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건물주 계약
[당신은 클래스: 건물주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곳에 초월자들을 입주민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투명한 창.
난 순간 얼빠진 소리를 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 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상태창······!’
그러다 문득 번개와도 같이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각성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이능.
소수의 선택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태창이었다.
“······.”
누구라도 기뻐할만한 상황.
로또와 비견되는 행운이었다.
하지만 나는 눈앞에 있는 상태창을 보며 침묵했다.
후우-
그러다 참았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이 굴러가는 모습이 참 요지경이었다.
‘각성, 이제와서 각성이라니.’
그렇게 악착같이 개처럼 벌어서 드디어 건물주가 됐는데 갑자기 각성을 해버리다니.
임종 직전에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무인도에 포류한 사람이 겨우겨우 불을 붙였더니 라이터를 발견한 기분.
허탈했다.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것은 대체 뭐였나 싶고.
삶이 부정당한 것 같았다.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묘했다.
후우-
‘게다가 평소에 그렇게 욕했던 각성자가 되다니.’
참아왔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각성자, 헌터라 불리는 이들을 싫어하는 게 나였다. 싫다를 넘어 혐오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열등감 때문은 아니고,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배달부’
속되게 말해‘딸배’‘달리는 관짝’으로 불리기도 하는 직업.
던전 배달부. 사망률 12퍼센트.
오늘 신입이 들어왔다면 종종 환영파티를 내일 장례식장에서 치를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다.
평범한 음식 배달부터해서 던전까지.
던전에서 얻은 부산물을 밖으로 배달하거나, 헌터들이 던전에서 소모품이 떨어진다면 목숨 걸고 던전 안까지 들어가서 건네주는 일을 하는 직업이었다.
‘할 줄 아는 건 달리기 밖에 없는 나에게는 천직이지.
매일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신세를 저주했지만, 이것만큼 나에게 맞는 직업도 따로 없었다.
‘헌터들만 아니었다면.’
그리고 매일 이 일을 때려치우고 싶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고객 중 가장 큰 돈벌이를 주는 헌터들의 기상천외한 갑질.
매주 위장약을 약국에서 한 다발 사놓지만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예사 일이 아니었다.
‘십년쯤 되었지······.’
이 일을 시작한지 강산이 한번은 족히 바뀔 시간이었다.
결국 자그마한 원룸건물까지 산 건물주가 될 수 있었다.
그만큼 각성자 놈들의 갑질에······.
여튼.
‘상태창.’
「이름: 김혁진
클래스: 건물주
-건물에 입주민을 받을 수 있다-
스탯: 근력 6/체력 8/지력 4/마력 1」
‘와 이게 진짜 되네.’
거지같은 기억을 떨쳐내듯 얼굴을 한번 쓸어내렸다.
그러자 새로운 창이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역시 스탯은 낮나.’
혹시나 싶어 약간 기대 아닌 기대를 했지만, 역시다 시피 지금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에 적힌 숫자는 낮았다.
이대로 헌터 자격증을 따러간다면 F급이 당연했다. 그래도 위안이라면 체력이 평균 보다 조금 높다는 것.
그간 배달 일을 한 것 중 유일하게 헛되지 않은 게 체력이 늘어난 것이었다.
‘이 능력은 그다지 안 좋은 거 같은데······.’
헌터들과 지지고 볶고 했던 내가 보기에도 지금 각성한 능력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아니, 한눈에 봐도 이 능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듯 했다.
상태창에 거창하게 ‘클래스: 건물주’라고 적혀있지만, 기껏 힘들게 산 집에 수상한 입구가 생긴 것 말고는 특이한 게 없었다.
‘내가 세입자라도 이딴 곳에는 못산다고.’
방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파여 있다고 한다면, 정신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이곳에서 돈을 주고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제기랄. 내 전재산에 대출까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산 원룸 건물만 날리게 생겼다.
[신규혜택 당첨! SSR등급 확정 뽑기권 무료 획득!
[당신의 첫 번째 초월자를 지금 소환하세요!]
파앗-!
그때, 갑작스럽게 눈앞에 투명한 창이 생기더니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빛이 발광하는 근원을 봤다. 빛은 서서히 줄어들어 이내 잠잠해졌다.
‘우체통?’
거긴 우체통이 있었다.
붉은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법한 우체통.
나는 천천히 다가가서 우체통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특이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 말고는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것이었다.
파앗-
[당신의 초월자를 선택하세요!]
그 순간, 우체통에서 세 개의 편지봉투가 튀어나왔다.
난 얼떨결에 우체통에서 나온 편지봉투를 손으로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주인님.”
어정쩡한 자세로 편지봉투를 들고 있자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들릴 리 없는 여자 목소리였다. 그것도 상당한 미성인.
난 목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
스무 살 초반쯤 되어 보일까?
아직 앳돼 보이는 여자가 눈앞에 있었다.
마치 여신처럼 신비로웠고,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후우-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환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를, 경외감이 들 정도의 미인이 내 눈 바로 앞에 다소곳이 서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인님. 저는 중계사인 시엘 입니다.”
여자, 아니 시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작게 숙였다.
“주인님?”
방금 들은 주인님이라는 소리는 헛들은 게 아니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시엘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이유는 김혁진님, 당신이 건물주이기 때문입니다.”
“내 이름은 어떻게······!?”
살면서 저런 미인을 본적이 없었다.
서로 통성명을 했을 정도로 친한 사이일리는 더더욱 없었고.
“저희는 계약관계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시엘이 싱긋 웃었다.
곡선을 그리며 휘는 눈꼬리와 긴 속눈썹이 나를 매혹하는 듯 했다.
“계약관계라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주인님은 차원을 표류하고 있는 난민들과 계약해서 이곳의 입주민으로 받아드릴 수 있습니다.”
“차원? 난민? 입주민? 아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따라잡을 수 없는 말을 연신하고 있는 시엘을 보며 말했다.
너무 당황해서 반말이 나와 버렸다.
“편지를 보면 좀 더 감을 잡기 쉬울 겁니다.”
나는 시엘의 말에 어떨결에 손에 들린 편지를 뜯어 봤다,
치익-
“!!!!!!”
그러자 밝은 황금빛과 함께 무언가가 내 눈앞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SSR]
「칭호: -진선(眞仙)-
이름: 공 백
스탯: 근력 ???/체력 ???/지력 ???/마력 ???
설명: 천살성. 역천.
??????. ???????, ?????? 」
[SSR]
「칭호: 대마도사-大魔道士-
이름: 에라투무스
스탯: 근력 600/체력 2/지력 ???/마력 ???
설명: 진리의 바구니를 훔친 자. 전지다능.
??????. ???????, ?????? 」
[SR]
「칭호: 용병왕-用兵王-
이름: 기어프리드
스탯: 근력 689/체력 ???/지력 97/마력 227
설명: 세상의 끝을 본 자. 용살자.
??????. ???????, ?????? 」
‘!!!사기다.’
난 눈앞에 떠오른 것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믿기 어려울 만큼 높은 스탯 수치들과 어마어마한 칭호들.
지금 모든 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편지에 적힌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것만큼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편지에 적혀져 있는 난민들은 초월자라 불리는 이들입니다.”
시엘은 그렇게 말하며 편지를 들고 있는 내 손을 살며시 잡았다.
흠칫
나는 갑작스럽게 느껴진 체온에 놀랐다.
시엘이 가까워도 너무 가깝게 나에게 다가와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미인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니 아찔했다.
“초월자란 각기 다른 차원에서 의지만으로 자신의 격을 증명한 존재. 그들은 상식을 초월하는 힘과 지식을 가지고 있죠.”
시엘은 내 손을 잡고 말을 이어나갔다.
난 긴장 때문에 손에서 땀이 날까 몸이 굳었다.
시엘은 표정이 굳은 나를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손을 잡고 있었다.
오히려 시엘은 서서히 손을 더 강하게 쥐는 듯 했다.
“편지에 적힌 초월자들은 각기 다른 사정이 있어, 차원을 포류하다 이곳에 입주하기를 원합니다.”
시엘은 그렇게 말하며 잡았던 손을 부드럽게 풀었다.
난 아쉬운 눈으로 멀어져가는 시엘의 손을 바라 봤다가 시선을 급히 다른 방향으로 옮겼다.
“물론 난민들이 이곳에 무료로 입주를 원하는 건 아닙니다. 대가로 주인님, 건물주이신 김혁진님에게 월세를 내야하죠.”
시엘은 그렇게 말하더니 새하얀 손을 한번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종이 한 장이 나타났다.
“월세라면······.”
“그럼요 월세. 주인님이 이 계약서에 싸인만 한다면 돈 따위가 아니라 초월자들의 지식이나 힘을 매달 전수 받을 수 있습니다.”
“돈 따위가 아니라 지식과 힘······.”
시엘이 들고 있는 계약서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난 무심결에 그 종이를 잡았다.
“주인님 어서요.”
입김마저 느껴질 정도로 시엘이 근처에 다가왔다.
그녀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화려한 무늬가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만년필을 손에 다소곳이 올려놓고 있었다.
끄덕
난 시엘을 보고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복잡했지만, 간단하게 생각하자면 초월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곳에 월세를 내고 입주를 하고 싶단 거였다.
‘입주민도 자동으로 구해지고 이득인가?’
지금 상황이 많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오히려 좋은 것 같았다.
난 시엘에게 만년필을 받아들고, 계약서에 내 이름을 적기 위해 팔을 뻗었다.
파앗-
“어?”
그러자 편지에서 다시 한 번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순간 헛것을 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각성부터 앞에 있는 미녀까지 이 모든 것은‘현실’이었다.
빛은 이내 방을 모두 뒤덮어 버렸다. 이 좁은 원룸이 우주가 돼 버린 듯 끝없이.
그 우주 안에는 나와 시엘 그리고 우체통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나를 향해 쏘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작은 점 같았던 그것은 이내, 거대한 운석이 돼어 금방이라도 내 몸을 으스러뜨릴 듯이 엄청난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촤악-
[■■? ■■■■■■.]
짐승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알 수없는 언어와 함께.
거대한 별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방안을 수놓았던 수많은 별들에도 실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윽고 부셔진 별들의 잔해가 최후의 빛을 내며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꿈같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원룸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보인 건.
삐삐비빅-
휴대전화의 배달 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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