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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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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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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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을 암살하려 했는데

DUMMY

22화


요즘 도시락 맛이 변했다.

조조와 함께 밥을 먹던 도시락메이트는 음식 맛이 왜 이러냐고 타박을 했다.


조조가 느끼기에도 이상하긴 했다.

숙수 이유제는 음식에 있어서만큼은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늦은 밤, 퇴청하고 집으로 돌아온 조조는 깜짝 놀랐다.


“아니, 자네 왜 그러고 있는가?”


부엌 한구석, 이유제가 한 방울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이유인진 모르지만 말해보게. 왜 우는가?”


“유...읍.”

“뭐?”


이유제는 말을 삼켰다. 차마 유비가 그립다고 이 앞에서 터놓을 수는 없었다.


대신 이렇게만 털어놓았다.

“탁현이 그립습니다.”


도시락 맛이 변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우울해하며 싼 도시락이 맛이 좋을 리가 없다.


캐릭터 도시락을 만들던 이유제는 유, 관, 장과 도시락 싸서 나들이 가던 그 때가 자꾸만 떠올랐다.


조조는 멋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자신의 자리는 여기가 아닌것같다고 이유제는 생각했다.


“저는 이제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탁현의 다점에서 장사를 하고 싶어요.”


“그래.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의외로 조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떠나기 전에 조조에게 마지막 상차림을 해주겠다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날부터 조조는 도저히 틈을 내주지 않았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 돌아왔다.


“잠깐 이거 어디서 본 상황인데.”


문득 조조와 관우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관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시 조조에게 의탁했던 적이 있다.

훗날 관우는 떠나기 전에 조조에게 하직인사를 올리려 했는데,

조조는 문앞에 회피패를 걸어두고 만남을 피했다.


작별인사를 못 올리게 할정도로 관우를 붙잡고 싶어했던 것이다.


‘이 형 지금 나 붙잡아?’

왠지 으쓱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조조를 만나야만 했다.


조조가 유달리 일이 많아 늦게 들어온 어느 날이었다.

퇴청하고 돌아온 조조는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물론 오늘도 이유제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안 만나주면 별 수 없겠지. 이유제는 의를 아는 사람이니 몰래 떠나진 않을 터.’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이유제가 찾는 소리가 안 들렸다.

이제 포기한 것일까?


잘됐다, 하고 조조가 생각했다.


조조는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

이유제처럼 희귀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다,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재주를 가진 이는 흔치 않았다.


이 난세에 보기드문 인재였다.


그때 문 밖에서 냄새가 풍겨왔다.


킁킁.

이 냄새는?

돼지고기 굽는 냄새.

갑자기 오밤중에 이런 좋은 냄새가 난단 말인가?


“일하고 오셔서 배고프시지요?”

이유제의 목소리였다.


꼬르륵.

주린 배가 요동을 쳤다.

‘이런 간사한 자가...’

안 그래도 일이 많아 피로해서, 뭐라도 먹고 잘 생각이었는데.


배고픔이란 공평하다. 왕후장상이든 길거리의 걸인이든 배고픈 것은 똑같단 말이다.


조조 역시 배고픔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정말 안 나오십니까?”

이유제가 부채질을 시작했다.


고소한 냄새가 부챗바람을 타고 방 안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흠.”

결국 조조가 모른 척 문을 열고 나왔다.


이유제는 화롯불에 솥뚜껑을 뒤집어 엎고, 돼지고기를 굽고 있었다.


솥뚜껑 바깥을 빙 둘러 놓인 고기들이 기름을 쭉쭉 뽑아냈다.


무슨 부위인지는 몰라도, 네모지고 기름진 것이 늘 먹던것과는 달랐다.


‘삼겹살은 처음 보지?’

이유제가 웃었다.


“무슨 일인가?”

“음식을 대접해드리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괜찮네. 배고프지 않네.”


그러나 조조의 눈은 이미 이유제가 굽고 있는 고기로 향해 있었다.


“거절하지 마십시오. 마주앉아 술 한잔 하고싶은 것뿐이니.”


이유제가 씩 웃었다. 이제부터 먹방 시작이다.


넓은 상춧잎을 하나 골라잡았다.

상춧잎은 온갖 맛있는 것들을 감싸안는 너른 들판이 될 것이다.


그 위에 잘 익은 삼겹살을 얹는다.


“앗 뜨거.”

미처 식지 않은 열기가 손바닥을 타고 퍼진다.


그 위에 양념해둔 쌈장 톡.


심플 이즈 더 베스트.

첫 쌈은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한다.


우적우적.

입 안 가득 넣고 푸짐하게 먹는 게 매력.

풋풋한 상추가 기름진 삼겹살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이제부터 변주다.


솥뚜껑의 오목한 부분에 기름이 모이며 마늘을 튀겨내고 있다.

통마늘 째로 기름에 대충 던져넣었더니, 노릇하게 잘도 익었다.


“고기 넣고, 마늘 넣고, 양파 넣고...”

쌈장 톡.


우적 우적.

고기의 육질이 씹힌다. 어느틈에 비집고 나오는 알싸한 마늘향.

그 사이로 아삭하게 치고 나오는 양파의 식감이 존재감을 뽐낸다.

어딘가 아쉬운듯한 끝맛은 쌈장으로 마무리.


“맛있다, 맛있어!”

이유제는 원래 목적도 잊고 맛있게 삼겹살을 먹었다.


조조는 술만 홀짝이다가 끝내 음식을 들지 않았다.


독한 사내 같으니.

어떻게 밤중의 삼겹살을 참는단 말인가?


‘부엌에 가서 술이라도 더 가져와야지.’

하고 뒤도는 때.


“하뜨.”

조조가 뒤에서 소리를 냈다.


‘먹고 있구나.’

이유제가 빙긋이 미소 지었다. 그의 체면을 위해 뒤돌진 않았다.


그런데 다시 돌아왔을 때, 접시는 싹 비워져있었다.


그래, 통할 수밖에 없지.

야근하고 돌아온 사람 앞에서 삼겹살 먹방을 하는데 어떻게 참겠는가?


조조도 잡아떼는 사내는 아니었다.


“자네에겐 졌군. 그래, 되는대로 짐을 챙겨 고향으로 돌아가게.”

“예. 그럼 저는 여기서 인사를...”


“그 전에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나?”


“뭔데요?”


“닭갈비를 한 번만 더 만들어줄 수 없겠는가.

그간 나와 함께 도시락을 먹었던 벗이 있네만.”


“예, 어려운 일도 아니고요.”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나도 이런 식으로 작별을 고하고싶진 않았다.

요리라면 계약서에 있던 내용이기도 하고,

조조와 밥을 함께 먹었던 친구라면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인데요?”

“그건...”


...동탁이라고 미리 말했어야지, 개새끼야.


어느순간 정신차려 보니 나는 동탁 앞에서 닭갈비를 볶고 있었다.


치이이-

“야채부터 드십시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조조가 마지막으로 대접해달라는 손님이, 동탁이었다니.


‘아니 그럼 그간 도시락 나눠먹던 사람이 동탁이었어?’


조조는 원래 동탁의 총애를 받았으니, 밥 같이 먹는 정도야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그간 조조가 싸갔던 도시락은 늘 5인분 정도는 되었다.


‘5 인분 싸가서 단 둘이 먹었던 거냐...’


도시락의 양을 보고 여럿일거라 짐작했던 게 실수였다.


“와하하하, 맛있는 냄새가 나는구먼!”

그나마 동탁이 기분이 좋아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상국의 건강을 헤아려 닭고기로 준비해보았습니다.”


“한끼 가볍게 먹기 딱 좋구먼! 역시 조조 자네는 참 괜찮아.”


동탁이 유쾌하게 웃었다.


“숙수, 너도 오랜만이로구나. 설마하니 조조 밑에 있었을 줄이야.”

“예... 하하.”


동탁은 날 사형시키려 들었던 것은 싹 잊어버렸는지, 웃으며 말했다.


치이이-

닭갈비가 익어가는 시간.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았다.


동탁은 황실에서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을 것이다.

웬만큼 자극적인 걸로는 성에 안 찬단 이야기.


‘하지만 이런 냄새는 맡아본 적이 없을걸.’


마늘, 후추, 고추로 범벅된 닭갈비의 냄새는 정말 간만에 느껴보는 자극이었을 터다.


닭갈비에서 배어나온 닭기름이 채소를 흠뻑 적신다.


맛잘알인 동탁은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동탁의 머릿속에 닭고기를 푸짐하게 얹은 온갖 배리에이션이 그려졌다.


정작 요리를 하는 나는 개무서웠지만.


동탁의 횡포는 극에 달해 있었다. 그는 이제 툭하면 사람을 죽였다.


한 번은 꽃놀이 나온 백성들을 보고는, 괜히 심기가 뒤틀렸는지

백성들을 황건적이라며 죽여버렸다.


오늘 동탁이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운이 안 좋아서 그의 옷에 양념이 튀었다간, 그가 나를 죽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편 조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동탁을 죽인다.’


조조가 뒤에서 가만히 칠성보도를 빼들었다.

동탁을 죽이겠다며 사도 왕윤에게 받아온 명검이다.


동탁에게 닭갈비를 대접하겠다 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닭갈비를 한번 볶기 시작하면 좀처럼 눈을 뗄수 없으니,

몰래 암살하기엔 딱이다.


한발짝씩 다가가는 그때, 조조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뽑지 마라.

이유제가 맞은편에서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뽑지 마라. 뽑지 말라고.

이유제가 간절히 텔레파시를 쏘았다.


이유제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암살이 성공하길 바라야 하는가, 실패하길 바라야 하는가.


동탁의 암살이 성공한다면?

물론 좋은 일이다. 단, 어디까지나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만약 암살이 실패하면?

두말 할 것 없이 조조와 나, 둘다 죽는 것이다.


‘제발 암살을 하더라도 나 없을 때 해주라.’


한참 고민하던 그때.

동탁이 갑자기 홱 뒤돌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엇?! 지금 뭐 하느냐, 조조!”

칼을 빼들고 다가오는 조조였다.


조조도, 나도 얼어붙었다.


‘어떻게 갑자기 동탁이 낌새를 챈 거지?’


망연히 닭갈비 철판을 내려다보던 이유제는 곧 그 이유를 알았다.

손에 든 철판 뒤집개는 백미러처럼 반들반들 빛났다.

동탁은 그걸 통해 조조가 칼을 뽑고 다가오는 것을 볼수 있었던 것이다.


조조는 당황하여 말했다.

“그, 그게. 닭갈비나 좀 잘라드릴까 하고.”


“아, 난 또 뭐라고.”

다행히 동탁은 닭갈비에 정신이 팔려 의심하지 못했다.


조조가 명검을 들고 닭갈비를 잘랐다.

고기와 함께 철판이 썩썩 갈려나갔다.


-지금 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역적을 처단하려는 것뿐이네.


조조와 내가 마주보고 서서 닭갈비를 볶으며 복화술을 주고받았다.


이미 암살 타이밍은 놓쳐버렸다.

동탁이 지금은 살이 뒤룩뒤룩 쪘지만, 한때 였던지라 싸움을 잘했다.

눈앞에서 휘두르는 칼쯤이야 거뜬히 막아낸단 말이다.


-걱정 말게. 절대로 자네 혼자 두고 떠나지는 않겠네.

조조가 눈빛으로 말했다.


“고기는 언제 다 익느냐?”

런각을 재던 그때, 동탁이 물었다.


“아, 지금 다 되었습니다. 드십시오!”


다행히 동탁은 음식을 마음에 들어했다.


자극적인 빨간 양념이 묻은 닭고기를 씹는다.

색깔도, 냄새도 강렬한 이 음식이 식감만은 부드럽다.

“음, 닭고기가 이렇게 맛있다니.”


고소한 닭기름이 쭉쭉 배어나온다.


“조조, 너도 얼른 먹어라.”

“예.”


그런데 이상했다.

식탐을 잘 부리지 않던 조조가 닭갈비를 이상하게 많이 먹었다.

어느순간 동탁이 경쟁심을 느낄 정도였다.


‘조조가 원래 이렇게 밥을 많이 먹던가?’


5인분을 준비했는데 그중 3인분 정도는 조조가 먹은 것같다.


곧 철판이 밑바닥을 드러냈다. 닭갈비는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동탁의 평소 식사량에 비하면 감질나는 정도의 양이었다.


‘아니, 조조 이 양반이 왜 이래? 제삿밥이라도 많이 먹으려구?’

이유제도 기이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곧 조조의 빅픽쳐를 깨달았다.


“이런. 대접해드린다 해놓고서 제가 다 먹은 것같습니다.”

“크흠!”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동탁에게 조조가 말했다.

“볶음밥 드실거죠? 뭐 하는가, 숙수. 어서 볶음밥을 가지러 가세.”


아!


역시 조조의 센스는 대단하다.

여길 빠져나갈 그럴싸한 구실을 만든 것이다.


역시 볶음밥 핑계로 안 되는 게 없다.


날래게 도망치려는 그때.

“잠깐.”


동탁이 불러세웠다.


“거기 좀 서보게, 조조.”


뒷덜미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설마 낌새를 챈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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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비오는 날 탁현에서 선지해장국 +2 24.05.18 15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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