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문 예정인 마법 명가의 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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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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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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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계획(3)

DUMMY

“기억 안 나세요? 연구실에서 초췌한 얼굴로 나오시더니 난리 피우던 그 때요! 그러더니 며칠이나 안 깨어나셨잖아요.”

타인의 기억처럼 느껴지는 무수한 기억과 경험들이 갑자기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이 기억은 에단이 쓰러지던 날의 기억이었다.

에단. 그래, 주진혁이 빙의하기 직전의 기억이다.


빙의하기 직전에 그가 알 수 없는 포션을 만들었고, 그걸 마신 뒤에 며칠간 쓰러졌다.

분명, 그것은 속성 친화력을 올리는 포션이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열과 함께 며칠간 생사를 넘어 들었고, 그때 주진혁이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많아. 원작에서 에단은 바람 마법을 아예 쓰지 못했어.’

빙의하고 나서 먹은 포션 덕에 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것인지 이해 안 됐다.


찰싹!

그 순간 메마른 소리가 이곳에 울려 퍼졌다. 에단이 스스로 자신의 볼을 강하게 쳤다.


“고, 공자님?”

“혹시 특별한 일정은 없지?”

에단은 빨개진 볼과 함께 얼굴을 씻어냈다. 아직 밤이었기에 아무도 그가 깨어난 걸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원래대로라면, 결속식 일정이 있었는데, 사실 취소되었을지 몰라요. 본관에서 따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바람의 결속식은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에단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생각에 빠졌다.


아침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깨어난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밤의 시간을 이용한다.


“유모.”

“예. 공자님.”

말하면서 에단은 어느 옷을 입었다.

오늘처럼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던 때 입었던 옷이다.


“잠깐 나갈 테니, 그때까지 내가 깨어난 것은 비밀이야. 아침까지 올 게.”

“···고, 공자님! 그 몸으로 나가시려고? 절대 안 돼요! 안정이 필요하시다고요! 절대안정이!”

팔을 벌리면서 나갈 수 없게 뻗었지만, 에단은 이미 나갈 마음으로 무장했는지, 저번에 입었던 그 옷을 입고 굳은 표정으로 대했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나가겠어? 내 몸은 내가 더 잘 아니까 걱정하지 마.”

사실 며칠간 깨어나지 못한 것은 예상외였다. 전투에서 가볍게 진 것치고는 커다란 대가였다.

그래도 지금은 상태가 괜찮았다. 생기도 돌았고, 마나도 충분히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안 됩니다! 며칠이 지난 줄 아세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전 에단 님이 아벨라 님을 만나러 가신 줄 알고!”

그녀는 말하면서, 고개가 점점 숙이더니 결국 바닥을 내려다봤다. 뚝뚝. 물방울이 몇 개가 바닥을 적셨다.

여태까지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는 역시 에단의 편이었다.


“클린. 메다린. 걱정하지 마. 어머니가 보고 싶긴 했지만, 아직은 아니란 말이야. 나도 해야 할 일이 하나 있거든.”

숙였던 고개는 아주 천천히, 올라왔다.

이미 망가진 얼굴을 에단이 다시 한번 마법을 사용해, 깨끗하게 씻어줬다.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공자님.”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될 거 같아. 이해해 주겠어?”

클린 마법을 한 번 더 사용해 자신의 몸을 씻어냈다. 며칠간 제대로 씻지 못했는데, 개운했다.


그제야 귀족의 자제같이 찬란하게 빛이 났다.

오히려 그 찬란함은 메다린에게 불안함으로 적용되었다.

여기서 말려봤자, 에단은 어차피 나갈 것으로 생각했는지, 결국 메다린은 고개를 움직였다.


“···절대 아침까지는 오셔야 합니다.”

“걱정도 많아. 며칠간 푹 잤더니 몸이 아주 개운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친 어깨는 아직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조금만 무리해도 어깨의 고통이 현실을 파악했다.


에단은 암살자 길드처럼 창문 밖으로 나갔다.

밤의 공기는 아침보다 더 상쾌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느낌까지 모두 좋았다.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다. 에단이 아직 일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이점을 이용해 밤의 시간을 활용했다.





####

키아라의 저택에 직접 온 것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더 한적했다. 그녀의 저택은 확실히 동떨어져 있었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나무밖에 없었다.

가본 것은 처음이었지만,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에단의 경지로 마나 탐지를 하자, 찌릿한 마나가 저 안에서 느껴졌다.


‘마법진들이 대부분 경고 마법진밖에 없네.’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인지 방어 마법진, 환영 마법진 같은 고도의 기술을 가진 마법진들은 거의 없었고, 경고나 알람 위주의 마법진이 대부분이다.


마법진을 파훼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더럽게 강한 마법으로 마법진 자체를 파괴하는 방법과 마나를 이용해 뚫어버리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안전한 방법이다.


‘에단 믿는다.’

마나를 불어넣자, 미로처럼 어지러운 마법식이 느껴졌다. 여기서 한 번만 길을 잘못 든 순간 알람을 가는 것은 물론, 잘못했다간 피해를 본다.

하지만 그것을 푸는 사람은 예전 천재라고 불렸던 에단이다.

손을 댄 지 1분도 되지 않아서 겹겹이 쌓인 마법진을 그대로 파훼했다.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일부러 존재감일 비추는 일이다.

몸에 있는 마나를 집중하여, 살기까지 더해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키아라가 저 멀리서 오는 것이 보였다. 손에는 스태프가 있었고, 복장도 저번과 다르게 전투의 복장이다.

가벼운 옷차림이 아닌, 마법사다운 복장이었다.


아무래도 에단의 정체가 침입자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키아라는 애초에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마법사나 기사와 같은 전투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누구냐!”

그녀답지 않은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에단은 로브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알아볼 리가 없었다.


“···키아라.”

에단은 나무 그림자 속에서 은은한 달빛 쪽으로 아주 천천히 걸어왔다. 동시에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로브를 벗었다.


그 모습에 키아라는 흠칫 놀랐다. 아까와 다른 표정들이 얼굴에 나타났다. 당황, 놀람, 흥분 같은 표정이었다.

설마, 마법진을 파훼시키고 대놓고 자신을 알리는 것이 에단일 거라곤 상상하지 못한 얼굴 그 자체였다.


“···에, 에단 공자님이에요?”

은은한 달빛이 에단의 얼굴을 조금 더 빛나게 만들었다.


“오랜만이네. 키아라.”

“어제까지만 해도 누워있었던 분이 여기에 무슨 일입니까? 아니, 언제 깨어나신 거예요?”


“조금 전에 깨어났지.”

“그럼, 미리 좀 말씀 좀 주시지 그랬어요! 제가 찾아가려고 했는데. 아니, 사실 며칠 동안 계속 찾아갔습니다. 근데 어제부터 입장 거부당했거든요. 유모가 참 유별나신 분이라서 제가 찾아오는 걸 싫어하더군요.”


키아라는 푸념했지만, 에단에게 그리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그녀가 계속 찾아온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에단이 들고 있는 편지를 전해줬다는 사실이 이번 에단이 찾아온 계기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키아라. 저번에 내가 물었던 것들 기억하나?”

“···설마 편이 되어달라는 그 이야기요?”

그녀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


“손에 쥐어질 카드가 될지 말이야.”

에단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 이 주변에서 키아라 같은 인재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


미끼는 여러 곳에 뿌려뒀다. 앞으로 엘리오트 가문은 피와 시체로 쌓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그레이던이 주체가 되든 에단이 주체가 되든 둘 중 하나가 된다.

피의 축제가 일어나기 전에 방어 수단과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한다.


그 중 첫 번째가 키아라다.

아직 에단은 약했다. 잠깐 시간을 벌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전에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녀답지 않은 진지함은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말했잖아. 예지 능력이 있다고.”

그 무거운 분위기를 하는 키아라와 다르게 에단이 대하는 태도는 아주 가벼웠다.


“말장난하게 시간과 장소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에단 엘리오트님.”

“질문할 권리는 내 쪽에 있지. 키아라 브리아트 당신에게 있는 게 아니야.”

가벼웠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단번에 에단은 무겁게 만들었다.

12살. 그래, 에단은 고작 12살의 마법사였다.

하지만 그가 풍기는 기운은 평범한 12살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게 질문할 권리조차 없다는 겁니까?”

평범한 12살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래봤자 12살이다. 키아나 브리아트는 6성급 마법사. 병에만 걸리지 않았더라면 앞길이 창창한 마법사다.


그녀가 원했더라면 마법 강국인 아우레이스 제국의 황궁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실력자다.


“맹약을 해준다면 알려주지. 내 예언의 비밀에 대해서 말이야.”

맹약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약간 고민이라도 된 듯 키아라는 고개를 내렸다.

마법사들의 약속. 마나의 맹약은 꼭 지켜야 할 약속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족쇄를 차는 마법이다.

마나에게 약속을 하여 그 맹약을 꼭 지켜야 하므로 만약 그것에 지키지 않으면 커다란 피해를 보게 된다.


“꼭 맹약으로 해야 하는 겁니까? 저에 대한 신뢰···.”

“헛소리하지 말지. 키아라. 우리의 신뢰는 그 정도는 아닐 텐데. 굳이 말하자면 쌓인 적은 있었나? 협상을 정말 하고 싶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카드를 꺼내봐.”


질병에 대한 힌트, 그리고 치료할 방법 모두 에단이 들고 있었지, 반대로 키아라가 지금 당장 에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굳이 말하자면, 말로만 할 수 있는 편이 되어주겠다는 말뿐이다.


병을 고치고, 말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수두룩 존재했다. 아무리 명예 한 줌과 말뿐인 약속은 깨지기 마련이다.

사제나 유명한 황궁 연금술사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을 찾아갔지만, 병세를 완화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에단이 유일했다.


“···그 맹약을 한다면, 제 몸을 치료해 주는 겁니까?”

“맹약은 맹약이고, 치료는 다른 계약을 해야지. 단순히 맹약만 한다고 해서 내가 대뜸 무료로 치료해줄 성자로 보인 것 아니겠지? 키아라.”


“도대체, 저를 편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뭡니까? 설마 했는데 가주라도 될 생각입니까?”

가주. 키아라가 도달한 결과는 가주였다. 힘도 없고 권력도 없는 에단이 설마 가주를 노릴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저 대답에 에단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명가의 자제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가 맞다. 하지만, 에단은 다르다. 가주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려 하고 있다.


“가주. 아니, 가주의 자리는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정통성도 힘도 권력도 없고 심지어 비전 마법도 새기지 못한 내가 가주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가? 역대 가주들은 비전 마법을 새겼지.”

에단에게 가진 정통성은 하나도 없었다. 서자라는 이유도 컸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프의 날을 치르지도 못하고 비전 마법도 새기지 못했다.

거기에 따른 권력과 힘 모두 얻지 못했다.


“···혹시 모르죠. 원로회의 모든 생각을 바꾼다면 가능성은 있을지 모릅니다.”

가정이다. 그럴 가능성은 있다는 말은 그 누구도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나 하자고 여기에 온 거라 생각해? 아픈 몸을 이끌고.”

“아프다고요? 제가 보기엔 아주 멀쩡해 보이네요. 얼마 전에 누워있는 모습이 거짓말 같군요.”


“쓰러져있는 건 사실이지.”

“가주가 될 생각이 없다면, 왜? 저를 편으로 이끌려고 하신 겁니까?”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키아라는 물었다. 그녀도 자신의 가치는 알고 있다.


비록 외부 소속 마법사라고 하지만, 엘리오트 내에서 충분한 힘과 권력을 가졌고 또 원한다면 가주는 아니어도 후계자 목록까진 올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가주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발언은 키아라에게 이해되지 않는 말이다.


“그건 비밀이야.”

아무리 그래도 키아라는 아직 명실상부한 가주의 측근이다. 멸문시키기 위해 영입한다고 말하게 된다면, 반감을 살지 모른다.

아직은 비밀로 하는 것이 옳다.


“···이런 말씀 드리기에 죄송하지만, 제가 힘으로 협박을 하면요?”

말 마치기 무섭게 마나에 집중했다. 엘리오트의 마법을 배운 만큼 이곳에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흔들렸고, 12살의 몸을 가진 에단조차 겨우 중심을 잡았다.

폭풍우가 온 것처럼 나뭇잎들이 휘날렸다.


“가능하겠어?”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에단은 오히려 도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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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떠날 준비(1) 24.05.23 55 2 13쪽
30 30화: 엘리오트라는 이름의 발판(6) 24.05.23 67 2 13쪽
29 29화: 엘리오트라는 이름의 발판(5) 24.05.22 61 1 13쪽
28 28화: 엘리오트라는 이름의 발판(4) 24.05.22 62 1 13쪽
27 27화: 엘리오트라는 이름의 발판(3) +1 24.05.21 67 2 12쪽
26 26화: 엘리오트라는 이름의 발판(2) 24.05.21 66 1 13쪽
25 25화: 엘리오트라는 이름의 발판(1) 24.05.20 78 1 13쪽
24 24화: 에단의 속셈(4) 24.05.20 82 2 13쪽
23 23화: 에단의 속셈(3) +2 24.05.19 84 1 12쪽
22 22화: 에단의 속셈(2) 24.05.19 91 2 13쪽
21 21화: 에단의 속셈(1) +1 24.05.18 88 1 12쪽
20 20화: 몰랐던 사실(2) 24.05.18 90 1 13쪽
19 19화: 몰랐던 사실(1) 24.05.17 93 1 13쪽
18 18화: 계획(4) 24.05.17 97 1 12쪽
» 17화: 계획(3) 24.05.16 96 1 12쪽
16 16화: 계획(2) 24.05.16 103 1 12쪽
15 15화: 계획(1) 24.05.15 105 1 13쪽
14 14화: 연극과 계획(3) 24.05.15 99 1 13쪽
13 13화: 연극과 계획(2) 24.05.14 104 2 13쪽
12 12화: 연극과 계획(1) 24.05.14 110 1 13쪽
11 11화: 첫 단추(2) 24.05.13 12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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