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물든 선택 (15)

띠링!
[라이덴과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띠링!
[퀘스트 : 모르가나 부총장의 부탁 완료!]
[놀라운 업적!]
[퀘스트를 초과 달성하였습니다.]
[신수를 깨운 당신은 최심부를 오염시키는 외신의 힘을 잠시지만 몰아냈습니다.]
[당신은 외신 추종자의 계략에 깊이 잠들어 버린 신수를 깨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라이덴과 계약했습니다.]
[보상을 정산합니다.]
···.
띠링!
[보상을 획득합니다.]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
[레벨 업!]
[특별 보상을 지급합니다.]
[스킬 텔레포트를 획득했습니다.]
[라이덴의 가호(SSS)를 획득합니다.]
에드리안의 왼손등이 빛나고 몸에서 정전기가 일어나듯 오색 번개가 번쩍거렸다.
파지직!
오색의 아름다운 번개가 한차례 에드리안의 몸을 훑고 자연스럽게 흡수되었다.
"이게 신수 라이덴의 힘인가. 몸 안에 번개의 힘이 차오르는 게 느껴져."
잠시 라이덴의 힘을 느끼던 에드리안의 푸른 눈이 라이덴의 오색 번개 빛으로 반짝였다.
눈앞에 정신없이 떠오르는 알림 창을 치우자, 흥분한 비홀더 바렉스 부총장이 눈알을 끔벅이며 얼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에드리안 군, 내가 심층의 방에 있는 마법진을 제어할 테니 신수 라이덴의 힘을 마력에 담아 이 마법진에 부어줄 수 있겠나?”
“네. 바로 가능합니다.”
에드리안이 부담스럽게 가까운 바렉스에게서 한 발짝 물러났다.
“고맙네. 그럼, 혹시 모르니 이것들을 받게.”
바렉스 부총장이 감격하며 아공간에서 최상급 마력 포션들을 잔뜩 꺼내 에드리안에게 건네주었다.
순간, 웃고 있던 에드리안의 표정이 한가득 꺼내지는 최상급 마력 포션의 양을 보고 굳었다.
‘얼마나 마력을 부어야 하길래···.’
미소 짓던 얼굴이 살짝 경직되어 떨리는데, 머릿속에 라이덴의 목소리가 울렸다.
- 에드리안, 아카드리온에 있는 사악한 힘을 몰아내는 데 힘을 빌려주게. 나도 최대한 돕겠다.
‘물론이죠. 도와드리려고 이곳에 온걸요.’
- 에드리안. 피닉스에게 대하듯 편하게 말해도 되네. 어차피 우리 신수는 인간의 언어로 이해하는 게 아닌 정신과 마음으로 소통하니까.
‘음. 알겠어! 앞으로 잘 부탁해 라이덴.’
-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에드리안.
'어? 근데 아직 소환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거지?'
- 내 생각이지만. 자네가 두 신수와 계약하면서 연결이 강해져서 소통하는 게 가능해진 거 같네.
'아. 내가 소환자로서 성장한 건가.'
에드리안이 속으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덴과 대화를 마친 에드리안이 한가득 꺼내진 최상급 마력 포션을 받아 바로 마실 것만 빼고 나머지는 인벤토리에 챙겼다.
“저. 근데 바렉스 부총장님. 지금 바깥에서 공격받고 있는 모르가나 부총장님을 도우러 가야 하지 않나요?
에드리안의 물음에 여러 개의 작은 마법 진을 다루던 바렉스 부총장이 작은 눈 하나를 에드리안에게 향했다.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건 알겠지만. 자네 모르가나 부총장과 자네 일행을 믿게. 그보다는 먼저 라이덴의 힘을 빌려 아카드리온 영지의 지맥을 어느 정도라도 복구하는 게 중요하네.”
“라이덴의 힘만으로 그게 가능한가요?”
“완벽하게 복구하는 건 무리지만···.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을 걸세.”
바렉스 부총장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며 보조 마법진을 그려 마법적 준비를 마쳤다.
“자. 거대 마법진에 손을 얹고 최대한 신수의 힘을 마력에 담아 부어주게. 나머지는 내가 조율할 테니.”
“네. 잘 부탁드립니다.”
에드리안이 거대한 마법진 위에 무릎 꿇고 손을 얹었다.
심층부의 거대한 크리스털 방에는 아카드리온 곳곳을 CCTV처럼 비추는 여러 화면이 있었다.
장소가 계속 바뀌는 여러 화면에서 몬스터에 습격당하여 건물이 부서지고 다치고 상처 입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비쳤다.
아카드리온 지맥을 오염시키는 검은 기둥들이 마치 쇠 말뚝처럼 흉측하게 박혀있었다.
도시 곳곳을 보호하는 결계들이 검은 기둥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깨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잠시 처참한 광경을 눈에 담던 에드리안이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몸 안에 돌고 있는 마력에 집중했다.
감았던 눈을 뜨고 옆에는 바로 마실 수 있게 포션을 꺼내 놓고 바렉스의 신호를 기다렸다.
바렉스 부총장이 에드리안이 준비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지.”
우웅—.
에드리안이 라이덴의 문장을 빛내며 몸에서 폭발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진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띠링!
[라이덴의 가호 (SSS) 가 발동합니다.]
[라이덴의 가호와 아카드리온의 중추 마법진과 공명합니다.]
우우웅—
보조 마법진을 조율하던 바렉스 부총장이 순식간에 쏟아지는 에드리안의 막대한 마력에 깜짝 놀라 잠시 멈췄다.
이내 머리를 젓고 곧바로 에드리안의 마력 양에 맞게 떠오른 보조 마법진들을 재빠르게 조정하기 시작했다.
에드리안은 옆에 놓은 최상급 포션을 마시며 계속해서 라이덴의 힘을 담은 마력을 만들어 쏟아부었다.
라이덴의 힘이 담긴 에드리안의 마력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심층부의 거대한 마법진이 찬란한 오색 빛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신수 라이덴의 힘을 끊임없이 쏟아붓자, 거대한 마법진이 점차 떠오르고 여러 보조 마법진들이 맹렬히 빛나며 금이 간 크리스털과 거대 마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온전하지 못한 거대 크리스털과 금이 간 거대 마석이었지만.
새어 나오는 마력을 무시하고 바렉스 부총장이 보조 마법진을 이용해 거대한 마법진을 최대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끼기기긱.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력한 마법진을 가동하려다 보니 불안정했지만 지금 아카드리온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아카드리온 마법진 재가동!”
비홀더 바렉스 부총장의 외침에 아카드리온 수호자 인장이 빛나며 마법진과 공명했다.
파앗—!
금이 간 거대 크리스털과 거대 마석과 마법진들에서 일순간 눈을 멀어버릴 것 같은 광량이 터져 나왔다.
바렉스와 에드리안이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빛이 너무 강해서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아카드리온의 심층 크리스털 방을 가득 채운 오색 빛의 마력이 지맥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거대한 땅울림과 함께 아카드리온 아카데미와 도시를 오염시키던 사악한 검은빛 기둥들이 도시의 중심부부터 점차 힘을 잃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렉스 부총장님 언제까지 마력을 쏟아야 하나요?”
에드리안이 더부룩한 배를 붙잡고 아직도 터져 나오는 강한 빛에 눈을 감고 소리쳤다.
“아직 멀었네! 도시 전체에 신수 라이덴의 힘을 퍼트린다고 생각하게!”
“으으···. 네···.”
- 에드리안. 힘을 내게!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 알겠어.’
최상급 포션을 너무 많이 마셔 더부룩해진 배를 붙잡으며, 에드리안은 필사적으로 마법진에 마력을 쏟아부었다.
우우웅!!!
너무 많은 마력을 쏟고 있어서인지 마력뿐만 아니라 에드리안의 정신력과 체력이 서서히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으아···. 건강해지긴 했지만, 오늘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때 에드리안의 몸속에서 현자의 보옥이 튀어나와 에드리안과 공명했다.
‘어? 보옥이?’
띠링!
[현자의 보옥이 사용자를 보조합니다.]
현자의 보옥이 에드리안과 공명해 라이덴의 힘을 띄는 막대한 마력을 함께 쏟아 내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우웅!!!
에드리안이 보옥과 함께 거대한 마력진에 마력을 한계까지 쏟아부었다.
파앗!!!
크리스털 심층 방에 떠 있는 화면에 나오는 아카드리온 곳곳이 찬란한 오색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아카드리온을 오염시키던 외신의 검은빛 기둥들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결국 모두 사라졌다.
쿠구구궁!
아카드리온 영지에 혈관처럼 퍼져있는 지맥을 타고 신수 라이덴의 오색 빛 번개 힘이 맥동하며 계속해서 흘러갔다.
파지지직!
쿠구구궁!
쏴아아아!
신수의 힘으로 아카드리온을 덮고 있던 외신의 사악한 검은 안개마저 서서히 정화하여 지워갔다.
크오오오!
끼에에에!
까아아악!
!!!
영지 전체에서 이성을 잃고 광폭화하여 날뛰던 일반 몬스터들이 점차 광기에서 풀려났다.
끼에?
까악?
크오오?
???
약한 광기에 빠져있던 몬스터들은 금방 정신을 차렸다.
크오오!
끼에!
까악!
!!!
정신을 차린 몬스터들이 깜짝 놀라 아직 닫히지 않은 게이트로 도망가거나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외신의 힘에 지독하게 세뇌당하거나 오염되어 변이된 몬스터들은 풀려나지 않았지만, 외신의 힘으로 강력해졌던 그들의 힘과 방어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어!”
“몬스터들이 약화하였다!”
“빨리 공격해!”
“지금이 기회야!”
아카드리온 전역에서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학생들과 교직원 그리고 아카드리온 도시 사람들과 모험가들에게 희망이 차올랐다.
검은빛 기둥으로 인해 외신의 힘이 퍼져 디버프를 받아 마력을 다루기 어려워져 전투가 힘들었지만, 지맥을 따라 라이덴의 힘이 퍼진 곳에서는 디버프가 말끔히 풀렸다.
오히려 아카드리온에 등록된 도시 사람들과 학생들, 교직원들까지도 라이덴의 힘과 합쳐진 거대 마법진의 효과 덕분에 조금이지만 치료하고 회복되었다.
“살았다!”
“살았어!”
“와!!!”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지만, 아카드리온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눈에 희망이 차올랐다.
최심부 방도 어느 정도 안정화되어, 크리스털과 마석과 마법진에서 눈이 멀 것 같은 광량을 뿜어내던 빛이 사그라들고 미친 듯이 가동하던 마법진도 차츰 안정되었다.
“이제 되었네, 에드리안 군.”
바렉스 부총장의 말에 에드리안이 귀족의 자세도 잊고 제자리에 털썩 엎어졌다.
“으아···. 죽는 줄 알았네.”
에드리안이 무심코 뱉은 말에 바렉스 부총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에드리안을 바라보았다.
에드리안의 옆에서 함께 마력을 공급하던 현자의 보옥이 빛을 잃고 다시 에드리안 몸 안으로 쏙 들어가 사라졌다.
“고생했네, 에드리안군. 덕분에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외신 추종자들의 수작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었네.”
바렉스 부총장의 말에 에드리안이 화면에 띄워진 아카드리온 전경을 보았다.
아직 완벽하게 외신 추종자와 몬스터를 몰아낸 건 아니지만 마력을 쏟기 전에 있었던 검은 기둥들과 검은 안개가 사라지고 광기에 빠져 사람들을 습격하던 몬스터들이 흩어지는 게 보였다.
몬스터를 뿜어내던 게이트도 거의 다 닫혀서 더 이상 몬스터가 늘어날 걱정도 덜 수 있게 되었다.
“다행이다···.”
에드리안이 안도의 숨을 뱉고는 마력을 채우기 위해 마나의 샘의 능력을 사용했다.
[마나 완전 회복]
파앗!
푸른 마나가 순간 에드리안을 감싸고 마나의 샘이 텅텅 빈 에드리안의 마력을 완전히 회복시켜 주었다.
“후아.”
마법진을 조정하며 작은 눈 하나로 에드리안을 살피던 바렉스 부총장이 눈을 크게 떴다.
“호오. 사용한 마력을 한순간에 완전하게 몸에 채워주고, 피로도 어느 정도 회복되는 스킬인가?”
바렉스 부총장이 한순간에 사용한 스킬을 분석하자 에드리안이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흠. 그 반응을 보니 맞나 보군. 그렇다면 아마도 마력의 샘을 가지고 있나 보구먼.”
이번에도 완전히 알아맞힌 것을 보고 에드리안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네···. 맞아요.”
에드리안이 토끼 눈을 하고 놀라 대답했다.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써본 적이 없던 스킬이라서 너무 방심했던 걸까, 숨기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
“게다가 방금 사용한 그 보옥은 아주 강력한 아티팩트로군. 어떤 마도구를 사용하나 궁금했는데. 훌륭한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었군그래.”
비밀은 아니었지만, 왠지 찔끔한 에드리안이 바렉스 부총장을 보았다.
“걱정하지 말게, 어디 가서 떠벌릴 생각은 없으니.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딱히 분석 마법을 사용하거나 한 건 아니네. 자랑 같지만 단지 나 정도 살면 웬만한 건 알고 있거든.”
바렉스 부총장이 눈을 찡긋하며 피식 웃고는 작은 보조 마법진들을 이용해 심층의 방에 있는 여러 마법진을 조율했다.
“저. 그럼, 이곳에서 나가 보겠습니다. 밖에 습격당하는 동료들이 걱정돼서요.”
“그래. 가보게. 지금부터는 이곳에서 나 혼자 해야 할 일들이니. 힘들겠지만 뒷일을 부탁하지.”
“네. 바렉스 부총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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