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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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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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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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에게 닭갈비를 볶아주었다

DUMMY

20화


부엌으로 향하려는 그때.


“날이 덥지 않은가 맹덕? 겉옷을 좀 벗어놓게.”

“아, 그럴까.”


조조가 겉옷을 벗었다. 나는 그의 품안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그런 것은 왜 들고다니는가?”

원소도 놀라 소리쳤다.


조조의 허리춤을 빙 둘러 들어찬 것은...

오색 깔별로 칠한 몽둥이였다.


말이 몽둥이지, 팔뚝만한 게 저걸로 맞으면 골로 갈 것 같다.


‘큰일날 사람이네, 이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조조가 말했다.


“아, 오해는 말게. 술 마실 때면 들고 다니는 물건이네.”

사람 패는 취미가 있나?


“내가 북부도위로 있을 적에, 누가 술 먹고 늦게 들어가길래 이걸로 때려주었거든.”

조조가 웃으며 말했다.


“혹여 내가 통금을 어기는 일이 있을까 봐 이걸 들고 다니네.”


원소가 말했다.

“오. 솔선수범하구먼. 몽둥이를 휘두른 자의 책임이란 거군.

남을 벌해놓고 내 죄에 관대해선 안 되니까.”


“아니.”

번쩍. 조조의 눈이 빛났다.


“통금으로 누가 붙잡으면 그 사람을 때려주려고.

지켜보는 사람만 없어지면 잘못이 아니게 되지 않나?”


순간 말문이 막혔다.


술 먹고 싸움날까 봐 두려워 미리 칼을 품고 다니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원소는 그걸 듣고 뭐가 웃긴지 마구 웃어댔다.

“맹덕, 너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구나!”


“나는 통금을 저버릴지언정, 통금은 나를 저버릴 수 없다.”

이거 이럴 때 쓰는 말이니?


조조는 시종일관 웃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웃으면서 할 얘기가 아니다.


조조가 북부도위로 있을 적이다.


성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누군가 통금을 어기고 들어오려는 게 아닌가.

조조는 봐주지 않고 규정대로 매질을 가했다.

“이놈, 내가 두렵지 않으냐!”

그 자는 다름아닌, 건석의 숙부였다.

당시에 그렇게 날고 기던 십상시의 친척이었단 말이다.


조조는 아랑곳않고 매질을 했고, 끝내 건석의 숙부는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때 쓴 아이템이 바로...

‘저 오색 몽둥이잖아.’


대단하고도 무서운 사람이다.


“여튼 오늘은 걱정따윈 집어치우고 술이나 마시고 싶네.

통금도, 한나라도 생각 안날 정도로.

숙수, 내게 꼭 맞는 음식을 내주겠나?”


그 대단하고도 무서운 사람이 나한테 말한다.


‘유비 형,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거에요?’

마음속으로 주군을 부르짖었다.


고민하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조조의 성품을 확인하고 나니 어쩐지 요리하기가 무서웠다.


그때 찬모 아주머니가 가마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정도 크기면 되겠죠?”

“음...”


원래 준비하던 메뉴는 해신탕.

각종 해물과 육고기를 푸짐하게 넣고 끓여 내놓으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

“해신탕은 하지 않겠습니다.”

“예?”


조조가 직접 내게 음식을 청했다.

미리 준비한 음식을 내오란 뜻으론 들리지 않았다.


나는 찬모가 가리킨 가마솥 중에서 뚜껑만 집어들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예? 모양 빠지게 올렸다가 주인님께서 노하시면 어쩝니까?”

“아뇨. 그건 걱정 마세요.”


생각이 있다.


원소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내놔도 변덕을 부리기 일쑤고,

조조는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다고 해서 감명받지는 않을 터.


두 사람 모두에게 딱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어느덧 노을이 뒷걸음질로 물러나고 저녁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오랜 친구와 술한잔 걸치기 딱 좋은 날씨다.


술이 몇 배 돌자 원소와 조조의 대화도 무르익었다.


“동탁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네.”

조조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새 황제를 내세우고 나니, 제가 황제인 줄 아는거지.

변변한 재주 하나 갖지 못한 자가.”


“근데 걔 돈은 많이 모았대.”


“......”

조조는 심란한 얼굴로 술잔을 들었다.


“이제 이 황실엔 기대가 없다네. 다 그만두고 내려갈까도 생각중이야.”


황건의 난부터 십상시의 난, 이제는 동탁의 횡포까지.

한나라에 희망이 있기는 한 걸까?


“야, 그런소리 마. 일 다닐때나 일 그만둘 생각 드는거지 안힘든 일이 어딨냐?”


조조는 더 이상 대화하길 그만두었다.


원소는 어떻게든 제 말에 반박하고 싶을 뿐, 아무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녕 이 나라는 답이 없단 말인가.


원소와 더 이상 쓸데없는 얘길 하기도 지치는 그때.


“여기, 음식이 나왔습니다.”

이유제가 뭔가를 들고 왔다. 반가운 타이밍이었다.


“화로와 솥뚜껑이 아닌가? 어서 명가에 어울리도록 제대로 담아오지 못하겠느냐!”

원소가 꾸중했다.


“아니, 그냥 두게. 이 숙수가 뭘 하는지 보고싶네.”

조조는 더 이상 원소와 단둘이 있기는 싫었다.


“그래도...”

원소가 뭐라 하려 했지만


치이이-

훅, 양념 냄새가 퍼지는 순간 뭐라 더 말하지 못했다.


코에 훅 풍겨오는 강력한 유혹.

‘닭갈비는 냄새부터 시작이지.’


어느새 원소와 조조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어를 낚았구나.’

닭갈비 냄새가 찔러들어올 때면 낚싯바늘에 꿰인 고기가 된 듯 익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야채부터 드시면 됩니다.”

널찍한 철판 위에 고기며, 야채를 한가득 담아놓고 마음 내키는대로 집어먹으면 된다.

푸짐하게 먹는 것이 닭갈비의 매력.


마음대로 메뉴를 갈아치우는 원소에게는 딱이다.


“그래도 닭고기가 뭐란 말이냐? 내가 매일 먹는 소고기라도 좀 내어오지.”


원소는 ‘매일 먹는’ 이란 말을 묘하게 강조했다.


소나 돼지보다 흔하게 구하는 것이 닭. 평가절하되는 것도 닭이다.


하지만 먹어보면 알 것이다.

매콤달콤한 양념에는 닭고기만큼 어울리는 것이 없다.

“고기도 다 익었으니 드셔보십시오.”


“...맛은 있구나.”

그렇지?


‘닭갈비만큼은 닭고기를 써야지.’

번들번들 기름진 닭껍질부터, 뻑뻑한 닭가슴살까지.

부위마다 다른 고기같은 것이 닭고기의 매력이다.


촉촉한 배추가 닭가슴살을 적신다. 퍽퍽한 토란이 닭껍질의 기름을 빨아먹는다.


고기와 야채의 궁합을 찾아 먹는것도 닭갈비만의 매력이다.

빨간 양념이 어떤 맛이든 한데묶어 버무려줄 것이니.


짠가 싶으면 달고, 단가 싶으면 마늘이 톡 치는 양념은

술과 먹으면 술안주요, 밥과 먹으면 밥반찬이다.


슬쩍 조조의 눈치를 보았다.

원래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 알수 없는 반응이다.


그때 원소가 물었다.

“...그런데 왜 안 가고 서 있는가?”

“예?”


들켰나.

내가 닭갈비를 선택한 이유 하나는 바로...

‘나도 얘기좀 듣고 싶단 말이야.’


닭갈비는 한 사람이 붙어서서 계속 뒤집어주어야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여기 섞여서 이야길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시스템창이 등장한 이후로 삼국지의 사건들이 빨라지는 바람에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면 원소와 조조의 입을 통해 듣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런각 재야 된단 말이야.’


나는 음식 핑계를 대고는 계속 요리하는 척했다.


다행히 오만한 원소는 나를 NPC쯤으로 여겼는지, 하던 이야길 계속했다.


“동탁 놈이 진짜 문제는 문제야.

근본도 없는 주제에 아주 지가 상전인 줄 안다니까.”


조조는 별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원소는 닭갈비를 안주 삼아 제 흥에 취해 떠들었다.

동탁 욕 한 번에 술 한잔, 동탁 욕 한 번에 닭갈비 한 점을 먹다 보니 어느새 자기 혼자 취했다.


“크으... 술을 더 가져오너라 술을...”

원소가 결국 탁자에 뻗었다.


“오늘 식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손님 불러놓고 자기 혼자 뻗은 걸 보니 내가 민망해서 먼저 조조에게 물었다.


“그래. 아주 맛있더군.”


“많이 드시지 않기에 입에 안 맞으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아니. 그대의 요리는 아주 훌륭했네. 이쯤 됐으니 말해주게.

내게 닭갈비를 올린 이유가 뭔가?”


“예?”


“혹 내게 하고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조조의 눈빛이 번뜩 빛났다.


잠깐. 표정이 좀 심상찮은데.

머릿속 삼국지 사전이 휙휙 넘어간다.


아까는 음식 만들 생각을 하느라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닭갈비와 조조.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지 않은가.


위기를 느낀 나는 자리를 뜨려 했다.

“볶음밥 드실거죠?”

이럴 땐 볶음밥만큼 좋은 핑계가 없다.


그러나 조조는 내 소매를 탁, 붙잡았다.


“계륵. 계륵이라.”

오싹.

일단 말해두는데... 저 말 하고 사람 죽인 적이 있다, 조조는.


“닭의 갈비는 먹기엔 힘들고 버리기엔 아깝다.

지금 한나라를 빗댄거지, 너는?”


“예?”


“너는 숙수치고 아주 영민하다. 너 같은 자가 왜 원소 아래에 있는거지?”


“아니 그게...”

말문이 막혔다. 그럼 너는 왜 동탁 밑에 있는데?


우리는 밸런스게임에서 각각 다른 쪽을 선택했을 뿐이다.


“답해라. 원소의 속셈이 뭐냐? 왜 너를 내 앞에 세운거냐?”


맛있는 음식으로 기 죽이려고요...

진짜다. 조조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원소의 생각은 하찮단 말이다.


하지만 조조는 꼭 대답을 들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의 눈이 이리처럼 빛났다.


***


다음 날.


원소는 뒤늦게 방에서 눈을 떴다.


“숙수! 머리가 깨질 것같구나. 숙취에 좋은 것좀 내어다오.”


그러나 되돌아오는 답은...

“유제 숙수께선 떠나셨습니다.”

“뭐라고?”

“그게, 조조님과 함께 아침일찍 떠나셨습니다만...”


누구 맘대로 떠난단 말인가. 하지만 내밀어진 한 장의 종이를 보고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짤막한 내용이 담긴 문서였다.

-이유제를 조조의 숙수로 임명한다.-


그 아래 찍어진, 원소 자신의 지장.

심지어 그 냄새는...


킁킁.

닭갈비 양념?

자신의 손가락에서도 똑같은 냄새가 났다.

가짜 문서에 지장을 찍다니, 어제 얼마나 취했던 것인가.


“조조, 네 이놈! 감히 내 숙수를!”

원소는 분에 차서 소리만 질렀다.


어젯 밤.

조조는 이유제를 몰아붙였다. 왜 원소의 밑에서 일하고 있냐면서.


아니 후추도 있고 설탕도 있으니까 일하는거지...

이유제는 요리에 미친 자였다.

그저 있는대로 솔직하게 답하는 게 나을 것같았다. 무엇으로 책잡힐지 모르니.


“명가의 부엌에는 없는 것이 없으니까요. 큰 물에 큰 고기가 드는 법입니다.”


“흐음. 과연.”

통했다?!


어떤 면을 보고 만족한 걸까? 조조는 그대로 스카웃 제의를 했다.


“나와 함께 가겠느냐?”


또 다른 밸런스 게임인가...


하지만 나도 원소네 집 일해주기가 좀 빡센 참이었다.

그만 둘까, 생각하던 중 좋은 구실이 생겼다.


그리고 일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깨달았다.


조조는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었다.


작가의말

늦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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