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과 폭식 (2)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암흑 구체 폭격에 흉측한 외신의 파수꾼이 비명 섞인 괴성을 질렀다.
키에에에!
6호는 서 있던 자리에서 피하면서도 간혹 피할 수 없게 사각에서 날아오는 암흑 구체들을 외신의 힘을 담은 할버드로 쳐내거나 베어냈다.
펑! 촥! 쿵!
8호 역시 지팡이를 휘둘러 순간 이동으로 구체를 피하면서, 위험한 방향으로 쫓아오는 암흑 구체는 외신의 힘을 담은 촉수로 쳐냈다.
퍼버버벙! 쾅!
용의 심장을 가진 드락소르의 무한에 가까운 웅혼한 마력이 퍼지며 일대를 무겁게 짓눌렀다.
“네놈들 마음대로 더 이상 아카드리온을 유린하게 두지 않겠다!”
몸 안에서 마력을 폭발시키듯 뿜어낸 황금빛 마력이 일대를 뒤덮자, 드락소르가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발현했다.
[스피릿 애로]
우웅—!
드락소르의 주문으로 정령의 힘이 담긴 강력한 마력 화살이 생성되어 몬스터와 외신 추종자에게 쏟아져 날아갔다.
파바바바밧!
날아오는 정령의 화살을 보고 6호는 곧바로 철 갑옷에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언 클래드 퓨리]
우웅!
터더더더덩!
사악한 마력을 담은 할버드를 휘둘러 마법 화살을 최대한 쳐내고, 외신의 힘을 이용해 철 갑옷 방어력을 극대화해서 사각에서 날아오는 정령의 화살을 막아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6호는 스킬의 추가 효과로 정령의 힘이 담긴 화살로 입은 피해만큼 갑옷에 누적된 힘을 할버드에 담아 드락소르에게 휘둘렀다.
[배시]
콰콰쾅!
사악하고 강력한 파괴력을 응축한 일격이 쏟아지듯 날아오던 정령의 화살마저 파괴하며 드락소르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8호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악! 정말 짜증 나!”
크아아아!
자신을 만들어 낸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외신의 파수꾼이 굵은 촉수를 최대한 넓게 펼쳐 8호를 보호했다.
외신의 파수꾼 뒤에서 마법을 준비하던 8호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쿠궁!
[텐타클스 오브 다크니스]
우웅!
촤라라락!
8호를 중심으로 넓게 퍼진 사악한 힘을 담은 마법 진이 어둠을 불러오고 어둠 속에서 외신의 힘을 담은 커다란 촉수가 튀어나와 드락소르 총장을 향해 휘둘러졌다.
“저건 위험하군.”
[블링크]
팟!
드락소르 총장이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려고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촤악—!
파직! 펑!
드락소르 주변에 떠 있던 마법진이 커다란 촉수에 의해 깨져나가며 정령의 화살을 퍼붓던 마법이 끊겼다.
크워워워워!
성가시게 하던 마법이 끊긴 걸 알아차린 외신의 파수꾼이 기쁨의 괴성을 질렀다.
몬스터는 타격을 제법 입어서 온몸에서 검은 진액을 흘렸다.
몸 곳곳에 있는 눈알을 굴려 드락소르를 노려본 외신의 파수꾼이 위치를 이동한 드락소르를 향해 거대한 촉수를 휘둘렀다.
후웅! 후웅! 후웅—!
[블링크]
팟 팟 팟 팟!
쾅 쾅 쾅 쾅!
쿠구구궁!
드락소르가 단거리 순간 이동을 연속으로 사용하여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
대신 몬스터가 휘두르는 공격에 아카드리온 본관에 있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정말!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가네.”
8호가 신경질도 나지만 약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공격을 피하는 드락소르를 보았다.
드락소르가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미 피해가 크지만, 이런 식으로계속 싸울 수는 없어.’
드락소르가 인벤토리에서 마도서를 꺼냈다.
마도서에서 풍겨오는 마력을 느낀 외신의 파수꾼과 외신 추종자들이 경계심을 올리며 공격을 날렸다.
“막아! 파수꾼! 저 노인네 뭔가 수작질을 부리려는 게 분명해!”
크아아아아아—!
8호의 명령에 다급해진 외신의 파수꾼이 더욱 빠르게 촉수를 휘둘렀다.
쾅쾅 쾅쾅!
6호 역시 마도서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할버드를 휘둘러서 날리던 참격을 잠시 멈추고, 드락소르가 공격을 피하는 타이밍에 맞춰 기술을 사용했다.
[램페이징 차지]
쾅—! 콰쾅!
경로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강력한 돌진으로 6호가 달려 나갔다.
6호가 달려간 방향은 드락소르가 공격을 피하고자 단거리 순간 이동으로 나타날 만한 곳이었다.
쿠구구궁.
바닥과 벽이 6호가 돌진하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예상대로 나타난 드락소르를 향해 6호가 가면 너머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6호가 철갑을 입은 온몸으로 드락소르에게 들이받으며 동시에 할버드를 휘둘렀다.
쾅!!!
설마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순간 이동 위치가 예측될 거라 생각 못 한 드락소르 총장이 공격을 허용했다.
“!”
콰쾅! 쿠구궁!
“크헉!’
아카드리온 본관 건물을 뚫고 날아간 드락소르 총장이 바닥을 굴렀다.
“헤헤! 생쥐처럼 요리조리 피하더니 꼴좋다!”
크워워워!
“···.”
그동안 합을 맞추며 싸워본 외신의 파수꾼과 8호가 교묘하게 촉수를 휘둘러서 6호가 순간 이동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8호가 드락소르에게 순간적인 계책이 제대로 먹혀들어 가자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정작 드락소르를 공격했던 6호는 기뻐하지 않았다.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마지막에 할버드를 휘둘렀지만, 노 마법사를 보호하던 단단한 배리어가 깨진 뒤에도 무언가에 막혀 생각만큼 제대로 공격이 먹히지 않았음을 알았다.
“쿨럭.”
내상을 입은 드락소르 총장이 폐허가 된 곳에서 지팡이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파칭.
목숨을 위협하는 충격을 막아주는 아티팩트 브로치가 할 일을 마치고 깨지고 부스러졌다.
‘아티팩트가 없었으면 정말 위험했겠군.’
자리에서 일어선 드락소르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서 마셔 내상을 치료했다.
까악!
키에에—!
키아아!
크헝—!
강력한 마력 파동을 느낀 몬스터들이 아카드리온 본관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다.
광기에 빠져있는 오염된 몬스터들이 드락소르를 보자 적개심을 드러내고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다.
“거치적거리는군.”
드락소르의 의지를 읽은 마도서가 황금빛을 빛내며 손으로 날아왔다.
책장이 넘어가고 마도서에 적혀있는 마법을 즉시 발동했다.
촤르르르륵. 착!
[아이스 샤드]
마법이 담겨있던 마도서의 페이지가 빛나고 마법진이 떠올랐다.
촤촤촤촤촥—!
날카로운 얼음 파편이 드락소르를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에게 날아가 몸을 꿰뚫거나 박혔다.
키아!
크학!
크허!
얼음 파편을 맞은 부위부터 순식간에 얼어붙어 몬스터들은 흉측한 얼음조각상이 되었다.
쩌저저적.
빠지직.
얼음조각상이 된 몬스터들이 금이 가고 잘게 쪼개진 뒤 얼음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쨍그랑!
파스스스.
“후···.”
드락소르가 주변의 몬스터들을 처리한 뒤, 다시 마도서에 마력을 불어넣어 공격으로 인해 취소된 마법을 다시 준비했다.
몬스터를 처리하자, 드락소르의 기감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기운은 모르가나 부총장인가?’
드락소르가 펼친 감지 범위 안에 외신 추종자와 몬스터 등 여러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감지된 여러 기운 속에서도 존재감을 줄였지만, 익숙한 모르가나의 기운을 찾아낸 드락소르가 안심했다.
‘걱정했는데, 성공적으로 에드리안 학생을 데리고 본관으로 왔군.’
드락소르가 많은 몬스터를 처리했음에도 오히려 계속해서 늘어나는 몬스터와, 아카드리온에 짙어지는 외신의 사악한 힘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몬스터들의 방해를 뚫고 무사히 왔음을 알자,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차올랐다.
‘조금 더 힘내야겠군.’
드락소르가 슬쩍 미소지으며 커다란 지팡이에 황금빛 마력을 담아 휘두르며 마법을 발동했다.
[라이트닝 스피어]
파직! 파지직!
쾅쾅쾅 쾅쾅!
쿠에에에!
번개로 이루어진 창이 또다시 주변에서 몰려오는 광기만 남은 오염된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플라이]
대충 흙먼지를 털어내며 날아오른 드락소르가 튀어나온 곳을 향해 재빠르게 날아가며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라이트닝 스피어]
파지직!
쾅쾅 쾅쾅!
황금빛을 내는 번개 창이 어둠을 가르는 빛줄기가 되어 적을 향해 쏟아졌다.
“으악!”
외신 추종자가 소환한 외신의 힘을 담은 커다란 검은 촉수에 번개 창이 꽂히고 충격으로 터져나갔다.
크우어워!
그리고 외신의 파수꾼 또한 온몸에 번개 창이 꽂히고 온몸을 지지는 번개에 촉수를 비틀며 몸부림쳤다.
6호는 재빠르게 할버드를 휘둘러 번개 창을 베어냈다.
그러나 번개 창이 터지며 2차 번개 충격파를 직격으로 맞았다.
파지직!
“큭.”
마도 철갑을 입고 있어서 어느 정도 충격을 상쇄했지만, 번개가 온몸에 잔류하여 움직임을 제한했다.
공격을 날렸던 드락소르 총장이 공중에 떠서 외신 추종자와 몬스터들을 내려다보며 마도서를 이용해 준비한 대마법을 발동했다.
[디멘셔널 씰]
우웅—!
마도서에서 황금빛 마력이 폭발하듯 퍼져 나오고 황금빛 룬 문자들이 두둥실 떠올랐다.
드락소르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라 펼쳐지고 외신 추종자와 몬스터가 충분히 들어올 정도로 커졌다.
마법을 담아 두었던 페이지가 금가루가 되어 흩날려 마법진 속에 흡수되었다.
파앗!
목표를 담은 마법진이 눈 부신 빛을 발하며 발동했다.
마법진 안에 있던 드락소르 총장과 외신 추종자들과 몬스터가 외부와 격리된 공간에 봉인되었다.
“이게 뭐야.”
“크워어어!”
“···.”
아무것도 없는 이질적인 차원에 봉인된 8호가 당황하여서 촉수를 휘둘렀다.
휙!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날 뿐 아무것도 베이는 것이 없었다.
텅텅 빈 공중에 부유한 채 허우적거리던 외신의 파수꾼이 촉수를 휘둘렀다.
크워어어!
후웅! 후웅! 후웅!
몬스터의 촉수 역시 공간에 아무런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6호는 아직도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어 행동을 제약하는 디버프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성가시군.”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여 차원의 틈새에 외신 추종자들과 몬스터를 격리한 드락소르가, 제대로 갇힌 외신 추종자들을 보며 한숨 돌렸다.
‘이제 이곳에서는 싸움의 여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드락소르 총장은 이미 반파되긴 했지만, 아카드리온이 전투로 인해 더 이상 파괴되길 원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힘을 사용한다면 전투 여파로 인해 일대가 쑥대밭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드락소르 총장은 여태껏 힘에 제안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힘을 더 이상 아낄 때가 아니야.’
제한 없이 싸우기 위해선 제대로 된 장소가 필요한 법.
드락소르는 그래서 마도서 페이지를 사용해 차원 봉인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드락소르가 황금빛 마력을 담아 허공에 지팡이를 찍었다.
황금빛 마력을 이질적인 공허한 공간에 퍼뜨려 드락소르가 심상 구현을 발동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오래되어 무너져 버린 고대 유적이 덧칠되듯이 만들어졌다.
갑자기 물감처럼 퍼지며 생겨난 공간에 떨어진 외신 추종자와 몬스터가 놀라서 두리번거렸다.
“뭐야. 노인네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왜 같이 왔나 했더니. 심상 구현을 한 건가?”
드락소르의 심상 구현을 꿰뚫어 본 8호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날고 있는 드락소르를 노려보았다.
팡!
온몸을 저릿하게 하던 디버프를 떨쳐 내기 위해 6호가 외신의 기운을 내뿜었다.
찌릿.
아직도 조금 디버프가 남아 있는 게 걸리적거렸지만 6호에게 이 정도는 전투하는 데 별 무리 없었다.
훙훙!
6호가 할버드를 휘둘러서 뻐근한 몸을 풀었다.
마도서를 주변에 띄운 체 드락소르가 심장에서 거칠게 마력을 뿜어내며 반룡화를 시전했다.
넘실거리는 황금빛 마력이 드락소르를 휘감자, 등에서 마력으로 만들어진 황금빛 용의 날개가 만들어졌다.
이마에서 황금색 뿔 두 개가 돋아나고 드락소르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지며 황금빛 용의 눈을 발동했다.
전투로 인해 찢어진 로브 사이로 보이던 상처가 아물었다.
황금빛용 비늘이 갑옷처럼 뒤덮어 몸을 보호하고, 마지막으로 황금색 꼬리가 생겨났다.
공중에 당당히 서 있는 드락소르가 강력한 힘을 드러내며 황금빛 용인화를 마쳤다.
“하! 용인화하면 뭐 무서워질 줄 알고!”
8호가 온몸의 촉수를 쭈뼛 세우며 외신의 힘을 퍼뜨려 기세를 올렸다.
8호의 행동을 보고 외신의 파수꾼도 몸 안의 힘을 방출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크워어어!
6호 역시 외신 추종자로서 몸속에 있는 외신의 힘을 끌어올리자, 아지랑이처럼 검붉은 기운이 몸에서 퍼져 나갔다.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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