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의 이세계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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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브즈
작품등록일 :
2024.05.08 19:26
최근연재일 :
2024.05.23 00: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88
추천수 :
66
글자수 :
91,136

작성
24.05.2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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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진실(3)

DUMMY


준성의 의문은 모두의 의문이 되어버렸다.


위험시 차원 너머에서 확인하고 도움을 주러 오는 것이 아니라는 건 이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준성은 회귀 전 경험으로 인해 플레이어 수가 늘어날수록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것 또한 알았다.


그 말인즉, 밖에서는 절대로 이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걸까.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긴 하다.”

“나도 그래. 썩 좋진 않아. 형 말대로 여기가 이세계라면 드론이 있을 리 없잖아.”


민정과 준수가 차례로 말했다.


준성은 민정의 말엔 동의했지만, 준수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이 게임을 '없는 세계'라고 부르는 이유는 없는 게 없는 세계이기 때문인데.

드론이라고 없을까.

글쎄, 확신할 수는 없었다.


“흐음.... 그럼 앞으로 드론을 발견하면 없애기로 할까? 어딘가에서 보고 있다는 게 영 찝찝하니까.”

“난 동의.”

“나도 동의!”


준성의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지만, 그중 누구도 이곳에서 나가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세계를 게임이라고 속이며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게임 사.


그 이유를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으며 퀘스트가 자동 생성되는 이유 또한 알아내지 못했음에도.


민정은 이곳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 믿었으며 준수는 회귀든 뭐든 이곳에서만이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준성이 이곳에서 나가지 않는 이유는 동생과의 약속, 그리고 또 한 번의 회귀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각기 다른,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다르다고도 할 수 없는 꿈을 가진 그들은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와.... 벌써 어두워졌네.”

“하루가 길다.”

“형들, 우리 이제 어디로 가?”


일단은 잘 곳이 필요했다.


날이 밝았을 때와는 달리 해가 지면 어떤 동물이, 혹은 마물이 나올지 모르기에 이곳에서 잘 수는 없었다.


“아까 그 마을로 가자.”

“아까 그 마을?”

“응, 준수 네가 성에 오기 전에 들렀던 그 마을.”

“어?”


준수는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라는 눈빛으로 보더니 갑자기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대박, 그 벨라.....가 알려준 거야?”

“아니. 그런 건 몰라. 그냥 우연히 들른 곳에서 네 이름을 들었어.”

“어....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우와..... 신기하다.”


준수가 계속해서 신기하다며 눈을 끔뻑거리고 있을 때, 벨라가 투덜거렸다.


-허, 벨라? 내가 지 친군가? 벨라아? 허, 어이없네. 주인님 동생이라고 해서 제 주인은 아니거든요! 허, 참, 나.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거 같았다.


“음.... 일단 갈까? 더 어두워지기 전에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응, 좋아!”


준성은 가는 동안 벨라에게 '님'자를 붙였으면 좋겠다고 했고 준수는 피식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그 반응에 또 벨라가 발끈하긴 했지만, 준성은 굳이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마을에 도착한 그들은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민정과 준성, 그리고 준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식당으로.


“어!”


막 영업을 끝내고 문을 잠그려던 식당 주인은 그들을 발견하고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대로 달려왔다.


“이, 이게 누굽니까. 어.... 준수, 준수도.....”


그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더니 준성의 손을 꼭 잡았다.


“찾을 줄 알았습니다. 찾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타인을 위해 진심 어린 눈물을 보이는 게 쉬운 게 아닌데.


그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단 들어오시죠. 아무것도 못 드셨죠?”

“괜히 저희 때문에....”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식사 대접을 해 드려야죠. 지금 문 연 식당도 많이 없을 겁니다.”


주인의 말과는 다르게 영업 중인 가게가 꽤 보였지만, 준성은 모른 척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아휴, 그럼요. 얼른 들어오세요.”


주인이 안으로 들어가자 민정이 준성에게로 다가와 속삭였다.


“분명 돈 때문일 거야.”

“응?”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친절을 베풀 리가 없잖아. 준성이 넌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탈이야.”


준성은 언제나 그랬듯 기본적으로 의심을 깔고 가는 민정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변하지 않았구나.'


그런 친구가 밉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생긴 일종의.... 자기방어였으니까.


준성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민정을 따라 준수와 함께 들어갔다.


“주방장이 퇴근을 해서요! 제가 간단하게 요리를 좀 해드릴게요. 드시고 싶으신 거 말씀하세요.”


주인이 요리도 잘하는구나 싶었던 그들은 메뉴를 골랐다.


“아..... 그건 좀.... 제가 못 하는 메뉴라서요.”


고를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메뉴를 고르다가 지친 민정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할 줄 아시는 거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배가 많이 고파서 뭐든 잘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아! 그럼 제가 알아서 준비해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식당 주인은 우당탕탕 난리도 아니었다.

처음 요리를 한 게 아닌가. 의심마저 들었고 난리를 듣다 못 한 준성이 도움을 주려 일어섰을 때, 주인이 나왔다.


“.....이게.....”

“아! 우리 지역 특산물로 만든 부침개입니다.”


얼핏 부침개 같이 보이긴 했지만, 뭔가는 먹으면 셋 중 하나는 필시 배탈이 날 것 같았다.


“하하.... 제가 너무 오랜만에 요리를 해서. 보기엔 좀 그래도 먹으면 괜찮을 겁니다.”

“같이 드시죠.”


차마 먼저 먹지는 못하겠는지 젓가락을 건넨 민정이 그가 거절하기 전에 선수를 쳤다.


"저희 지역에서는 연장자가 먼저 드시고 먹는 게 예의라서요.”

“아니.... 전....”

“에이, 사장님도 저녁 안 드셨잖아요.”


덩치와 어울리지 않은 민정의 눈 깜빡임에 놀란 건지 주인은 흠칫하더니 부침개를 한 조각 뜯어 먹었다.


“으으으.....”


요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라면 자기가 만든 음식을 먹고 저런 반응을 보일 리 없으니까.


“하하하.... 이게 좀.... 맛이.... 이상하네. 저번에 만들었을 때는 맛있었는데.”


보기에도 맛없어 보이는 부침개를 보며 준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15분만 기다려. 얼른 만들어서 나올게.”


도와주겠다는 식당 주인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온 준성은 곧장 파스타 면을 찾았다.


“아! 여기 있네요!”


주인은 한참이나 주방을 뒤적이며 찾았고 준성은 그가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가 계시죠. 제가 만들어서 가겠습니다.”

“아.... 그래도....”


주인은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결국은 밖으로 나갔고 준성은 그제야 마음 놓고 요리를 시작했다.


한국을 떠난 지 고작 하루인데 왜 이렇게 한식이 먹고 싶은 건지.


준성은 사실상 그들과 함께 잠시 포털로 나가 집에서 맛있는 걸 먹고 잠을 청한 후에 다시 들어오고 싶었지만,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는 게 먼저였다.


끓는 물에 파스타 면을 넣고 워치로 알람을 맞춘 후,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한 그는 어떤 파스타를 만들까 고민했다.


벌써 한식이 그리운 게 웃겼지만, 매콤하고 짭짤한 게 먹고 싶었다.


“이게 좋겠네.”


준성은 냉장고 속에서 빨간 고추를 꺼내 민정에게 빻으라고 시켰다.

열심히 빻았는지 고추는 곱게 빻아졌고 준성은 그것을 기름에 볶아 고추기름을 냈다.

고추기름에 마늘을 편 썰어 넣은 후 익은 파스타 면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 주면.


일명 고추기름으로 만든 올리오 파스타였다.


“다 됐어.”


준성이 결과물을 들고나오자 이전과는 반응 자체가 달랐다.


“우와와!”


가장 다른 반응을 보인 건, 의외로 식당 주인이었다.


“아까 연장자가 가장 먼저 맛을 봐야 한다고 하셨죠. 그럼 죄송하지만....”


쭈뼛대던 아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포크를 든 그는 파스타 한 입을 먹더니.


“우와! 엄청 맛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의 반응에 준수와 민정은 한껏 기대하며 포크를 들었고 준성을 포함한 그들은 많은 파스타를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와... 이렇게 맛있는 파스타는 오랜만입니다. 주방장보다 더 잘 만드시는 거 같네요.”

“네, 뭐.”


진심 어린 칭찬에도 준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준수를 먹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늘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셨으니 제가 보답을 할 차례네요.”

“아니, 이미 이렇게 식당 문을 열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요.”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는 빈 그릇 옆, 고대로 남은 부침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 그래도 감사한걸요.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고 기뻐해 주셨잖아요.”

“.....그래서 더..... 좋은 음식을 대접.... 크흠. 다들 잘 곳은 정하셨나요?”


분위기를 바꾸려는 지 한 톤을 높인 주인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아니요, 아직.”

“그렇군요. 잘됐네요. 제가 운영하는 여관이 있는데 거기로 가시죠.”


식당에다가 여관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그들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여관으로 갔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그들은 한방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다.


식당 주인은 방을 여러 개 내어 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들이 정중히 사양했다.


준성은 오랜만에 본 동생과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민정은 홀로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푹 자고 내일 어디 갈지 생각해 보자.”

“응, 형들 잘자!”

“응, 준수도.”

“그래, 잘자.”


피곤했는지 민정과 준수는 몇 초 만에 코를 골았다.

그러나 준성은 쉽게 잠이 들 수 없었다.


이 게임을 만든 자의 진짜 목적.


그걸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정보가 너무 없었다.


‘벨라, 회귀하기 전에 준수랑 함께했을 때 전부 기억 나는 거지?’

-그럼용, 기억 나죵.

‘네가 아는 정보 중에 내가 모르는 게 있을까?’

-흐음..... 글쎄용. 제가 주인님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라서....


그렇긴 했다.


생각을 공유하는 거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네가 이 곳, 그리고 게임에 대해 아는 것을 알려줘.’

-음.... 이 세상을 게임이라고 하며 사람들을 포털로 들어오게 만든 것 외에는 잘 몰라용.

‘그럼 이 세계에 대해서는?’

-.....


바로바로 답하던 벨라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말해주기 싫은 거야, 아니면 말해 줄 수 없는 거야.’

-......


이번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준성이 다시 묻는 것을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작은 음성이 들렸다.


-언젠가는, 어쩌면 곧. 모든 걸 알게 되실 거예용. 이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도 말이죵.


안타깝게도 잠이 든 준성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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