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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탄xx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3
최근연재일 :
2024.05.23 20:3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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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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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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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화 랭킹 1위

DUMMY

띠리링-


“어서 오세요 CS28 편의점입니다···.”


나까지 기운이 빠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유일하게 있는 편의점.

그렇다고 해도 과도하게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다.

단발머리에 화장기 없어도 귀염상인 반반한 얼굴.

저리 매가리 없이 말을 해도 이 편의점이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저 알바생 덕일 것이다.


【호오······.】


공백은 알바생을 흥미롭다는 듯이 보기 시작했다.

매번 사람을 보면 죽인다거나 죽여버리라는 말만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저 녀석도 남자라는 걸까.


【벨 맛이 좋아 보이는 년이군.】


하아···. 그럼 그렇지.


스릉-


【시범을 보여주마.】


“······”


그때 검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놀랄 틈도 없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빛이 번쩍였다.

알바생을 향해 검을 휘두른 공백.

내가 경악한 눈으로 보자,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핸드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쳇.】


공백은 한참을 알바생의 목에 칼을 휘두르다, 벨 수 없는 것을 깨닫고 혀를 차며, 검을 거두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당최 저놈이 하는 짓거리가 아니 존재 자체가 적응이 안됐다.


‘하, 무시하자’


일단 뭐라도 속을 빨리 채워야 할 것 같았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여태 쫄쫄 굶었으니까.

난 발 빠르게 컵라면이 진열된 곳으로 향했다.


‘그래도······.’


컵라면을 고르던 손이 잠시 멈췄다.

공백이 차고 있는 검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저 검이 뿜어낸 검기는 ‘진짜’였다.

빌어먹게도 내 건물을 너무 손쉽게 두 동강 내버렸으니까.


‘검기. 아니, 그것을 초월한 무언가가 확실하다.’


보통 검기라 하면 그걸 뽑아낸 것만으로도.

국가 재해급으로 인정받게 된다.


‘국가 재해급이란.’


단신으로 일국의 군대와 같은 강함을 가진 이들을 지칭하는 말.

그들의 동선은, 실시간으로 위성 추적 당하며 일정 이상의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면 군에 긴급회의가 소집 될 정도였다.


‘한국에 단 다섯 명.’


S랭크에 오른 헌터만이 검기를 사용 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검기를 사용하는 검사만이 S랭크가 될 수 있었다.


검기는 상대가 10m에 육박한 대형 몬스터라고 해도 단칼에 베어 넘길 수 있는 강자의 증표.

검기를 사용할 수 있는 헌터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을 나는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박태신.’


한국 헌터 랭킹 1위.

가장 존경받는 한국인 남자.

그를 지칭하는 말은 많았지만······.


“민생라면 2700원.”


한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맥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너무 오랫동안 생각했다.

앞을 바라보자 단발머리 알바생이 고개를 쳐 박은채로 스마트폰을 하고있는 게 보였다.

개념이 없는 걸까 싸가지가 없는 걸까.

...하 그래도 예쁘긴 예뻤다. 그나저나 컵라면이 하나에 2700원이라니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

*

*



탁-


젓가락을 나누는 경쾌한 소리.

나는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실시간 UTUBE 인기영상을 틀었다.

단신으로 A급 던전의 공략을 진행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국내에 단 한명 뿐이었다.


‘성검(星劍)’


박태신 그의 이명이었다.

그의 이명처럼, 영상속에서 그의 검은 별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 별빛이 궤적을 그릴 때마다 몬스터가 반으로 갈라졌고,

어느새 무수히 많은 몬스터의 사체로 이루어진 산에 홀로 서 있었다.



【호오, 이곳에도 수도자가 있었나?】


슬쩍 영상을 보던 공백이 말했다.

이전과는 다른 반응.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 흥미를 보인 건 처음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타향살이를 하다 고향음식을 본 듯한 말투였다.


【허나 축기기(築基期) 조차 안 된 하찮은 경지군.】


슬쩍 영상을 보던 공백이 금세 고개를 돌렸다.

하찮다고?

국가 소멸급 헌터라 불리는 랭킹1위 박태신에게 ‘조차’라니.

뭔 개소리를 하는건지 공백에게 따지려는 찰나.


‘잠시만.’


그러고보니 저놈의 검기.

지금 U튜브에 보이는 박태신의 검기도 공백처럼 선명하고 짙은 검기를 뿜어내진 못했다.

당장 길이만 봐도 박태신의 그것보다 최소 몇 배는 길었다.

아니, 여태 내가 봐온 그 어떤 검기도 저런 형태와 위력을 가지진 못했다. U튜브 화면과 현실의 차이가 아니었다.


‘아무리 박태신이라고 해도.’


20층짜리 아파트를 일 검으로, 그것도 그 먼 거리에서 부술 수는 없다.


꿀꺽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공백의 모습을 보니 새삼 오싹하게 느껴졌다.

집이 박살난 정신적 충격에 너무 비현실적인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뭐라도 먹으니 이제서야 머리가 이성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대체 무슨 존재와 계약을 한거지?’


공백은 S랭크 헌터, 아니 박태신과도 비교 할 수 없이 아득히 강하다는 것을.

이런 인간, 아니 존재와 계약을 한 거라니.

비록 건물주와 입주민이지만···.


‘시엘이라는 여자가 말했지.’


그러고 보니 편지봉투에는 이놈 말고도 분명 두 명이 더 있었다.

대마도사와 용병왕. 내 기억이 맞다면 그들의 스탯은 600, 아니 900을 넘는 수치도 보였다.

보통 S랭크 헌터의 주 스탯이 200대 인걸 감안하면···.

난 멍하니 어제 시엘이 했던 말을 중얼거렸다


“돈 따위가 아니라 초월자들의 지식과 힘을 월세대신 지불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거 설마 내가 진짜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각성······.


띠리리링-!


그때 때마침 핸드폰이 거세게 울렸다.


[배달 사무실에서‘긴급 호출’이 왔습니다.]


아마 사장의 호출일 것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눈치 없는 놈이라 그런지 타이밍 한번 기가 막혔다.

갈땐 가더라도 배는 채워야지.

나는 젓가락을 다시 집었다.


“아.”


어느새 라면이 퉁퉁 불어터져 있었다.

망할. 내 라면.



----



부웅-

끼이익-


기분 좋은 엔진음과 함께 고무 타는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눈앞에 보이는 건‘배달고고’라고 적힌 허름한 간판.

주위에는 폐차직전인 오토바이가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내가 일하는 배달 사무실이었다.


띠리리링-!


[배달 사무실에서‘긴급 호출’이 왔습니다.]


핸드폰이 계속해서 미칠 듯이 진동했다.


“헉···헉···.”


끼익-

철컥


지친 발걸음으로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낡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혁진! 왔으면 아는 척을 해야 할 거 아냐!?”


사무실 안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좁아터진 사무실을 꽉 채울 듯 큰 덩치를 가진, 흡사 돌처럼 생긴 머리를 짧게 깍은 남자.


고팔두.

배태랑 배달부이자, 어딘가 모자라고 이상한 남자였다.

하지만 요즘 같이 남 뒤통수만 칠 생각만 하는 세상에서 차라리 그처럼 모자란 사람이 나았다.


“조, 조용히 해. 지금 뒤질 것 같으니깐.”


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후아 이제야 살겠네. 싸구려 소파지만, 천국이 따로 없었다.

긴급 호출이 떨어졌는데 늦기라도 하면 사장이 최소 일주일은 지랄을 해대니까.


“혁진, 정 없게 그러기냐? 우리 사이에?”

“우리가 뭐 언제 끈끈한 사이였어? 그냥 직장 선 후배사이지.”

“혁진! 반응이 뭐냐!”


내 말을 듣고 고팔두는 상처받았다는 듯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대꾸할 가치가 없어, 난 소파에 몸을 맡겨 축 늘어졌다.


“둘이서 뭐 하시는 거죠? 아예 둘이 살림 차리지 그러세요?”


고팔두와 이야기 하고 있을 때 탕비실에서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이십대 중반쯤 되어 보일까. 애쉬 핑크로 염색한 머리카락과 기다란 속눈썹이 인상적인 여자.


‘사무실 홍일점인 김채린.’


블라우스 단추를 두세 개 풀었음에도 꽉 찬 존재감을 여전히 드러내는 미드, 잘록한 허리.

입고 있는 H라인 스커트는 쫙 벌어진 골반 때문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이곳에서 커피 타는 거 말고는 아무 일도 안하는 김채린이 경리로 고용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았다.


“채린! 커피 한잔.”

“내가 무슨 시다바리도 아니고, 손이 없나··· 어휴, 사장꺼 타는 김에 혁진씨도 한잔 타줘요 마요?”

“어 나도. 얼음 동동 띄워서.”

“주문도 많네요.”


나는 낡은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말했다.

잠시 후, 김채린은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종이컵을 건넸다. 달큰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채린! 한잔 더.”


고팔두는 열이 펄펄나는 커피를 받자말자 벌컥벌컥 마시고는 말했다.


“커피 못 마셔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어요?”

“한 잔 더.”

“귀찮으니 알아서 타 마시세요.”


고팔두는 저 나이 먹도록 커피 타는 법을 몰랐다.


“한 잔 더.”

“하아, 있어봐요. 혼자 두면 저번처럼 일거리만 더 늘어나겠지.”


탕비실에 다시 들어가는 김채린의 뒷모습을 구경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쨍한 기운이 돌았다.


‘후우 이제야 살겠네.’


복잡한 머리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했다.

숨도 어느 정도 돌아왔겠다.


찰그락.


어느덧 종이컵 안은 얼음만이 남아있었다.

다 마신 종이컵을 대충 책상 위에 올려놓자 고팔두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혁진, 사장 새끼가 찾는다.”

“그러게요. 그 돼지새끼가 씩씩 되는 게 어찌나 꼴 보기 싫은···.”


철컥-


“김혁진! 고아새끼 어디 있냐!?”


호랑이, 아니 돼지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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