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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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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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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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 대신 만두를 빚다

DUMMY

15화



소쌍이 갇힌 감옥.


사아악- 사아악-

이유제는 소쌍의 바로 옆에서 칼을 갈았다.


“살려주십시오.”

사아악-


“살려주십시오. 매실 다 드리겠습니다.”

사아악-


“그냥 매실 숲을 드리겠습니다.”

사아악-


“아 형!!”

사아악-

이게 언제 봤다고 형이래.


“필요 없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대의 머리요.”


나는 겁을 잔뜩 준 뒤 집으로 돌아갔다.

소쌍이 내게 한 가지 깨달음을 준 게 있다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부탁해야 들어주는 놈들도 있다는 것.

소쌍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집앞에는 장세평이 와 있었다.


“아, 장 대인!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저어... 일단 이것을 먼저 받으시오.”


한 수레 가득 실어온 벌꿀 단지들.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장세평은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본론을 드러냈다.


“소쌍을 살려주시오. 그이는 나이는 젊지만 내 벗이외다.”


“후하하하!”


꿀물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이유제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대인께서는 정말로 제가 소쌍을 죽이는 줄 아셨습니까?”


그래, 이 사이코패스야. 탁현에 소문이 쫙 깔렸어.


“주인장이 소쌍의 머리를 베어다 찬을 삼겠소, 국을 끓이겠소?

이만 놓아주구려. 그이는 재물이 많으니 원하시는 거라면 뭐든 이루어줄거요.”


“후후. 장 대인. 제가 원하는 것은 재물보다도 다른 데 있습니다. 사실은...”


이유제는 자신이 생각하던 것을 귓속말로 전했다.

사실은 자신도 소쌍을 죽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가게 이미지가 있지.’


“뭐, 뭐라고? 그런 생각이셨다니. 짐작도 못 했구려.”


“후후.”


장세평은 퍽 안심한 얼굴로 길을 나섰다. 이유제가 한 가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소쌍이란 이는 대체 왜 함부로 남을 모함한답니까?”

“그게... 본래 성품이 호방하고 대인을 사귀는 것을 좋아하오.”


“에?”


“그게... 아니오.”

장세평이 할 말을 속으로 삼켰다.


소쌍이 대협을 사귀는 데 너무 익숙해져선, 그만 소협을 못 알아보고 말았소.

하고는 말할 수 없었으니.


장사치의 세계는 퍽 비뚤어져 있었다.


‘여튼 다행이군. 주인장의 심성이 너그러워서.’


밀가루.

이유제가 요구한 것은 딱 한 가지. 밀가루였다.


***

3대 영양소 탄, 단, 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3대 영양소가 무어냐 묻는다면?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알코올, 카페인, 그리고 밀가루.

이유제는 이렇게 세 개를 꼽았다.


이 좋은 탁현에 온 뒤로도 뼛속까지 현대 문명을 숭상하고 있는 자신이 개탄스러웠으나,

입맛이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알코올은 문제가 없었다.

이 세계의 술맛은 특별히 더 각별했다.

한국에서의 음주란 힘든 한 세상 지탱하며 같이 걷는, 세 번째 다리였다.

하지만 탁현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낭만을 마시는 일이었다.


카페인도 아쉽긴 하지만 문제가 없었다. 차를 마시면 되므로.

찻잎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커피에 대한 갈증이 있긴 하지만 괜찮았다.

현대인이었을 적 혈관에 커피를 꽂아넣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을 뿐이지,

커피맛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밀가루.


‘밀가루 없이 어떻게 살아.’

탁현에서 구할 수 있는 밀가루는 질이 나빴다.

가루의 상태가 일정하지 않고, 굵은 입자가 종종 섞여 있었다.


손으로 빻아서 쓸 수야 있겠지만, 날려서 없어지는 게 더 많았다.


그래서 밀가루는 일찌감치 포기 상태였다.


밀가루를 먹지 않으니 피부가 반들해지고, 아침에 몸이 가뿐했다.

몸이 밀가루를 부르짖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소쌍은 거상이 아닌가.

그렇담 질 좋은 밀가루를 구해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밀가루는 이유제에게 제2의 쌀이었으니, 포기할 수 없었다.


소쌍은 역시 비범한 인물이었다.

“밀을 곱게 가루낸 것? 우리 상단의 창고에 들어있긴 합니다만,

찾는 이가 없어서 묵혀만 두고 있었습니다.”

소쌍의 말대로 가보니 과연 문표 밀가루 같은, 고운 밀가루가 쌓여 있었다.


여기가 천국이다.

이유제는 관청으로 달려가 소쌍을 풀어달라 읍했다.


“엥? 안돼.”

“네? 소쌍을 제게 준다지 않으셨습니까.”


“안돼. 이런 재해가 들어서면 사람들이 원망할 대상이 필요하거든.

마침 소쌍이 딱이지 뭐. 재물을 너무 많이 쌓아놔서 하늘이 노했다고 하면 되잖아?”


현령이 코를 파면서 말했다.


무슨 이런...

어이가 없었다. 벼슬아치들은 죄다 이런단 말인가?


나는 개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소쌍에게 이 일을 알려주었다.


“그... 그렇게 됐어.”

“아니, 형-!!!!!”


“그래도 걱정 마. 내게 방법이 있거든.”


소쌍이 미심쩍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유제는 자신 있었다.


만두.

소쌍의 머리 대신 만두를 바칠 것이다.


***


삼국지에는 만두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가는데, 물살이 거세어 강을 건널 수 없었다.

하늘이 노했으니, 사람 머리 49개를 강물에 던져야 한다나.


그 말을 들은 제갈량은 이미 전쟁으로 사람이 많이 죽였는데 또 죽게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대신 한 가지 꾀를 내었다.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머리를 빚어 강물에 넣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만두의 원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소설 삼국지 속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렇대, 소쌍아.”

“아니 그게 위로에요?”


실망한 소쌍은 부쩍 어투가 거칠어졌다.


“그러니까 우리 한 번 해보자고.”


나는 소쌍에게 마지막으로 밥이나 한 번 먹이겠다며, 그를 데리고 다점으로 돌아왔다.

다점 앞에는 옥지기들이 지키고 서서 우리를 감시했다.


“만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야. 우리 둘이 같이 만들어야 해.”


두부, 고기, 부추, 대파, 마늘 등 온갖 재료를 손질해서 고기소를 만든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손이 가는데, 만두피는 또 어떤가.

정성으로 발효시켜 모양도 예쁘게 뚝뚝 떼내야 한다.


“......그냥 내일 장사 준비시키는 거 아니죠?”


소쌍은 예민했다.

나는 그런 그를 달래어 겨우겨우 만두를 빚었다.


그리고 다음 날.

볕이 잘 드는 버드나무 아래 만두 한 상을 차려놓고 현령을 초대했다.


맛있는 음식을 바친다 하니 현령은 거부하지 않았다.

최고의 핫플인 유제다점의 음식이 아니던가.


하얀 만두피 위에 버드나무 그림자가 아른대는 것이 운치가 좋았다.


“처음 보는 음식이구나. 새하얀 것이 기묘하다.”

“드셔보시지요.”


현령이 만두 한 개를 덜어 속을 갈랐다.


몇 번의 섬세한 젓가락질로 만두피가 찢어졌다.

만두가 터지며 그 안에 품었던 열기를 푹 뿜어냈다.

“오오, 이 냄새는...”


고기와 야채, 향신료. 탁군의 밭에서 자라난 온갖 재료들이 어우러져 증기로 내뿜어졌다.


“호오. 육향도, 채향도 아닌 것이 요상하도다.”


현령은 만두피를 껍데기로 생각했는지 훌훌 벗겨내려 했다.


“으악, 안돼-”

이유제는 저도 모르게 악을 질렀다.


만두는 자고로 밀가루 맛과 야채 맛이 어우러져야 하는 법.

강한 맛으로 점철된 고기소를 만두피가 포근하게 감싸줘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벗겨내지 말고 한 번에 드십시오.”


그 말을 들은 현령이 만두를 한 입에 먹었다.

“홋뜨거.”


그의 입에서 김이 폭 뿜어져나왔다.


“야이시 뜨겁쟈아”

현령이 눈으로 욕을 했다.


소쌍이 삶에대한 미련을 내려놓는 소리가 바로옆에서 들렸다.


그때 내민 필살기.

“저희 다점에서 직접 빚은 술입니다-”

청주를 가득 따라주었다.


현령이 뜨거운 입안에 청주를 머금었다.

퍼어, 하고 작은 소리가 비져나왔다.


입 안의 불을 끄는 것에는 찬 술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야, 이거 이렇게 뜨겁게 만들면...”

현령이 말을 하다 말고 만두를 집어먹었다.


“하싯뜨거-”

다시 청주.


만두, 청주. 만두, 청주.


뜨겁게 터지는 만두와 차게 식히는 청주는 자꾸자꾸 들어가게 하는 마법이었다.


현령이 만두를 다 먹었다. 접시 위에는 팡 터진 육즙이 돌았다.

그것마저 싹싹 먹고 싶었지만 차마 현령의 체면으로 그럴 수는 없었다.


현령은 괜히 멋쩍은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맛은 괜찮았다.”

“감사합니다.”


“이런 잔꾀로 백성들을 달랠 수는 없는 법. 소쌍은 재물을 쌓아놓기로 유명한 자가 아니더냐.”


설마설마 했는데.

풍해니, 민심이니 하는 것은 핑계고 소쌍의 재물이 탐이 나서 저러는 거였다.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떨까요?”


이유제가 마을 공터로 현령을 데려갔다.


만두 찜기처럼 둥글게 모여앉은 사람들.

그들은 함박웃음 같은 만두를 나눠먹고 있었다.


“이게 전부 소쌍 덕분이야.”

“곳간을 풀어서 음식을 만들어주었다지.”

“이걸 빚은 건 유제다점 솜씨라지?”


만두 안에는 풍해를 입은 작물들이 알뜰히 다져넣어졌다.

밭에 마구 쓰러져있던 풀들은 이제 만두의 재료로 훌륭히 탈바꿈했다.

풍해로 울상을 짓던 농민들을 위로해주는, 작은 잔치였다.


“흠... 그래. 이정도면 인정할만 하구나.”


모두가 소쌍과 이유제를 칭찬하는 가운데, 어떻게 소쌍의 목을 벨 수 있을까.

대신 현령은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이유제와 소쌍은 내가 명하면 언제든지 만두를 만들어 내게 바치도록 해라.

그것으로 소쌍의 죄를 사하노라.”


누구 맘대로?

이건 뇌물을 안받는 대신 만두로 그 값을 메우라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명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쩐 일인지 현령은 곧 파면당했다.


“형, 사실 내가 편지를 보내 현령을 고발했어.”

“......너두?”


현령을 고발하는 두 장의 편지가 태수에게 도착한 것이다.


다행히 유제다점은 장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만두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했다.


고운 만두피가 입안을 감싸고, 고기소의 감칠맛이 혀를 적신다.

입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면 세상을 한입 베어문것처럼 속이 든든하다.


사람들은 갓 찐 만두를 찾아 유제다점으로 갔다.


***


이제 슬슬 여름 메뉴를 준비해 볼까.


이유제는 요즘 시즌메뉴를 내놓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시원한 콩국수를 할까, 머리 띵한 아이스바를 만들까...

냉장고도 없는 세계에서 이런 고민을 할수 있는 것은 바로 태평요술서 덕분이었다.


‘착하게 사니까 복이 오는구나.’

뭐, 이유제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움직이는 남자였으니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태평요술서여, 힘을 보여주세요!”

쨘.

하고 펼쳤다. 그런데 태평요술서의 응답은...


“뭐?”


퀘스트는 푸드 트럭을 끌고 낙양 한구석에 있는 풀숲으로 가라는 것.

그래서 마지막 손님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주라고.


이상하게 구체적이다.


[보상: 냉각 기술]

“......”


뭐, 어려운 퀘스트도 아니니까.


이 시대에 냉장고를 얻을 수 있다는데 무엇이 망설여질까.

이유제는 당장 길을 떠났다.

정확히 길을 알지 못했으나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찾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그 곳에는...


“으앙, 나 배고파-”

“조금만 참으십시오 폐하.”


황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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