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못 쓰는 나, 위저드리 마스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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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한
작품등록일 :
2024.05.0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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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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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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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5화 - 조이현

DUMMY

설마 김수아 요원과 나누던 이야기를 가람이가 듣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믿지 못하겠지만 그때 내가 불쌍 어쩌고 했던 말은 절대 진심이 아니었다.

김수아 요원이 갑자기 나에게 가람이를 좋아하느냐고 묻는 바람에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일부러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 나는 가람이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있잖아. 내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 그리고 앞으로 할 노력은... 누가 함부로 값싼 동정을 해도 좋은... 그런 무가치한 것이 아니야. 그것만 기억해 줘.’


가람이가 병원으로 가기 전, 남긴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어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날 김수아 요원에게 했던 말이 진심은 아니었을지라도 결국에는 가람이의 말처럼 내가 가람이를 위해서 했던 일들은 그저 쓸데없는 동정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과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떠나가는 구급차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람이를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기분은 정확하게 들어맞고 말았다.


며칠 후 가람이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마나 회로를 다쳐 영영 마법을 쓸 수 없게 됐다는 믿고 싶지 않은 소식과 함께...

.

.

.

.

.

3월 3일의 대재앙으로 집을 잃은 우리 가족은 복구 전까지 정부가 컨테이너로 만들어 준 공동 임시 거처로 들어갔다.

가람이와는 그때 처음 만났다.

힘든 상황에서도 밝게 웃으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가람이의 모습은 그저 잃어버린 것만 떠올리며 힘들어하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람이와 함께 보내면서 시간 동안 나는 점점 그가 가진 빛에 동화되어 겨우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점점 그가 좋아졌다.


첫사랑이었다.


가람이가 처음 나에게 위저드가 돼서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해주던 날, 나는 살짝 내 마음을 담아 나도 지켜줄 거냐고 물었다.

가람이는 세상 밝은 얼굴로 나에게 웃으며 당연히 지켜준다고 약속했다.


정말 기뻤다.


그러던 어느 날 가람이가 그 약속을 지킨 일이 일어났다.


가람이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 때, 갑자기 야생 들개로 보이는 개 한 마리가 나타나 우리에게 다가왔다.

상태가 이상한 개였다.

붉게 물든 두 눈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등에서는 촉수 같은 것이 튀어나와 흔들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나락화가 진행 중인 몬스터였지만, 어린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불쌍한 개라고 생각했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내가 먼저 다가가는데 그때 이상함을 느낀 가람이가 내 손을 잡아 뒤로 당겼다.

그때 갑자기 광폭해진 개는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만 나를 가람이는 그 작은 주먹을 쥐고 나를 지키기 위해 마주 달려들었다.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이 순간에도 가람이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개는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벌려 가람이의 목덜미를 물려고 했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고 그 순간 내 손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마법을 사용한 순간이었다.

마력으로 대상을 밀어내는 아주 단순한 마법이었지만, 무의식중에 제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너무 강하게 튕겨 나간 개는 뒤에 있는 정글짐에 부딪히며 곤죽이 돼 죽어버렸다.

가람이는 갑자기 개가 죽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내 손을 잡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그때는 가람이가 몸을 던져 나를 지켜주려 했다는 것이 마냥 기뻐 내가 마법을 썼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일이 앞으로 점점 일그러질 내 운명의 전조였다.


임시 거처로 들어온 지 1년이 지날 무렵, 부모님은 친척의 도움으로 새집을 마련해서 그곳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가람이와 눈물로 이별을 하고 몇 년 후 실시한 마력 적성검사 결과 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선천적으로 월등한 마나량과 마력 운용 능력을 타고났다는 것이 밝혀졌다.

검사 결과를 파악한 KWA에서는 곧장 내 부모님에게 접촉해 국가 차원에서 나를 마법 영재로서 육성해야 한다며 고액의 보상금을 제시해 왔다.


나는 엄마 아빠가 KWA의 제안을 거절해 주길 바랐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큰 돈 때문인지 큰 고민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나는 내 뜻과는 상관없이 KWA의 시설로 들어가게 됐다.


내가 시설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은 받은 보상금을 두고 다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이혼을 한다는 말을 나에게 전해왔다.

모든 게 나를 위한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남긴 채 둘은 막대한 보상금을 나눠 가지고 내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쓸쓸한 마음으로 홀로 맞이한 중학교 입학식 날.

그곳에서 나는 내 마음의 빛이었던 가람이를 다시 보게 됐다.

우연을 넘어 운명을 느낀 나는, 너무도 그립고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옆에는 보호라는 미명 하에 나를 감시 중인 KWA 요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일반 학생들과는 철저하게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그들 때문에 나는 가람이와 짧은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다.


가람이가 CMDS(선천성 마나 결핍 증후군)를 앓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다른 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었다.

나는 당장 뛰어가 가람이를 곁에서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나 학교 수업조차 개별적으로 받으며 다른 학생들과 철저하게 분리된 나로서는 가람이를 만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그렇게 숨통이 막히는 답답한 3년이 지났다.

내가 법적 의무교육인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자 KWA에서는 나를 바로 견습 위자드 요원으로서 특별 편성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완강히 거부했다.

가람이가 유성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도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내가 보내주지 않으면 위저드가 되지 않겠다고까지 하자 KWA는 어쩔 수 없이 조건부로 허가를 해줬다.

그렇게 나를 바로 옆에서 관리(감시) 할 김수아 요원과 함께 유성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가람이와 가까워질 타이밍만 보게 됐다.

그리고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람이는 노마라는 이유로 역시나 질 나쁜 학생들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김수아 요원이 보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람이가 있는 반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가보니 가람이가 양아치에게 심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옆에 있던 김수아 요원이 미처 말리기도 전에 교실로 뛰어들어가 그 쓰레기를 제압해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목을 꺾고 싶었지만, 가람이 앞에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으니 참았다.


“저기... 이현아. 도와줘서 고마워.”


그것이 내가 수년 만에 들은 그리운 가람이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스며들자 나는 밀려오는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빨개진 얼굴을 숨긴 채 뒤를 돌아야 했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방과 후 KWA에서 보낸 차량을 타고 시설로 귀가하는데, 신호 때문에 서 있는 사이 가람이가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다.

저곳이라면 손님으로 들어가 우연히 마주친 척하면서 그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김수아 요원에게 같이 햄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안됩니다. 조이현 양 건강 관리도 담당하고 있는 입장으로써 그런 정크푸드를 섭취하게 허가할 수 없습니다.”


라며 꽉 막힌 소리를 했다.

나는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가려는 생각에 계속


“정크푸드요? 지금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음식을 비하하는 건가요?”

“논점을 흐리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안돼요.”

“흑흑... 정말 너무하세요. 나는 협회의 허가가 없으면 햄버거도 못 먹는 불행한 아이야.”

“그렇게 비련의 여자아이를 연기하셔도 소용없어요.”

“쳇...”


그러나 그렇게 꽉 막혀 있던 김수아 요원도 내가 매일같이 귀가 아프도록 조르자 결국 마지못해 허락해 줬다.


그리고 함께 그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가람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햄버거 주문을 하고 가람이의 모습이 보이기를 기다렸다.

나는 가람이를 찾느라 거의 먹지 못했는데, 햄버거가 정크푸드니 뭐니 심하게 반대했던 김수아 요원은 숨도 안 쉬고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보고 있으니 자기도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말했다.


“크흠...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요.”

“네... 그러시겠죠.”


그렇게 시덥지 않은 말을 나누며 가람이의 모습이 보이기를 20분이 넘게 기다렸지만 보이지 않았다.

혹시 벌써 퇴근했나 싶어 카운터로 가서 직원에게 물었다.


“글쎄요? 유가람 씨라면 아까 쓰레기통 비우고 있었으니까 매장 뒤편 쓰레기장에 있을 것 같은데요? 근데 왜 이렇게 안 오지?”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직원에게 감사를 표한 나는 김수아 요원에게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건물 뒤편으로 가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쓰레기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가람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한 쓰레기가 가람이에게 더러운 불을 쏘려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한순간에 살의에 물들어갔다.


가람이에게 날아가는 불 마법을 막으며 내가 나타나자 쓰레기가 나를 보고 짖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이 노마 새ㄲ를 죽이든 살리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저게 사람 입에서 나와도 되는 말인가 싶었다.


쟤들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가람이가 뭘 잘못했다는 걸까?

왜 약한 사람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

나도 쟤들을 괴롭혀 보면...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하게 될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손가락을 내밀어 쓰레기들이 덤비도록 도발했다.

내 도발에 넘어간 쓰레기들은 같잖은 마법을 시전했다.

그게 어찌나 우스운지 나는 촛불을 입으로 꺼버리듯 마력으로 폭풍을 일으켜 날려 버렸다.


살충제를 맞은 벌레처럼 바닥에 뒹구는 쓰레기들에게 다가가며 나는 말했다.


“너희는 마법을 쓸 자격이 없어. 두 번 다시 마법으로 사람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모두 부러트려 줄게.”


그렇게 말하면 다시 덤벼드는 근성을 조금은 보여 줄 줄 알았는데, 녀석들 중 넷이 먼저 도망가려고 했다.

그 꼴이 너무 보기 싫었던 나는, 아이스 바인드로 붙잡아 가람이가 아팠던 만큼 고통을 줄 생각으로 다리부터 아주 천천히 얼리며 뼈를 뒤틀었다.


뿌드득... 우드득...


쓰레기들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니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듯도 했다.

그런데 가장 큰 쓰레기가 그걸 보더니 도와주려 하기는커녕 도망을 치려 하는 것이 보였다.

저런 분리수거도 안 될 폐기물은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마나 그랩으로 붙잡고는 그대로 쥐어짰다.

큰 쓰레기가 내지르는 시끄러운 비명이 거슬려 빨리 숨통을 끊어버리려 할 때였다.


“이.. 이현아! 그.. 그만해! 그러다가 진짜 죽어버리겠어!!”


가람이의 필사적으로 내지른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하마터면 가람이 앞에서 피를 보일 뻔했어. 휴...’


나는 당장 마법을 풀고 가람이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내가 묻자 가람이는 아픔을 참고 웃으며 말했다.


“으... 응. 괜찮지는 않지만... 괜찮아. 그런데 나보다 얘네들이 더 큰일인데?”


그 말에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신경 쓰지 마. 널 죽이려고 했던 애들이니까.”


그런데 가람이는 저 쓰레기들을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이러다 얘들이 죽으면 네가 살인자가 되는데!”


나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가람이는 내가 기억하던 마음에 빛을 머금고 있는 아이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나의 마음은 감동으로 차올라 터질 것 같았다.


그 이후 우리는 아주 잠시뿐이었지만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너무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게 신경 쓰였지만 이렇게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대화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은 가람이는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나리움 배터리를 사 자신의 보조 마도구를 직접 개조하기 위해 알바를 하고 있다는 가람이의 말에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 모습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나도 가람이를 도와주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나는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가람이와 대화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냥 기뻤다.

경찰은 마법 폭행혐의로 구속 기소 될 만한 중대사라고 보고 있었지만, KWA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나를 풀어줬다.


쓰레기들을 혼내 준 대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짜증 나는 것이었다.

그날 시설에 돌아가니 정말 끔찍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KWA에 소속된 영재들을 관리 감독하는 마법 영재 센터장인 박문신 아저씨에게 2시간이나 설교를 들어야 했다.

그 뒤에는 내 관리 감독에 실패해서 감봉되는 바람에 화가 아주 많이 난 김수아 요원의 잔소리를 3시간 동안 들어야 했다.


도합 5시간 동안 잔소리로 스트레스가 많아진 나는 그 화풀이도 할 겸 가람이에게 줄 배터리를 훔치기 위해 영재 센터의 비품 창고에 몰래 들어갔다.

온갖 보안 마법 장치가 있었지만, 환영 마법으로 간단하게 무력화한 뒤 그리고 장비 교체를 위해 빼놓은 마나리움 배터리를 정확히 20개를 챙긴 뒤 유유히 빠져나갔다.


다음 날, 하굣길에 THE잇소에 들러 비닐 포장지를 산 뒤, 숙소에서 모두 개별 포장해 박스에 넣고 포장한 후에 교무실에서 알아낸 가람이 집 주소로 택배를 부쳤다.


며칠 후, 학교 점심시간에 등나무 쉼터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갑자기 가람이가 달려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가람이의 등장에 내 가슴이 빠르게 뛰어서 진정시키려 애쓰며 대화를 나눠야 했다.

가람이는 발송인을 쓰지 않고 보낸 택배를 내가 보냈다는 것을 짐작하고 나에게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가람이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당황하긴 했지만, 다행히 내 설명을 듣고 납득을 해주어서 마음을 놓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다가온 기말 실기시험 날.

가람이는 내가 준 배터리로 자신의 마도구를 잘 개조해냈는지 학교에 시험을 보러 왔다.

나는 직접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김수아 요원의 눈초리가 있어서 가람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시험 보는 건 꼭 보겠다고 고집을 부린 덕분에 김수아 요원은 대놓고 짜증을 내며 딱 가람이 시험까지만 보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가람이가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응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데...


가람이가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의 상태가 이상했다.

A급 몬스터라니... 그건 나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레벨의 몬스터였다.

나는 당연히 가람이가 포기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러나 가람이는 여전히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 강한 아이였다.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마주하고도 달려드는... 멋진 사람이었다.


목숨이 위험한 사투 끝에 가람이는 A급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던 나는 병원에 실려가는 가람이의 뒤를 급히 쫓았다.

그리고 그가 가기 전에 꼭 너무 멋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입에서 나온 말은...


“저기... 너무 무모했어. 다신 그러지 마.”


가람이가 어떻게 될까 봐 무서웠던 마음이 커서 그런지 생각과 다른 말이 나오고 말았다.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

.

.

가람이가 나와 김수아 요원이 몰래 했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그게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나 자신에게 난 화를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 대상은 의외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김호석... 그 큰 쓰레기 말이다.


C급 몬스터로 의태 할 예정이었던 골렘이 갑자기 혼자 A급으로 변할 리가 없었다.

거기다 결계 컨트롤 패널까지 손을 댔으니 이건 누가 봐도 가람이를 노린 것이라 판단한 담당 감독관은 수사기관에 요청하여 수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골렘에서 큰 쓰레기의 잔류 마력이 검출됐고 그는 살인미수 용의자로 잡히게 됐다.


그러나 그 쓰레기의 집안이 정부 관료와 연결된 집안이었다.

권력의 힘으로 훈방조치로 풀려난 큰 쓰레기는 한 달 정학이라는 말도 안 되는 처분만 받았다.

그렇게 사건은 허무하게 흩어지는 연기처럼 일단락되고 말았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나의 유일한 빛 가람이는 이 쓰레기의 헛짓거리 때문에 영원히 꿈을 이룰 길을 잃었는데... 고작 정학이라고?


나는 이 큰 쓰레기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냥 대놓고 죽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지만, 기껏 내가 살인자가 되지 않게 그렇게 가람이가 신경 써줬는데 덜컥 살인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내 안에 꽁꽁 감춰 놓은 마법을 쓰기로 했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마법.

국제적인 협약까지 맺을 정도로 금지된 반인륜적인 금단의 마법.


바로 「저주」였다.


인생은 수많은 경우의 수로 얽혀있다.

그 경우의 수 중에는 죽음과 직결되는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도 포함돼 있다.

사람은 여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운」에 의해 그 수많은 죽음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저주라는 것은 특별한 의식을 통해 대상의 운을 격감시켜 죽을 확률을 올리는 마법이다.

길을 가다 넘어지는 사소한 사고로도 심지어 물을 마시다가도 사레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저주를 받은 사람은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니 혹시 저주를 건 대상이 죽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고사일 뿐 살인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중세 시대 이후 금지되어 쓰는 방법조차 모두 사라진 이 마법을 내가 알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시설에 들어온 지 삼 개월쯤 지났을 무렵, 밤에 잠을 자던 나는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잠을 깼다.

그 목소리를 쫓아 밖으로 나가보니 뒤뜰 큰 나무 그늘에 숨어있는 어떤 그림자가 나를 향해 손짓하며 부르고 있었다.

몬스터 같이 워낙 수상해서 다짜고짜 그냥 마법을 갈겼는데, 그 그림자는 실체가 없는지 멀쩡한 모습으로 낄낄 웃으며 다른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크크크... 역시 내가 눈여겨본 아이구나. 아주 마음에 들어. 너 나와 친구 하지 않을래?”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림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을 그림자 주인 「찰리」라고 소개한 그는, 나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마법을 이것저것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새로운 마법을 배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 이후, 찰리는 매일 밤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마법을 나에게 알려 줬다.

주로 어둠과 관련된 마법들이었는데 바로 그중에 저주를 거는 방법도 있었다.

아무리 어린 나라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여러 마법을 알려준 찰리는 어느 날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배운 마법들도 그냥 가슴에 묻어둔 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이렇게 저주를 유용하게 사용할 날이 오다니... 사람 일은 정말 모른다.




저주의식을 올리고 난 일주일 후, M-TV에서는 가정집 화재 사고 뉴스가 나왔다.

정학 중인 김호석이 집에 그 패거리들을 불러 음주 파티를 열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피운 담뱃불에 화재가 발생해 모두 사망했다는 뉴스였다.

분리수거가 안 되는 쓰레기들답게 아주 잘 소각처리 된 것이었다.


뉴스를 통해 제대로 저주가 발동한 것을 확인하자 만족감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계속 웃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곧이어 찾아올 대가 청산을 준비해야 했다.


모든 저주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했다.

나는 이 저주를 위해 내 왼쪽 눈을 바쳤다.

가람이를 위한 복수라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싸게 먹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얼마 후, 왼쪽 눈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오더니 저절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버텼다.

내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내 방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내 왼쪽 안구가 툭 소리와 함께 풍선 바람 빠지듯이 쪼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쪼그라든 눈을 내 손으로 제거한 후 미리 준비한 마안을 왼쪽에 집어넣었다.

어둠의 루트로 급하게 준비하느라 미쳐 내 눈동자 색과 맞추지 못해 엉뚱하게 푸른색 눈동자의 마안이 들어가고 말았지만, 다행히 통증도 적고 잘 맞아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다음 날, 갑자기 내 한쪽 눈 색이 바뀌자 김수아 요원이 왜 그러냐며 집요하게 캐물었지만, 나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한 주, 행복한 한 주가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n6******..
    작성일
    24.05.20 10:11
    No. 1

    가람이를 사랑하는 조이현 ! 사랑하는 가람이가 마법을 할수없는 노마라고, 약자를 괴롭히는 김호석일당에게 복수를 해준 조이현! 멋지지만 가람이가 원하는 것일까? 가람이도 니현이를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희생을 원하지 않을것 같아...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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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 D등급 재앙 +1 24.06.07 151 0 20쪽
13 12화 - 솔이 +1 24.06.05 126 0 21쪽
12 11화 - 등선(登仙) +1 24.06.03 138 0 21쪽
11 10화 - 정(精)의 길3 +1 24.05.31 140 0 21쪽
10 9화 - 정(精)의 길2 +1 24.05.29 132 0 21쪽
9 8화 - 정(精)의 길1 +1 24.05.27 130 0 20쪽
8 7화 - 해동정본심서(海東精本心書) +1 24.05.24 130 0 22쪽
7 6화 - 재회 +1 24.05.22 165 0 20쪽
» 5화 - 조이현 +1 24.05.20 138 0 21쪽
5 4화 - 승리의 포효 그리고 절망 +1 24.05.17 134 0 20쪽
4 3화 - 기말 실기시험 +1 24.05.15 156 0 20쪽
3 2화 - 노력과 동정 +1 24.05.13 152 0 19쪽
2 1화 - 노마 유가람 +1 24.05.10 169 0 20쪽
1 프롤로그 - 소년의 꿈 +1 24.05.08 68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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