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의 이세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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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즈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6
최근연재일 :
2024.05.23 00: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03
추천수 :
66
글자수 :
91,136

작성
24.05.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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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게임의 정체(3)

DUMMY



“스톱!”


벗은 외투에 금을 넣어 보자기처럼 감싸고 있던 준성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렸다.


“죽고 싶지 않으면 그거 고대로 내려놓고 꺼져.”


처음 보는 이들이었지만, 준성은 그들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악질 강도.

플레이어들의 소지품과 재산을 갈취하는 못돼 쳐 먹은 이세계 사람이었다.


네 명의 강도들은 험악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무기의 종류도 다양했다.

장검, 단검, 총,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무기인 표창.


사실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락부락한 몸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살기 위해서라면 조용히 내려놓고 가야 했다.


그럼에도 준성은 이 금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마저 없으면 이제 수중에 남은 거라고는 딱총뿐이었기에.

하여 미친 척하고 도망칠 타이밍을 얻기 위해 대화를 선택했다.


“이게 뭔 줄 알고 내려놓으라고 하는 거지?”

“하,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먼. 지금 우리랑 대화를 시도하려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대에 준성은 절로 침을 삼켰다. 실로 오랜만에 든 죽음을 앞둔 두려움이었다.


“어! 저..... 저기..... 미....미타레스타우르스.....”


준성은 그 와중에 기지를 발휘해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강도들의 뒤를 가리켰다.


‘미타레스타우르스’는 이세계 속 공포의 생명체이다.


날개가 있으며 입에서 불을 내뿜을 수 있는, 듣기만 해서는 전설의 동물인 용과 그 생김새가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또 아니었다.


네발로 기어다니며 얼굴은 하마와 비슷했고 온몸은 비늘로 뒤덮여 있어 그 무엇도 상처를 낼 수 없다는 그 동물.


준성이 그 이름을 정확히 말하자 그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의 빛이 담겼다.

그들이 돌아보려는 때, 준성이 말했다.


“우, 움직이면 죽을 거야. 아직 우리를 발견 못 했어. 그대로 멈춰.”


준성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그들은 동상처럼 굳은 채로 떠들어댔다.


“씨X, 갑자기 왠 미타레스타우르스야! 여기는 출몰 지역도 아니라고!”

“형님, 저 새끼 분명 거짓말하는 겁니다. 그냥.....”

“그러다가 진짜 나타나기라도 했으면....!”


그들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준성은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아! 형님! 저 새끼 도망갑니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준성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강도들이 서 있는 곳 반대로 달렸다.


“허억, 허억.....”


숨이 차올랐지만, 준성은 멈출 수 없었다. 품 안에 소중히 들고 있는 이 금을 절대 빼앗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탕-.


탕-.


뒤에서 총 소리가 들렸다.


준성의 말이 이제서야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도망치자마자 들통날 줄 알았는데. 명성대로 멍청한 거야, 아니면 순진한 거야.'


준성은 고래를 절레절레 저으며 계속해서 달렸다.


그때.


“준성아!”


준성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최준성!”


이번에는 성까지 붙여서 불렀으며.


“최준성, 잠시만!”


그 소리가 부쩍 가까워졌다.


“뭔데, 왜 뛰는 건데. 아니, 그것보다 너 언제부터 게임 시작한 거야? 분명 내가 하자고 했을 때 안 한다고 했었잖아.”


옆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는 건장한 사내는 표정이 매우 평온해 보였다.


그에 반해 꽤 오랫동안 달렸던 준성은 숨이 턱 밑까지 차 올라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탕-.


탕-.


더 가까워진 총 소리에 준성은 겨우 입을 열었다.


“도망가야 해. 강....강도...”

“강도?”


준성과 함께 달리던 그는 갑자기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이내 멈춰 섰다.


“준성아, 이제 안 뛰어도 돼.”

“허, 허억, 뭐?”

“안 뛰어도 된다고.”


씨익 미소를 지은 그는 앞으로 매고 있던 총을 풀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 사격 실력이 장난 아니잖아? 강도가 몇 명인데?”

“네 명.”


많은 수에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은 그는 자신만 믿으라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세를 잡았다.


“저기 있다!”


그리고 곧 강도들이 나타났고 그와 대립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감히, 거짓말을 해? 미타레스타우르스?”


강도는 아직도 분한 건지 씩씩거리며 강하게 노려보았고 준성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강도는 더 분에 찬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거짓말하면서 도망치던 때가 불과 몇 분 전인데. 특별히 살려주려고 했는데....”

“혓바닥이 기네, 강도 새끼가.”


준성의 옆에 서 있던 그는 인상을 팍 찡그리며,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강도들은 그제야 그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듯 시선을 주었다.


“호오, 고새 건장한 애인을 구했나 보군.”

“형님, 저 새끼 품에 있는 보자기에 분명 비싼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망가죠.”

“다 죽이고 얼른 가지고 가죠.”


강도들의 말에 준성의 친구는 인상을 더 찌푸렸고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탕-.


가장 먼저 죽임을 당한 사내는 강도 중 하나, 유일하게 총을 들고 있던 사내였다.


“도망갈 시간을 주지. 아니면 나랑 싸울 건가?”


마치 악당과도 같은 얼굴로 영웅 대사를 날린 그는 강도가 도망가는 것을 끝까지 보고 서 있었다.


준성은 한 달 만에 더 늠름해진, 그리고 뭔가 달라진 그를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너.... 방금 사람 죽인 거야. 알고 있지?”

“사람이라니, NPC지.”


어이없다는 표정을 보인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이어 말했다.


“준성이 너, 밖에서처럼 무르게 굴면 안 돼. 그 소문 들었지? 여기서 죽으면 그냥 죽는 거라는. 물론 소문....”

“소문 아니야.”

“뭐?”

“소문 아니라고. 여기서 죽으면 그냥 죽는 거야. 다른 게임처럼 세이브도 없고 부활 이런 것도 없어.”


‘물론 난 회귀하긴 했지만.....’


회귀 직전, 동생의 시체를 떠올리던 준성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뭐야, 최준성. 겁쟁이 다 됐네. 예전의 그 준성인 어디 갔냐?”

“하.... 민정아, 미안한데 우리 대화 나누고 있을 시간이 없어. 내 동생이..... 가출해서 이 게임에 참여했어. 너도 사실은 알고 있잖냐. 여기 우리가 했던 게임과는 다르다는 거.”


평소였다면 이름을 부르지 말라며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화를 냈을 민정이지만, 심각한 상황에 준성이 부른 이름을 듣지 못한 듯했다.


“그러니까..... 얼른 찾아야 해, 우리 준수.”

“준수가 게임 속에 들어왔다고?”

“그래.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찾을 수도 있어.”

“준수가 언제 이 게임에 들어왔는데?”

“오늘. 몇 시인 줄은 몰라.”

“그럼..... 이 근방에 있는 거 아닐까? 아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민정을 포함한 플레이어들이 아직 모르는 부분. 포탈로 들어서는 순간, 랜덤으로 장소가 정해진다는 것이었다.


준성은 그것까지 설명할 여력이 없었다.


“일단 무기를 사야 해. 내가 이거 모았거든.”


품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금을 보여주자 민정은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이거 금이야?”

“응. 여기서도 거래가 가능하거든. 물론, 밖에서 보다는 아니겠지만.”

“밖에서보다 아니라는 건 무슨 말이야?”

“금 시세가 좀 그래. 이 정도면..... 총 한 자루 겨우 살 수 있을 거야.”


심각한 표정으로 금을 내려다보던 민정은 매고 있던 커다란 배낭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금은 준수 찾은 후에 가지고 나가고 일단은 이거로 거래하자.”


가방 속에 든 건 초콜릿이었고 준성은 당연히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로 뭘 어떻게 거래해.”

“여기엔 초콜릿이 없어. 그래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내가 이 비싼 총을 어떻게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


민정의 말대로 그가 가진 총은 한눈에 보기에도 비싼 것 같았다.


“총이 얼만데?”

“아마..... 1000골드 정도일걸? 중요한 건 이 총을 겨우 초콜릿 세 개랑 교환했다는 거지.”

“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으라는 걸까. 준성은 여전히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준성이 게임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이세계에는 초콜릿이 널리 퍼진 후였기에 회귀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이 정보를 아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어. 얼른 팔러 가자. 네 무기도 좀 사고.”

“.....진짜 초콜릿으로 총을 샀다고? 가니안가니 초콜릿으로?”

“그래! 그렇다니까? 믿고 안 믿고는 가서 보면 알지.”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손쉽게 맨 민정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작은 마을 옆쪽으로 난 길을 쭉 따라가면 큰 성이 하나 있거든? 거기서 거래할 생각이야.”

“성?”

“응,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공간이지. 아마 귀족이 살고 있지 않을까?”


‘이 근방에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공간이 있다고?’


준성은 곧장 지도를 켜 확인했고 그의 말대로 지도에는 성이 없었다.


“얼른 가서 거래한 돈으로 무기 사고 준수 찾으러 가자.”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준성은 민정의 말에 멈칫했다.


“너도 같이 가겠다고?”

“응, 당연하지. 혼자 어떻게 찾아.”


경호원으로 오래 일했던 그와 함께 다니면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준성은 선뜻 함께 가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위험했기 때문이다.


“안 돼. 준수는 나 혼자 찾는 게 좋을 거 같아. 넌 얼른 여기서 나가.”


단호한 준성의 말에 민정은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게임에서 나가라니, 그게 무슨....”

“너무 위험해. 여기서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나가. 나도 준수 찾고 곧장 나갈 거야. 이 미친 게임은 진짜로 사람을 죽인다고. 그리고.....”


‘여긴 게임이 아니란 말이야. 넌 아까 진짜 사람을 죽인 거라고.’


준성은 마지막 말을 삼켜야만 했다.


아직은 알아서는 안 될 정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난 같이 갈 거야. 너만 보낼 수는 없어. 넌 내 생명의 은인이잖아.”


상황을 알 리 없는 민정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고 준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 없이 들었던 생명의 은인. 준성은 그리도 싫어했었던 그 말을 처음으로 들먹여야만 했다.


“생명의 은인으로서 부탁할게. 나가. 네 목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목표를 이루게 되면 네 인생은 망가질 거야. 그러니까 내 말 듣고.....”


말을 끝맺기도 전에 준성의 워치에서 푸른 빛이 반짝거렸다.


“이.... 이 근처에 준수가.....”

“뭐? 그걸 어떻게 아는데. 방금 그 빛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야?”


민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준성의 신경은 온통 워치에 쏠려 있었고 그는 몸을 돌려가며 워치의 빛을 확인했다.


“이 방향이야!”


푸른 빛에서 바뀐 보라색 빛은 어느새 화살표가 되어 가는 길을 비춰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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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미지의 성(1) 24.05.11 42 5 12쪽
» 4화. 게임의 정체(3) 24.05.10 61 6 11쪽
3 3화. 게임의 정체(2) 24.05.09 67 8 11쪽
2 2화. 게임의 정체(1) 24.05.08 90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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