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의 이세계 탈출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헤브즈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6
최근연재일 :
2024.05.23 00: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08
추천수 :
66
글자수 :
91,136

작성
24.05.08 21:25
조회
90
추천
8
글자
11쪽

2화. 게임의 정체(1)

DUMMY



“으아아아, 안 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준성은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구조.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모두가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 대리.... 설마 업무 시간에 잠을 잔 건가? 무슨 무서운 꿈이라도 꾼 모양이지?”


준성은 어이없는 목소리를 내는 배불뚝이 부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 뒤늦게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지.


회귀 전, 준수의 손에서 발견한 회귀의 반지였다.


그렇다는 건.... 정말 회귀에 성공했다는 걸까.


준성은 현실을 직시함과 동시에 급하게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최 대리,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자네 지금....”


핸드폰을 확인한 준성은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2028년 9월 12일 오전 11시 12분.


준수가 사라진 그날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회귀했다니.


이 상황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었다. 만약 회귀가 맞다면 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야 했다.


“저 잠시 외근 다녀오겠습니다.”

“아, 아니. 최 대리! 최 대리!”


미래 따위는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준성은 통보한 뒤 대답도 듣지 않고 뒤로 돌았다.

그가 챙긴 건 핸드폰과 가방뿐이었다.

그는 곧장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하는 내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제발, 제발.... 안 돼, 준수야....”


왜 하필 오늘일까.

하필 왜.

회귀한 날이 하루 전이기만 했어도....

그러기만 했어도 이렇게 불안하진 않았을 텐데.


아니, 적어도 오늘 아침이기만 했었어도....


초조함에 어떻게 운전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다행히도 사고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한 준성은 곧장 동생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 좌절하고 말았다.


5년 전 그때처럼 동생의 책상 위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형, 당분간 나 찾지 마. 좀 멀리 갈 예정이거든. 오늘 아침에 싸운 것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니 자책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확신할 수 있는 건, 내가 다시 돌아오는 날엔 모든 게 다 변해 있을 거라는 거야. 행복하게 해 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준수]


“하...... 왜..... 왜.....”


편지의 내용은 그때와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귀엽다며 웃어넘겼던 그때와는 달리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거였다.


준성은 편지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 핸드폰을 들었다.


회귀 전 했던 멍청한 짓은 한 번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부장님, 저 오늘부로 퇴사하겠습니다. 짐은 회사에서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했습니다.”


짧고도 무례한 퇴사였다.


현실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어떻게 이렇게 퇴사할 수 있을까 싶은.

그러나 미래를 알기에 말이 될 수밖에 없는. 적어도 그에게는 현재로서 지극히 현실적인 퇴사 방법이었다.


준성은 일분일초도 낭비할 수 없었다.


회귀 전, 편지를 읽고서도 귀여운 반항 정도로.

돌아오지 않았던 그날 저녁만 해도 단순 가출이라고 여겼었는데.

준성은 오기만을 기다렸었던 어리석은 날을 두고두고 후회했었다.


가출 후 이틀 후에나 신고를 했었던 것.

동생이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곧바로 퇴사하지 못했던 것.

회사의 정책대로 직원이 뽑힌 후 인수인계 후에나 나올 수 있었던 것.

뒤늦게라도 게임 속으로 들어갔지만, 몇 년 동안이나 준수를 찾지 못했던 것.


모든 것이 다 후회였다.


준성은 좌절과 절망이라는 불필요한 감정들을 모두 내려놓은 뒤 물건 몇 개를 챙겨 집을 나섰다.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지라 그의 모든 행동에는 불필요한 움직임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과 걱정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곧바로 게임 속에 들어간다고 해도 준수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준수가 게임 속으로 들어간 후로 회귀했을까.


준성은 두 번째 손가락에서 빛나는 반지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돌이킬 수도, 돌이킬 방법도 알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준성은 곧장 차를 몰고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에 도착했다.


생각보다는 사람이 적었다. 대략 50명 정도.


회귀 전, 그러니까 정확히는 준수가 편지를 남기고 떠난 후 6개월 뒤만 하더라도 입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었으니.

이 정도는 민망할 정도로 적은 인원이었다.


게임이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적은 걸까.


이 게임이 출시된 건 8월 말. 정확히는 이 주 전이었다.


광고비가 엄청 난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튜버들이 앞다투어 게임에 참여했고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었다.


게임의 이름은 ‘루시퍼’


중2병이 걸린 사람이 지은 것 같은 이 게임은 이름 그대로 악마 같았다.


성경에서 사탄이 예수에게 3번의 유혹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40일 동안 금식했던 예수에게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을 빵으로 바꿔봐라.’라고 했던 첫 번째 유혹.


첫 번째 유혹이 실패하자 예수를 이끌고 올라가 순식간에 천하만국을 보이며 ‘이르되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게 넘겨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라고 했던 두 번째 유혹.


그리고 마지막.


두 번째도 실패한 사탄은 예수를 성전 꼭대기로 세우고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서 뛰어내려 봐라.’라고 했던 마지막 유혹.


이 게임의 모티브는 사탄이 예수에게 했던 두 번째 유혹에 있다.


‘무엇이든 구하라.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노라.’


사탄의 유혹에 빠진 인간들은 돈, 명예, 이성 등 가지고 싶었던 것, 이루고 싶었던 것을 목표로 삼고 퀘스트를 이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게임 속 진행자. 즉, 루시퍼는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ㅇㅇㅇ이다. 만약 그것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나를 통해 이룬 모든 것은 무(無)로 돌아가리라.’


그야말로 사악하고 치사하기 그지없는 ‘루시퍼’를 사람들은 다르게도 불렀다.


[없는 세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 세상, 그리고 없는 게 없는 세계.


뭐든지 이룰 수 있고 또 가질 수 있는 곳.


게임 속에서 가지게 된 모든 것은 현실 세계로 가지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


무서운 건 이 게임 속에서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물론, 지금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에도 게임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게임의 정보가 노출된 게 많이 없어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만 지나도 전 국민의 30퍼센트가 게임 속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난 후에는 50퍼센트.

그리고 5년 뒤에는 80퍼센트 이상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 사실을 이미 아는 준성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던 그때와는 다른 이 공간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여기에.... 줄 서면 되는 건가요?”


가장 맨 끝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준성은 옆에서 들리는 가늘고 고운 목소리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 고맙습니다.”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힌 채 긴 생머리를 한 쪽으로 치우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준성은 그런 그녀에게 시선을 오래두지 않았다.

게임에서 가장 불필요한 게 쓸데없는 인간관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굳이 인연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 게임... 뭔가 신기하지 않아요? VR도 아니고.... 진짜 현실처럼 구현한 게임이라니.”


자신에게 더는 말 걸지 않기를 바랐지만, 바로 뒤에 선 여자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준성을 성가시게 만들었다.


“하아... 저 조용히 있고 싶은데요.”


만약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었지만, 지금 예민할 대로 예민한 준성의 입에서는 날카로운 말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 죄송합니다.”


멋쩍은 듯 살짝 고개를 붉힌 여자는 그 후로는 말을 건네지 않았고 준성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신분증 보여 주시면 됩니다.”


드디어 준성의 차례였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모바일 신분증을 보여 준 준성은 직원이 건넨 상자를 받으며 말했다.


“이제 들어가면 되죠?”

“아직 절차가 남았습니다. 여기 읽어보시고 동의서에 사인 해주세요.”


아, 동의서가 있었지.


이제야 그날 그때가 선명히 떠오른 준성은 태블릿 속 동의서와 마주했다.


마음이 급해서 읽을 정신이 없었던 그때.

그리고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진 않았지만, 준성은 그때처럼 막 사인하지 않았다.


4년 6개월 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지내면서 꺼림칙했던 것들이 몇몇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동의서를 좀 더 읽어볼걸’이라며 후회했었던 것도 생각났다.


준성이 동의서를 읽는 동안 뒤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은 다른 직원에게 가서 상자를 받아 게임 속 세상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그의 뒤에 서 있던 다섯 명의 사람이 들어갔을 때쯤에야 준성은 고개를 들었다.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동의서 한 부를 저한테 보내 줄 수 있나요?”

“.....그건...”

“여기 적혀 있는데요. 원한다면 한 부를 보내드린다고요.”


그가 가리킨 기다란 손가락 끝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직원은 옆에 앉은 직원과 잠시 눈빛 교환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여기 적으신 핸드폰 번호로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일단 사인 먼저 해주세요.”


어차피 뭐가 적혀 있든 사인할 생각이었던 준성은 곧장 빈칸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름을 적자 직원이 주의 사항을 알려주었다.


“이 동의서는 절대 외부로 유출해서는 안 됩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네, 알겠으니까 주시죠. 어차피 다 적혀 있는 내용이잖아요.”


다소 까칠한 말에 직원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네,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직원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준성은 핸드폰 속 동의서가 온 것을 확인했다.


열여덟 장이나 되는 동의서를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받았으니 찬찬히 살펴도 될 터였다.


“아! 잃어버리시면 위치 파악이 되지 않으니 꼭....”


급하게 직원이 준성의 등 뒤로 말했지만,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아는 내용이었으며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주의 사항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으니까.


준성은 게임 속 세상의 정체를 전부 알고 있었다.


3년 뒤에나 밝혀질 사실, 그리고 게임 속의 무서운 진실들도.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게임 속 세상이 개발자가 만든 공간이 아니라 이세계라는 것을.


그리고 게임 속 세상과 연결되는 이 문이 현재까지로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포털 입구라는 것을.


이 모든 것은 3년 뒤에나 밝혀질 사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의 이세계 탈출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4.05.23 5 0 -
공지 연재 시각 00:35 고정합니다. 24.05.19 8 0 -
18 18화. 이세계(2) 24.05.23 4 0 11쪽
17 17화. 이세계(1) 24.05.22 8 1 11쪽
16 16화. 진실(3) 24.05.21 14 2 11쪽
15 15화. 진실(2) 24.05.20 13 2 11쪽
14 14화. 진실(1) 24.05.19 15 2 11쪽
13 13화. 그놈(3) 24.05.18 16 2 11쪽
12 12화. 그놈(2) 24.05.17 15 2 11쪽
11 11화. 그놈(1) 24.05.16 17 2 11쪽
10 10화. 반지(2) 24.05.16 18 3 11쪽
9 9화. 반지(1) 24.05.15 20 3 11쪽
8 8화. 미지의 성(4) 24.05.14 25 3 11쪽
7 7화. 미지의 성(3) 24.05.13 25 4 11쪽
6 6화. 미지의 성(2) 24.05.12 35 5 11쪽
5 5화. 미지의 성(1) 24.05.11 42 5 12쪽
4 4화. 게임의 정체(3) 24.05.10 62 6 11쪽
3 3화. 게임의 정체(2) 24.05.09 68 8 11쪽
» 2화. 게임의 정체(1) 24.05.08 91 8 11쪽
1 1화. 죽음 24.05.08 121 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