 없을걸.’


[+1]

[+1]

[+1]

[+1]

...

쌓여가는 숫자가 그 인기를 증명했다.


내 입에도 새콤달콤하니 맛있는데, 아이스티를 처음 맛보는 탁현 사람들에겐 어떻겠는가.


나는 마약상이라도 된 기분으로 복숭아 아이스티를 팔았다.


‘흐흐, 먹어라 좀비들아.’


이제는 이웃마을은 물론이고, 하급 관리들까지 소문을 듣고 찾아올 지경이었다.


복숭아 아이스티는 가장 늦게 내놓은 메뉴인데도 단번에 인기몰이를 해, 금세 레벨2를 달았다.


“한참 먼저 시작한 주먹밥이랑은 벌써 같은 레벨이고, 차보다는 훨씬 많이 팔았네.”


나는 매일 밤 시원한 복숭아 아이스티 한 잔을 타서 상태창의 쌓여가는 숫자를 구경했다.


옛날 사람들이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가. 나는 상태창이나 바라보며 소원이 이루어져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구경했다.


매일 밤 사업 구상을 하다 자는 것이 나의 취미가 되었다.


“이참에 질그릇 잔에 담지 말고, 비싼 자기 잔으로 바꾸는거야.”


투명한 유리잔이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 시대엔 조조가 와도 못 구한다.


“자기그릇도 나쁘지 않지. 시원하고, 튼튼하고, 대접받는 느낌도 나고.”


나는 반달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청아한 자기 잔에 복숭아 아이스티를 담고, 반달 모양으로 복숭아를 깎아서 하나 딱, 꽂는거지. 빨대 느낌 낼만한 게 없을까?

아, 그렇지. 복숭아잎이 그대로 붙은 가지를 예쁘게 잘라다 새싹처럼 꽂는거야. 그럼 동네 아낙들이 예쁘다고 좋아 죽을걸.“


돈맛과 아이스티에 취한 밤이 여러 번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드디어 올것이 오고 말았다.


***


“어서오세요-”


콰앙-

“으, 으윽-”


노인장 한 사람이 떠밀려 들어오더니 테이블에 쿵, 머리를 처박았다.


“흐흐, 노인장. 여기가 유제다점이란 말이지?”


노인장을 우악스럽게 짓누르며 한 남자가 말했다.


“그, 그렇습니다.”


무뢰배는 머리에 노란 수건을 쓰고 있었다.


‘황건적이구나.’


내 가게에 황건적이 오고야 말았다.


“어이, 주인장. 외상 되지?”

“...예, 됩니다.”


여기서 비위를 거스르면 노인장이 어찌될지 모른다.


“잘됐군. 그 유명한 복숭아 아이스티 한잔 내 와. 만약 맛이 없으면...”

황건적의 인상이 금세 험악해졌다.


“엉뚱한 집을 맛있다고 추천한 노인장의 혓바닥을 잘라버리겠다-”


꿀꺽.

전에없이 까다로운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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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독우 뒤졌다 +1 24.05.19 159 4 12쪽
12 비오는 날 탁현에서 선지해장국 +2 24.05.18 161 3 11쪽
11 하 태후에게 돼지껍데기를 볶아주었다 +1 24.05.17 18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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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장세평이 선물을 주고 갔다 24.05.14 162 2 9쪽
8 제왕의 음식 24.05.13 175 2 12쪽
7 황건적의 취사병이 되었다2 24.05.12 173 3 11쪽
6 황건적의 취사병이 되었다 24.05.11 19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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