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과 폭식 (4)

“드디어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겠군.”
6호가 삐거덕거리는 고대 수호자를 향해 모아두었던 외신의 힘을 분출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윌윈드 할버드]
콰콰쾅!
외신의 힘을 방출하며 할버드로 굉음을 낼 정도로 빠르게 회전시켰다.
6호가 할버드의 회전을 이용해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고대 수호자들을 베었다.
마법의 영향을 받아 삐걱거리던 수호자들은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하고 마치 믹서기에 들어간 것처럼 갈려 나갔다.
콰콰콰쾅!
외신 추종자 8호가 불러낸 몬스터들이 혼란 마법에 의해 작동을 멈춘 수호자들을 파괴하고.
8호 역시 수호자들이 작동을 멈춘 사이 외신의 힘을 분출하며 순식간에 전장을 뒤엎었다.
‘위험하군.’
하늘을 날며 드락소르가 외신 추종자들을 향해 최대한 마법을 퍼붓고 가디언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지만, 외신의 힘으로 증폭된 혼란 마법을 중지시킬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혼란 마법이 드락소르의 용안에 파훼 되고 있었지만, 계속 외신의 힘에 노출되는 것이 점차 몸에 부담이 오고 있었다.
결국 드락소르 총장은 가디언 소환을 취소했다.
“어! 뭐야. 결국 드래곤의 고대 가디언도 별거 아니네.”
마법이 취소되어서 무너져 내리는 가디언을 보고 8호가 빈정거렸다.
고대 가디언을 파괴하던 6호가 행동을 멈추고 하늘에서 날고 있는 드락소르를 보았다.
다시 주도권이 왔다고 생각한 외신 추종자들을 향해 드락소르가 인벤토리에서 마도서를 꺼내 저장해 둔 마법을 사용했다.
[어스 스트라이크]
콰콰콰쾅——!
“으악!”
크워어어어!
키야아아악!
“!?”
수호자가 사라지자마자 대지의 힘을 빌려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키는 마법이 외신 추종자들을 강타했다.
드락소르의 심상 세계 안에서 펼쳐지는 대지의 일격은 본래의 강력한 위력보다 더욱 강력한 효과를 냈다.
마도서로 발현된 어스 스트라이크는 심상 세계의 고대 사원마저 무너져 내릴 정도로 강력한 마법이었다.
8호가 불러냈던 검은 촉수와 말미잘 같은 촉수 거미 몬스터가 발버둥 쳤지만 엎어지는 대지 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나마 고목 같은 촉수를 휘두르던 강화된 외신의 파수꾼이 단단한 몸으로 마법에서 살아남았지만, 바닥에서부터 터져나가는 충격에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다.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급속도로 치유되는 몸이라 할지라도 치명상을 입으니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안돼! 내 귀염둥이들이!”
8호가 무너져 내리는 대지 위에서 절규했다.
“8호! 몸을 피해라!
6호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6호 역시 아무리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번 마법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6호는 최대한 방어 스킬을 사용하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를 밟아 뛰어올랐다.
드락소르가 차가운 눈으로 뒤집히는 땅이 외신 추종자들을 삼키는 것을 보며 스킬을 사용했다.
[드래곤 브래스]
콰콰콰쾅!
아직 살아남은 외신 추종자들과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지는 황금빛 용의 숨결이 부정한 것을 불태웠다.
크워!
끼에!!!
치명상을 입었던 외신 파수꾼과 살아남았던 말미잘 거미 몬스터는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하고 불타버렸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드락소르가 아직 살아남아 있는 외신 추종자 둘에게 황금빛 브레스를 뿜었다.
콰콰콰쾅!
“큭!”
“으악! 이대로 당할까보냐!”
사악한 것을 불사르는 황금빛 용의 숨결이 차례로 외신 추종자들을 타격했다.
그러나 역시 외신의 힘을 사용하는 외신 추종자들은 약간의 타격을 받았을 뿐 완전히 불태우지 못했다.
‘역시 이것만으로는 부족한가?’
드락소르 역시 이 정도 공격으로는 외신 추종자들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황금빛 마력을 뿜어내며 마법을 사용했다.
[골든 스톰]
휘이잉!
콰콰콰쾅—!
황금빛 마력으로 된 폭풍이 소환되어 외신 추종자들을 휩쓸었다.
“끄아악!”
“크으으!”
황금빛 폭풍에 갇힌 두 외신 추종자가 비명을 질렀다.
드락소르는 방심하지 않고 황금빛 폭풍에 끊임없이 마력을 주입하며 두 외신 추종자가 쓰러지길 기다렸다.
기다리길 잠시, 서서히 안에서 무언가 일이 일어난 게 아닌지 의심이 든 순간 황금 폭풍이 폭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쾅!
“크윽.”
유지하던 황금 폭풍 마법이 강제로 터져나가서 드락소르가 내상을 입었다.
쿨럭.
피를 토해낸 드락소르의 앞에 외신 추종자들이 껍질을 벗고 흉측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러 개의 입과 눈이 달린 커다란 하반신이 문어 같은 몬스터가 눈을 뒤룩뒤룩 굴리더니 커다란 촉수를 휘둘러 드락소르를 후려쳤다.
쾅!
“크헉.”
콰콰쾅!
내상을 입어 빈틈이 생긴 드락소르가 급히 반응했지만, 봉인된 힘을 해방한 촉수 공격에 무력하게 땅에 처박혔다.
쿠쿠쿠쿵!
게다가 육중한 몸집으로 검은 그림자가 쓰러져 있는 드락소르를 향해 쇄도했다.
?!
적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드락소르가 순간적으로 방어 마법을 사용했다.
[골든 실드]
황금 폭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몸집의 미노타우로스 같은 몬스터가 네 개의 두꺼운 팔로 할버드, 쌍 대검, 방패를 각각 들고 드락소르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콰콰쾅!
“크악!”
단 한 번 공격에 방어 마법이 깨져나가고 드락소르를 보호하던 황금빛용 비늘 갑옷이 터져나갔다.
반용인화하여 웬만한 아티팩트 방어구보다 단단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네 팔 달린 미노타우로스 같은 몬스터에게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붉은 눈을 번뜩이며 들어 올린 대검과 할버드로 끝장내려는 순간, 드락소르가 마도서에 저장해 둔 마법을 발동했다.
[타임스 리스트레인트]
우웅—!
마법을 저장해 둔 마도서의 페이지가 금빛을 내며 바스러졌다.
마법이 발동된 순간 드락소르를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추었다.
“허억.”
깊은숨을 토해낸 드락소르가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며 쓰러져 있던 자리를 피해서 일어났다.
그런데 분명 외신 추종자들의 시간이 정지되어 있음에도 아주 느리지만 정지된 시간 속에서 네팔 달린 미노타우로스 같은 몬스터의 두 눈이 드락소르를 직시했다.
드락소르가 인벤토리에서 급히 최고급 포션을 꺼내서 마시고 순간 이동으로 멀리 벗어났다.
팟!
드락소르가 자리를 피한 순간 멈춰져 있던 시간이 풀렸다.
쾅!!!
커다란 충격파가 일어나서 흙먼지가 떠올랐다.
훙! 훙!
무기를 휘둘러 먼지를 걷어낸 네 팔의 미노타우로스 몬스터가 드락소르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드락소르가 있던 자리는 폭격을 맞은 것처럼 움푹 파여 있었다.
“흠. 성가신 마법을 쓰는군.”
힘을 봉인하던 변신을 풀어낸 6호가 목을 긁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 관련 마법을 쓴 거 같네.”
8호가 여러 입에서 나온 듯이 겹치고 갈라진 기괴한 목소리를 냈다.
문어 같은 하반신에 상체는 기괴한 여성의 모습을 한 8호가 커다란 박쥐 같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피에로 가면이 벗겨진 얼굴은 파충류 같았다.
꿈틀거리는 촉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8호가 기다란 손톱을 튕기며 마법을 사용했다.
딱!
[포그 오브 오블리비언]
솨아—.
기억을 지우는 망각의 안개가 몬스터가 된 8호를 감싸듯 퍼져 나갔다.
가까이 다가오는 적을 망각 속에 빠뜨리는 사악한 안개가 공간을 채우려는 듯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안갯속으로 거대한 모습을 감춘 8호가 다시 검은 촉수를 소환했다.
[텐타클스 오브 다크니스]
안갯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촉수가 꿈틀댔다.
검은 촉수가 8호의 마법을 증폭해 주는 토템이 되어 안개가 퍼지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사악한 힘이 더 늘어나다니···. 저대로 두면 위험하겠어.’
드락소르가 간단하게 회복을 마치고 마도서에 저장해 놓은 마법을 사용했다.
[선더 로어]
마도서에서 마법진이 떠오르고 빛이 번쩍였다.
콰콰콰쾅—!
하늘에서 떨어진 천둥이 강력한 전기 충격을 일으키며 안개를 뚫고 거대한 촉수와 몬스터가 된 외신 추종자들에게 떨어져 내렸다.
쿠쿠 쿵!
6호는 피하거나 막지 않고 떨어져 내리는 천둥에 손을 뻗었다.
빠지지 직.
[무한 탐식]
파직. 파직. 푸쉬쉭.
황금의 번개가 외신 추종자의 손아귀에서 저항하려 했으나 손아귀에 잡힌 채로 흡수되었다.
“흠···. 이런 느낌인가?”
6호가 고개를 살짝 꺾고 드락소르를 향해 창을 던지듯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거대한 미노타우로스 같은 6호의 손끝에서 외신의 힘이 담긴 검붉은 창이 만들어져 날아갔다.
번쩍!
쿠쾅!
검붉은 빛이 번쩍였다.
눈 깜짝할 사이 드락소르가 몸에 두르고 있던 배리어를 부수고 검은 번개 창이 어깨에 박혔다.
“크악!”
파지지직!
검은 창이 박힌 부위부터 드락소르의 몸에 독이 퍼지듯이 사악한 외신의 힘이 침투했다.
“흠···. 심장을 꿰뚫으려고 했는데 실패했군.”
6호가 아쉽다는 듯이 저릿한 손을 쥐었다 폈다.
천둥의 공격을 받던 8호의 안개는 황금빛 번개로 인해 깎여나갔다.
안개가 줄어든 덕에 소환해 놓은 검은 촉수가 직격당해서 몇 개 잃긴 했지만, 여전히 외신의 힘을 불어넣어 퍼트리는 안개는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6호가 폭식의 힘을 이용해서 되받아 친 덕분에 안개를 깎아내던 천둥 공격이 끊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저 늙은이에게 상성이 안 좋단 말이지.”
8호가 투덜대면서도 열심히 준비한 마법을 사용했다.
[포그 블라인드니스]
푸화확!
시야를 가리고 상대를 혼란 시키는 짙은 안개가 퍼져나가며 천둥 마법에 깎여나갔던 망각의 안개 대신 빈자리를 채웠다.
[레기온 오브 일루전]
스르륵.
안갯속에 있는 촉수와 자신을 복제하여 군단이 되어 싸우는 환영 마법이 짙은 안갯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8호가 교활의 힘을 사용하여 드락소르의 심상 마법을 뒤덮는 대마법을 발동했다.
[라비린스 오브 일루전]
푸화확!
심상 세계를 뒤덮은 짙은 안개와 환영 미로 마법이 합쳐져 드락소르의 심상 세계를 덧칠하듯 바뀌었다.
차원의 틈새에서 외신 추종자들을 가두고 처리하려 했던 드락소르와 외신 추종자들의 입장이 이 순간 역전되었다.
진실과 거짓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드락소르의 용안이 환영 미로에 들어선 순간 안개에 둘러싸인 것처럼 약해졌다.
‘용의 눈을 활성화하고 있는데도 마법을 꿰뚫어 볼 수 없다니. 이런 게 가능한 건가?’
혼란 마법과 합쳐진 환영의 미로 마법이 드락소르의 용안이 꿰뚫어 볼 수 없도록 조금씩이지만 혼란을 심고 있었다.
“너무 놀라지 말라고 총장 씨, 당신 상대로 꽤 준비해 왔다고.”
8호의 목소리가 좁은 복도를 울리는 것처럼 사방에서 들려왔다.
환영의 미로 속에 들어온 것은 6호도 마찬가지였지만 6호는 태연했다.
이미 8호에게 대책용으로 마도구를 받았고 이곳은 6호를 위해 만든 공간이었기 때문에 미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미로를 통해 8호가 말했다.
“어떻게 할 거야 6호? 늙은이에게 갈 거라면 미로의 길을 열어 줄게.”
심상 세계가 덧칠된 순간, 환영의 미로 속에서 6호가 눈을 감고 명상하듯이 조용히 서 있었다.
“··· 내가 가도록 하지.”
“알겠어.”
눈을 번쩍 뜬 6호 앞에 직선으로 길이 생겼다.
길 끝에서 아카데미 총장의 기운이 느껴졌다.
6호가 길을 따라서 빠르게 달려갔다.
드락소르가 상처 입은 몸을 회복하기 위해 치유 마법을 사용하고 포션을 마셨다.
그러나 꿰뚫린 어깨가 중독된 것처럼 더디게 치유되었다.
‘최상급 포션과 치유 마법으로 이 정도 밖에 치유되지 않다니, 정말 지독한 힘이군.’
드락소르가 더디게 치유되는 상처를 보고 고개를 돌려 사악한 힘으로 가득 찬 미로를 용안으로 살폈다.
‘역시 보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어.’
드락소르 총장은 불길한 공간에서 나가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홀리 파이이어]
신성한 불꽃이 외신의 힘이 가득한 환영 미로에 작렬했다.
쿠쾅!
사악한 힘으로 만들어진 안개인 만큼 신성한 불길이 미궁의 벽을 불태워 무너뜨리는 듯싶었다.
그러길 잠시, 불타던 벽에 신성한 불길이 흡수되듯 사라져 버렸다.
스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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