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식당] 조조가 닭갈비를 잘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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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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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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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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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민황제 no.2에게 떡볶이를 해주었다

DUMMY

27화


어린 황제 협은 오늘도 근심에 빠져 있었다.


‘이 넓은 황궁 안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동탁은 그 큰 거구로 황제의 눈앞을 막아서고 세상사를 보지 못하게 했다.

동탁이 사람을 죽이고, 백성들을 약탈하는 등의 소식을 들어도 어린 황제가 나설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나라에 충신은 많고 많지만 모두가 난세의 풍파에 휩쓸려 사라졌다.


아니, 충신은 고사하고 인간적으로 기댈 수 있는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하고 어린 황제는 바랐다.


어머니 왕 미인은 일찌감치 죽었고, 허수아비처럼 있었던 아버지도 죽었다.

그나마 이복 형인 변을 따랐는데, 이제는 그도 곁에 없다.


‘마지막으로 웃었던 때가 언제던가?’


차라리 그 때가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변과 함께 손잡고 도망을 치다 탕후루를 얻어먹었던, 그 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때는 아직 동탁도 없었고 형도 곁에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황제였던 형이 폐위당하고,

자신이 대신 얼렁뚱땅 황제가 되었으니 이렇게 기막힐 데가 없었다.


꼬르륵,

배가 고팠다.

당장 오늘 저녁에도 맛있는 만두가 올라왔는데, 협은 단 한 개 먹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동탁이 다 먹었다.


한나라 황실 이래 이토록 재물을 많이 쌓아둔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재물이란 황제의 것이 아니라, 돼지 비계같은 동탁의 것이었다.


동탁은 무엄하게도 같은 접시에 음식을 놓고 황제 옆에 앉아서 음식을 먹곤 했다.


어린 황제는 분통이 터졌으나 한편으로는 동탁과 같은 접시를 쓰는 것이 더 안심되기도 했다.

황제의 음식을 따로 올리라 했다간 독이 든 것을 줄지도 모르니.


‘어쩌다 한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협이 한탄했다.


그때 밖에서 내관이 아뢰었다.

“폐하, 야참이 들었습니다.”

“야참?”


마침 배고팠던 어린 황제의 눈이 커졌다.


킁킁. 이 냄새는...


진한 고기의 육향과 채향이 어우러진, 만두 냄새였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타고 들어와 텅빈 뱃속을 뒤흔들었다.


‘이게 먹고싶은 줄 어찌 알고 들였을까? 내 숙수가 만두를 할줄 알았던가?’


황제의 야참을 만드는 이는 황제가 믿는, 노쇠한 숙수였다.


“들여라.”

황제가 기쁘게 말했다.

그런데 정작 문이 열리자 솜털이 바짝 섰다.


만두를 들고 온 것은 다름아닌...


“폐하, 제가 직접 빚은 만두입니다.”

동탁의 수하가 아닌가.


“자네는...”

얼굴이야 익숙한데, 황제는 이름이 얼른 기억나지 않았다.


“탕후...”


그 말을 들은 이유제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탕후루라고 부르지좀 마, 이 꼬맹아.’


그 표정을 본 황제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오늘이야말로 죽는 날이란 말인가.

동탁이 직접 음식을 보내왔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흐윽.”

황제 협이 눈물을 흘렸다.


“왜 우십니까 폐하!”


이유제는 갑자기 눈앞에서 황제가 울음을 터뜨리자 당황했다.

어린 황제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만두가 싫으십니까? 다른 걸 해드리겠습니다.”


‘초딩 녀석이, 먹고 싶었으면서 울긴 왜 울어?’


이유제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내관을 시켜 각종 재료와 화로를 가져오게 시켰다.


황제의 방에 각종 재료가 펼쳐졌다.


‘반찬 투정하는 잼민이한텐 치트키가 있지.’


그것은 바로 떡볶이.


황궁에는 온갖 맛있고 진귀한 것들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꼽아보라면

탄수. 당. 나트륨이 아닐까?


‘이 세 개를 대충 조합하면 맛이 없을수가 없지.

탄수, 당, 나트륨을 한움큼씩 때려넣은 음식이 바로 떡볶이고.


삼국지 세계를 살아본 이유제는 알고 있었다.

사람이 ‘맛있게 느끼는 맛’이란 어느정도는 본능의 영역이어서,

입맛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것.


떡과 물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다.


이때 너무 흥분해서 물을 많이 부으면 안 된다.

물을 많이 넣는다 해서 떡볶이 국물이 많아지지 않거늘, 늘 망각하곤 한다.


‘그래도 오늘은 황제 줄거니까 물조절 잘 해야지.’


떡을 숟가락으로 슬며시 눌러보았다.

딱딱했던 떡이 몰랑해지며 옴폭 들어갔다.


‘남 해주는것만 아니었으면 하나 집어먹는건데.’


매콤달콤 자극적인 떡볶이를 먹기 전에 원래

하얀 맨떡 하나정도는 먹어주는 게 예의다.

떡볶이를 먹기 전의 애피타이저랄까.


황제는 뭐 이상한 거 탈까 걱정이라도 하는지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쌀떡쌀떡한 그 맛을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 이걸 넣으면 눈을 뗄수 없을 걸.’

이유제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치 꼬맹이를 홀리는 마술사라도 된 심정으로 양념을 쳤다.


그런데 실수.


“콜록, 콜록!”

떡볶이에 뿌린 고춧가루가 매운 향을 훅 풍기자 어린 황제가 기침을 했다.


“어, 안돼.”

이유제는 재빨리 냄비 위로 몸을 수그려 기침을 막아냈다.


‘음식 앞에서 기침을 하다니, 있을 수 없지.’


이유제가 재빨리 간장과 설탕을 더해 넣었다. 곧 냄새가 변했다.


황제가 코를 막던 소매를 내리고 떡볶이를 보았다.

“흐음.”


맵기만 했던 고추향에 양념이 버무려져 매콤달콤한 냄새가 됐다.


고춧가루는 괴로운데, 이상하게 계속 맡고 싶은 냄새였다.


‘이 자가 주는 음식을 믿고 먹어도 될까? 내 앞에서 요리한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

어린 황제 협은 홀로 고민에 빠졌다.


바로 그때, 이유제가 냄비에 만두를 우르르 쏟아넣었다.


“뭐 하는 것이냐!”

황제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얗고 예쁜 만두가 뻘건 국물에 범벅이되었다.


새하얀 만두와 새빨간 떡볶이는 왠지 멀리 떨어진 타국처럼, 만나선 안 되는 관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뒤섞여버리다니.


이유제는 자신있는 얼굴로 말했다.


“드셔보십시오, 폐하. 떡볶이가 싫으시면 만두라도 들어 보시지요.”


낯선 음식이라 그런가?

어린 황제는 떡볶이를 요리하는 내내 침을 흘렸으면서도 좀처럼 손대려 하지 않았다.


“자, 이렇게... 먹는거에요. 이렇게!”

이유제가 보란 듯이 떡볶이를 먹었다.

황제의 음식에 먼저 손댈 수는 없는 일이지만 뭐 어때, 황제가 안 먹으니까 황제 음식 아니지않은가.


“음~ 냠냠.”

이유제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황제의 얼굴이 밝아졌다.

만약 만두든, 떡볶이든 독이 들어있었다면 이유제가 저렇게 망설임없이 먹지는 못했을 터다.


드디어 황제가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다.

“정말 맛있구나.”


‘이렇게 잘 먹을거면서.’


황제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이유제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동탁 이외의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또 우십니까?”


어느새 황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매웠나?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은 건가.’


“아니다, 아니야. 그저 옛 생각이 나서 울었네.

예전에 태후께서 매운 것을 즐겨 드시기에 나도 몇 번 함께 먹은 일이 있었는데,

다같이 식사하던 그 때가 떠올랐을 뿐이네.”


황제라곤 하나 사람의 정이 그리운 아이일 뿐이었다.


하 태후의 이야기를 듣자 이유제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 여자가 내 고추를 다 뺏어가놓고.’


아, 참고로 황궁 안에는 맵찔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하 태후가 하도 고추를 맛있게 먹기에 궁녀와 환관들 사이에서도 고추가 유행했다나.

매운 맛은 먹을수록 익숙해지는 법이니.


황제가 눈물을 흘리며 떡볶이를 먹었다.


맵지만 싫지 않은 맛.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강아지가 자꾸만 깨물며 장난을 걸어오는 것같은 맛이었다.


황제는 간만에 마음을 놓고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그대는 왜 나를 돕는가?”

“돕...”


돕는다, 라.

그렇게까지 큰 의도는 없었는데.

소시민인 이유제는 동탁이라는 거대한 재앙에 맞설 수 없었다.


하지만 유교국가에서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어린아이의 곤경을 보고 떡볶이도 안 쥐어주는 어른일 수는 없었다.


“저는 그저 맛있는 밥을 할 뿐입니다.”


이유제의 답을 듣고 황제가 씩 웃었다.

“그게 돕는 걸세.”


황제는 이유제가 퍽 반가웠는지 붙들고 이것저것 이야기 했다.


이야기가 흘러흘러 얼마 뒤 있을 진연에 대한 말이 나왔다.


“혹시 진연 때 드시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이유제가 물었다.

마침 메뉴를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다.


“아...”


진연이라.

황제 협의 즉위를 제대로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된 잔치다.

하지만 협은 진연이란 것이 달갑지 않았다.

허수아비 황제 즉위 따위, 조금도 기쁘지 않다.


“알아서 해주게. 음식이야 자네가 잘 알지.

마음 같아선 초대장이 아니라, 분연히 들고 일어서라는 칙서를 뿌리고 싶네.”


황제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저, 그럼...”


이유제가 이 와중에 한 가지 음식을 떠올렸다.


호불호 없으면서 어린이 황제도, 아저씨 동탁도 좋아할 음식.

거기다 배달까지 가능한.


“짜장면을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게.”

황제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유제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음식으로 황제를 도울 수 있을지 모른다.’


황제의 밀서를 전달할 방법이 생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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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람의 머리 대신 만두를 빚다 +2 24.05.21 151 5 11쪽
14 독우에게 함박스테이크를 해주었다 +1 24.05.20 154 5 12쪽
13 독우 뒤졌다 +1 24.05.19 159 4 12쪽
12 비오는 날 탁현에서 선지해장국 +2 24.05.18 161 3 11쪽
11 하 태후에게 돼지껍데기를 볶아주었다 +1 24.05.17 180 4 12쪽
10 노숙인이 태평요술서를 주었다 +1 24.05.15 17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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