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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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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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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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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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탁현에서 선지해장국

DUMMY

12화


“씨이...씽...”


나는 결국 하 태후에게 고추를 뺏기고 말았다.


자식처럼 키운 한해 고추농사가 이런식으로 망하다니.


시녀들이 알뜰하게 고추를 싹싹 긁어갔다.


“고맙다. 내 잘 먹으마.”

하 태후는 답례라며 비단 한 필을 내렸다.


‘이따위 비단.’


속이 슬며시 비치는 것으로 보아 여인들의 옷을 짓는 용도가 분명한데,

이걸 내가 어디다 쓴단 말인가?


비단을 북 찢어버리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개비싼 물건이란 것을 온몸의 세포가 알고 있었다.


‘사내는 감정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는 법.’


궁중에서 사용하는 귀한 비단을 바꾸면 가게 몇 채는 그냥 짓는다.

하 태후가 친히 선물한 것을 감안하면 훨씬 더 비싼 값으로 팔릴테니

맘 먹으면 아파트라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스트레스 받을 땐 매운 게 최고인데, 그걸 뺏어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농민 봉기를 일으키기로 했다.


“내 농작물...”


썩어빠진 한나라. 이정도면 장각도 정당방위다.


태평요술서를 펼쳐들었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유황숙을 황제로 세우겠습니다. 부디 제게 천군만마를 주소서.”


“......”


하지만 태평요술서는 응답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백지 뿐.


-나쁜 마음을 먹으면 내용이 싹 지워질걸세.

문득 신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유제는 가슴을 쳤다.


이번엔 좀더 이지한 소원을 빌어보기로 했다.


“그럼 내 고추라도... 자라게 해주세요.”


이번엔 태평요술서가 응답했다.

[다시 심어라.]


뭐야, 이 차가운 대답은?

그러나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농민봉기를 위해 잡았던 곡괭이로 밭을 새로 갈았다.

정성스레 씨를 뿌리고, 눈물로 물을 주었다.


이걸 새로 키우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석 달쯤?

아니, 시기가 다 지나서 씨를 뿌렸는데 자라기나 할까?


그리고 다음 날, 이유제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마당이 온통 붉었다.


붉은고추가 마당 가득히 자라났다.

그것도 단, 하루만에.


“태평요술서...”

이쯤 되면 농사직설 아닌가?


이유제는 태평도에 뼈를 묻겠노라 다짐했다.


한편 보상이 있으면 퀘스트가 있는 법.


이유제는 뒤늦게 퀘스트를 확인했다.

어제는 눈이 뒤집혀 미처 보지 못했다.


[퀘스트: 유현덕의 부탁을 들어주어라.]


이 막연한 퀘스트는 뭐지?


“별거... 아니겠지?”

설마 유비가 촉한이라도 얻어오라고 부탁하겠는가.


***

유제 다점이 전에 없이 붐볐다.


한 나라의 황후가,

그것도 후대까지 이름이 전해지는 하 태후가 다녀간 집인데 어찌 소문이 안날 수 있을까?


SNS가 없어도 핫플을 알아서 찾아다니는 것을 보니 어느정돈 사람들의 본능인 것같다.


“하태후 세트 하나요-”

손님들이 너나 할것없이 돼지 껍데기와 주먹밥, 쿨피쓰를 시켰다.


무엄하게도 그 이름은 하 태후 세트.


발음만 같을 뿐, 다른 의미라고 이유제는 박박 우겼다.


다행히 아저씨들은 이런 쪽으로 머리가 비상했다.

올때마다 새로운 삼행시를 지어주었다.


“오늘은 안 씨가 해보게.”

“그럴까? 운 띄워봐.”



“하!”

“하하하 웃으며!”


“태!”

“태양이 뜰때까지!”


“후!”

“후덕하게 베풀며 살자!”


“이야, 좋구먼-”

“명문이야, 명문!”


“여기, 하하하 웃으며 태양이 뜰때까지 후덕하게 베푸는 음식 하나 주시오!”


아저씨들의 주문 방식이었다.


유제다점의 메뉴는 어느 순간 인근에서 슬쩍 슬쩍 따라하곤 했는데,

하태후 세트는 심지어 흉내낼 수도 없는 메뉴였다.


고을에서 고추를 키우는 집은 혼자뿐이기 때문이다.


“복숭아 아이스티 이후로 이런 대박은 처음이다.”

매일 밤 이유제는 숫자가 쌓여가는 상태창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

황건당이 토벌되었다.

장각이 병으로 죽었고, 남은 잔당들도 하나 둘 제압당했다.


유비 관우 장비는 다시 탁현으로 돌아왔다.


“일단 집에 왔어. 관우는 서당 좀 가봐야 하고, 장비도 고기상 하던 게 있으니까.”

“아...”


유비 형이 말은 이렇게 하긴 했지만, 사실 속사정을 알고 있다.


삼형제는 의군 500명을 데리고 큰 공을 세웠음에도 벼슬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게 다 썩어빠진 정치 때문이다.


그래도 당장에 의군들을 먹여살려야 하니, 어쩔수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당도, 고기상도 다시 하려는 거겠지.


“잠시 쉬다가 다시 수도 낙양으로 갈 예정이네. 언제까지 유협으로 살 수는 없으니.”


“예, 그러세요 형. 다시 돗자리 하실 거에요?”

“아니, 난 너네 집에서 일하잖아.”


“예?”


처음 듣는 얘기긴 하지만, 손님이 점점 늘어나는 판에 일손이 부족했으므로 그냥 두기로 했다.


***


장비는 부자가 됐다.

고기상이 잘 됐기 때문이다.


장비네 집 뿐만아니라, 탁현의 고기상 모두가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한 가지 이유는 돼지껍데기였다.

이전 같으면 돈받고 팔지 못했던 부위를 사람들이 자꾸 찾으니, 돈이 많이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여기 소 피 있소?”

사람들이 가축의 피를 자꾸만 찾았다.


“소나 양, 개의 피를 뿌리면 나쁜 요술을 퇴치할 수 있다고 하지.”

오래된 미신이다.

황건적을 물리치긴 했지만, 백성들의 두려움은 여전했다.

가축의 피를 곳곳에 뿌리며 불안을 달래려 하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 있었다.

집집마다 골목길에 가축 피를 뿌려대니 보기 안좋을뿐더러, 냄새도 났다.


“그래서 고기 파는 나야 좋기는 한데, 영 냄새도 나고...좀 그렇구만.”


고기상들은 호황이었지만, 길 다니는 사람들은 고통이었다.


관우는 서당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쳤다.


“지금처럼 하면 길에 냄새가 난단다.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께 하지 말라고 꼭 말씀드리세요.”


그러나 말 한두 마디로 오랜 풍속이 사라질까.


“우리 할머니가 풍속을 가벼이 여기면 벌 받는댔는데!”

“맞아!”


간만에 열었던 관우의 서당이 결국 학부모의 항의로 닫았다.


불황을 맞은 것은 서당 뿐만이 아니었다.

탁현의 골목마다 장사가 조금씩 어려워졌다.


곳곳에 악취가 나는데 무슨 입맛이 돌고, 나들이를 나가고 싶겠는가?


“하아. 요즘들어 손님이 없네요.”


유제다점도 고민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제일 핫했던 돼지 껍데기나 차 정도만 팔리고, 매출이 많이 줄었다.

알바생도 한 명 고용한 와중에 매출이 떨어지니 치명타였다.


상황은 점점 나빠져 마침내 고기상까지 타격을 입었다.


“이거, 사람들이 피만 찾아대는데 팔 수도 없고 안팔 수도 없고...”


장비가 고충을 토로했다.


“......”

그때 이유제에게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장비 형! 저, 피 다 주세요!”

“뭐?”


장비는 황당하다는 얼굴을 했다.


“아니 왜자꾸 나한테 형이라고 하오?”

맞다, 내가 형이었지.


“그건 둘째 치고 피는 어디다 쓰시게?”

장비가 물었다.


지금껏 자신이 토로한 고민을 못 들었단 말인가?

피만 팔리고 고기는 안 팔리는 데다, 고기상이 애꿎게 온갖 원망을 다 듣고 있어서 속이 아픈데.


“걱정 마세요.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이유제가 장담하듯 말했다.


***


솨아아-

탁현에 간만에 비가 내렸다.


골목 구석구석 물청소를 한것처럼 씻겨내려갔고,

한바탕 시원하게 비를 맞은 식물들이 기지개를 켰다.


“비를 내려주소서-”

유비는 밤샘 기도를 했다. 간만의 비가 퍽 반가웠던 것이다.

그런데 물을 떠다 놓고 두 손을 모은 모습이 꼭...


형, 지금 황건적 같아요.

차마 입밖으로 꺼낼수 없어 속으로 삼켰다.


놀랍게도 유비의 정성 때문일까? 비는 끊이지 않고 시원하게 퍼부었다.


이제야 초여름다운 초목이 우거지고 은은한 꽃내가 풍기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내 고향 같구나. 참으로 잘 되었어.”

유비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비가 반가운 것은 이유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 음식을 준비하는 타이밍에 비가 오다니,

이거야말로 하늘이 도운 게 틀림 없었다.


***

여기는 유제다점.


솨아아-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 손님들이 들어왔다.


“으으, 차다 차.”


문을 열고 들어오자 따스한 수증기가 몸에 착, 달라붙었다.


“오,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부엌에서 풍기는 푹 끓인 냄새에 사람들은 그제야 허기를 느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따끈따끈하게 한 그릇 드릴까요?”

“좋지. 그런데 무슨 음식인가?”


이유제가 미소지었다.

비가 내리고 으슬으슬 몸이 떨릴 때 딱 좋은 음식. 이건 바로...


“선지 해장국입니다.”


“음?”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손님들이 갸웃 했다.

음식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더 요상했다.

국은 국인데 거뭇거뭇한 덩어리가 들지 않았는가.


“이건 또 뭔가? 고기는 아닌 것 같은데...”

손님이 숟가락으로 선지를 툭 건드려보며 말했다.


반응을 보니 아직 선지를 모르는 것 같군.


선지는 소 피를 굳혀 묵처럼 만든 음식이다. 춘추 전국시대부터 먹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방금 손님의 반응을 보아하니, 적어도 탁현에서는 아직인가 보다.


좋겠다, 이사람들은. 인생에서 선지해장국 첫경험이라니.


“일단 드셔보시지요.”

“그래.”


구수한 냄새를 못 이긴 손님들이 더 묻지 않고 해장국을 먹었다.


탁.

“그아아아아-.”

절로 나오는 소리. 성공이란 뜻이다.


“아유, 거 참 좋다.”

따끈하고 칼칼한 국물이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몸을 데워주었다.


비를 맞으며 쪼그라들었던 몸이 탁 긴장을 풀어놓았다.


성가시기만 했던 비오는 날씨가 더더욱 운치를 더했다.

빗물이 찬이요, 빗소리가 벗이었다.


이유제는 이때다 싶어 종지그릇을 내밀었다.

“이것을 더해 드시지요.”


마늘과 소금, 고춧가루 팍팍 친 다대기.

빼놓으면 섭섭한 친구들이다.


손님들이 자기 입맛에 맞추어 양념을 더했다.


어떻게 양념을 치느냐에 따라 한 그릇마다 새로운 요리가 된다.

‘이게 바로 해장국의 매력이지.’


손님이 선지를 맛보았다.

“오, 새카맣게 생긴 게 참 구수하구먼.”


국물을 빨아먹은 밥알 사이사이로 선지가 침투한다.


묵처럼 물렁하다가도 툭툭 잘게 부서지는 식감.

고기와는 또 다른, 선지의 매력이다.


“잇몸으로도 먹을 수 있을 것처럼 부드럽군.”


모래처럼 까끌한가 싶어서 혀로 더듬다보면 금세 덩어리가 사라진다.

입 안에 가득 넣었던 선지는 어느새 없고 진한 구수함만 남는다.


국물 한 번, 선지 한 번 번갈아 떠넣다 보면 어느새 한그릇 뚝딱이다.


“어후, 잘 먹었다.”

뱃속이 든든하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법.


손님이 개운하게 땀을 닦으며 물었다.

“그래서 주인장, 이 새카만 게 대체 뭔가?”


“그건 말입니다...”

이유제가 웃으며 말해주었다.


“뭐, 뭐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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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8 HMK04
    작성일
    24.05.19 09:27
    No. 1

    ???: 흠....소금 비싼건데....주인장이 줬으니 안쓸수도 없고....주인장이 부잣집 아들인가....? 아무튼 인심이 매우 좋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laidan17
    작성일
    24.06.15 13:35
    No. 2

    하태후세트라니 불경하군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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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잼민이 황제에게 탕후루를 만들어주었다 +3 24.05.22 162 4 11쪽
15 사람의 머리 대신 만두를 빚다 +2 24.05.21 149 5 11쪽
14 독우에게 함박스테이크를 해주었다 +1 24.05.20 153 5 12쪽
13 독우 뒤졌다 +1 24.05.19 158 4 12쪽
» 비오는 날 탁현에서 선지해장국 +2 24.05.18 160 3 11쪽
11 하 태후에게 돼지껍데기를 볶아주었다 +1 24.05.17 17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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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왕의 음식 24.05.13 17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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