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물든 선택 (7)

이클립스 기숙사를 공격하는 괴한들을 향해 드라고르가 달려 나갔다.
“우리의 신을 위하여!”
"신을 위하여!"
“어디서 숨어있던 광신도들인지 모르지만 그만 죽어라!”
드라고르가 재빠르게 마력을 두른 창으로 괴한들을 베어냈다.
“끄르륵···.”
“으헉···.”
“신이시여···.”
털썩. 털썩···.
드라고르의 서슬 퍼런 창날에 괴한들이 피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드라고르가 광신도들에게서 시선을 옮겼다.
쿵쿵쿵!
쯧.
공중에서 기숙사 결계를 두들기고 있는 오염된 가고일을 보며 드라고르가 혀를 찼다.
이클립스 하우스 근처에도 몇 개의 검은빛기둥이 떠올라있었다.
폭음과 굉음 아카데미에 바렉스 부총장의 메시지 마법이 울렸다.
[바렉스 부총장이다. 지금 아카드리온이 비상사태임을 알린다.]
[이것은 훈련이 아닌 실전이다.]
[교직원들은 최대한 학생들 안전을 지킬 것을 명한다.]
[습격자들을 만난다면 싸울 수 있는 자는 물리쳐라.]
[전투 능력을 갖춘 학생들은 혹시라도 주변에 싸울 수 없는 학생이 있다면 함께 피신하길 바란다. 이상이다.]
갑작스럽게 울린 메시지 마법에 드라고르 선생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이 메시지 마법은 아카드리온의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전송된 부총장의 대규모 긴급 메시지가 분명했다.
‘바렉스 부총장님께서 긴급 메시지를 할 정도라니···.’
자기 생각보다 더 나쁜 상황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드라고르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졌다.
메시지 마법 이후.
검은빛 기둥 앞에 생성된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두리번거리던 몬스터들이 학생들의 생명력과 마력을 느끼고 기숙사로 향했다.
기감을 펼치고 있던 드라고르 선생이 제일 먼저 이상을 감지했다.
“이런. 몬스터가 몰려온다! 모두 대비해라!”
“예!?”
깜짝 놀라 잠시 얼어붙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용감한 학생들은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고쳐 쥐었다.
자신들이 아카드리온 아카데미에 다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함이었기에 많은 학생이 전의를 다졌다.
드라고르 선생의 그림자가 스르륵 일어나 망토를 입고 있는 꼬마 그림자 정령이 되었다.
“그림자 정령, 이클립스 하우스에 있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주게.”
끄덕.
스르륵 미끄러지듯 그림자 정령이 이클립스 하우스로 향했다.
그렇게 이클립스 하우스에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림자 정령의 망토가 활짝 펴지더니 검은 장막이 되어 고딕 스타일의 어두운 회색 건물을 덮었다.
검은 그림자로 물든 건물이 빛을 받아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
이클립스 하우스의 결계를 뚫지 못해 상공을 배회하는 오염된 가고일이 점차 늘어났다.
결계를 뚫기 위해 가고일들은 계속해서 공격했다.
그림자 정령이 가고일이 성가시다는 듯 건물을 덮은 그림자를 날카로운 창으로 만들어 쏘아 날렸다.
파바방!
투쾅! 쾅쾅!
갑작스러운 그림자 공격에 미처 피하지 못한 오염된 가고일들이 땅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날개가 부서져 떨어졌을 뿐이었다.
오염된 가고일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직 기숙사를 향해 발톱을 세워 달려들었다.
키아아아— !
쿵! 쿵쿵!
오염된 가고일은 결계에 부딪혀 들어오지 못했지만 위협적으로 보였다.
꿈틀거리는 거머리 같은 것이 붙어 있는 오염된 가고일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학생들이 주춤거렸다.
“으악. 저게 뭐야!”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징그럽네.”
타다닥!
학생들을 뒤로하고 금발을 휘날리며 방패와 창을 든 드라고르 사감 선생이 뛰쳐나갔다.
퍽! 촤악!
드라고르 사감 선생이 결계를 두들기는 오염된 가고일을 마력을 두른 창으로 찌르고 쳐냈다.
키아아악!
두 동강이 난 오염된 가고일이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리다가 곧 멈추고 부서졌다.
오염된 가고일이 죽자, 가고일에 붙어 있던 검은 거머리 같은 것들이 꿈틀거리더니 검은 액체를 토해내며 터졌다.
펑 펑펑!
순간 불길함을 느낀 드라고르 선생이 방패로 막으며 훌쩍 물러났다.
“저게 무슨···.”
검은 액체가 묻은 곳의 풀들이 생기를 잃고 검게 말라비틀어져 죽었다.
돌바닥마저 염산을 뿌린 것처럼 약간 녹아 있었다.
드라고르 선생의 방패에 튄 검은 액체는 단단한 방패마저 조금이지만 녹였다.
“이런 게 하늘에서 터졌으면 정말 끔찍했겠군.”
드라고르 선생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끓어오르는 분노로 황금색 용안을 드러낸 드라고르가 이클립스 기숙사를 향해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꿰뚫어 보았다.
“감히···. 내 학생들을 노리고 이런 것들을 보내다니.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가만두지 않겠다.”
평소 냉정하고 침착하던 모습이 거짓인 것처럼 드라고르 선생의 몸에서 황금빛 마력이 넘실거렸다.
인벤토리에서 특수 제작한 황금색 갑주를 꺼내 입은 드라고르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금 기사 같았다.
두 개의 뿔이 달린 황금빛 투구와 전신을 보호하는 황금 갑옷 그리고 이클립스 하우스 상징인 방패와 용 문양이 새겨진 보라색 망토를 펄럭이며 아티팩트인 방패와 창을 들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위압감이 넘쳐흘렀다.
드라고르 사감 선생이 완전히 무장한 모습을 처음 본 학생들 모두 깜짝 놀라 멍하니 쳐다보았다.
“모두 정신 차려라!”
드라고르 선생님의 호통에 그제야 최면에 풀린 듯 학생들이 퍼뜩 정신 차렸다.
“싸울 자들은 무장을 철저히 하고, 싸우지 않는 자들은 기숙사 안으로 대피해라!”
“예!”
“싸울 자들이라면 우리 이클립스 하우스는 강한 의지와 지도력을 가진 자가 목표인 것을 가슴속에 품고 싸워라!”
“예!”
드라고르 선생의 마력이 담긴 연설에 버프 효과를 받아 근처에 있던 다양한 종족 학생들의 투지가 타올랐다.
그들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개인 장비를 착용하고 드라고르 선생의 뒤에 섰다.
“곧 몬스터가 몰려온다! 목숨을 내던지는 게 아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워라!”
“예!”
목청 높여 외친 학생들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다.
쿠구구구궁!
쿠워워워!!!
지축이 흔들리고 괴성이 들렸다.
나무를 쓰러뜨리고 흙먼지를 피워 올리며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발 빠른 헬 하운드였다.
지옥의 불길을 흩뿌린다고 해서 헬 하운드라 이름이 지어진 몬스터가 침을 질질 흘리며 학생들을 보고 눈을 번뜩였다.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 기다렸지만, 광기에 빠진 헬 하운드의 순수한 살의에 노출된 몇몇 학생들이 두려움에 주춤거렸다.
그때 황금색의 그림자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촤악!
깨깽!
창을 한번 휘둘러 헬 하운드를 날려버린 드라고르 선생이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이 정도에 겁먹어서 싸우지 못할 사람은 필요 없다! 못 싸우겠다면 차라리 기숙사 안으로 대피해라!”
드라고르의 호통에 그제야 자신들의 실태를 깨달은 학생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아카드리온의 일원으로써 함께 싸울 겁니다!”
고학년 엘프 학생의 외침에 저 학년생들이 무기를 고쳐 쥐었다.
“맞아요. 이래 봬도 저희도 꽤 화가 났다고요.”
“감히 신성한 교육의 장에 몬스터를 풀어 놓다니 무도한데도 정도가 있지요.”
“어떤 놈인지 몰라도 면상을 한 대 때려 주기 전에 몬스터부터 처리해야지 않겠어요?”
“맞아 맞아.”
"이곳은 저희 아카데미라고요."
"그리고 저희 기숙사지요."
긴장을 풀려는 학생들의 말에 드라고르 선생이 피식 웃었다.
크르르르.
뒤돌아선 드라고르가 어느새 기숙사 주변을 포위한 몬스터들을 둘러보았다.
“그렇다면 너희는 최대한 몰려오는 놈들을 처리해라. 위험한 놈은 내가 맡을 테니.”
“네! 드라고르 선생님!”
크아아!
학생들을 믿고 드라고르가 뛰쳐나갔다.
하압!
드라고르가 기합을 외치며 몬스터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컹컹!
침을 흘리며 뛰어드는 헬 하운드를 찌르고 쳐낸 뒤 옆에서 달려드는 늑대 인간을 창대로 후려쳤다.
깨갱! 깽깽!
크오오!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는 늑대 인간을 창날로 쳐내고 봉으로 후려치며 전황을 살폈다.
어느새 지상뿐만 아니라 하늘에서도 비행 몬스터들이 이클립스 하우스로 몰려들고 있었다.
오염된 와이번과 하피, 가고일, 거대 박쥐와 거대 까마귀, 거대 올빼미가 누군가의 지휘를 받는 듯 결계를 두들기고 있었다.
결계 안에서 활과 마도 총을 들고 학생들이 공중에 있는 몬스터들을 요격하고 있었지만, 별 효과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침공에도 나름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지만, 전황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면 결계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겠군.’
드라고르 선생이 창날로 몬스터를 베어내며 생각했다.
크오오오!
쿵쿵 쿵!
괴성을 지르며 커다란 몸집의 오우거가 몽둥이를 들고 숲을 뛰쳐나왔다.
후웅-! 쾅!
“크윽.”
드라고르가 잠시 한눈판 사이 오우거가 습격했다.
습격한 오우거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놈도 광폭화 한 것인가···.”
원래도 무식한 힘을 자랑하는 오우거가 광폭화까지 하여 힘이 몇 배는 강해져 있었다.
크르르르.
마치 드라고르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이를 갈며 으르렁거린 오우거가 마구잡이로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쾅쾅 쾅쾅 쾅!!!
드라고르는 괜히 힘으로 맞대결해 봐야 자신만 손해인 것을 알고 최대한 몽둥이질을 피하며 창대로 비스듬히 쳐냈다.
그것마저도 드라고르가 반인반룡이었기에 가능한 기술이었다.
“드라고르 선생님!”
드라고르 선생이 광폭화한 오우거에 밀리는 것을 보자 전위에서 싸우던 학생들이 검과 창을 들고 도와주려 달려들었다.
“안돼!”
드라고르의 외침을 비웃으며 광폭화한 오우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먹을 휘둘렀다.
드라고르가 달려들어 공격을 대신 막으려 했지만, 옆에서 달려든 헬 하운드와 늑대 인간에게 방해받아 한발 늦었다.
“피해!”
달려드는 학생을 지원하던 몇몇 학생들이 소리쳤다.
쾅!
“으악!”
그러나 달려들었던 학생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나동그라졌다.
다행히 후방에서 지원해 주던 마법사 학생들이 보호 마법을 걸어줘서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오우거의 주먹질 한 방에 달려들었던 학생들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어서 기절한 학생들을 결계 안으로 끌고 가라!”
“네!”
방해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재차 학생들을 공격하려는 오우거에게 따라붙은 드라고르 선생이 창을 내질렀다.
퍼버버버벅!
크오—!
감히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한 드라고르에게 신경이 쏠린 오우거가 신경질을 내며 달려들었다.
쾅!
드라고르가 오우거의 공격을 피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용의 존재감]
드라고르의 주변으로 골드 드래곤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갑작스러운 무시무시한 존재감에 광기에 빠져 있던 몬스터들 마저 순간이지만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광기에 빠져 있던 오우거마저 순간 몸이 굳어 내지르던 몽둥이를 멈춘 채 드라고르를 노려보았다.
몬스터들이 멈칫한 사이 틈을 놓치지 않고 드라고르가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오라 세이버]
창에 빛나는 마력을 휘감아 오우거에게 내질렀다.
푸 확!
크오오오!
고통에 휘청거리는 오우거를 향해 기세를 놓지 않고 드라고르가 다시 창을 내려쳤다.
[스매시]
촤악!
크오오오—!!
빠르고 강력한 공격에 당한 오우거가 울부짖었다.
오우거가 고통에 허우적거리자 그제야 주변에서 굳어 있던 몬스터들이 정신 차리고 드라고르에게 달려들었다.
“방해다!”
드라고르가 오우거를 마무리 지으려는데 몬스터에게 방해받았다.
달려들어 방해하는 몬스터를 보고 드라고르가 스킬을 사용했다.
[퀵 어썰트]
드라고르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재빠르게 이동해 오우거의 가슴에 창을 꽂았다.
푸 확!
크오···.
고통에 신음하던 오우거가 절명했다.
오우거가 죽자, 습격하던 몬스터들이 잠시 주춤거렸다.
드라고르가 날카로운 황금빛 용안으로 몬스터들을 노려보며 공격을 재개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헬 하운드와 늑대 인간을 도륙하는 드라고르의 모습에 학생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우와!!!”
"드라고르 선생님!!!"
오우거를 쓰러뜨린 드라고르를 보며 학생들이 함성을 질렀다.
끝없이 몰려오는 몬스터 무리를 보고 점점 지쳐가던 때에 올린 승리라서 그들에게 매우 값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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