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못 쓰는 나, 위저드리 마스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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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한
작품등록일 :
2024.05.08 22:32
최근연재일 :
2024.06.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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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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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7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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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D등급 재앙

DUMMY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작년 여름에 지붕에서 샌 비 때문에 생긴 검은 얼룩을 보자마자 지금 내 방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라? 왜 내가 여기에... 아 맞다. 나 그대로 의식을 잃었었구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갑자기 복부에 강한 충격이 오는 바람에 다시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뭐.. 뭐야?”


내 복부를 강타하게 뭔지 보니 솔이였다.

솔이는 울먹거리며 내 배에 얼굴을 비볐다.


“가람... 괜찮아?”


솔이가 묻자 나는 조심스럽게 솔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응, 난 괜찮아. 걱정 끼쳐서 미안해.”


그렇게 솔이를 안심시켜주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더니 나래가 들어왔다.


“일어났구나? 좀 어떠냐? 특별히 이상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만...”

“응, 괜찮아. 누나가 나 집까지 옮겨 준거야?”

“그래, 갑자기 쓰러져서 나도 꽤나 놀랐다.”

“그랬구나. 고마워.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나 왜 갑자기 정신을 잃은 거지?”


나래는 옆에 앉으며 내 질문에 대답을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수련 부족이다. 갑자기 많은 정기들을 한꺼번에 다루면서 무심코 네 정기를 사용하고 말았더구나. 아마 원래 마법이란 더러운 사술을 쓰던 버릇 때문이겠지.”


나래의 말에 나는 내 이마를 살짝 때렸다.


“맞아. 그러고 보니 자주 달고 살던 마나 부족 증상이랑 같잖아.”


나래는 웃으며 이어 말했다.


“잊지 말아라. 정기술사는 비워진 그릇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빈 그릇은 채울 수 있다는 것도...”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알겠어. 앞으로 수련에 더 힘쓸게.”


그때 갑자기 나래는 내 등을 두들기더니 칭찬을 했다.


“그나저나 잘 찾아냈구나. 나도 찾고 있었지만,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거든. 네 덕분에 큰 위험을 막았다.”

“응? 뭘?”

“그 산처럼 쌓여있던 부정한 것들 말이다.”

“부정한 것?.... 아~ 그 폐기물들 말하는 거구나. 응? 그걸 누나가 찾고 있었다고?”


내 물음에 나래는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어 대꾸했다.


“그래, 네가 자연계로 가 있는 동안 이 주변에 계속 이매망량으로 변해가는 불쌍한 아이들이 계속 나타났었다. 그때마다 내가 아이들을 고쳐줬는데, 아무리 고쳐도 계속 나타나길래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찾고 있었지.”

“흠... 그랬구나.”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좀처럼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너는 어떻게 찾은 거냐?”


그 말에 나는 아직도 고양이 마냥 내 배를 비비적거리고 있는 솔이를 들어 손에 올렸다.


“솔이 덕분이야. 솔이가 이상한 게 있다고 나한테 알려줬거든. 가보니까 누가 마법으로 은폐를 해놨더라고. 아마 그래서 누나도 찾기 힘들었을 거야.”

“크윽... 그랬군. 더러운 마법이 또... 아무튼 너도 큰일을 해줬구나. 정말 잘했다.”


나래는 솔이 머리 위에 달린 솔방울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말했다.

솔이는 칭찬받아 기쁜지 활짝 웃으며 내 손바닥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춤을 췄다.


잠깐 그 모습이 귀여워 잠시 빠져들어 지켜보던 나는, 갑자기 중요한 것이 생각이 났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그 폐기물들은 어떻게 했어? 빨리 정화하지 않으면 계속 오염이 퍼질 텐데?”

“그건 걱정 마. 네가 아이들을 고칠 때 부정한 것들도 같이 깨끗해졌으니까.”

“하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래도 신고는 해야지. 누가 그 폐기물을 버렸는지 잡아야 하니까.”


나는 그대로 마나폰을 들고는 읍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폐기물이 무단투기 돼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나락화 발생해 상당히 피해를 입은 동물들이 많다는 것도 알렸다.


안 그래도 읍사무소 측에서도 최근 몇 달간 산에서 몬스터로 변한 동물들이 출현해 민가까지 내려오고 있어서 그 원인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사안이 시급한 문제라 그런지 저녁이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조사원들을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도착한 조사원들을 그곳까지 안내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통화를 끊었다.


직원을 만나기로 한 장소에 까지 제법 거리가 있어서 미리 가 있으려는 생각에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나래에게 말했다.


“그럼 나, 갔다 올게. 엄마한테 말 좀 해줘.”

“응, 알았다.”


그렇게 방문을 나서려 하자 갑자기 솔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갈래! 가람!”


평소 같았으면 데려갔겠지만, 이번에는 신령의 존재를 이해 못 하는 외부 사람을 만나는 거라 허락할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안돼.”

“왜? 왜 안돼?”

“아직 솔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그래.”

“왜? 왜 보여줄 수 없어?”


솔이는 납득이 안되는지 나에게 거듭 물었다.

하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그냥 밖으로 나와야 했다.

방 안에서 터져버린 솔이의 울음소리와 달래주려 애쓰는 나래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했다.

.

.

.

나의 신고로 시작된 경찰 수사는 의외의 방향으로 급물살을 탔다.

단순히 어느 기업에서 저지른 무단투기 사건이라 생각했지만, 수사 중 이것이 단순 사건이 아니라 나락화를 의도적으로 일으키려는 일종의 마법 테러라는 것이 밝혀졌다.

몬스터 발생률을 올려 지역 내에 땅값을 내려 싸게 사기 위해서라는 아주 시시한 이유로 이런 짓을 벌인 것이었는데, 테러답게 폐기물을 투기한 곳은 그곳 한군데가 아니었다.

그중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아주 오랜 기간 방치된 곳도 있었다.


그렇게 결국 우려했던 나락화 재앙이 발생하고 말았다.

발생한 D등급 재앙으로 인해 상당히 넓은 범위의 지역이 재앙 경보 대상이 됐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할머니의 집과 복숭아밭도 포함돼 있었다.


“어머니! 왜 안 가신다는 거예요! 빨리 피난 가셔야 해요!”


엄마의 간곡한 말에도 할머니는 마루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느그들끼리 가라. 내가 살아봐야 얼마나 산다고 평생 산 내 집허고 내 복숭아밭을 버리고 떠나긋냐.”

“그런 말씀 하실 때가 아니에요! 정말 큰일 나요! 고집 그만 부리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이미 S급 재앙을 겪어 봐서 그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엄마로서는 할머니의 이런 고집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와 데리러 온 경찰의 거듭된 설득에도 할머니는 떠나려 하지 않았고 결국 엄마와 나도 모두가 피난을 떠난 텅 빈 마을에 남게 됐다.


“가라니까 왜 안 갔으?”


남은 우리를 보고 할머니가 말하자 엄마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가 안 가시는데 저희끼리 어떻게 가요! 진짜 노인네 고집하고는 에잇! 정말!!”


엄마는 짜증을 내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할머니는 미안했는지 그런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보이는 대로 정리하면 된다.

이번에는 동물들을 구할 때처럼 손속에 사정을 둘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F등급 재앙부터는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지 않는 진짜 괴물들이 나타난다.

그야말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쏟아져 옷을 젖게 만드는 소나기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공기 중의 마나 오염도를 측정하는 기술로 미리 경보를 발령할 수 있게 됐지만, 옛날에는 말 그대로 재앙 그 자체였을 것이다.


아직 제대로 된 공격력을 가진 정기술을 써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만약을 위해 선조의 지혜 속에서 배워 둔 것들이 있으니 그거면 D등급 몬스터 정도는 해치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혼자 그런 것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할머니도 방에 들어가 있어.”

“너는 뭐 하려고?”

“뭐하기는? 몬스터 나오면 싸워야지.”

“..... 괜찮큿냐?”

“응, 괜찮아. 여차하면 나래 누나도 있고 솔이도 있는걸 뭐.”


내 말에 옆에 있던 나래와 솔이가 웃으며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무래도 할머니를 안심시키려면 나보다는 두 신령을 내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말했다.


내 생각대로 할머니는 안심했는지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주변에 보는 눈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발을 살짝 구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함께 날아오른 나래에게 내가 말했다.


“미리 담당할 구역을 정해놓고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누나는 집 주변을 부탁해. 나와 솔이는 마을 주변에 나타나는 놈들을 처리할게. 어때?”

“좋아, 그렇게 하자. 무슨 일 있으면 바람의 정기로 알려주고. 알았지?”

“응, 알겠어. 조심해 누나.”

“너도.”


그렇게 간단히 작전을 세운 나는 마을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솔이와 함께 날아갔다.


우리가 마을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사방에서 정기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마을 곳곳에서 검푸른 연기 같은 것이 모여들더니 서서히 어떤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왔구나. 솔이야! 준비하자!”

“응!”


나는 몬스터가 완전히 형태를 갖추기 전 먼저 치기 위해 서둘러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즉시 두 손을 모아 강하게 기원을 올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솔이 신령께 비나이다! 오직 피를 바라는 저 사악한 자들을 옭아맬 강한 나무뿌리를 내소서!”


나의 기원을 들은 솔이의 몸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솔이가 손을 뻗자 마을의 심어져있는 나무들이 들썩거리더니 곧 두꺼운 나무뿌리가 튀어나와 미처 형태를 갖추지 못한 몬스터들을 휘감았다.


결국 몬스터들은 단단히 속박된 채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타난 몬스터의 정체는 사람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커다란 개인 ‘놀’이라는 D등급 몬스터 였다.


“크아아앙! 크르르르르!!”


묶여버린 놀들은 자기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나무뿌리를 어떻게든 끊어내려 했지만 어림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더 강하기 기원을 올렸고 내 원에 맞춰서 솔이도 더 강하게 힘을 쏟았다.

결국 마을에 나타난 놀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질식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됐다.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쉽게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자 저절로 안도의 한숨을 나왔다.


나는 고생한 솔이에게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잘했어. 솔이야! 자! 하이파이브!”


하지만 솔이는 그게 뭔지 모르는 듯 고개만 갸웃거렸다.

나는 웃으면서 하이파이브가 뭔지 간단히 설명해줬다.


“우와! 하이파이브 좋아! 빨리 해볼래!”


뭔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보채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다시 한번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이파이브!”


솔이는 있는 힘껏 내 손바닥을 치며 외쳤다.


“하이파이브!! 헤헤헤!”


그렇게 작게나마 승리를 자축한 뒤,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기 쉽도록 솔이와 함께 놀 시체를 한곳에 모았다.


정리가 다 끝날쯤 이번에 우리 집 근처에서 정기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몬스터가 나타난 것 같아 나래를 돕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때였다.


갑자기 온몸을 조여오는 듯한 무겁고 기분 나쁜 부정한 정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닌지 솔이도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더니 내 품속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뭐지? 뭔가... 엄청난 게 오고 있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검푸른 빛깔의 부정한 정기가 마을 중심에 모여들더니 갑자기 밖으로 터져 나오듯 커다란 돔을 만들며 넓어졌다.

나는 솔이를 안은 채 서둘러 높이 날아오르며 그 기분 나쁜 돔에 삼켜지기 직전에 겨우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저게 뭔지 알고 있었다.

직접 본 것은 처음이지만, 학교에서 많이 배웠던 마법 현상 중 하나였다.

바로 던전(Dungeon)이 발생한 것이었다.




-------------------------------




충청남도 쪽에 D급 나락화 재앙 경보가 내려온 것은 오늘 아침이었다.

KWA 본부에서는 즉시 파견될 30명에 요원의 명단을 작성했다.

그리고 그 명단에는 견습 위저드인 나와 내 사수 김수아 요원이 들어가 있었다.


간단하게 출장용 짐을 꾸린 우리는 본부에 있는 전송센터로 이동했다.

전송센터에는 한국 각 지역의 시 도청과 연결된 전송 마법진이 설치돼 있었다.


전송 마법은 일순간에 여러 사람과 물자를 보낼 수 있는 기적 같은 마법이지만, 한번 사용할 때마다 비싼 마나리움을 바보처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이런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 정도가 아니면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오늘로써 이 전송진에 올라 타보는 것도 세 번째였다.

그러나 전송될 때 느껴지는 특유의 어지럼증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멀미약의 뚜껑을 따고는 내용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멀미약입니까?”


김수아 요원이 내가 약을 마시는 것을 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아... 네.”

“좋은 생각입니다. 그거 꽤 효과 있거든요.”

“저도 그렇다고 들어서 처음으로 마셔보는 건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탈 때마다 멀미 때문에 죽을 뻔해서..”

“그 기분 잘 압니다. 저도 처음 전송진을 탔을 때 도착하자마자 입을 틀어막고 구석으로 뛰어가야 했으니까요.”

“김수아 요원님이요? 상상이 안 가네요.”

“뭐 누구나 미숙하던 때는 있으니까요. 이현 요원도 조만간 익숙해질 거예요.”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사담을 나누다 보니 우리 그룹이 전송될 시간이 다가왔다.


전송진 위에서 10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의 리더로 임명된 김수아 요원은 한 번 더 이번 임무에 대해 환기시켜줬다.


“이번 나락화 레벨은 D등급. 그러나 출현 몬스터의 상황에 따라 상향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번 임무에 임하겠습니다. 전송 직후 도청 관계자들에게 30분 내로 상황 브리핑을 받은 뒤 현장으로 바로 갈 것이니 장비들은 미리미리 점검해두세요.”


김수아 요원의 말이 끝나자 전송진 관리자가 말했다.


“전송 준비 완료입니다.”


그 말에 김수아 요원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관리자가 마나리움 패널 손을 올리고 시동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것은 A-139 전송진 관리자 박민호의 명령이라. A-139 전송진은 기동하라. 텔레포테이션!”


주문이 끝나자 곧장 내 몸 전체에 자기장이 지나가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 들더니 주변이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이는 바람에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지는 바람에 눈을 감아야 했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뜨자 주변이 제대로 보였다.

전송이 무사히 끝난 것이다.


‘휴... 다행이야. 정말로 멀미약이 효과가 있었어.’


그렇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함께 온 요원 중 한 사람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구석에 미리 배치돼있는 구토용 봉투를 향해 뛰어가고 말았다.

돌아가는 길에는 남는 멀미약을 저 사람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충남도청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브리핑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브리핑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긴급한 연락이 들어왔다.

갑자기 던전(Dungeon)이 생성됐다는 연락이었다.

우리는 브리핑을 급하게 마친 뒤 바로 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출발해야 했다.




----------------------------




던전(Dungeon)이란?

나락화 재앙이 발생한 지역에서 아주 드물게 국지적으로 생성되는 마법적인 공간이다.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던전 내부는 시공간이 뒤틀려 미궁처럼 변해버리는데, 그 안에서는 원래 재앙 레벨보다 더 상위의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생성된다.

그중에 가장 강력한 몬스터인 던전 보스라 불리는 특수 개체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해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던전이 생성되고 일정 시간 내에 보스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던전 브레이크라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말 그대로 던전이 깨지며 안에서 생성된 보스가 포함된 강력한 몬스터 군단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게 된다.


선조의 지혜에서 알아낸 것인데, 던전을 옛 우리 말로 하면 현세지옥(現世地獄)이었다.

처음 그것을 알았을 때, 정말 잘 딱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이 개방되면 정말 지옥이 현세로 나온 것 같은 상황이 펼쳐지니까.

내가 어릴 때 겪은 S급 재앙이었던 3월 3일의 대재앙이 최악의 재난으로 기억되는 이유도 이 던전을 제때 막지 못해서였다.


그런 끔찍한 던전이 지금 내 눈앞에서 나타나고 말았다.


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내 힘만으로 던전 공략이 가능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서는 가망이 없어 보였다.

한번 들어가면 보스를 쓰러트리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던전의 특성상 아직 수련이 부족한 나로서는 끝없이 몰려드는 몬스터의 공격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던전은 생성된 직후가 가장 약한 상태다.

밖의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시간축이 뒤틀려 더 빨리 흐르고 있는 던전 안에서는 처리해야 할 몬스터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걸 감안한다면 생긴 지 아직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들어가서 보스를 쓰러트려야 했다.


“후우... 좋아. 우리가 막자! 솔이야!”


나는 결심을 굳히고 솔이에게 말했다.

내 마음이 솔이에게도 전해졌는지 떨고 있던 솔이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는 그런 솔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뒤, 이를 악물고 던전 안으로 뛰어들었다.


수백 마리의 벌레가 내 몸 위를 기어다니는 듯한 끔찍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 감각에 조금 익숙해질 무렵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원래의 마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종말이라도 맞이한 듯이 뒤틀리고 변형된 마을이 만들어낸 끝없는 미로 같은 풍경은 선인이 된 내 몸에도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마을 풍경뿐 아니라 붉게 물든 하늘에 떠 있는 검은 태양이 주는 기묘함은 당장 던전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게 만드는 충동이 생기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은 끔찍한 주변 풍경에 압도돼 있을 새가 없었다.

나의 냄새를 맡은 던전 안의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까 해치웠던 놀과 같은 종이었지만, 훨씬 상위 종인지 덩치도 더 큰 데다가 허접하지만,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나는 솔이를 보며 소리쳤다.


“솔이야! 온다! 준비해!”

“으... 응!”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모든 마음을 담아 기원문을 외웠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 큰 힘을 빌리기 위해 지난번처럼 천지신명을 부르기로 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이 땅에서 더러움을 씻어낼 힘을 빌려주소서!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저 이매망량들을 불태울 천화(天火)를 내려주소서!”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무런 응답이 오지 않았다.


“어째서?”


내가 크게 당황하는 사이 몬스터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단 당장에 위험부터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공중으로 날아오르려 뛰어올랐지만, 허무하게 다시 땅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서... 설마... 던전 안에는 자연과의 합일이 끊어지는 거였어?’


생각이 거기에 다다르자 나는 솔이를 품에 안은 채 온 힘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내 뒤를 쫓아 몬스터들은 닭 쫓는 개 마냥 신이 나서 쫓아왔지만, 안타깝게도 그 닭은 날지 못해 지붕으로 피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즐거운 불금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n6******..
    작성일
    24.06.07 10:34
    No. 1

    유가람과 솔이가, 나락화로 덮여 이미 몬스터로 오염된 마을을 구조할 수 있을까? 던전아에 자연계와 합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데....ㅜㅜㅜ 어떻게해..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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