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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탄xx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3
최근연재일 :
2024.05.23 20:3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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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7
추천수 :
156
글자수 :
72,409

작성
24.05.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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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2화 SSR급 진선(眞仙)

DUMMY

“아니 음식이 이렇게 식으면 어떡해요!?”


부모의 원수라도 만난 것마냥 분노가 담긴 목소리.

문 안에는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성난 불독처럼 생긴 중년 여성이 이마를 찡그리고 있었다.


‘아 조졌네.’


난 당장이라도 한숨이 나올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 일도 어언 십년.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처도 이골이 났다.


“사전에 미리 알려드렸다시피 이상기후 때문입니다.”


나는 나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보란 듯이 옷에 묻은 빗물을 털었다.

게이트가 사태가 등장하고 동시에 나타난 이상기후 현상.

그 때문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마치 소나기처럼 태풍 같은 게 부는 경우가 꽤 자주 있었다.

특히 지금 도착한 곳처럼 못사는 외곽 지역은 그 정도가 심했다.


“이상기후든 나발이든 배달을 왜 이따구로 하냐고요!”

“예 예 다음부터는 빨리 오겠습니다.”


난 반사적으로 대충 사과했다. 그간의 경험으로는 이런 인간과 말씨름 해봐야 좋은 게 하나도 없었다.


“말로만 그러면 다 해결되나요? 비가 오던가 말던가 핑계대지 마시라구요.”

“씨발년아 그래서 어쩌라고.”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중년 여자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이보세요! 이보세요······!”


쾅!


난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거칠게 현관을 닫았다.

중년 여성은 다급하게 뭐라 뭐라 말을 하려 했던 것 같지만 난 이미 나간 뒤였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씨발 갑자기 태풍이 부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배달 일을 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건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위장이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인생.’


몇 년을 이렇게 개처럼 살아와서 이제야 좀 편하게 살려나 했더만.

새로 산 건물에 커다란 구멍만 뚫리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배달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


【왜 분을 삭히고 있는 거지? 당장이라도 사지를 찢어버린 다음 저자거리에 널어버려라.】


귓가에 미성이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위장이 한층 더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내 말이 틀린건가? 저런 미물들은 밟아줘야만 제 주제를 알아차린다.】


염장을 지르는 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아픈 위장을 움켜잡고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



편지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거대한 운석이 갈라짐과 동시에.

그 순간 내 눈 앞에 한 인형이 보였다.


‘피?’


남자가 나타남과 동시에 짙은 피 냄새가 온 방안에 퍼졌다.

이 정도로 짙은 피 냄새를 맡아 본적이 없었다.

사망률 12 퍼센트인 배달부 일을 하며 웬만한 수라도를 봤다한 나이지만, 이런 내가 느끼기에도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옷도 그와 어울리게 피가 진득하게 눌러 붙은 듯한 짙은 적갈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저것이 초월자?’


시엘이 말했던, 다른 차원에서 의지만으로 자신의 격을 증명함과 동시에 상식을 초월하는 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존재.


꿀꺽-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앞의 남자를 봤다.

내가 상상 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존재가 눈앞에 있다하니 저절로 긴장이 되었다.

짙은 혈향을 풍기는 남자는 무심한 듯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었다.


“······.”


그리고는 이내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해 고정되었다.

잠시간의 침묵.

일초가 마치 십분이라도 될 듯 길게 느껴졌다.


“건물주님, 눈앞에 있는 남자의 이름은 공백. 천살성을 타고 태어난, 자신의 차원에 있는 존재를 모두 죽여버린 학살자입니다.”


침묵을 깬 건 시엘이었다.

시엘은 나직하게 눈앞에 있는 백발의 남자에 대해 말했다.


“그를 조심하셔야합니다!”


‘뭐?’


씨익-

탁-


“죽일거다.”


시엘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기이한 남자.

공백은 입이 찢어질듯 한 미소를 지으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난 순간적으로 멍청하게 남자가 한말을 속으로 되내었다.

갑자기 무슨...


“!!!!!!”


쾅!

까드드득-!


찰나의 순간.

온몸에 소름과 함께 귀를 찢을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갑자기 번뜩이는 빛에 무심코 눈을 질끔 감았다.


“건물주님.”


그때 미성이 들렸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눈앞에 반투명한 황금색 장막이 펼쳐져 있었다.

시엘이었다.


“제가 공백의 공격을 막겠습니다.”


내가 놀란 눈으로 시엘을 보자 그녀가 말했다. 어조 없이 평탄한 목소리.

눈앞에는 황금색 장벽 너머로 예기를 뿜어내고 있는 섬뜩한 칼날이 보였다.

등골이 서늘했다.


‘어?’


그때 칼을 든 공백의 너머로 무언가 이상한 게 보였다.

건물 벽에 실금이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쿠르르릉-!


“어?”


지금 분명히 건물 안일 텐데······하늘이,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의 지붕이 마치 칼로 자른듯, 반으로 절단된 상태로 비스듬히 내려가고 있었다.

천장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건물의 지붕이.


콰과과광!

쿠웅-!!!


“이, 이 시발! 이게 뭐야!”


내 목숨과도 같은 건물의 위쪽이 날아가 버렸다!

건물잔해가 추락하며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 충격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이게 꿈이었으면 싶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광경.


그럼에도 나는 정신을 금방 차렸다.

흙먼지 속에서도 존재감을 들어내는 한줄기 빛 때문이었다.

짙은 검은색의 오오라.


“검기···.”


나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검기, 분명 검기였다.

하지만, 그럴 리가?

검기를 쓸 수 있는 건 지금 한국에 채 5명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저건 내가 알고 있는 검기보다 더욱 더 짙었다.

아니, 검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짙고 불길하잖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갈 것만큼.


“카하하! 죽일 거다!”


흙먼지 속에서 귀신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짙은 검은색 오오라가 움직였다.


“건물주님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콰앙!


커다란 충격파가 일어났다.

바닥이 깊게 파이며, 마치 초음속 전투기가 가속할 때 나타나는 소닉붐이 일어났다.

일순 사라진 눈앞을 가리던 흙먼지.

그리고 또렷하게 보이는, 검은 오오라가 나를 향해 매섭게 쏘아졌다.


‘뭐, 뭐야 저건!’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공백이 팔을 크게 휘두르자, 검은 오오라가 시야를 가득 매웠다.


콰드드드득!

치지지직!


고막을 유린하듯 찢어지는 소리.

거대한 검기가 황금색 장막을 갈아버리고 있었다.

이대로면...!


‘멀쩡...하다.’


황금빛 장막은 괴리감이 느껴질정도로 평온하게 공백의 공격을 받아냈다. 마치 시엘의 표정처럼.

당황스러웠다.


“죽어!! 죽어라!!”


공백은 멀쩡한 장막이 답답하기라도 한지 미친듯이 검을 휘둘러댔다.


콰앙! 쿵!


‘건물이...!’


문제는 장막이 아니었다.


콰드드득!


공백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건물 외벽에 짙은 칼자국이 새겨졌다.

아니, 건물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내 건물뿐만이 아니었다.

공백의 검기는 건물 밖까지 날아와, 주변 건물과 거리를 박살내고 있었다.


“으아아악!! 죽어! 죽어라!!”


공백의 공격이 약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흉폭해지고 있었다.


‘설마······.’


이대로면 건물이. 아니 주변 모든 게 무너진다.


"어서 건물주의 권한을 발동하세요."

"어떻게!"


애써 무너져내리는 외벽에 눈을 때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때였다.


“아아악!!”


공백의 절규와 같은 외침과 함께 검은 빛이 시야를 뒤덮기 시작했다.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한 어둠.


‘뭐야 저게.’


덜덜-


다리가 떨려왔다.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멍해지는 무언가.

잠시 후 나는 깨달았다.

저게 검기라는 것을.

온 방안을 뒤덮어 버린 검은 빛이 공백의 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웅-


숨막히는 침묵 속에서 검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황금빛 장막이 떨려왔다.


콰앙!!


수십 미터까지 솟아난 검기에 닿은 모든 것이 파괴되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파트부터 전봇대와 차량까지. 마치 거대한 자연재해라도 온 듯이 모든게 초토화 되고 있었다.


콰드드득!!!

쿠웅-!!!


검기에 닿은 20층짜리 아파트가 흉측하게 일그러지며 무너져 내렸다.

난 무너져 내리는 방 안에서, 무표정한 시엘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 시엘의 붉은 입술이 무언가를 느리게 중얼거렸다.

난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따라 읊조렸다.


“앉아!”


쾅!

빠직


"커헉!"


그 순간.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눈앞에는 부셔진 원룸 바닥과 공백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게 보였다.

난 얼떨떨한 표정으로 시엘을 바라봤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엘.


"감히······."


공백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나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한 살의는 거두지 않았다.


“그, 그만! 멈춰!”


그 모습을 보고 기가 질린 난 다급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앉아!"


쾅!


"ㄱ, 감히!"

"앉아!"


쾅!


"······!"

"앉아! 앉아! 앉아!!"


쾅! 쾅! 쾅!


[진선 공백과 계약이 되었습니다.]

[진선(眞仙)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차원의 화폐 -히페리온 주화-를 한 개 얻었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

[레벨업 하였습니다.]


"하, 하하······."


눈앞을 매우는 상태창과 함께.

난 모든 게 무너져내린 폐허와 같은 풍경과.

무릎을 꿇은 채 죽일 듯 나를 노려보는 공백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


【건방지게 내 무릎을 꿇게 만들다니, 네 놈의 무릎을 잘라 주제를 알게 해주마.】


나는 뒤틀리는 위장을 진정 시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의 일 이후로 지금까지 공백은 저렇게 내 옆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리고는 옆에서 하루 종일 미친 말을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진상을 만나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저 새끼 때문에 진짜 머리가 돌 것 같았다.


‘개 같은 내 팔자야.’


지금까지 번 돈 전부와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산 건물은 하루아침에 구멍이 생겼고.

그 뒤론 웬 미친 초월자라는 녀석이 나타나 나를 죽이려고 칼부림을 한 것도 모자라 건물을 철거 직전으로 박살 내 버렸다.

내 전 재산을....


그런 내 심정을 전혀 모르는지 공백은 계속해서 내 위장을 찔러대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곳은 공기부터 매우 더럽군. 그러나 좆같은 놈들이 살기엔 적당한 곳이다.】


‘이 시발 제일 좃같은놈이’


순간 이놈을 한 대 칠 뻔했다.


“제발 닥치라고!”


내가 공백을 향해 고함을 내지른 순간.


웅성웅성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깜짝이야 자기야 저사람 허공에 소리 지른거야?”

“에휴, 젊은데 벌써부터 정신이 나가다니 쯧쯧.”

“엄마, 저 아저씨 갑자기 왜 무섭게 소리 지르는 거야?”

“저 아저씨는 마음이 많이 아픈가봐. 예지야 눈 마주치지 말고 빨리 가자.”


아, 깜박 잊고 있었다.

내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지만 이놈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인다는 걸.

지금 공백은 마치 유령같은 상태였다.

물리력을 사용할 수 없었고.


【저 녀석들이 널 병신 취급하는군. 베고 싶지 않나?】


하아······.

깊은 한숨이 나왔다. 진짜 미치광이한테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나마 위안이 될 만한 일이라 한다면······.

그 어렵다는 레벨 업을 단번에 4나 한 것일까.


「이름: 김혁진

레벨: 5

클래스: 건물주

-건물에 입주민을 받을 수 있다-

스탯: 근력 12/체력 18/지력 5/마력 1」


상태창을 띄우자, 어제와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레벨 5.

공백과 ‘계약’을 했을 뿐인데 단번에 레벨이 4나 오르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케이스는 없었다.’


배달부란 직업 특성상 헌터에 관한 소문들을 자연히 접하게 된다.

그런 나조차도 이런 케이스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레벨 업은 이렇게 쉬운 게 아니야.’


레벨은 오직 몬스터와 싸워야만 올릴 수 있었다.

오직 살육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될 괴물.

아무리 각성을 해 이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괴물들과 싸우는 건 힘든 일이었다.


‘천운이 따라 각성자가 된다고 해도.’


통계적으로 각성자 중 약 40%가량만이 몬스터 사냥에 나선다.

어찌보면 당연한, 아니 이것도 많은 수치였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돈 때문에 목숨을 걸기란 쉽지 않으니까.

몬스터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억대를 준다고 해도 기꺼이 전쟁터의 최전방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원양 어선, 고압전기 작업자 같은 위험한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하물며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총칼이 빗발치는 전쟁터보다 더 위험했다.


던전은 영하와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극악의 환경에 독과 함정이 즐비한 곳이었고.

그런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5M가 넘는, 불을 내뿜는 괴물들과 싸워야 하는.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룬 헌터라도 한순간에 목이 잘려 죽을 수가 있는.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게 레벨 업.’


그런 곳에서 계속해서 살아남아야지만 가능한 것이 레벨 업이었다.


【사람을 베는 방법이라면 내가 알려주마.】


나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는 공백을 슬쩍 바라봤다.

허리춤에 찬 검을 빼들고 악마처럼 유혹하듯이 말하는 공백.

저 녀석과 계약한 것만으로 레벨이 4나 오른 건.

그만큼 말이 안되는 기적같은 일이었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시엘이 말한 입주 계약과 초월자.

만나자 말자 날 죽이려했고, 지금도 호시탐탐 날 죽일 기회를 엿보는 공백.

이 위험한 능력은 대체 뭐고 저 녀석의 정체는 대체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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