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의 이세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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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헤브즈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6
최근연재일 :
2024.05.23 00: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07
추천수 :
66
글자수 :
91,136

작성
24.05.15 00:2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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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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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반지(1)

DUMMY


용용거렸던 그 문구를 음성으로 듣는 순간, 준성은 소름이 쫙 끼쳤다.


“너.....누구야.”


갑작스러운 준성의 말에 모두가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며 물었다.


“준성아, 괜찮아?”

“혀.....엉?”


준성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정확히 허공이었고 약간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전 이렇게 주인님만 들리게 말하는 데 주인님께서 진짜 음성을 내시면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한답니당.


‘너.... 누구야.’

-호옹, 저에 대해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

‘조잘거리지 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해. 너 누구야.’

-히잉, 그렇게 다그치시면 제가 속상하다구욧! 주인님 정말 너무해용.


흑흑 거리는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메우자 준성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알았으니까 말해, 누구야. 말하라고!’

-이잉, 소리 지르지 마세요옹. 알겠어용. 주인님께서 그렇게 원하시니 충직한 부하로서 말씀 드려야지용. 전 반지의 주인이자 코이 데 카를로이의 주인이며 이 세계를 만든 이가 낳은 자. 바로 바로.....


왜 이렇게 사설이 긴지. 준성이 한마디 더 보태려는 찰나, 목소리가 들렸다.


-벨라입니당!


“벨라?”


자신도 모르게 음성을 낸 준성은 아차 싶은 마음에 민정과 준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까와 같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준성아.... 너 괜찮은 거 맞지? 저놈은 왜 무릎을 꿇은 거고 넌 왜......”


말을 잇지 못하는 민정을 대신해 준수가 입을 열었다.


“형 눈이..... 좀 이상해. 방금까지..... 검은 자가 보이지 않았어.”


겁을 먹은 듯한 목소리였다.


‘검은 자가 보이지 않는다니, 무슨 말이야?’

-아앙, 아마 저랑 대화를 나누면 그렇게 되나봐용. 그건 차차 괜찮아 지실 거랍니당!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용!


왜 흰자만 보였는지 알게 된 준성은 벨라와의 대화를 멈추고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백작에게로 다가갔다.


“왜 날 주인으로 섬기는 거지?”

“그리 명하셨습니다.”

“누가, 벨라가?”


준성이 그만 들릴 수 있게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이자 백작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


“주인님의 말씀대로군요. 주인님의 주인 되신 최준성 님은 이제 저의 주인이십니다. 절 부하로 받아 주시옵소서.”


거슬리는 말투를 듣지 않게 된 것도, 준수를 데리고 나갈 수 있게 된 것도 좋건만. 왠지 모르게 찝찝한 이유는 뭘까.


준성은 찝찝함을 뒤로 하고 준수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주인으로 모시건 말건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우릴 여기서 내보내 줘.”

“그건 당연한 말입니다. 뭐든, 명령만 하신다면 뭐든 임하겠습니다.”


아까와 180도 달라진 백작의 태도를 이상하게 느낀 건 민정과 준수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반지가 주인이라고 해도 인간을 증오하는 그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준성은 준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백작의 옆을 지나가자 그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주인님, 제가 성 밖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장애물이 있어 인간은 쉽게 나가기 어렵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말한 백작은 갑자기 눈을 희번뜩 뜨며 민정을 노려보았다.


“뒤지기 싫으며 총 내려놔. 내가 모시는 분은 최준성 님뿐이시다.”


놀란 마음에 총을 겨누고 있었던 민정은 눈치를 살피며 그대로 총을 뒤로 돌려 맸다.


“민정아, 괜찮을 거야. 그리고 준수도.”


그 말 한마디에 준수와 민정은 겁이 조금 사라진 듯했다.

그들은 준성의 양팔을 꼭 잡은 채로 백작의 뒤를 따랐다.


“처음 봤을 때부터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여태껏 저에게 반말을 하는 인간은 없었거든요.”


나가는 도중 처음으로 말을 꺼낸 백작은 그 후로 계속해서 조잘거렸다.


준성은 그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여기서 얼른 나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갈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준성은 여전히 백작을 100% 신뢰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반면, 그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민정과 준수는 어느새 말 많은 백작과 한껏 가까워진 듯했다.


“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옹?”


그래서 그런가 백작은 원래의 말투로 돌아왔고.


“네, 3년 전에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아니, 그런데 왜 가출을 했어엉. 주인님이 네 형이자 부모 아니었엉?”


준수는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 보는 백작에게 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까워진 것이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한마디 하려던 준성은 백작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준수의 진심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줄곧 궁금했던 거였다.


준수는 대체 왜 갑작스럽게 게임 속으로 들어올 결심을 한 것일까.


준성은 이 게임이 출시된 후 늘 준수에게 경고했었다.


위험하다, 함정이나 속임수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플레이어에게 다 퍼다 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 기부 단체도 아니고.


그렇게 말할 때마다 준수도 동의했고 그랬기에 안심했었는데.


준성은 준수가 게임에 참가한 진짜 이유가 편지 속에 적힌 돈이 아닐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돈 따위가 가출의 이유는 될 수 없었으니까.


“돈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그 확신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최준수, 정말 돈 때문이었어? 정말이야?”


준성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고 그들은 전부 발걸음을 멈춰 서서 준성을 바라보았다.


“뭐야, 형, 내 이야기 듣고 있었구나?”

“하...... 최준수. 정말 돈 때문이야? 왜? 대체...... 내가 너한테 돈으로 서운하게 한 적이 있었어?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용돈도 넉넉하게 줬고 사 달라는 것도 다 사 줬는데....”


준수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형이......”

“뭐?”


뒷말이 잘 들리지 않았던 준성이 신경질 섞인 목소리를 내자 준수가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한테 그렇게 다 퍼 주느라 형이 누리지 못했잖아. 버는 족족 나한테 다 쓰느라고. 몰랐어. 고등학생이 돈에 대한 개념이 어디 있겠어. 어른들은 다 그렇게 버는 줄 알았다고. 나한테 용돈 주면서도 형도 그 정도, 아니, 그 이상으로 누리면서 사는 줄 알았다고!”


하나뿐인 소중한 동생이 우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준성은 그런 동생을 끌어안았다.


“준수야, 형 생각하는 건 고마운데 난 괜찮아. 난 나보다 네가 더 중요하거든. 그리고 준수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형은 꽤 누리면서 살고 있어.”

“거짓말.”


준수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준성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 거짓말이라고 하는 거야?”

“어제저녁에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어.”

“통....화?”


준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통화 내용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떠오를 리가 없었다.

준수에게는 어제지만, 준성에게는 머나먼 과거였기 때문이다.


-제가 가르쳐 드릴까용? 주인님은 회귀를 해서 기억이 안 나실 테니까요옹!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일 테니 제가 보여드리도록 하죵!


말했던 대로 벨라는 준성의 머릿속에 장면 하나를 보여주었다.


보이는 장면 속에서 준성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들리는 내용은 이러했다.


“하..... 일단 알겠어. 지금도 힘들어. 준수 대학 보내고 하려면. 안 돼, 학자금 대출은 받게 하고 싶지 않아. 준수 앞으로 빚은 절대 없게 할 거야,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한은.”


준성의 말이 끊긴 후, 잠시 후.


“아니야, 좋은 기회이긴 한데 여유 자금이 없다. 사업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지금은 회사도 잘 다니고 있고. 그래, 그래, 나중에 또 통화하자. 고맙다, 내 생각해줘서.”


장면은 그대로 끝이 났고 준성은 의아함을 느꼈다.


대체 이 부분 어디에서 가출을 결심하게 되었단 말인가.


준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준수야, 뭐 때문에 게임에 들어온 거야? 형이 너 대학 등록금 모으고 있다는 것 때문이야?”


준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럼 사업? 형이 돈이 부족해서 사업을 못하는 거 같았어?”


이제야 고개를 끄덕인 준수가 입을 열었다.


“형.... 오랜 꿈이었잖아. 나 때문에 그 꿈을 접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 준수야. 형의 오랜 꿈은 사업이 아니야. 너랑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게 형의 유일한 꿈이지.”

“......그래도....”

“그리고 어제 통화한 그놈 사기꾼이야. 알고서 거절한 거였어.”


준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기꾼?”

“그래, 사기꾼. 내 돈 먹고 나르려던 놈이었어. 진즉 알고 있었지.”


그놈이 사기꾼이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지만, 진즉 알았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그놈이 준성의 돈을 날름 먹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정확히 3년 후였다.

다른 친구가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는 이야기를 민정을 통해 전해 듣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그럼 이제 문제 될 게 없는 거지? 얼른 나가자 준수야. 형은 이 게임 속에서 일분일초도 못 있겠어.”

“.......”


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준성은 그런 동생을 데리고 다시 걸어갔다.


“이제 곧 다 왔습니다. 조금만 더 걸으시면 돼요.”


주인으로 모신 후부터 매우 깍듯한 태도를 보이는 백작은 미소 또한 온화해졌다.


백작의 말대로 커다란 문이 보였고 이제 게임에서 나갈 일만 남은 준성은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제 저 문만 열고 나가면.


동생과의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으리라.


준성이 그런 행복한 생각을 하는 때, 민정이 물었다.


“근데 왜 준성이를 주인으로 모시는 거죠? 아까 반지랑 막 싸우는 거 같던데.... 그거랑 연관이 있는 거예요?”


그 질문에 준성은 어떻게 대답할까 궁금해 슬쩍 바라봤고 백작은 자신만 믿으라는 표정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선대의 유언 때문입니다.”

“선대의 유언이요?”

“반지의 주인을 주인으로 모시라는 명이었죠. 전 그 명령에 따른 것뿐입니다.”


이게 납득이 될까 싶었지만, 민정과 준수는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선대의 유언이면 그래야죠. 근데 신기하다, 준성이 너 그 반지는 진짜 어떻게 얻은 거야?”


이번에는 백작이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준성이 답했다.


“게임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기절했는데 눈을 떠 보니까 손에 쥐고 있더라고. 나도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어.”


모든 게 다 거짓말이었지만, 믿는 분위기였다.


뭐, 이 상황에서 믿지 못할 일은 없지 않을까. 드라큘라가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기도 하는데.


“자 이제 문을 열겠습니다!”


힘차게 말한 백작이 레버를 내리자 문이 열렸다.


준성은 후련했다.


이제 이 빌어먹을 게임에서 나가기만 하면 모든 게 다 끝이니 말이다.


적어도, 적어도 준수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준성은 정말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 안 나갈 거야. 이 게임 계속할 생각이야 형. 만약 형이 날 붙잡는다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갈 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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