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노마 유가람

“1915년, 지금의 이라크 남부지역에서 발굴된 기원전 5500년경 고대 수메르 문명의 석판에는 그들이 신성한 지구라트를 210여 명의 마법사를 동원해 쌓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계에서는 인류가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를 그 이전인 선사시대부터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사 마법은 현대와 같은 논리적 계산에 통한 것이 아닌 원초적인 방식에 의한...”
나는 교육용 골렘이 기계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열심히 노트에 옮겨 적었다.
세계사 시간이지만 정작 담당 교사는 수업을 전부 골렘에게 맡긴 채 마나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교사가 이러니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리 없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반 애들은 전부 각자 수다를 떨거나 엎드려 자고 있었다.
수업 분위기가 이렇게 개판인 이유는 하나였다.
세계사는 위저드 필기시험에 포함돼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이 과목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담당 교사 본인마저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혼자 마법에 대해 공부를 해오며 깨달은 것이 있는데, 마법은 마력이 아니라 지식에서 그 진정한 힘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비록 세계사가 위저드 합격 여부와는 관계없을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힘이 될 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열심히 노트에 옮겨적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섬세한 노력이 다른 애들에게는 재수 없게 보였던 것 같았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자마자 내 얼굴에 마법으로 쏜 공기포가 날아들었다.
병 때문에 마력 감지를 제대로 못 하는 나로서는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반응할 수 없었다.
빠-악!!
내 얼굴에 정확히 명중한 공기포는 높은 파열음을 내며 터졌고 나는 앉은 자세 그대로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으아아악!”
내가 맞은 부위를 감싸며 비명을 지르자 나에게 마법을 쏜 반 일진인 ‘김호석’이 건들거리며 다가와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 참... 이런 것도 못 막는 새ㄲ가 어떻게 우리 학교에 들어온 거야.”
그 말에 김호석과 항상 같이 어울리는 패거리 중 하나가 대꾸했다.
“걔가 진학 시험 필기에서 수석 했다던데? 실기는 장애인 전형으로 가산점 받고 통과했다나 뭐라나.”
“뭐!? 이 노마(No Mana)새ㄲ가!?”
김호석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 멱살을 잡고 거칠게 일으켰다.
마법으로 근력을 강화했는지 70kg의 나를 장난감처럼 가볍게 들어버렸다.
“너 때문에 내 친구가 떨어졌잖아... 어? 너 같은 병신 노마 때문에 더 뛰어난 사람이 손해 보는 게 이게 맞는 거야? 아앙!?”
그렇게 궤변을 늘어놓더니 나를 교실 벽으로 던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바람 마법을 시전해 충격을 완화하려 시도했지만, 보조 마도구를 통해 시전 되는 마법은 발동이 느리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는 온몸으로 모든 충격을 받아야 했다.
“크.. 크윽!”
내가 몰려오는 통증에 괴로워 하고 있는 사이, 김호석은 내가 필기를 하던 노트를 들어 펼쳐 보며 조소가 가득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야~ 씨ㅂ! 이렇게 공부를 해야 마법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 우리 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거구나!? 대단하다 대단해! 헛수고를 이렇게 열심히 하다니! 아주 대단해!”
그 말에 다른 애들도 피식거리며 웃었다.
김호석은 노트를 바닥에 던지더니 발로 뭉개기 시작했다.
노트가 힘없이 찢어지는 것을 본 나는 소리쳤다.
“하.. 하지 마! 그만해!”
그리고 뒤로 물러나게 할 생각으로 공기포 마법을 시전해 날렸지만, 김호석의 방어 마법에 아주 간단히 막혀버렸다.
“이런! 건방진 노마 새ㄲ가!!”
내 반격에 더 흥분한 김호석은 무자비하게 공기포를 연속으로 나에게 날렸다.
나는 몸을 웅크린 채 이를 악물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 광경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는 반 애들의 웃음소리와 나에게 날아와 터지고 있는 공기포의 파열음이 뒤섞여 교실에 소란이 극에 달하고 있는 그때였다.
“하아... 시끄러워. 멍청이들아.”
누군가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던진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호석의 몸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혀버린 듯 굳어버렸다.
“뭐... 뭐야! 시ㅂ!!”
김호석은 크게 당황하며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들어 올려지더니 쿵!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다시 바닥에 내리 꽂혔다.
“크으윽! 아파! 어떤 새ㄲ야!”
김호석은 바닥에 눌어붙은 바퀴벌레처럼 버둥거리며 소리 질렀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만든 장본인을 확인하기 위해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시선에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사람이 들어왔다.
「조이현」
이제 갓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인데도 세계 위저드 연합 UW(United Wizards)의 산하기관인 대한 위저드 협회 KWA(Korea Wizards‘ Association)에서 벌써부터 눈도장을 찍어놓을 정도로 마법적인 재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여학생이다.
진학시험에서 필기 수석은 나였지만, 실기에서는 그녀가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줬었다.
조이현은 순식간에 조용해진 교실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며 말했다.
“학교 너희들만 써? 시끄러워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잖아.”
조이현은 쓰러져 있는 김호석을 마법으로 멱살을 잡아 다시 일으켜 세우더니 한기가 서린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날뛰고 싶으면 나랑 붙어. 변태같이 아픈 애 괴롭히면서 좋아하지 말고.”
그러나 김호석은 조이현의 눈을 피하며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인상만 쓰고 있었다.
조이현은 그런 김호석이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마법을 풀어줬다.
자유를 되찾은 김호석은 나와 조이현을 번갈아서 노려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비틀거리는 다리를 애써 추스르며 일어섰다.
조이현은 그런 나를 지켜보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몸을 돌려 교실을 나가려고 했다.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 이현아. 도와줘서 고마워.”
조이현은 내 말에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아이들의 기분 나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엉망이 돼 버린 내 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김호석이 밟아 찢어진 노트를 수습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와 조이현은 사실 오랜 전부터 잘 아는 사이... 아니 적어도 나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다.
그녀는 나와 같은 3월 3일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대재앙 이후 나처럼 조이현도 가족과 함께 원래 집이 복구될 때까지 정부에서 마련한 임시 거처에서 한동안 머물렀는데, 그때 그녀를 처음 만났다.
동갑내기에 같은 어려움을 경험한 사이라 그런지 우리는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조이현과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을 하며 놀다가 갑자기 말했다.
“이현아. 있잖아. 나 위저드가 될 거다!”
그러나 그때 조이현은 위저드가 뭔지 잘 모르는 듯했다.
“위저드? 그게 뭐야?”
전혀 관심 없다는 투로 대꾸하는 그녀에게 나는 위저드의 대단함을 알려주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그때 임준영 아저씨가 나타나서 엄청난 불 마법으로 우리 아파트를 부순 괴물을 한방에 쓰러트리는데...”
그래도 내가 설명을 잘했는지 조이현은 금방 위저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아~ 그러니까 그때 괴물하고 싸우던 사람들이 위저드구나!”
“맞아! 멋지지!”
“응... 그런데 가람이는 왜 위저드가 되려는 거야? 괴물하고 싸우는 거 무섭잖아.”
그녀의 질문에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대답했다.
“너무... 분했어. 괴물이 우리 집을 다 부수고 엄마랑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 했거든. 그러니까 엄청 공부해서 꼭 대단한 위저드가 돼서 사람들을 다 지켜줄 거야!”
나의 말에 조이현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머뭇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 나도 지켜줄 거야?”
지금 그때를 떠올려보면 왠지 모르게 그녀의 두 볼이 빨갰던 것 같았다.
무신경한 그때의 나로서는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못 하고 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반드시 지켜줄게!”
내가 호언장담을 하자 조이현은 세상 기쁜 얼굴로 밝게 웃었다.
그 미소는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1년 후, 그녀는 부모님과 함께 임시 거처를 떠났다.
나와 헤어지는 것이 많이 아쉬운지 조이현은 나를 붙잡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녀와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은 6년이 지난 중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그녀를 발견했을 때는 반가운 마음에 당장 달려가 말이라도 걸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인사하려 치켜든 손에 껴진 장갑을 본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노마인 나와는 다르게 조이현은 마력 적성검사에서 엄청난 수치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마법 영재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얽혀봐야 그녀에게 그다지 좋을 것이 없을 거라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옳았다.
3년 내내 나는 학교 폭력에 시달려야 했으니까.
조이현은 엄청난 재능을 보이며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그녀가 유성 고등학교를 지망할 줄은 몰랐다.
KWA에게 주목하고 있는 그녀라면 중학교 졸업 후 바로 협회에 소속돼 위저드 과정에 들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나로서는 그녀가 굳이 진학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에게 뜻밖의 도움을 받아버린 나는 어렸을 적 놀이터에서 했던 그 호언장담을 떠올라 혼자 창피해했다.
‘뭐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게야... 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
내 말과는 정반대가 된 상황에 진심이었던 그날의 기억은 한순간에 어린 날의 흑역사가 돼버렸다.
조이현이 나를 도와준(그냥 시끄러워서 화를 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날 이후로 김호준을 비롯한 반 애들은 더 이상 대놓고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물론 지나가는데 발을 건 다던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린다든지 하는 쪼잔한 괴롭힘은 계속됐지만, 중학교에서 3년간 당했던 것에 비하면 견딜만했다.
학교 수업은 역사, 룬 문자, 마법 계산식 등 같이 앉아서 배우는 쪽이라면 아무 문제 없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오고 있었다.
문제는 역시 마법 실기 쪽이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중학교에 비해 내가 구축해야 할 주문과 마법식의 난이도가 급상승해 있었다.
그에 따라 필요한 마력의 양도 올라갔는데 보조 마도구가 없으면 마력을 쓸 수조차 없는 나는 금방 한계에 부딪혔다.
교사에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지 물어봤지만
“네 보조 마도구 배터리 용량을 큰 것으로 써.”
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마나리움 배터리는 보급형이지만 이것도 정부 지원이 없으면 우리 집안 형편으로는 사는 게 부담될 정도로 비싼데, 이것보다 더 큰 용량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지금의 배는 더 돈을 지불해야 하니 그렇게 간단히 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며칠 동안 깊이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져봤다.
그러다가 외국에 누군가가 엠튜브에 올린 영상 중에서 보급형 마나리움 배터리 수십 개를 병렬로 연결해 고도의 마법식을 발동시키는 영상을 보게 됐다.
‘이거라면.... 나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 같아 순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곧바로 현실적인 문제에 금방 눈이 떠졌다.
‘그런데 이 많은 배터리를 어떻게 구하지?’
수중에 가진 배터리는 양손에 하나씩 총 네 개를 충전하여 번갈아서 쓰고 있는데 영상에서 본 것처럼 수십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학교에서 배울 마법식을 제대로 쓰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10개 이상은 필요했다.
‘새것을 사는 건 말이 안 되고... 중고라면 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중고거래 사이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검색해 봤다.
그러나 어느 사이트를 가더라도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조금씩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데, 우연히 나처럼 중고 배터리는 여러 개 구매하려는 사람이 쓴 글에 달린 댓글을 발견한다.
그 댓글은 조금 수상한 사이트로 연결돼는 링크가 남아있었다.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일단 들어가 보고 이상하면 바로 나오기로 하고 링크를 클릭했다.
곧이어 모니터에 나타난 사이트는 여러 재생 마도구를 취급하는 사이트였다.
재생 마도구란 것은 이름 그대로 수명이 다해 폐기 처분된 마도구를 특수한 마법식을 통해 기능의 일부를 되살린 마도구를 말했다.
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카테고리를 뒤져보니 다행히 마나리움 배터리도 있었다.
물론 수명은 일반 배터리의 절반도 안 되지만 가격은 80% 정도 싼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이 정도면... 내가 알바 한 걸로도 살 수 있을 거야.’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바로 구인 사이트를 검색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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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맥스웰 버거입니다!”
나는 매장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힘차게 인사한 뒤, 테이블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 햄버거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 한지도 오늘로써 꼬박 한 달째였다.
처음에 점장은 내가 노마라는 사실을 알고 채용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거절당할 것을 이미 예상했던 나는 미리 매장에서 쓰는 조리 마도구에 대해 파악해 갔다.
그렇게 내가 문제없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주방에서 여러 조리 마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을 보여 주자 내 노력이 가상했는지 점장은 결국 나를 채용해 주었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나에게 기회를 준 점장에게 고마워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 뛰어가 일이 끝날 때까지 잠시도 농땡이 피우지 않고 일했다.
학생이라 시급이 세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두세 달 정도면 배터리와 다른 장비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금액은 모일 터였다.
그렇게 일을 한 지 한 달째인 오늘... 드디어 첫 월급이 들어온다.
살면서 처음으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받는다는 것에 묘한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은 채 주방에서 주문받은 메뉴를 만들고 있었다.
그때, 매장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나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입을 모아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맥스웰 버거입니....!”
그러나 손님이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는 인사를 끝까지 할 수 없었다.
그 손님은 다름 아닌 김호석과 그 패거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나를 볼까 봐 얼른 주방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렇게 튀김기 옆에 숨어 있는데, 그때 점장이 나에게 말했다.
“가람아. 저기 홀 쓰레기통이 가득 찼는데, 정리 좀 해줄래?”
“네? 아... 네! 알겠습니다.”
하필이면 지금 일을 시키는 점장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모자를 최대한 눌러쓰며 얼굴을 가리며 홀로 나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김호석과 다른 네 명은 내가 치워야 할 쓰레기통 바로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제발 나를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내가 다가가자 김호석이 일행과 떠들다 말고 힐끔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순간 눈이 마주친 것 같아 나는 흠칫 놀라면 고개를 푹 숙였다.
‘못 알아봤을 거야. 못 알아봤을 거야...’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쓰레기통을 열고 서둘러 정리를 했다.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버리기 위해 몸을 돌려 후문 쪽으로 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매장 뒤편 주차장에 있는 쓰레기장에 봉투를 던져넣으며 잠시 숨을 돌렸다.
“하아... 걸린 줄 알았네.”
그때였다.
“걸렸어. 븅신 노마 새ㄲ야.”
누가 갑자기 내 뒤에서 말하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돌아보는 그 순간...
파아아앙!!
익숙한 공기포의 파열음과 함께 강한 충격을 받아 튕겨 나간 나는, 쓰레기 더미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으윽....”
통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키자 김호석과 그 일행이 날 보고 낄낄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호석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나에게 말했다.
“이야~ 너 이런 데서 일하고 있었냐? 돈 벌어서 뭐 하려고? 아! 우리 주려고 했구나? 기특한 새ㄲ! 안 그래도 되는데~”
김호석의 말에 일행은 더 크게 웃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당장 가져 와볼까?”
그 말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쓰레기 더미에서 나와 몸에 붙어있는 감자튀김을 떼어냈다.
그러나 김호석은 다시 마법을 쏴 나를 쓰레기 더미로 다시 밀어 넣었다.
“크윽!!”
내가 아파하는 걸 내려보며 김호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대답 안 해? 어?”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얘들은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
나는 김호석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후우... 호석아.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넨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 내가 뭐 잘못했어?”
내가 갑자기 묻자 김호석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 이 새ㄲ가 미쳤나.”
그러더니 내 멱살을 잡고 쓰레기더미 밖으로 끌어내 바닥에 넘어트리며 이어 말했다.
“넌 존재 자체가 잘못이야. 마법도 못 쓰는 불량품 따위가 우리와 같은 무대에 서 있는 게 잘못이라고. 그러니까 뒤지기 싫으면 앞으로 꼬박꼬박 번 돈 가져와. 알았어?”
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지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하하.. 하하하...”
내가 실실 웃자 김호석은 머리에 핏발을 세우며 다시 내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근데 이 븅신 새ㄲ가 진짜 미쳤나... 뒤질래? 어엉!?”
나는 계속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하.. 너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안 미치고 싶겠냐? 됐다. 이젠 다 지겨우니까. 그냥 죽여... 이 개새ㄲ야... 카악~ 퉤!!”
나는 그동안의 울분을 담아 찐한 가래침을 김호석의 얼굴에 뱉었다.
깜짝 놀란 김호석은 나를 떨어트리고는 얼굴에 묻은 가래침을 소매로 쓱 닦았다.
“이... 개 ㅈ같은 노마 새ㄲ가... 야! 죽여버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호석을 비롯한 일행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화들이 났는지 마법도 쓰지 않고 주먹질을 해댔다.
정신없이 두들겨 맞던 나는 그동안 쌓아온 맷집으로 정신을 놓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놈들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주먹을 멈춘 틈에 김호석에게 달려들어 그 새ㄲ의 다리를 이빨로 물어버렸다.
“아아아아악!!! 이 미친 새ㄲ가!”
다른 놈들이 나를 떼어내려고 잡아당겼지만, 그럴수록 나는 진짜 살점을 잘라버릴 생각으로 더 세게 물었다.
그러나 결국 내 얼굴에 날아든 주먹세례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놓고 말았다.
물린 곳을 감싸 쥐고 고통스러워하던 김호석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적을 태우는 불꽃이라! 마나 플레임!!”
주문 영창이 끝나자 김호석의 손 위에는 커다란 불꽃이 타올랐다.
“야.. 야. 호석아. 그거 쓰면 얘 진짜 죽어.”
다른 녀석이 호석에게 말했지만 이미 그의 눈은 돌아가 있었다.
“닥쳐... 너도 죽고 싶어?”
김호석이 위협하자 결국 그 녀석은 뒤로 물러났다.
나는 이대로 당할 순 없어서 얼굴을 맞아 어눌해진 발음으로 주문을 외웠다.
“이... 이거슨... 나으 저글 거부하는... 방패라.... 마.. 마나 실드...”
그러나 보조 마도구를 통한 마법 시전은 발동이 너무 느렸다.
그래서 마나 실드가 미처 펼쳐지기도 전에 김호석의 마법이 발사되고 말았다.
‘하아... 엄마... 미안해.’
내가 속으로 엄마에게 사죄를 하며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던 그 순간...
“보호하라. 마나 실드...”
누군가 고등 기술인 단축 영상으로 마나 실드를 발동해 날아드는 김호석의 불꽃을 막았다.
나는 물론 김호석과 일당은 깜짝 놀라 주문 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조이현이 서 있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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