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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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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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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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왜 착하고 난리

DUMMY

21화


조조는 착했다.


조조의 집에온지 며칠이 지났는데, 한 번도 원소처럼 반찬투정을 하는 일이 없었다.


매 끼를 회전초밥처럼 차려내야 했던 원소의 집과는 달리

조조는 주는대로 다 잘 먹었다.


그간 너무 고생을 한 걸까? 이렇게 쉬운 업무 난이도는 처음이었다.


내가 조조의 집에서 일한지 며칠이 지난 때였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맹덕!”

원소가 조조의 집에 찾아왔다.


“이제 유제 숙수가 없으면 나는 밥을 못 먹네.

남의 집 시종을 막 데려가는 게 어디있나?”


밥을 못 먹는다는 게 정말인지, 원소는 좀 핼쓱해보였다.


“자네가 데려가도 좋다고 했네, 본초. 정말 기억나지 않는가?”

치밀한 조조는 계약서의 필사본까지 만들어 두었다.


“명문인 원가의 남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은 무얼 믿어야 하는가?”

“이익...!”


원소는 말문이 막혔는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대신 그는 준비해온 선물을 꺼내들었다.


“자, 여기! 다달이 이만큼을 주겠다, 숙수. 나와 함께 가자!”


이건...

상자에 담긴 온갖 진귀한 물건들. 금으로 만든 주걱과, 비단 앞치마까지.

솔직히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와, 저런 거로 요리 하면 무슨 맛일까?’

뭘 만들어도 금칠한 맛이 될 터다.


“자네는 사람을 돈으로 사려 하는가?”

조조가 끼어들었다.


“돈으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물건이지, 사람이 아닐세.

금으로 얻어지는 마음이야말로 도금한 가짜와 다를 것 없네.”


형...

이유제가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받아요...?’

받을 생각이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안 살아본 사람들은 모른다.

여기 사람들이 무력을 연마하는 것처럼,

이유제는 돈을 연마하는 세상에서 살아왔을 뿐이다.


조조라고 딱히 호감이어서 따라나선 게 아니었다.

원소 곁을 떠날 타이밍에 좋은 구실이 생겼던 것뿐이지.

굳이 조조와의 계약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단 말이다.


타악.

그때 조조가 자신이 준비한 상자를 열었다.

“사람이란 자고로...”


“!”


“정성으로 얻는 것이야.”


아, 아니.

상자 안에서 마치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이유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다 뭐란 말입니까!”


상자 속을 가득 메운 것은 진귀한 향신료.


이유제가 그렇게 손에 넣고 싶어했던 후추와 설탕, 거기다...

“와, 와사비!”

“뭐?”

원소는 못 알아들었지만 조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자네 고향에선 그렇게 부르나?

자네가 맵고 아린 맛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네.

황궁에서 일하는 이 중 저 멀리 남쪽에서 올라온 자가 있는데,

맵고 아린 풀이 없겠느냐 물었더니 이런 게 있다고 알려주더군.

원래는 약으로 먹는 거라는데 자네라면 좋아할 줄 알았어.”


“와, 와사비!”

“하하. 그렇게 좋은가?”


원소가 재물을 모으는 것처럼, 조조는 사람을 모으는 자였다.


얻고 싶은 사람이 무얼 좋아할지 알아내는 센스가 조조에겐 있었다.


원소는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다.


***


그날 이후로 조조에게 조금 마음이 열렸다.


찰싹.

“아니지 아니지. 무슨 소리야!”

스스로 뺨을 때렸다.


조조는 유황숙의 적이다. 하고 수없이 되뇌었다.


‘나는 그냥 밥을 맛있게 해주고싶은 것 뿐이야. 돈을 받았으니까.’


그렇게만 생각해두기로 했다.


지금 심정은 마치...

게임 초기 셋팅을 촉나라로 해놓고서 다른 나라 장수들한테 자꾸 마음이 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심란했다.

당분간은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조조의 일과는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죽 한그릇을 먹고 황궁에 일을 하러 나갔다.


점심은 집에서 도시락을 가져갔는데, 내가 직접 만들어주었다.

조조가 먼저 청하지는 않았지만 돈 받으면서 가만 있자니 왠지 좀 찔렸다.


“그런데 친우들과 같이 드시지 않고요?”


“황궁 안에는 친우가 없네. 높으신 분들은 날더러 환관의 자식이라 욕하고,

낮은 자들은 동탁의 말안장이라며 나를 비웃네.”


아픈 이야길 저렇게 담담하게도 한다.

나는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하는 것뿐이야.’


계란지단을 예쁘게 부친다.

“삐카츄 만들어야지~”


케찹이 있으면 딱이겠지만, 아쉬운대로 오미자를 올려 삐카츄 연지를 찍었다.


어떤 날은 보뇨보뇨, 어떤 날은 포로로, 어떤 날은 꼬북이.


시대가 달라도 귀여움은 통하나 보다.


조조의 캐릭터 도시락은 관리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고, 조조는 밥친구가 엄청나게 생겼다.


아이 뿌듯해.


급기야 조조는 엄청나게 높은 고위관리의 생신에 초대받았다고 한다.


“유제 숙수, 들고갈 만한 좋은 음식이 없겠는가? 나라의 큰 어른의 생신이니 성의를 표하고 싶네.”

“아, 그 분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십니까?”


“흐음. 원체 청렴하신 분이라 너무 좋은 것은 받지 않으려 하실 걸세.

그래도 잔치상이니 모양은 보기 좋으면 좋겠고.”


역시 섬세한 조조다.


“아, 내가 너무 이상한 부탁을 하는가?”


“아닙니다. 그런 음식, 있고 말고요.”


너무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모양내기 좋은 것.

초밥이 딱이다.


조조에게 말하자 곧 신선한 생선을 구해 왔다.

계란 폭신하게 부치고, 흰 생선과 붉은 생선을 골고루 회 뜬다.


초와 소금으로 간한 밥을 알맞게 쥔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체온과 비슷하면 딱 좋다.


그 위에 와사비 요만큼.

마음 같아선 더 넣고 싶었지만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 매울 수 있으니 절제하기로 했다.


그리고 도톰하게 썬 회를 얹으면 끝.


나머지는 제일 좋아하는 일만 남았다. 오리고, 붙이고, 꾸밀 순서다.


붉게 물들인 생선이나 김 같은 것을 올려 하나씩을 빚어낸다.

하나 하나 만들어 접시에 빙 두르니 예쁘기도 하다.


“다 됐습니다. 드셔보시지요.”

“오, 아주 훌륭하구나!”


중요한 선물이니, 조조가 먼저 맛을 보기로 했다.


“음.”

조조의 표정이 묘했다.


밍밍하지?


처음엔 무슨 맛일까 싶을 테다.

밥은 약간 싱거운 듯 싶고, 회는 더 싱겁다.


“으음.”

하지만 씹을수록 초밥의 진가는 드러난다. 파헤치면 헤칠수록 새로운 맛이다.


쌀과 회가 잇새로 부드럽게 파고든다.

그제야 담백한 쌀 맛과 고소한 회 맛이 어우러지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맛인가, 혀로 천천히 더듬어갈 때.


“음!”

조조가 코를 약간 찡긋했다.

바로 이때다.


뻘 속에 숨겨진 진주처럼, 방심했을 때 톡 치고 나오는 맛.

바로 와사비의 힘이다.


이것으로 비로소 초밥은 완성된다.


“오, 아주 기묘하구나.”


그냥 먹으면 영 심심한 쌀과 회가 와사비의 존재감으로 버무려진다.

혀 끝에 닿는 맛은 더 이상 얌전하지 않다.


쫓아가면 새침하게 뒤돌고, 멀어지면 잡아끄는 요부처럼

와사비는 혀끝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싱겁다가, 맵다가, 고소함이 도는 단맛으로 맺음하는 요리가 또 있었던가?

음식이 접시 위에서 세 번 옷을 갈아입는 것같다.


이상하다, 기묘하다 하면서 비우는 것이 어느새 초밥 한 접시.

성공이란 뜻이다.


“역시 훌륭하다, 숙수! 내일 저녁까지 이것으로 준비해주게!”

“네, 그러지요.”


와사비가 승리했다.

새로운 재료를 써서 성공했을 때만큼 기분좋은 때가 없다.


다음 날 조조가 받은 초밥 세트는 엄청나게 화려했다.

캐릭터 도시락으로 다져진 솜씨니, 초밥 모양 내는 것도 무리가 없었다.


“알록달록 가지런한 것이 금괴와 은괴를 예쁘게 빚어놓은 것 같구나.”


워낙에 청렴한 분이라 했으니 진짜 돈을 갖다바치진 않더라도,

이렇게 모양낸 것은 기분좋게 받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우셨네.”

“예?”


“자리에서 우셨어.”


아... 역시 와사비를 쓰는 건 모험이었을까?


“걱정 말게, 내가 보기에 음식 때문이 아니야.

그런 때가 있지 않은가. 울고 싶은데 쉬이 울음이 안 나오니,

다른 것을 핑계로 우는 거지.”


조조가 말했으나 영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았다.

신경 써서 준비한 자리인데, 이렇게 되다니.


그러나 그때 나는 ‘울었다’는 말을 그냥 넘기지 말았어야 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조조가 초대받은 생일파티란 것이, 바로 사도 왕윤의 초대였음을.


사도 왕윤.

한국으로 따지면 재상 급인, 어마무시하게 높은 아저씨지만

정작 맡은 직책보다는 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초선의 아버지.


왕윤 하면 초선,

초선 하면 동탁,

동탁 하면 여포.


온갖 엮이기 싫은 이름들이 줄줄이 줄사탕처럼 나온단 말이다.


사도 왕윤은 생일파티를 구실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동탁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니 나서긴 해야겠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왕윤이 답답한 마음에 울고 있자 사람들이 당황했는데

점차 감정이 일어 함께 울게 되었다.

생일 파티는 급기야 울음바다가 되어버리는데...


-후하하하!

조조가 싹싹하게 웃으며 말했더랬지.


-소인에게 칠성보도를 빌려주십시오. 역적 동탁의 머리를 잘라오겠습니다.


이 일화를 알고 있다.

하지만 생일파티 한 단어로 짐작할 수는 없었다.


“유제 숙수, 나와 함께 황실로 가주겠느냐? 귀히 대접할 손님이 있네.”


그가 정말로 동탁의 목을 가지러 갈 줄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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