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물든 선택 (6)

“감사합니다. 도련님!”
축복을 받자마자 별 타격을 입히지 못하던 제임스의 검이 타락한 유페미아의 촉수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피닉스의 힘?”
제임스가 달라진 힘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적지만 소모한 마력이 차오르고 피닉스의 기운이 자신의 마력에 담긴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오도 제임스를 돕기 위해 날아오는 촉수와 거미 다리를 방패로 막아내며 검을 내질렀다.
“도련님! 조금이지만 공격이 먹히고 있어요!”
피닉스의 힘으로 드디어 공격이 먹히자, 리오가 신이나 소리쳤다.
‘역시 피닉스의 정화 능력이 열쇠야.’
에드리안의 두 눈이 빛났다.
마력 포션을 마셔 마력을 보충한 에드리안이 유페미아의 사각으로 돌아가 촉수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촤악—!
키아아아!
제임스와 리오가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공격한 덕분에 드디어 에드리안이 촉수를 베어냈다.
“도련님!”
리오가 에드리안을 돌아 보았다.
“집중해!”
“네!”
에드리안의 활약에 신이 난 리오가 정신을 팔았다가 제임스의 호령에 찔끔했다.
“피닉스!”
에드리안의 옆으로 따라붙었던 피닉스가 날아올라 유페미아에게 공격을 날렸다.
[화염 깃털]
파바바바박!
키아아악—!
유페미아가 몸부림치며 문어 다리 같은 촉수를 마구 휘둘렀지만, 피닉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
점차 유페미아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사악한 마력도 희미해졌다.
촤악!
기세를 몰아 제임스가 유페미아의 등에 돋아난 거미 다리 관절을 베어냈다.
끼아아아!
타락한 유페미아의 사납던 기세가 수그러들고 세 사람과 신수에게 점차 쩔쩔매기 시작했다.
“이대로 다리부터 잘라내자!”
“네! 도련님!”
텅—!
리오가 방패로 날아오는 다리를 쳐내고 에드리안이 재빠르게 검을 휘둘러 베어냈다.
촥—!
끼아—!!!
사납게 날아들던 촉수도 하나둘 잘려 나가 바닥에 뒹굴었다.
그리고 회복하지 못하도록 피닉스가 상처가 난 부위에 화염 깃털을 쏘았다.
키아아악—!
유페미아가 마지막 발악으로 광란에 빠져 몸부림쳤다.
침착하게 마지막 남은 거미 다리를 베어내자, 타락한 유페미아는 상처 부위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지쳐서 무릎 꿇고 있음에도 타락한 유페미아의 두 눈은 세 사람과 신수에 대한 적의로 타올랐다.
키아—.
검게 변색하고 몬스터가 된 유페미아는 누가 봐도 원래대로 돌아올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에드리안은 유페미아를 이렇게 죽게 할 생각이 없었다.
“피닉스 정화의 빛을!”
- 알겠어요!
[정화의 빛]
파앗—!
키아아—!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유페미아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키아아아—!
타락한 유페미아가 정화의 빛에 저항하듯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세 사람과 피닉스와의 싸움으로 대부분의 기력을 소진한 유페미아는 결국 쓰러졌다.
털썩.
하아하아···.
쓰러진 유페미아에게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여긴···.”
“유페미아 정신이 들어?”
“에드리안 씨?”
핏발이 선 채 붉게 물들어 적의만 가득하던 유페미아의 눈에 이성이 돌아왔다.
“다행이다···.”
에드리안이 어깨에서 힘을 빼며 조금 안도했다.
“하아하아···. 저···. 너무 아파요.”
“당연하지. 이상한 걸 먹고 아직 몬스터가 된 상태라고.”
“그런가요···.”
유페미아의 얼굴에 체념하는 기색이 흘렀다.
“아직 포기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 고마워요. 에드리안.”
에드리안이 유페미아를 살펴본 뒤 피닉스를 돌아 보았다.
“피닉스 지금부터가 중요해. 날 도와줘.”
- 얼마든지요.
“유페미아 많이 아프겠지만 참아.”
“··· 네.”
에드리안의 어깨에 내려앉은 피닉스의 불길이 선명해지며 강하게 타올랐다.
[정화의 불꽃]
화르륵.
에드리안의 두 손에 부정한 것을 태우는 불꽃이 타올랐다.
띠링!
[VR 마법이 사용자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타락한 유페미아의 몸을 관찰합니다.]
[타락한 유페미아의 오염된 심장을 발견했습니다.]
[오염된 심장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자에게 홀로그램으로 표시합니다.]
···.
에드리안의 시야로 빠르게 알림 창이 떠오르고
에드리안이 VR 마법으로 떠오른 홀로그램을 따라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심장에 자리 잡은 사악한 물질을 노리는 감각으로 유페미아의 심장 부근에 손을 얹었다.
정화의 불꽃이 유페미아에게 붙어 더욱 강한 빛을 뿜어냈다.
혈관을 타고 퍼져 나가 있는 사악한 물질이 타들어 가자, 엄청난 고통이 유페미아에게 들이닥쳤다.
“끄아!”
“참아야 해! 유페미아!”
에드리안이 다급하게 소리치고, 발버둥 치려는 유페미아를 제임스와 리오가 붙들었다.
“끄아아악!”
유페미아의 비명이 공터를 울렸다.
에드리안이 계속해서 피닉스의 힘을 담은 마력을 쏟아내며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마치 의사가 메스를 들고 환부를 베어내듯 에드리안이 정화의 불꽃으로 사악한 기운을 태웠다.
홀로그램으로 표시되는 오염된 심장을 태우면서도 피닉스의 치유 힘을 이용해 재생시켰다.
치료술 수업을 통해 강해진 치료 능력으로 유페미아를 계속 치료하자, 검게 변했던 그녀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띠링!
[치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집니다.]
[치유 효과가 더욱 강해집니다.]
“끄으으으!”
유페미아가 이를 악물고 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버텼다.
화르륵!
어느새 유페미아의 온몸을 피닉스의 성스러운 불길이 뒤덮었다.
그리고 에드리안과 함께 찬란하게 빛났다.
유페미아의 몸에 남아있던 사악한 기운이 불타서 완전히 소멸하자,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파앗—!
그리고 강렬하게 터져 나온 빛이 유페미아에게 역재생되어 흡수되었다.
유페미아에게 흡수된 빛이 서서히 변이한 몸을 재생했다.
상태를 살피던 에드리안은 어깨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피닉스의 치유와 정화의 힘을 동시에 사용한 에드리안은 땀에 절어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하아···.’
유페미아 곁에 털썩 주저앉은 에드리안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도련님.”
“응.”
띠링!
[놀라운 업적!]
[긴급 퀘스트를 추가 완료했습니다.]
[‘아카드리온에서 암약한 타락한 유페미아를 처치하시오.’를 완료했습니다.]
[타락한 유페미아를 죽이지 않고 정화하고 치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몬스터가 된 하플링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죽을 운명이었던 유페미아가 생존했습니다.]
[유페미아의 운명이 바뀝니다.]
[유페미아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
[놀라운 업적!]
[보상을 정산합니다.]
[레벨 업!]
[레벨 업!]
[···.]
[레벨 업!]
[레벨 업!]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스킬 - 마력 촉수]
[마력으로 구현된 촉수를 소환할 수 있다.]
[마력 양에 따라 길이를 늘이고 단단해진다.]
[정화된 변이 핵]
[사악한 힘이 정화된 변이 핵.]
정신없이 떠오르는 알림 창을 치우고 치료된 유페미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유페미아는 기운이 빠져 기절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에드 도련님, 유페미아 씨는 어떤가요?”
리오가 유페미아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괜찮아. 지쳐서 기절한 거 같아.”
“다행이다···.”
단순히 기절한 것을 안 리오가 안도의 숨을 뱉었다.
“몬스터가 된 사람을 회복시키다니. 이런 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성자님이나 성녀님만 가능한 기적인 줄 알았어요.”
리오가 눈을 빤짝이며 지친 에드리안을 보았다.
“크흠. 에드리안 님이면 이미 성자나 다름없다.”
제임스가 헛기침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대단한 일을 한 건 맞지만 아직 그 정돈 아니야.”
에드리안이 볼을 긁적이며 겸손하게 말하자 잠자코 있던 피닉스가 푸드덕거렸다.
-무슨 말이에요 에드리안. 당신 정도면 제가 알고 있는 성자라 불리던 자만큼 대단해요.
“어? 피닉스는 성자를 알아?”
- 네···. 아주 오래됐지만요.
‘도대체 얼마나 오래됐길래···.’
에드리안은 피닉스가 오래됐다는 것이 얼마만큼인지 가늠되지 않았다.
“그보다 이상하군요. 이 정도 소란이 일어났는데 아카데미가 너무 잠잠하지 않나요?”
“어? 그러고 보니.”
제임스의 말에 그제야 리오가 만신창이가 된 공터를 보고 아카데미를 살피자, 사람이 하나도 안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련님 정말 이상한데요.”
유페미아를 마저 살핀 에드리안이 밤하늘을 보았다.
“아마 유페미아가 괴물로 변이했을 때 아카데미에 문제가 생겼을 거야.”
“문제라면?”
“지난번에 정령의 숲에서 일어난 사건과 비슷한 일이 아카데미 안에서 일어났겠지.”
에드리안의 말이 신호가 된 듯이 멀리서 굉음이 들렸다.
쾅!
쾅—!
파앗—!
음악 수업을 했던 강의실에서 신호하듯이 사악한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뿜어져 나온 사악한 힘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신호처럼 멀리서 불빛이 번쩍이며 진동과 함께 굉음이 들리고, 흐릿하지만 아카데미 곳곳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 에드리안. 저 어두운 빛줄기와 근처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요.
‘역시···.’
에드리안이 정신을 잃은 유페미아를 살펴보고 제임스를 보았다.
“제임스. 유페미아를 부탁해.”
“안 됩니다. 도련님.”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제임스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맞아요, 도련님. 제가 유페미아 씨를 업을 테니 함께 가요.”
“어차피 이대로 어딘가에 두고 갈 수도 없잖아요, 도련님.”
“···. 알겠어.”
“그럼, 일단 저 사악한 빛줄기부터 처리하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
쾅!
갑작스럽게 밤중에 아카데미 곳곳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저마다 쉬거나 훈련하던 학생들이 굉음에 놀라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불빛이 번쩍이고 아카데미 곳곳이 굉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피융! 피융! 피융!
아카드리온 하늘에 붉은색의 위험을 알리는 마법 신호가 떠올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쾅!
“꺅!”
“으악!”
기숙사로 날아온 마법 공격이 결계에 막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학생들이 소리 질렀다.
아카드리온 하늘에 반구 형태로 둘러쳐져 있는 강력한 대결계가 파도가 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아카드리온 곳곳에서 사악한 힘을 내뿜는 검은빛기둥이 결계를 향해 쏘아져 올라갔다.
아카드리온 내부에서부터 점차 사악한 힘에 잠식되어 대결계가 오염되고 흔들렸다.
쾅! 쾅! 콰쾅!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지는지 폭음이 들리고 괴한들이 나타나 기숙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끼아아아!
하늘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들리고 오염된 가고일이 나타났다.
오염된 가고일이 돌덩이를, 기숙사를 향해 내던지고 있었다.
쿵! 쿵! 쿵쿵!
“저게 어떻게!”
이클립스 하우스의 드라고르 사감이 기숙사 하늘을 배회하는 오염된 가고일을 보았다.
오염된 가고일에는 검붉은 거머리같이 생긴 것들이 들러붙어 끔찍한 모습이었다.
오염된 가고일의 생김새를 보니 본래 아카데미를 수호하기 위해 아카드리온 곳곳에 배치되어 있던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저렇게 만든 거지···.”
“드라고르 선생님 저희도 돕겠습니다.”
학생들이 드라고르 사감 선생을 따라 우르르 나왔다.
“너희는 일단 기숙사 안에서 대기해라!”
드라고르 사감 선생이 호통을 치는 순간 점차 오염되던 아카드리온의 대결계가 굉음을 내며 깨져나갔다.
쿠릉! 콰릉! 콰르르르릉—!
“···!”
“이럴 수가···.”
모두가 망연자실하게 하늘을 보았다.
지상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사악한 힘을 내뿜는 검은빛기둥이 한층 굵어졌다.
그리고 결계가 붕괴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카드리온 상공에 게이트가 만들어졌다.
그곳에서 사악한 마력을 두른 와이번, 여성 얼굴에 독수리 몸을 가진 하피, 거대 까마귀, 거대 박쥐, 그리고 거대 올빼미가 쏟아져 나왔다.
끼아아-!
키아아악!
까악! 까악!
지상에서는 검은빛기둥 근처에 게이트가 생겨났다.
지상에 생긴 게이트에서는 사악한 마력을 뿜는 다이어 울프와 헬 하운드, 오우거, 트롤, 미노타우로스, 골렘, 늑대 인간들이 쏟아져 나왔다.
쿠오오오!
크아아아!
크오오오!
괴성을 내지르며 두 눈이 붉어진 채 생명체에 대한 살의만을 가진 미친 몬스터들이 아카드리온을 유린하기 위해 쏟아져 나와 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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