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의 이세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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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즈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6
최근연재일 :
2024.05.23 00: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87
추천수 :
66
글자수 :
91,136

작성
24.05.17 11:50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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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2화. 그놈(2)

DUMMY


그들은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포탈을 향해 갔다.

준성과 민정, 준수. 그리고 백작과 준수가 속해 있었던 길드의 길드장도 함께였다.


준성은 그놈이 함께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여 몇 번이고 갈 길 가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고 꿋꿋이 쫓아 오고 있었다.


“언제까지 따라 올 예정이지?”

“나도 가는 길이야.”


준성처럼, 반말로 대응한 그는 어깨를 으쓱했고 준성은 그를 무시하기로 했다.


말이 통할 거 같지 않았다.


포털을 향해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마물조차 튀어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백작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유로움 속에 준성은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회귀 후, 게임 속으로 들어와 준수를 찾은 일.

뜬금없이 반지와 백작의 주인이 되어 버린 일.


준성은 벨라에게 물었다.


‘왜 날 주인으로 삼은 거지?’


처음부터 줄곧 궁금했던 것이었지만, 정신없는 상황이 줄지어 일어나 묻지 못했던 것이었다.


-음.....


벨라는 뭔가 고민하는 듯 길게 말을 끌다가 멈추었다.


준성은 재촉하지 않았고 잠시 후, 벨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500년 전의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반지 속에 봉인되어 버렸답니당. 그때 신이 그랬죵. ‘널 깨워 준 이를 주인으로 모셔라. 그리하지 않으면 다시 봉인되어 버리리라!’


신의 목소리를 따라 하는 거 같았지만, 여전히 초등학생 같이 어린 음성이었다.


‘500년 동안 널 발견한 사람이 꽤 있었을 거 아니야’

-처음에는 꽤 있었죵. 그때는 카를로이가 절 찾지 못했을 때였거든요. 하여튼 저놈은 도움이 되지 않아용. 사람들이 절 발견해야지만 봉인이 풀릴 기회가 주어지는데. 성에 데려오면 그 기회도 없어진다는 걸 모르고.

‘그러니까, 500년 전에 봉인되어 있을 때는 성에 있었던 게 아니었단 말이지?’

-그렇죵. 처음에는 봉인이 되어 사람들 손에 타 여기저기 다녔었죵. 근데 카를로이가 절 찾았고 전 그 후 성에 줄곧 있었어용.


여기까지 말한 벨라는 한숨을 길게 늘어놓으며 이어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지 뭐에용. 카를로이가 절 깨웠어봐용. 꼼짝 없이 그놈을 주인으로 모셔야 했을 거잖아용.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 끔찍함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도 다행이에용! 절 깨워준 게 주인님이어서요!

‘준수가 널 발견했을 때는 어땠지?’

-음.......


그때를 회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인 벨라가 말했다!


-그냥 평소와 다름없었어요! 생각은 가능했지만, 말은 할 수 없는 상태였죵!

‘내가 널 쥐었을 때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어용! 눈이 번쩍 떠진 느낌이랄까? 그때 생각했죠! 날 봉인에서 깨워 준 주인님을 위해 해 줄 일이 뭘까! 그래서 회귀를 선택하게 한 거랍니다.


여기까지 말한 벨라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고 그 덕에 준성은 알게 되었다.


처음 회귀를 선택할 때 보였던 카운트 다운이 벨라의 계략이었따는 것을.


‘너..... 일부러 카운트 다운을 한 거였구나?’

-.....인간들은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니까용. 도와드린 거예용. 동생이 죽었으니.... 회귀를 빨리하길 바랐어요.

‘그래, 잘했어!’


벨라의 말대로였다!


만약 카운트 다운이 없었더라면.


준성은 절대 쉽게 회귀를 선택하지 못했으리라.

상황을 더 보고. 조금 더 상황을 파악한 후에.

어쩌면 회귀도 하지 못하고 그놈들의 손에 죽고 난 후, 후회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포털까지 얼마나 남은 지 알고 있어?’

-그럼용, 벨라는 모르는 게 없답니당. 이 걸음 속도로 포털까지 30분 정도 남았어용.

‘얼마 안 남았네. 널 가지고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전 다시 힘을 잃을 거예용. 그곳엔.... 마력이 없을 테니까용.


시무룩한 목소리 안에 서운함도 섞인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준성은 마지막으로 벨라에게 부탁했다.


‘벨라, 포털까지 가는 길에 준수와 함께했던 날을 보여줘. 네가 생각했을 때 중요했던 순간들을.’


준성의 부탁대로 벨라는 별다른 말 없이 장면을 보여주었다.


준수가 길드에 가입하게 된 날.

길드원이 된 후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왜 길드장을 배신하게 됐는지까지.


‘고마워, 벨라. 짧은 시간 안에 간추려서 보여 준다고 수고했어.’

-별말씀을용. 근데....... 정말 이대로 가실 건가용?

‘그래야지. 고마웠어. 너 덕에 준수도 살았고 이렇게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네. 넌 이곳에 놔두고 가면 될까?’

-카를로이와 함께 성으로 갈게용. 거기 가면 힘을 쓸 수 있거든용. 거기서 힘을 기른다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용.


포털에 도착하자 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지를 빼려 했다.

그때, 벨라가 외쳤다.


-최준수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용.


동시에 민정도 외쳤다.


“준수가 사라졌어!”


어떻게 한 사람이 사라질 동안 아무도 모를 수 있을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하..... 길드장이라는 그놈도 같이 없어졌어.”


민정의 말에 그제야 그놈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준성은 절망했다.

또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까.


어떻게 준수를 찾았는데! 죽은 동생을 이제야 만나게 됐는데!


분노가 준성의 얼굴로 드러났고 그는 급기야 살인 충동을 느꼈다.


“민정이랑 카를로이는 저쪽으로 가서 찾아. 카를로이, 준수 기척 느낄 수 있겠어?”

“그럼요. 그 정도는 기본이죠.”

“믿을게. 찾으면 벨라에게 알려줘. 멀지 않으면 가능한 거지?”

“이 지역 안에서는 가능해요.”


민정과 카를로이가 준수를 찾으러 가는 것을 본 준성은 곧장 다른 쪽으로 향했다.


두 개의 갈림길.


어느 쪽에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꼭 찾고 말리라.


‘벨라, 준수와 그놈이 함께 사라진 이유를 알아야 해. 방금까지만 해도 준수는 다시 돌아가자고 했어. 그런 애가 사라진 게 이상해. 뭐 아는 거 없어?’

-잠시만용.


잠시만이라고 했지만, 벨라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벨라, 아직이야?’

-찾았어용! 처음 길드장과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를 보여드릴게용.


벨라의 말이 끝나자 준성의 머릿속에 장면이 나타났다.


“길드장님을 처음 뵙습니다.”


장면 속의 길드장은 방금 만난 놈의 얼굴보다 더 젊어 보였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준수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이번에 들어오게 된 신입 길드원이군요. 어때요, 적응은 했나요?”

“네, 모두 잘 챙겨준 덕에 적응은 쉽게 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아, 뭐라고 부르면 되죠?”

“다니엘이라고 불러주세요. 영어 이름입니다.”


놈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준수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였다.


“다니엘 군, 이곳에서는 무엇이든지 다 이룰 수 있어요. 이곳이 이세계라는 건 알고 있죠.”

“네, 게임이 아니라는 건 진작 알아챘습니다. 뭐, 여전히 게임 사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요.”

“하하하, 들은 대로 영특하군요.”


장면을 보던 준성은 이상함을 느끼곤 속으로 외쳤다.


‘잠시!’

-넹, 주인님. 무슨 문제 있나용?

‘이때가 언젠지 알 수 있을까?’

-으음.... 원래라면 3년 후에 일어날 일이죵.


이상했다. 그럼 준수는 회귀 전에 이 성에서 길드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걸까.


그 말인즉, 회귀 전에는 길드장이 성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데.

아니지, 분명 벨라는 길드장이 카를로이를 쉽게 제압했다고 했었는데.


‘준수와 길드장이 이 성에서 만난 게 아닌가?’

-만났죵. 근데 최준수는 저놈이 길드장이라는 걸 알지 못해용.

‘왜지?’

-으음. 얼굴이 다르게 보이거든용.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쉽게 말해 봐. 얼굴이 다르다니.’

-그러니까 최준수와 김민정이 보는 얼굴, 그리고 주인님과 저, 카를로이가 보는 놈의 얼굴은 달라용.

‘준수와 민정은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르게 보고 있다는 거지?’

-넹, 이유는 모르지만, 그럴 거예용. 우리가 보는 얼굴이 그의 진짜 얼굴이에용.


하, 이게 가능한 일인가.

아니지, 가능하지 않은 게 없는 세상이니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그나저나 준수는 언제 그 사실을 알게 됐지? 이곳이 게임이 아니란 사실 말이야.’

-글쎄요옹. 전 알 수 없답니다. 최준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라서용. 전 교감이 가능한 사람의 생각만을 읽을 수 있답니당.


교감이 가능한 자.


‘내 생각을 읽는 건 가능한 건가?’

-넹, 원하지 않으면 읽지 않습니당.

‘하아.... 그 이야기는 뒤에 하기로 하고 멈춘 부분부터 보여줘.’

-넹!


벨라는 곧장 장면을 다시 재생했다.


준수의 앞에선 길드장은 그의 손을 잡았다.


“다니엘 군의 목표는 뭔가요. 이곳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습니다. 내가 도울게요.”

“.....”


준수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길드장이 대신 말했다.


“돈인가요? 아니면 여자? 그것도 아니라면 건강?”

“아니요....”

“흐음.... 그럼, 젊음인가요?”


길드장의 말에 준수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요. 전.....”


말을 하다 만 준수는 길게 한숨을 쉰 후 입을 열었다.


“부모님을 살리고 싶어요. 그 바람 하나로 이 안에 들어왔는데.... 아직도 목표를 이루지 못했어요. 이 반지를 찾으면 된다고 해서 어렵게 얻었는데.....”

“아..... 이 반지..... 무슨 능력이 있는 반지인가 보네요. 저도 좀 보여줄 수 있을까요?”


준수는 순순히 반지를 넘겼다.


그것을 받아 든 길드장은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다시 준수에게로 줬다.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네요. 아마도.... 다른 반지를 가지고 온 게 아닐까요?”

“아니에요, 반지를 찾자 퀘스트 성공으로 뜨고 다른 퀘스트가 생겼어요.”


길드장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퀘스트를 너무 맹신하지 마세요.”

“그럼.... 그럼 어떻게 부모님을 되살릴 수 있죠?”


놈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한 가지 방법이요?”

“위험해요.”

“상관없어요! 위험해도 할 수 있어요. 부모님만 살릴 수 있다면요!”


준수의 말에 놈이 미세하게 한쪽 입술을 들어 올렸다. 준성은 봤지만, 준수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사람도 죽일 수 있나요?”


놈의 말에 준성은 외쳤다.


“안 돼!”


회귀 전에 일어났던, 장면일 뿐임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당연하게도 준성의 외침은 들릴 리 없었고, 놈이 말했다.


“그럼 죽여. 더도 말고 딱 100명. 그럼 네 부모님을 살려 줄게.”


끔찍한 말에 준성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더는 볼 수 없어 벨라에게 멈추려고 하려던 때, 준수의 말이 들렸다.


“어떻게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사람을 죽이라는 섬뜩한 말에도 준수는 흔들림 없이 물어봤고, 그 모습이 준성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보다 더한 충격은.


뒤이어 들리는 그놈의 말이었다.


“가능하지. 난 죽은 사람도 살리는..... 흑마법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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