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의 이세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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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즈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6
최근연재일 :
2024.05.23 00: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89
추천수 :
66
글자수 :
91,136

작성
24.05.08 19:35
조회
120
추천
8
글자
11쪽

1화. 죽음

DUMMY


어두움이 짙게 깔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


기다란 장총을 어깨에 맨 사내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그에 반해 그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동굴 속은 넓었으며 끝이 보이지 않았다.


똑똑-.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 소리는 발걸음을 늦추거나 멈칫거리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준성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에게 있어 두려움으로 인한 머뭇거림.

그건 현재로서 가장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짙었던 어두움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이내 적막이 흐르던 그간과는 달리 소음이 들려왔다.


동굴 안으로 들어왔던 순간부터 단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준성은 처음으로 멈춰 섰다.


불안함이나 두려움 따위로 인한 멈춤은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을 되찾기 위한, 신중함이었다.


준성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기다란 돌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커다란 문 앞에는 가면을 쓴 두 명의 우락부락한 사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문지기가 없었던 동굴 입구가 아닌 저곳에 문지기를 세워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저곳이 그토록 찾는 그곳이리라.


저 둘을 소리 소문 없이 죽여야 했다.

하여 작은 무기를 꺼내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그 행동은 이어갈 수 없었다.

그들의 대화가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지금쯤 죽었겠지?”

“죽어도 싸지. 감히 형님을 배신하려고 해? 죽이고 길드장이 되려고 했다는 게 괘씸하잖아.”

“푸하핫, 반역이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들어온 지 3년도 채 안 된 애송이가. 설사 길드장님을 죽였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그놈을 길드장으로 인정한다고 생각한 것도 웃기군.”

“그 새끼한테 붙어먹은 놈들도 제정신은 아니지. 고작 23살이라던데. 뭘 믿고.”

“아니, 아니지. 23살이라는 건 기둥에 매달기 직전에 알려진 거니까 몰랐던 거지. 만약 꼬맹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안 붙어먹었겠지. 안 그래?”


그 말을 끝으로 낄낄거리는 사내들을 기둥 뒤에서 숨죽여 바라보고 있던 준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


23살, 5년 동안 찾아 헤맸던 하나뿐인 혈육.


기둥에 매달렸다는 남자와 동생의 나이와 같았기에 불안하고 또 불안했다.


제발, 제발. 저 대화의 주인공이 준수만은 아니길.


준성은 기분 나쁜 두근거림을 애써 무시하며 두 사내들의 대화를 좀 더 듣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때,


툭-.


하필이면 발에 치인 돌멩이가 내리막, 정확히는 두 사내를 향해 굴러갔다.


“거기 누...!”


탁-. 탁-.


뒤늦게 침입자의 기척을 알아챈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끝은 맺을 수 없었다.

주머니 속에서 꺼낸 준성의 작고 날카로운 표창이 정확히 그의 목, 급소에 꽂혔기 때문이다.


준성은 살벌한 표정으로 죽은 이에게 다가갔다.

그는 목에 꽂힌 표창을 뽑아내며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죽기 싫으면 닥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동료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또 한 명의 사내는 넘어진 자세로 준성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워, 원하는 게 뭐야.”

“매달아 놨다는 그 사람, 어디에 있지?”

“뭐......뭐?”

“배신자라는 그 사람, 어디에 매달아 놨냐고 물었는데.”


이 길드에서는 서로의 이름과 나이는 알지 못한다는 정보를 접수했었기에.

준성은 이렇게밖에 질문할 수 없었다.

일단은 그 매달아 놨다는 사내를 확인한 후, 길드 전체를 확인해야 했다.


“말해, 어디 있냐고.”


가면의 사내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문, 열어.”


낮게 깔린 단호한 목소리.

목 가까이 가져간 날카로운 표창.

이 두 가지는 건장한 사내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여, 열게. 주, 죽이지만.....”


손을 부들부들 떠는 사내를 보며 준성은 고개를 내저었다.


어떻게 이리도 겁 많은 사람을 문지기로 세워두었을까.


준성은 목 가까이 가져간 표창을 치우고 그를 일으켜 세워 문 앞으로 밀었다.


“열어.”


가면의 사내는 머뭇거림 없이 돌 문의 튀어나온 돌을 하나씩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어두운 공간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순간.


“침입자다! 침입자가 나타났다!”


가면의 사내는 필사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이었다.


잠시 방심한 준성은 입을 막지 않았음에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크윽......”


가차 없이 사내를 죽인 준성은 눈앞의 수많은 사람과 마주했다.


각기 다른 무기를 쥔 그들은 하나같이 죽일 듯한 표정으로 준성을 향해 서 있었다.


“사람을 찾으러 왔다. 순순히 내주면 조용히 돌아갈 것이다.”


준성의 말에 길드원들이 피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급기야 크게 웃는 사람도 몇몇 나타났다.

이내 동굴 전체가 웃음으로 가득 메워졌다.


“조용!”


그때, 확성기라도 사용한 듯 모두의 웃음보다 더 큰 목소리가 그들을 잠재웠다.


"감히 내 공간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내 사람들을 죽이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가면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전부 하얗게 새 있었다. 그러나 얼굴은 머리카락의 색과는 달리 앳되어 보였다.


20대 초반, 많이 쳐 줘도 20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준성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길드의 주인인가 보군.”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내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이곳에 들어왔으니 길드에 가입하기 위함은 아닐 테고.”

“동생을 찾으러 왔다. 내어 주기만 한다면 길드원을 죽인 보상은 치르고 갈 것이다.”

“보상? 어떤 식으로?”

“.....뭐든, 원하는 게 있으면.”

“흐음... 근데 어쩌지. 동생이라니. 아무래도 정보를 잘못 듣고 온 것 같은데. 여긴 형제도 없는 천애 고아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거든.”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러나 준수가 여기에 속해 있다는 건 틀린 정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물러설 수 없었다.


“내가 직접 찾지.”

“하하하, 찾기 전에 죽을 수도 있을 텐데.”


남자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준성은 그를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에 있는 사람이 단 가?”


길드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짧은 헛웃음을 내며 말했다.


“하, 처음부터 느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군.”

“여기에 있는 사람이 다냐고 물었는데.”

“그래. 여기에 있는 사람이 다지. 마침 오늘 중요한 날이라 전부 모이라고 일렀거든. 배신자를 처단하는 날이라서 말이야. 자네도 날 죽이려던 놈을 구경할 텐가?”


끝까지 20대 초반의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투를 고수하는 남자.

그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뒤를 돌아 손을 휘저었다.


홍해가 갈라지듯 길드원들이 양옆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그간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속, 유일하게 뚫린 천장의 구멍 새로 들어오는 빛은 매달아 놓은 남자를 비추고 있었다.


“가서 확인해도 좋아. 내 흔쾌히 허락하지.”


길드장의 말에 날이 잔뜩 서 있던 길드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앞길을 터주었다.

그러나 준성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고 그것을 보다 못한 건지 길드장이 한마디 보태었다.


“뭐해, 확인 안 하고. 무서운 건가? 설마 저게 네가 찾던 그 동생이기라도 할까 봐서?”


비아냥거림에 그제야 마른침을 삼킨 준성은 길드장을 한 번 노려본 후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이내,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 채로 축 늘어져 있는 사내의 얼굴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악!”


그토록 찾던, 준성의 동생, 준수였다.


잔인할 정도로 냉소적인 표정의 남자는 형제의 애틋한 재회 장면에 감흥이 전혀 없다는 듯 말했다.


“아, 저 배신자가 네 동생이었나 보군. 알았더라면 내 조금 배려를 해줬을 텐데.”


몰랐었다는 말과는 달리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다지 놀란 음성은 아니었다.


정신줄을 놓기 직전인 준성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피투성이의 동생을 앞에 둔 그는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숨을 확인했다.


“으아아아악! 준수야, 준수야. 흐으으으윽.”


미친 사람 같이 울부짖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준성은 숨을 쉬지 않는 준수를 안고 오열했다.


“아아, 10분만 더 일찍 왔다면 살아 있었을 텐데. 아쉽네.”


손을 바르르 떨던 준성은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조심스럽게 동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깨에 매고 있던 총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호오, 우릴 죽이려고? 그러기엔 사람이 너무 많지 않나? 그 총으로 이 많은 사람을 다 죽일 수나 있겠어?”


길드원 전부의 총구가 자신에게로 향해 있는 걸 본 준성은 자포자기한 듯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글쎄, 짧고 긴 건 대 봐야 알 지.”


탕-.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길드장에게로 날아간 탄알은....


툭-.


허무하게 떨어졌다.


“말도......”


탕-.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길드장의 코앞에서 맥없이 떨어진 탄알을 보던 준성은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복부에서 울컥대며 솟구치는 피를 한 손으로 막으며 한 팔에 힘을 주어 준수의 곁으로 기어갔다.


“풋, 푸하하하.”


길드장과 길드원에게는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웃긴 장면이었지만, 준성에게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절절한 이별의 순간이었다.


“준...... 크윽....”


고통에 말을 끝맺지 못한 준성은 손을 뻗어 동생의 손을 잡았다.


죽음의 순간에도 꽉 쥐고 있던 주먹은 준성으로 인해 힘이 풀렸고 손을 잡은 순간, 그의 손에 무언가가 만져졌다.


[회귀의 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시스템 창에 준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헛것이 보이다니, 정말 죽음에 이르렀구나 싶었다.


[회귀의 반지(일회성)


*주의 사항*


-회귀를 수락하는 순간, 회귀의 반지는 평범한 반지가 됩니다. 단 한 명,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로 회귀할지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수락하는 순간, 곧장 회귀합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준성은 아직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고 죽음이 눈앞으로 바짝 다가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회귀하시겠습니까?]


또 한 번 시스템 창이 나타났고 문구 밑에는 YES와 NO 가 나타났다.


이제는 숨마저 내뱉기 힘들게 된 준성은 짧게 여러 번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만약 저 시스템 창이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 순간이 꿈이 아니라면. 왜 반지를 획득한 준수는 회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카운트 다운을 시작합니다.]


3


2


1


꿈이든 상상의 나래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순간 준성은 생각을 멈추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내 주변은 까맣게 물들었고 준성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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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미지의 성(2) 24.05.12 3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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