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육상 선수였다.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재능이 출중하거나,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 나올법한 비장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답답하기 때문이었다.
오직 달릴 때에만 이 답답함을 잊을 수 있었다.
“거지새끼야 꺼져.”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 없이 홀로 공원에서 놀고 있을 때.
옆집에 살고 있는 내 또래인 김민수가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아 대면 대면한 사이였다.
엄마가 말하길 집 주인 아들이라고 했나?
어린 시절, 집에 살고 있는 건 우리가족인데 따로 그 집에 주인이 있다는 게 의문이었다.
“여긴 우리 자리라고.”
김민수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피며 다가와 말했다 .
주변에는 내 또래로 보이는 이름 모르는 아이 두 명이 김민수 뒤편에서 키득 키득 웃고 있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그들을 멀뚱히 쳐다봤다.
불합리하고 유치한 꼬장이었다.
“집도 없는 놈이 어디서 꼬라봐. 눈 안 깔아?”
퍽-!
그게 고까웠는지 김민수는 날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알싸한 고통이 얼굴에서 느껴졌다.
나는 맞고만 있을 수 없기에 꽉 쥔 주먹을 김민수의 얼굴을 향해 뻗었다.
“이 새끼가!”
김민수는 고함을 치면서 주먹을 더 거세게 휘둘렀다.
나도 지고만은 있을 수 없어 이를 악물고 김민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희들도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으, 응!”
김민수의 지원요청에 이름 모를 아이들이 공격에 합세했다.
삼대일은 벅차 금세 밀리게 되었고 나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한 채로 아이들에게 떡이 되도록 맞았다.
“혁아! 얼굴이 왜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니 붉게 부어오른 내 얼굴을 보고, 엄마가 사색이 된 채 한걸음에 뛰어나왔다.
잠시, 방금 전의 일을 말하지 말까 고민했지만 나는 그 일이 너무 억울했기에 엄마에게 전부 하소연을 했다.
내 말을 한참을 듣고 있던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아무 말 없이 나를 부둥켜안았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나를 꽉 껴안았다.
“어, 엄마 나 숨······.”
“흐으윽······.”
엄마의 양팔이 숨이 막힐 정도로 나를 감싸 안았다.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의 폭력 속에서 지켜주지 못 한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인지. 단순히 내가 맞고 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연신 나에게 미안하다면서 사과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도.
어린 시절 난 엄마가 왜 우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같이 슬퍼져서 몇 십 분이고 엄마의 품안에 안겨 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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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했다.
모든 것이 답답했다.
어린 시절 단지 가난하고 집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불이익을 당했었다.
사람들은 가진 자들에게는 한없이 약했지만, 가난한 자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잔인해졌다.
어린애들도 마찬가지였다. 세상물정을 잘 몰라서 그런 걸까?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잔인한 면이 많았었다.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다.
가난해서 더러운 병균이 옮는다는 이유였다.
반에 있는 모두들이 나를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피해 다녔다.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학급에 괴롭힘이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를 보면 눈을 흘기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만 했다.
혼자서 전력으로 달릴 때만큼은 이 답답함을 잊을 수 있었고, 학교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자상한 부모님이 날 반겨주었다.
주말에는 가정을 유지한다고 매일 바쁜 아빠가 어떻게든 시간을 내주어서 같이 강변을 달렸다.
“이러다 커서 육상 국가대표 되는 거 아냐?”
아빠는 힘들고 지친 몸이었을 테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함께 달려주었다.
그때만큼은 답답함을 잊기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즐거워서 달렸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가정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감이 들 정도였다. 애들의 유치한 괴롭힘도, 주변 어른들의 무시도 나에게는 사소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삶을 송두리째 바뀌는 사건이 일어났다.
속칭 대화재(大火災)라고 불리는 지금까지 쌓아놓은 인류의 문명을 전부 파괴한 사건.
가진 게 없는 나의 집안도 그 화재를 피할 수 없었다.
언제 나와 같은 주말.
그날도 아빠랑 같이 강변에서 달리기를 끝마쳤을 때였다.
그날은 처음으로 달리기로 아빠를 이겼던 날이었다.
늘 지기만 했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간발의 차이로 아빠를 이기게 되었다.
“헉, 허억······ 어느새 이렇게 빨라져서는 조금 있으면 이 아빠는 상대도 안 되겠는걸?”
아빠는 숨을 고르며 잔뜩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나는 그냥 기분이 좋아서 배시시 웃기만 했다.
엄마가 오늘 저녁은 뭘 만들었을까와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아빠와 같이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갔다.
콰앙!
콰지지지직-
그때 무언가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을이 한꺼번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와 아빠는 급하게 뛰어갔다.
도망가는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해치면서 달려 나갔다.
강변과 집 사이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 집에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콜록 콜록
매캐한 매연냄새가 목과 코를 연신 찔러대었다.
“여보! 여보 어딨어!”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는 화마 앞에 아빠가 갈라진 목으로 연신 외쳤다.
타닥 타닥
되돌아오는 말은 없고, 그저 집이 화염에 먹혀 타들어가는 소리만 울려 펴졌다.
갑작스럽게 게이트에서 나타난 몬스터 때문에 이 근처의 모든 집들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혁아 손 꽉 붙들어.”
아빠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손을 꽉 붙잡았다.
땀을 어찌나 흘렸는지 마주잡은 손이 미끄러웠다.
상기된 표정으로 최대한 나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티를 내지 않고 있는 듯 했다.
“키르륵!”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낮고 불길했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것과도 같은 소리였다.
전쟁병기와도 같은 뾰족한 가시가 무수히 달려있는 늑대와 비슷한 생김새.
지금 일어난 참상이 저 몬스터 때문에 일어난 것이란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으적-
그 몬스터는 무언가 검은 형체를 물고 있었다.
곧이어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챘다. 본능적이었다.
그렇지만, 급하게 아빠가 커다란 손으로 나의 눈을 가렸다.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아빠의 손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여보······.”
아빠는 실이 끊어지듯이 나직이 읊조렸다.
엄마가 괴물에게 살해당했다.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다리는 마치 간질이라도 걸린 듯 덜덜 떨렸고, 아빠의 손에 눈이 가려져 검게 보여야만 할 시야가 점점 하얗게 새어나가고 있었다.
“키륵!”
증오스러운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저 괴물에게 대항할 수단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교에 있는 아이들의 유치한 장난과는 차원이 다른 폭력. 난생처음으로 나는 본능적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다.
턱-
내 눈을 감싸고 있던 아빠의 손이 사라지고, 아빠는 그 손을 내 머리 위로 올려두었다.
그런 다음 한껏 강하게 나의 머리카락을 헝클인 다음 내 눈을 마주 보았다.
붉게 충혈 되어 있는 눈에는 언제라도 눈물이 쏟아질듯해 보였다. 어찌나 이를 악물고 있는지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혁아 넌 누구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지?”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우는 듯 웃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아빠는 나의 뺨을 잠시 쓰다듬더니.
“그렇지? 어서 뛰어!”
그 말과 함께 아빠는 날 강하게 밀쳤다.
나는 아빠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려서 최대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으로, 전력으로 질주했다.
중간에 넘어지고 어딘가에 부딪쳐 멍이 들었는지 아려왔지만 전부 무시했다.
뒤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나는 눈을 질끔 감고 이를 악물고 달려 나갔다.
한참을 달려 다시 강변으로 도착했다.
그곳에서 무수히 많은 앰뷸런스와 군인들이 출동해 있었다.
그것을 보자 나는 실이 끊겨진 마리오네트 마냥 풀썩 쓰러졌다.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모든 것을 잃은 채 아빠와 엄마의 희생으로.
그 후 나에게 남은 것은 아빠의 마지막 말처럼 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했다.
부모 없이 고아인 내게 세상은 여전히 혹독했지만, 이를 악물고 해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나를 위해 희생한 부모님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마침내.”
내 나이 서른 하고도 둘.
그 빌어먹을 사건이 일어 난지 이십년.
나는 어릴 때 가지지 못했던 나만의 집. 보금자리를 내 힘으로 가지게 되었다.
나는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내 집을 올려다봤다.
작디작은 3층짜리 원룸 건물. 하지만, 그 어떤 것 보다 값진 내 집이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난 이십 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내 안에서 완결 낸다는 의미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던 사건이 일어난 그곳. 어렸을 때 살았던 불타 없어진 집 위에 새로 지어진 집을 구입했다.
그때는 이 집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온갖 수난을 당했었지만, 지금은 나의 소유였다.
옛날 일을 생각하니 무심코 눈물이 나오는듯했다.
부모를 잃은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빌어먹을 원장의 학대를 받았었다.
나뿐만이 아닌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 모두가 똑같이 당했었다.
-싸워라! 싸워! 벌레 새끼들아!
학대가 어느 정도였냐면, 고아원 원장은 애들끼리 싸움을 시키고 그걸 보면서 뭐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제대로 싸우지 않거나 지게 되면 구둣발로 망신창이가 될 때까지 맞았고, 이긴 다면 상으로 초코파이를 줬다.
매끼니 들짐승들도 먹지 않을 것 같은 꿀꿀이 죽.
그것도 감사하다고 먹어야 하는 나날.
그 속에서, 단지 초코파이 하나를 위해서라면 같이 지내고 있는 또래 애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나는 그런 지옥 같은 곳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나갔다.
빌어먹을 원장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주고 말이다.
매일 같이 실실 웃던 더러운 얼굴을 피떡으로 만들었던 건 내 인생에서 제일 유쾌했던 기억이었다.
그렇게 고아원을 나가고 편의점에 노가다부터 상하차까지 안해 본 게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배달부가 돈을 많이 준다는 얘기를 듣고.
이 업계에 몸을 던졌다.
그렇게 멸시와 사선들을 넘고, 겨우 건물주가 되었다.
나는 감회가 새로워, 건물 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301호의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띠리링-
기분 좋은 전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간 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
단칸방 안에는 계약할 당시 둘러봤을 때는 없었던 구멍이 벽 한켠에 뻥하고 뚫려있었다. 있어서는 안 되는 통로였다.
나는 귀신에게 홀린 게 아닐까 싶어 뺨을 꼬집어 봤다.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현실이었다.
나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 통로로 숨을 죽인 채 살며시 다가갔다.
[당신은 클래스: 건물주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 초월자들을 입주민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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