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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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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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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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적의 취사병이 되었다

DUMMY

6화



이곳은 유제 다점.


짤랑 짤랑 짤랑-


막대기로 복숭아 아이스티를 휘젓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유제는 심란했다. 마치 잔 안에서 뱅글뱅글 소용돌이치는 물결처럼, 생각이 어지러웠다.


‘황건적 놈이 맛없다고 하면 어쩌지.’


이건 만족도가 +1이 되고, -1이 되고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노인 하나의 목숨이 달려있다.


탁.

“주문하신 복숭아 아이스티 나왔습니다-”


“오오-.”

황건적은 잔에 꽂힌 장식물들을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훌훌 털어내더니, 아이스티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캬아아-”

[+1]


다행히 성공이었다. 놈의 입맛에도 잘 맞았나 보다.


“주인장 솜씨가 꽤 좋구만 그래. 어디, 다른 것도 맛보자고. 물론 외상으로!”


나는 꼼짝없이 놈에게 메뉴를 하나씩 갖다 바쳐야했다.


황건적은 복숭아 아이스티는 물론이고 주먹밥에 물김치에 김밥, 냉차까지 쭉 들이켠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소, 주인장. 내 특별히 탁현은 건드리지 않지.”


황건적이 배를 통통 두드리며 일어났다.


‘휴, 끝났다.’


황건적이 가게를 나갔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손님들도 식사를 마저 했다.


“엇, 이거 돌려주어야 하나...?”

손님 하나가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황건적이 두고 간, 노란 두건이 있었다.


“아까 식사할 때 풀어놓더니 두고 갔구먼. 어쩐다?”

이유제는 고민에 빠졌다.

이 시대에 노란 두건을 가지고 있자니 한 패로 몰릴 것같고, 함부로 버리자니 봉변을 당할 것 같았다.


“얼른 돌려주고 올게요.”

방금 전에 나갔으니 빨리 쫓아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안 가 나는 그 황건적을 찾았다. 그런데 들려오는 대화는 뜻밖이었다.


“암만 그래도 좀 나는 양심에 찔려요.”

“!”

황건적이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그냥 돈주고 사먹으면 되잖아요.”


‘아버지...?’


“야잇, 크흐흐흐.”

아버지라고 불린 사람이 경박하게 웃었다.


“멍청한 놈. 이렇게 하면 공짜로 준다니까? 으흐흐흐.”


다름 아닌, 황건적에게 붙들려 고초를 겪던 아까 그 노인장이었다.


‘저 영감탱이가...’


바야흐로 군웅할거의 시대였다.


***


나는 곧장 관아로 가서 고발했다.


“요새 그런 사기가 극성을 부리네. 아, 외상으로 준 건 어쨌거나 주인장인 자네 아닌가?”


관리는 귀찮은 티를 팍팍 내며 쫓아내버렸다.


역시 부패한 관리들인가, 나는 별 소득 없이 가게로 돌아왔다.


‘오늘따라 손님은 왜 또 안오는 거야.’


아까 그 사기꾼때문에 사람들이 겁을 먹은것인지 오늘따라 장사도 안 됐다.


한참만에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여기가 바로 유제다점이냐?”


‘어...?’

손님은 노란 두건을 쓰고 있었다. 어쩐지 낯익은 그림.

이유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 곧 이 사내는...

“좋아. 자신있는걸로 내 와라.”


외상으로 먹을 것을 내놓으라 요구하겠지.


‘이그,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이유제는 혀를 쯧쯧 찼다.


심지어 혼자서 온걸 보니 아까보다 멍청한 놈인 것같다. 노인장을 앞세워 협박을 해도 속아줄까 말까인데, 이건 속는 사람이 바보다.


나는 당당하게 훈계했다.

“이봐, 밥벌어먹기 힘들면 정직하게 일하는 게 어때? 그따위 어울리지도 않은 두건 집어치우고.”


“뭐라...? 황천의 이름이 두렵지 않으냐?”


“아, 관에 고발하기 전에 얼른 나가-”


나는 사내의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난...


“나오셨습니까, 두목.”

“...두목?”


한구석에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사내의 부하들과 마주해야 했다.

그들 모두는 노란 두건을 쓰고 있었다.


“지... 진짜 황건적... 아니. 황건활동가 분들이세요?”


하나같이 우락부락한 체격에 근육이 살처럼 붙은 말들. 이들은 진짜 황건이었다.


“두목, 100인분 포장이 벌써 나왔습니까?”


심지어 진짜 손님이기도 했다.


“아니. 아무래도 한턱 내는 건 다음에 해야 할 것 같구나.”

사내가 눈을 번뜩, 빛냈다.


***


짜악-

“얼른 걸어-”

“아얏.”


나는 채찍을 얻어맞으며 걸었다. 급하게 끌려나오느라 신발도 짝짝이였다.


가는 길에 하급 관리들도 몇 번 마주쳤으나 그들은 아예 해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쪽으로 가면 유비의 집앞이었다.


“유 형! 유 형!”

내가 소리높여 불렀다. 이 썩어빠진 세상, 믿을 것은 영웅 뿐이었다.

그러나 유비 대신 어머니가 나오셨다.


“유비 잠깐 나갔다.”

“어디로요?”

“황건적 잡으러 간다던데.”


에이 시벌.


‘이 형은 왜 찾으면 없어?’


유비 어머니의 말이 황건적 놈들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다. 이제 놈들은 양 옆에서 채찍을 때리며 갔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점은, 이 도적놈이 미식가란 점이다. 각지를 돌며 맛있는 음식을 맛봤으니 입맛이 고급일 수밖에 없다.


“유제 다점이 너를 살린 줄 알아라.”


두목놈이 복숭아 아이스티를 쪽 빨며 말했다.


그는 탁현의 명물이라고 소문 난 우리 가게를 일부러 찾아왔단다.

부하들도 지쳐 있고, 딱히 싸울 생각이 없이 밥만 먹고 가려 했다고 한다.


한번 먹어보고 맛있으면 정기적으로 부하들을 데리고 올 생각이었다나.


“그런데 불친절해서 안 되겠어. 너같은 놈은 그냥 밥하는 노예가 딱이다.”


나는 어딘가의 산으로 끌려갔다.


***


나는 황건적의 취사병이 되었다.

‘돌고 돌아 이렇게 되다니...’


일하는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앗, 뜨거.”

갓 지은 밥이 너무나 뜨거워서 나는 제대로 쥘 수조차 없었다.


“야, 똑바로 안해? 요리 처음 해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태평성대 오냐?”

“죄송합니다.”


이건 김상병 보존의 법칙인가.


김상병을 닮은 이놈은 나를 하루종일 갈궈댔다.

‘같은 포로놈 주제에 먼저 들어왔다고 텃세는.’


뜨거운 밥을 만지는 일이라던지, 무거운 쌀을 옮긴다던지 하는 건 전부 내 차지였다.


‘전생에 중국인이었어? 어떻게 생긴것도 똑같지?’

김상병과 얼굴마저 닮았다. 이놈과 같이 일하다보니 힘든 일이 배는 더 힘들게 느껴졌다.


“으으, 손아파.”

하루종일 주먹밥을 뭉치느라 손이 곱등이처럼 굽었다. 이제는 손모양이 그냥 주먹밥 전용 틀 같다. 요리가 꼴도 보기 싫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몇 개나 뭉쳤을까? 한 만 개? 이만 개?

어쩌면 더 될지도 모르겠다.


손을 호호 불어 식히던 그때 김상병이 들어왔다.

“농땡이 까냐?”

“아닙니다.”


“두목께서 찾으신다. 얼른 가 봐.”

“저, 저를요? 왜요?”

“걍 니가 일을 뭐같이 했나보지, 빨리 가라고-”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두목의 막사에 들어갔다.


“그, 그, 그간 안녕하셨사옵니까-”

“오.”


두목이 짧게 아는 체를 했다.


“나 알지? 할 일만 빠릿하게 잘 하면 나도 뭐라고 안해. 풀어줄 땐 풀어주고, 바짝 조일 땐 조이고.”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밑밥을 깔아...?’


나는 알고 있다. 원래 이런 말 하는 놈들이 제일 악질이다.


“그래서 말인데.”

척-

“!”


그가 탁자에 뭔가를 올려놨다.


“너 일하는 거 보니까 괜찮게 하더라. 내 밑으로 들어오련?”

“......!”


그가 내민 것은 노란 두건.


‘안 돼. 유비와 형 동생 하던 내가 황건당이 되다니.’


의리와 감투 사이,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

슥-


내가 부엌으로 돌아오자마자 김상병이 시비를 걸었다.


“편한가 보다? 걸어서 들어오네? 안 뛰어다니냐?”


“김 상병 눈 깔아.”

“뭐...?”


김 상병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이 정신나간 당당함은 뭐란 말인가.

심지어 자기 이름은 김상병도 아니었다.


질끈-

나는 보란 듯이 노란 두건을 꺼내 묶었다. 김상병은 말문이 막혔다.

“그, 그건...! 노란...”


“그래.”


나는 당당하게 노란 두건을 두르고 말했다.

“요리 두건이지.”


나는 내 감투를 그렇게 명명했다.


‘이건 요리 두건이다. 요리사라면 당연히 써야 할 물건일 뿐이다.’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김 상병 눈 깔아.”

“예, 옙-”


나의 태평성대가 찾아왔다.


***


“김상병. 지금 인상 쓰냐?”

“아닙니다-”


“그럼 웃으면서 요리해.”

“옙!”


김상병은 맨손으로 펄펄 김이 나는 주먹밥을 뭉쳤다.

“하. 하. 하.”

“더 크게.”

“하! 하! 하!”

웃으면서.


‘나한테 한 그대로 되돌려주마.’


나에게 황건... 아니, 노란 요리 수건이 있는 한 나는 무적이었다.


두목이 내게 당부한 일은 딱 한 가지였다.

“내 밥은 이유제, 니가 직접 하도록.”


주먹밥을 몇백 개 단위로 뭉치던 나였다. 그깟 일쯤, 문제도 아니었다.


다행히 산은 먹을 것이 풍부했다.


신선한 나물은 늘상 구할 수 있었고, 운이 좋으면 토끼나 사슴의 고기도 먹을 수 있었다.


늘 탁현의 시장에서 재료를 사다 썼는데, 산중에 틀어박혀 요리를 하는것도 꽤 특별한 경험이었다.


오늘은 멧돼지 고기가 들어왔다. 두목에게 바치는 것이니만큼, 제일 맛있는 부위였다.


“오우, 빨간 것좀 봐라. 엄청 신선하네!”


“네, 간만에 잡는 멧돼지라 두목께서도 기뻐하셨습니다.”


“오늘은 장수들을 모두 불러놓고 만찬을 할 것이니,

특별히 맛있게 해서 올리라는뎁쇼.”


특별히 맛있게라... 늘 먹던 메뉴 말고 다른 게 먹고싶단 뜻이겠지.


그때 절대 실패 없는 메뉴 한 가지가 떠올랐다.


“불고기!”


***


요리가 상에 올랐다.


“이건 뭐냐? 고기가 새카맣구나.”

“불고기라고 합니다.”


“불고기?”

처음 듣는 이름에 두목이 눈썹을 추켜올렸다.


“무슨 이름이 그렇단 말이냐.”

“희안하게 생겼군.”

황건의 장수들도 영 탐탁찮은 표정을 지었다.

불고기는 맛은 좋아도 예쁘게 담기는 힘든 요리다.


“으음... 일단 먹어보지.”

두목이 몇 점을 집어먹었다. 처음 보는 요리가 생소한지, 수하들도 모두 집중했다.


탁.

두목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가 손짓해서 수하 한 명을 불렀다.


“크으. 술 땡긴다. 아껴 놓은 술 오늘 따야겠다!”


‘그렇지?’


입가에 씩 미소가 지어졌다.


“멧돼지 고기가 부드럽기도 하구나.”

“네, 멧돼지가 본래 질기니 칼집을 많이 냈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이사이에 양념이 잘 배죠.”


두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씹을 때마다 양념 맛이 배어 나오는 게 참 좋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맛이지. 끝맛이 뭔가... 뭔가...”


간장 맛 같기는 한데, 묘하게 낯선 맛이 섞여 있었다. 두목의 둔감한 언어는 그것을 표현해내지 못했다.


“네, 묵힌 간장에다가 벌꿀을 섞었습니다.”


“벌꿀? 벌꿀이라.”

고기에 단맛을 쓴다니, 생소한 조합에 두목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시 한번 먹어보았다.


혀를 조이는 간장 맛을 벌꿀이 부드럽게 중화시켜 주었다.

자꾸 젓가락이 가게 만드는, 기분좋은 단맛이었다.


단짠의 반복이 물릴 만하면 좋은 술로 입을 한번 헹궈주었다.

은은한 마늘항이 여운을 주는, 딱 좋은 안주였다.


“허허. 멧돼지가 이렇게 맛있다니.”


두목은 한참을 칭찬하며 맛있게 먹었다.


“덕분에 잘 먹었다. 나를 늘 기쁘게 해주는구나.”

“아닙니다, 두목.”


“아니 아니, 겸손할 것 없다.”


두목은 잠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상을 내려주고 싶은데. 혹시 소원이 있느냐?”

“소원... 말입니까?”


반짝,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여기 온 이후로 그리고 또 그리던 소원.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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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잼민이 황제에게 탕후루를 만들어주었다 +3 24.05.22 160 4 11쪽
15 사람의 머리 대신 만두를 빚다 +2 24.05.21 146 5 11쪽
14 독우에게 함박스테이크를 해주었다 +1 24.05.20 150 5 12쪽
13 독우 뒤졌다 +1 24.05.19 156 4 12쪽
12 비오는 날 탁현에서 선지해장국 +2 24.05.18 15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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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도원결의 팝니다 +1 24.05.10 22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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