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못 쓰는 나, 위저드리 마스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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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한
작품등록일 :
2024.05.0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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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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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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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재회

DUMMY

가람이를 만나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집까지 찾아가 봤지만 어디로 이사를 가버렸는지 가게는 텅 비어있었다.


가람이가 없는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이유가 없었다.


나는 등교하기 위해 타고 있는 차 안에서 김수아 요원에게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하아... 정말이지. 이현 양이 제멋대로인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무슨 일 있습니까?”

“그냥 지난번 시험을 보고 더 이상 내가 배울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에요. 자퇴 수속 밟아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뭐 잘됐네요. 이 나이 먹고 고등학생인 척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아주 속이 시원하네요. 에휴...”


김수아 요원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학교생활이 나름 좋았는지 내심 아쉬워 보였다.


그렇게 나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KWA 입장에서는 내가 학교를 그만둔 것을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그래서 그런지 별다른 시험도 없이 나를 바로 견습 위저드로 임용시키더니 온갖 임무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됐다.

가람이에 대한 마음을 잠시 넣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위저드의 주요 임무는 나락화에 의해 발생한 몬스터의 퇴치와 그 밖의 여러 마법적 재앙사태 해결이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국가를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될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상에 나타난 마법 현상인 나락화(Downfall).

이것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1. 이계의 다른 지성체가 침공을 위한 전초 행동으로 보내고 있다는 가설

2. 지구가 마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발생시킨 일종의 면역반응이라는 가설

3. 인류가 마법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마나 오염에 의해 발생하게 된 이상 현상이라는 가설


등등 있지만, 아직까지 그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나락화에 의해 발생한 몬스터나 마법 재앙은 그 위험도에 따라 F등급에서 최대 SSS등급까지 구분된다.

사실 F등급 밑도 있지만, 위험도가 낮아 일반인도 쉽게 대처할 수 있어 등급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최대 등급인 SSS등급 같은 경우에는 등급에 표기는 돼 있지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야말로 인류 절멸 급의 위험도를 가진 몬스터 혹은 마법 재앙에만 붙는다고 알려진 SSS등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지금도 전설로만 전해지는 모든 마법의 정점인 「위저드리 마스터」라도 되지 않는 이상 막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수년 전,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서 갑자기 일어난 S급 마법 재앙인 3월 3일의 대재앙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세계 각국과 협력하여 연구한 끝에 공기 중에 있는 마나를 정화하여 나락화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는 장치인 「정화자(purifier)」를 개발해 국내 주요 대도시 여러 곳에 배치했다.

그 결과로 대도시에서는 나락화를 보기가 힘들어졌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빈번하게 크고 작은 나락화가 발생하고 있었다.


견습 위저드가 된 나는, 바로 그 현장으로 바쁘게 출장을 나가야 했다.

주로 위험도 D등급에서 B등급의 사이의 나락화 현장이었는데, 나를 관리하는 역할에서 사수가 된 김수아 요원과 함께 현장에 투입됐다.

김수아 요원과 꽤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도 정작 실력을 볼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고 있었지만, 현장에서의 그녀는 아주 유능했다.

그녀의 정확하고 적절한 지시 덕분에 나는 수많은 현장에서 꽤나 활약할 수 있었다.

그 바람에 본의 아니게 눈에 좀 띄게 됐는지 나는 다른 여성 요원들로부터 별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하루는 숙소에서 김수아 요원과 함께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데, 어떤 세 명의 요원들이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내 험담을 하는 것이 들렸다.


“도대체 조이현 걔 왜 이렇게 설치니? 눈에 너무 거슬려.”

“그러니까 말이야. 아직 민증에 잉크도 안 마른 핏덩이한테 다들 영재니 뭐니 오냐오냐해주니까 너무 건방져졌어.”

“지난번, 현장에서도 단독 행동을 하더라고. 아직 견습이 말이야. 겉멋만 들어서.”


그 말을 들은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김수아 요원은 흘려들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인상을 찌푸리더니 바로 그 요원들에게 다가가더니 따졌다.


“내 파트너에 대해 꽤나 멋대로 말해주시는데요. 요원님들?”


갑자기 김수아 요원이 나타나자 놀란 요원들은 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기들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크흠... 그 왜 남의 대화를 함부로 몰래 듣고 그럽니까? 김수아 요원.”


뻔뻔하게 말을 하는 그 요원을 싸늘하게 쳐다보며 김수아 요원이 말했다.

“대화? 뭐 뒷담 같은 수준 낮은 행위도 당신들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화에 속하나 보군요.”

“뭐.. 뭐라고요?”

“그런데 있잖아요? 그런 말들을 할 거면 최소한 내 파트너보다 나은 실력을 갖추고 나서 하세요. 여기서 입을 털 시간에 훈련장을 가시라고요.”


그 말에 발끈한 요원은 들고 있던 종이컵을 바닥에 거칠게 던지며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야 김수아... 지금 뭐라 그랬어? 우리가 저기 저 핏덩이보다 못하다는 거야 지금?”

“네, 당신들은 여러 방면에서 제 파트너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 발밑에 기어 다니는 개미 정도는 되겠군요.”

“듣자 듣자 하니까 정말 이게 정말!”


그 요원이 뺨이라도 한 대 치려는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나 김수아 요원이 한발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대련해보시죠.”

“.... 뭐!?”

“정말 제 파트너가 그렇게 무시 받을 만한 핏덩이인지 실제로 대련을 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셋은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 건방진 후배의 코를 꺾어 놓는 것도 선배가 할 일이니까. 이참에 주제 파악 제대로 하게 해줄게!”


그렇게 말하며 셋은 거의 동시에 나를 노려봤다.

너무 귀찮았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김수아 요원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김수아 요원님. 저는 무시당해도 괜찮아요. 그냥 넘어가죠.”

“이현 요원이 괜찮아도 내가 안 괜찮아요.”

“네? 김수아 요원님이 왜...”

“그거야 이현 요원은 내 파트너니까요. 이현 요원을 무시하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우리가 함께 위저드로 활동하는 데 있어서 이런 기선제압은 아주 중요하니 사정 봐주지 말고 눌러버리세요.”

“하아... 알겠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사수의 명에 따라 대련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곧바로 대련 장소로 정한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꽤 많은 사람이 대련을 지켜보려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알고들 왔는지 궁금해하고 있는데 상대편 요원이 나에게 말했다.


“어때? 조이현 ‘견습’ 요원. 기왕 하는 거 크게 놀아보자고 내가 사람들 불렀어. 어때? 마음에 들어?”

“......”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자 자기들끼리 신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하하~ 겁먹기는~ 언니들이 살살 할 게! 너무 무서워하지 마.”

“그냥 여기서 그만둬도 다음부터 조심하겠다고 약속하면 봐줄 게.”

“망신당하기 전에 그냥 포기해~”


그러든 말든 나는 먼저 결계 안으로 들어가며 그녀들에게 말했다.


“저기... 오늘치 견습 과제를 아직 못 끝내서요. 빨리 숙소로 돌아가야 하니까 세 분 동시에 상대해드릴게요. 오시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셋은 갑자기 눈이 뒤집혀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대련의 결과는 6분 32초 컷으로 나의 완승이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세 명을 상대하면서도 압도적으로 이겨버린 나를 보며 모두 할 말을 잃은 듯 조용해졌다.

아직 쓰러져 있는 세 요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결계 밖으로 나오자 김수아 요원이 다가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군요. 설마 봐준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요. 역시 현역 위저드는 다르네요. 많이 배웠어요.”

“수고했어요. 보상으로 내가 커피 사겠습니다. 가죠.”


김수아 요원은 싱긋 웃어 보이더니 먼저 앞서서 훈련장을 나가며 말했다.

문득 그녀가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나쁘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그 뒤를 따라갔다.


그날 이후로 내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진 듯했다.


괴롭힘인지 가끔 현장에서 불합리하게 귀찮고 위험한 일을 떠맡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가람이라면 모든 경험이 다 내 실력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했을 거라 생각하며 순순히 맡겨진 일을 해냈다.


그렇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위저드 요원으로서 살다 보니 어느덧 가람이를 못 본 지 7년이 지나고 있었다.

.

.

.

.

.

「엑스퍼트 위저드」


위자드 중 특별한 시험을 통과한 숙련 위저드에게 주어지는 칭호였다.


며칠 전, 거제도에서 발생한 A등급 나락화 현장을 혼자 해결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엑스퍼트 위저드가 되기 위한 통과 조건이었다.

다행히 민간인들의 대피가 빠르게 이뤄져 현장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글우글 있는 A등급 몬스터들에게 마음껏 마법을 난사해 분쇄해버릴 수 있었다.

덕분에 최단 시간 A등급 나락화 해결이라는 업적과 동시에 최연소 엑스퍼트 위저드라는 위명도 달성할 수 있었다.


‘허무해....’


누구나 대단하다고 칭찬해주는 일을 해내고서도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생각이었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닌 일에 쫓겨 그저 기계적으로 마법을 쓰며 몬스터를 퇴치하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내 마음은 더욱 텅 비어져 만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수아 요원에게 연락이 왔다.


그녀는 나와 파트너이던 시절 현장에서 세운 많은 공을 인정을 받아 승진했다.

신입 위저드 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인데 현장직은 아니지만, 적성에 아주 잘 맞아 상당히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마나폰 건너편에서 김수아 요원이 여전한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잘 지냈습니까? 이현 요원. 아니지... 이제는 이현 엑스(엑스퍼트 위저드의 줄임말)라고 불러야겠군요.”

“후후...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김수아 요원님. 그동안 잘 지냈어요?”


나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나름 반가운 티를 내며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그동안 안부를 물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사담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어느 정도 마무리될 무렵이 돼서야 그녀가 본론을 꺼냈다.


“오랜만에 이현 요원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연락한 목적도 깜빡했군요. 이현 요원, 혹시 제 일 하나만 도와줄 수 있습니까?”

“일이요? 김수아 요원님 일이라면 신입 위저드 교육 말인가요?”

“그 일환이긴 합니다. 이번 위저드 임용 실기 시험에서 감독관을 맡아 줄 수 있습니까?”


나는 생각지 못한 부탁에 조금 놀라며 되물었다.


“시험관? 제가 말인가요?”

“네, 이번에 실시하는 실기 시험부터 몬스터 퇴치 외에 추가로 범죄자와의 대치를 상정한 실전 형식의 시험이 처음 도입됩니다. 알다시피 최근 마법 범죄율이 증가하는 추세니까요.”


김수아 요원의 말대로 요즘 들어 경찰 측에서 마법 범죄에 대한 수사 협조요청이 많이 오고 있었다.


“그래서 위저드 요원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현 요원에게도 시험관을 부탁하고 싶은데 어떤가요?”

“흐음...”


평소 같았으면 귀찮아서라도 임무 외의 이런 부탁은 거절하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랫동안 신세 진 김수아 요원의 부탁이고 거기다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하기도 했기에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 개월 후, 예정대로 위저드 임용 실기 시험이 진행됐다.

시험장에 도착한 곧장 나는 몬스터 퇴치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험은 포획해 온 C등급 몬스터와 일 대 일로 싸워 퇴치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퇴치 방식을 평가하여 상대평가로 상위 10명만이 다음 시험으로 넘어갈 수 있는 형식이었다.


다시 말해 이 시험을 통과한 10명만이 나와 대련 시험을 치를 자격을 얻기 때문에 사전에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두려는 것이었다.


나를 알아본 KWA 관계자들이 쫓아와 수행하려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그렇게 혼자 각 시험장을 돌며 눈에 띄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해두고 있는데, 문득 어느 시험장 앞에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몰려 구경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누가 시험을 보길래 이렇게 모여 있는지 궁금해진 나도 그곳으로 가봤다.


시험장 결계 안쪽에는 어떤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의 주위에는 마치 불, 물, 나무, 바람을 형상화해 놓은 듯한 생김새를 가진 처음 보는 기묘한 생물들이 둥둥 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저 생물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모여 있는 모양이었다.


“뭐지? 환영 마법으로 만들어낸 허상인가?”

“아니에요. 마법으로 확인했지만, 실체가 있어요.”

“그렇다는 것은 어떤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이라는 건데. 도대체 저게 뭐지?”


누구 하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호기심이 깊어진 나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을 해치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내가 앞쪽에 자리를 잡은 그 순간, 감독관의 신호와 함께 시험이 시작됐다.


시험장 바닥에 설치된 전송진을 통해 몬스터가 결계 안으로 보내졌다.

등장한 것은 C등급 몬스터인 트롤이었다.

3m에 가까운 거구에 흉측한 얼굴과 뻐드렁니, 악취를 풍기는 녹색 피부를 가진 이 몬스터는 흉포함에 비해 동작은 느리지만 엄청난 괴력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뛰어난 자기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신체의 일부가 결손이 돼도 금방 회복해버려 처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몬스터였다.


‘숙련된 위저드 요원도 처리하려면 꽤 애먹는 몬스터야. 과연 저 사람은 어떻게...’


그러나 나의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방울아. 커다란 물 덩어리를 만들어서 저 녹색 몬스터를 가둬줄래? 그리고 환희가 그 물을 부글부글 끓여줘.”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탁하는 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자 물방울같이 생긴 생물과 불꽃같이 생긴 생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에 펼쳐진 광경은 그 자리에 있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남자의 지시대로 물방울 생물이 엄청난 양의 물을 만들어 트롤을 순식간에 가두더니 이어서 불꽃 생물이 화염을 내뿜어 물을 펄펄 끓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물 안에 갇혀 있는 트롤은 숨이 막히는지 버둥거리다가 끓는 물에 점점 삶아지더니 결국 수육 마냥 잘 익어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됐다.

트롤이 죽은 채 물 안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본 남자는 물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갇혀 있던 트롤의 시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상황이 순식간에 끝나자 이 시험의 감독관도 당황했는지 멍하니 있다가 종료 사인을 조금 늦게 내리고 말았다.


“시... 시험 종료! 2분 12초!”


퇴치 완료 시간이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퇴치 방법이었다.

새로운 마법으로 아무런 피해 없이 간단히 트롤이라는 몬스터의 특성을 잘 파악해 효율적으로 퇴치한 것은 아주 고평가 되어야 마땅한 부분이었다.


나는 놀라서 웅성거리고 있는 구경꾼들은 뒤로 한 채 분명 다음 시험에서 나와 대련하게 될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해두고 싶어 결계에 가까이 갔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그 기묘한 생물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리워 마지않던 바로 그 사람... 가람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엄마... 이게 마지막이야.”


나는 트럭에 내 물건이 든 상자를 올리며 엄마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다 됐지? 아저씨, 출발하죠.”


엄마가 트럭 운전사에게 그렇게 말하며 트럭에 올라탔다.

나는 잠시 뒤를 돌아 나름 정이 들었던 옛집을 바라보다가 엄마 뒤를 따라 트럭에 올라탔다.

애초에 나올 짐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할머니가 몸만 와도 된다고 해서 우리는 반도 채우지 못한 이삿짐을 실은 1톤 트럭을 타고 시골로 출발하게 됐다.

성큼 다가온 여름의 기운 때문에 한껏 덥혀 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낡은 트럭 안에서 나는 가만히 앉아 차창 밖을 보고 있었다.

그때 창문에 비친 내 표정이 어두운 게 걱정됐는지 엄마가 말했다.


“아들, 괜찮아? 덥지 않아? 아저씨, 에어컨 좀 틀어줘요.”


그러나 트럭 운전사는 켜 줄 생각이 없는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못 켜요. 고장 났어요.”


그 말에 엄마는 눈앞에 있는 에어컨 버튼을 눌러 켰다.

그러자 굉음이 들리더니 시원한 바람 대신 건조한 열풍이 흘러나왔다.


“어우~ 뜨거워! 이거 뭐야!”


엄마는 얼른 다시 버튼을 눌러 껐다.


“말했잖아요. 고장 났다고.”

“그럼 창문이라도 열어 줘요! 이러다 우리 아들 쓰러지겠네!”

“나 참.. 직접 열면 될 것이지...”


엄마의 닦달에 운전사는 구시렁거리며 내 쪽 창문을 열어줬다.

그러자 트럭이 빠르게 달리며 들어오는 바람이 정신 사납게 내 얼굴을 때렸다.

그래서 시원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점점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창문을 올리고는 주머니에서 마나펜을 꺼내 조수석 서랍을 열고 에어컨을 제어하는 패널을 찾았다.

패널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에어컨에 부여된 마법식이 눈앞에 떠올랐다.

언뜻 봐도 냉기를 관장하는 룬 문자가 잔뜩 꼬여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다.

내가 마나펜으로 망가진 룬을 수정하기 시작하자 운전사가 당황하며 버럭 소리쳤다.


“야야! 뭐 하는 거야. 함부로 만지지 마!”


나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수정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시 패널을 닫고 바로 에어컨 버튼을 누르자 뜨거운 바람만 나오던 에어컨에서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에어컨이 고쳐지자 화를 냈던 운전사는 민망한지 헛기침만 몇 번 하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엄마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트럭 운전사에게 말했다.


“우리 아들이 에어컨 고쳤으니까 수리비로 잔금에서 만 원 뺄게요. 괜찮죠?”

“크흠... 예에~ 그러시죠...”


운전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엄마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든 말든 나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창밖을 향해 시선을 옮기고는 그대로 머리를 비웠다.



그렇게 4시간을 달려 고속도로를 나와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고 나서야 복숭아밭 언덕 위에 있는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할머니는 벌써 집 앞에 나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트럭이 멈추자 차에서 뛰어내리다시피 내린 엄마는 먼저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어머니! 왜 밖에 나와계셔요. 날씨도 더운데!”


엄마의 호들갑에 할머니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덥긴 뭐 더워. 오는데 막히지는 않았고?”

“예, 금방 왔어요. 짐은 어디로 넣으면 될까요?”


할머니는 의자에서 일어나 마당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저기 저짝 작은 방이 가람이 방이고, 너는 나랑 쓰고.”

“예, 알겠어요. 가람아, 짐 내리자.”

“네...”


나는 운전사와 함께 트럭에 실려 있는 짐을 내리려고 뒤로 갔다.

그리고 트럭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어느 틈에 다가온 할머니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할머니...”


할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더니 천천히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 왜 그래? 할머니?”

“.....”


그러나 할머니는 그저 나를 빤히 보며 계속 쓰다듬기만 했다.

할머니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흘러들어와 내 마음에 닿는 것 같았다.

그 온기에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숨죽여 울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n6******..
    작성일
    24.05.22 10:29
    No. 1

    엑스퍼드 위저드된 조이현 어디까지 승진할까?
    유가람이 개발한 신선한 마법이 흥미진진하다. 마법세상에서 피해없이 몬스터들을 없애니 말이야...
    그런데 유가람은 조이현을 못본거야?ㅜㅜ
    그런데 가람이는 시골로 왜 이사를 갔나? 궁금해서 못참겠어요. 다음 8화 얼른올려주세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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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소년의 꿈 +1 24.05.08 68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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