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과 폭식 (5)

‘신성한 불꽃이 외신의 힘에 버티지 못하나?’
드락소르가 놀라면서도 벽을 파괴하기 위해 다른 마법을 사용했다.
[마나 버스트]
드락소르가 몸 안에 있는 황금빛 마력을 순간적으로 모아 폭발시켰다.
투콰콰쾅!
드락소르를 중심으로 황금빛 폭발이 일어나며 환영 미로를 조금이지만 무너뜨렸다.
“역시. 쓰는 힘에 비해 효과가 좋지 않군.”
드락소르가 다른 마법을 사용하려고 마력을 모으는데 갑자기 미로의 벽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타다 다다닥!
새로 생긴 길에서 무언가가 달리는 듯한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린 순간 거대한 네팔 미노타우로스가 나타나 드락소르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촤악!
“크악!”
드락소르가 황급히 배리어를 쳤지만 소용없었다.
검격 한 번에 배리어를 파괴하고 이어서 다른 손에 든 대검으로 드락소르의 황금빛 용의 비늘을 찢었다.
그리고 네팔 미노타우로스가 할버드를 휘둘러서 드락소르의 몸을 가르고 거대한 방패를 든 팔을 휘둘러서 날려버렸다.
콰쾅!
“크헉···.”
너무나 빠르고 강력한 공격에 드락소르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환영 미궁 벽에 처박혔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드락소르를 어느새 미궁 벽에서 튀어나온 검은 촉수가 휘감아 도망칠 수 없도록 붙잡았다.
검은 촉수 곳곳이 갈라지며 입이 생겼다.
검은 촉수가 드락소르의 상처를 물어뜯어 게걸스럽게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크아악!”
드락소르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흐흥, 내가 붙잡아 둘게, 어서 늙은이를 죽여 6호.”
8호가 검은 촉수를 조종하여 드락소르를 들어 올리며 미로 속에서 자랑스레 말했다.
“쓸데없는 짓이군.”
6호는 왠지 사냥감을 뺏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8호의 괜한 참견에 6호의 기분이 안 좋아졌다.
“에헤이. 그래서 마무리는 안 했잖아. 자 6호 어서 끝을 내.”
“··· 칫. 그래. 그럼, 잘 가라.”
후웅!
콰직.
6호의 할버드가 드락소르의 비늘을 깨뜨리고 깊이 박혔다.
그 순간 드락소르의 몸이 강렬하게 빛났다.
“뭐, 뭐야?”
“이건!”
쾅!!!
6호와 8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빛이 주위를 휘감고 드락소르가 폭발했다.
주변 일대를 삼켜버린 폭발 속으로 네팔 달린 미노타우로스 같은 6호와 8호의 검은 촉수들이 삼켜졌다.
쿠구구궁.
폭발로 인해서 8호가 마법을 중첩해서 만든 환영 미로마저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버렸다.
“뭐야! 6호 괜찮아?”
환영 미로 속에서 8호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괜찮다.”
강력한 폭발로 인해 멀리 날아갔던 6호가 피를 흘리며 일어났다.
6호가 들고 있던 방패는 완전히 부서져 버렸고, 6호의 몸 절반은 심한 화상을 입었다.
화상을 입은 부위는 아직도 열기가 사라지지 않아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보다 6호, 드락소르는 어디에 있지?”
“어? 그러고 보니.”
8호와 6호가 두리번거리는데 하늘에서 황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정말 위험했군.”
드락소르는 위기의 순간 자신의 환영 더미를 만들어 바꿔 치기 했다.
그 뒤 8호가 공격할 때 마법 일루저너리 블래스트를 사용하여서 환영과 함께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덕분에 8호의 외신의 힘이 담긴 환영의 미로에서 드락소르가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락소르의 역시 아직도 상처 회복이 되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느새 드락소르의 용인화마저 풀려 있었다.
6호가 지글지글 끓고 있는 고통스러운 자기 몸을 보았다.
고개를 돌려 변신이 풀리고 헐떡이고 있는 드락소르를 6호가 분노로 붉게 물든 눈으로 노려보았다.
“네놈··· 가만두지 않겠다.”
6호의 씹어뱉는 말을 들은 8호가 환영 미로 속에서 부르르 떨었다.
“으아. 6호가 이렇게 화내는 건 오랜만에 보네.”
8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6호의 몸에서 폭발하듯이 사악한 힘이 터져 나왔다.
푸화화확!
크아아아아!
몸 절반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네 팔의 미노타우로스가 괴성을 질렀다.
6호의 외침에 호응하듯이 터져 나오는 사악한 힘이 온몸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변이하기 위해 6호가 검은 구체가 되었다.
6호를 휘감은 검은 구체가 심장처럼 일정한 박자로 두근두근 움직였다.
쿵. 쿵. 쿵. 쿵.
드락소르는 여기서 6호를 막지 못하면 재앙이 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드락소르가 포션을 꺼내서 마시며 마도서에 저장해 놓은 마법을 사용했다.
[플레임 오브 저지먼트]
마도서에서 빛나는 마법진이 떠오르고, 강력한 불꽃이 외신 추종자를 심판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검은 구체에 감싸인 6호를 향해 떨어졌다.
콰쾅!
심판의 불꽃이 검은 구체에 맞아 폭발하고 주변으로 불길이 번져나갔다.
화르르륵!
화염의 심판이 떨어진 검은 구체에서 퍼져나간 불길이 환영 미로까지 불살라 먹었다.
거기에 이어서 드락소르가 지팡이를 휘저으며 마법을 발동했다.
[선더 로어]
쿠릉 쿠릉-!
마법진이 떠오르고 순식간에 먹구름이 생성되었다.
번쩍! 번쩍번쩍!
콰쾅-!
하늘에 소환된 먹구름에서 천둥이 내려쳐 환영 미로와 검은 구체를 강타했다.
콰콰쾅!
“으악!”
떨어져 내리는 천둥과 환영을 살라 먹는 불길로 인해서 8호의 비명이 환상 미로 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강력한 공격이 제대로 외신 추종자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만, 드락소르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분명 강력한 공격에 당해 지금쯤 불타거나 터졌어야 할 검은 구체는 불길과 번개가 구체 표면을 휘감고 있을 뿐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환영 미로 또한 조금씩 불길에 갉아 먹히고 천둥에 구멍이 뚫렸지만, 금방 다시 복구되었다.
'역시 외신의 힘은 성가시군.'
드락소르가 혹시나 해서 다시 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푸 확—!
마치 가스를 분출하듯이 울룩불룩하던 검은 구체에서 사악한 외신의 힘이 녹아 있는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으악! 시작됐구먼."
모습을 감춘 8호의 혼잣말이 환영 미로 속에서 울려 퍼졌다.
적을 지지고 불태우기 위해 검은 구체를 감싸고 있던 드락소르의 마법이 검은 구체에 스르륵 흡수되었다.
“저게 무슨!”
당황한 드락소르가 검은 구체의 이변을 저지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보이드 스피어]
드락소르가 공허의 에너지가 응축된 구체를 날리고.
[헤븐리 선더]
마도서에 저장된 강력한 번개 마법을 사용해 하늘에서 번개를 떨어뜨렸다.
콰쾅!
콰콰콰쾅!
그러나 사악한 연기를 내뿜으며 점차 크기를 키워가는 검은 구체가 자신을 공격하는 마법을 게걸스럽게 흡수했다.
마법을 흡수한 검은 구체가 서서히 하늘로 떠올랐다.
마법을 흡수한 검은 구체가 더욱 진한 연기를 내뿜고, 순식간에 구체의 크기가 커졌다.
쩌저적.
점차 커지던 검은 구체에 커다란 금이 갔다.
순간 금이 간 곳에서 검은 팔이 튀어나와 드락소르를 향해 내질렀다.
팡!
“윽.”
[블링크]
팟!
드락소르가 순간 날아오는 검은 팔을 피하고자 공격 마법을 중지하고 블링크로 순간 이동을 했다.
쩌저적! 푸확!
검은 구체가 알껍데기처럼 금이 가고 풍선 터지듯이 터져버리자, 구체가 있던 주변을 외신의 힘이 가득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둘러쌌다.
검은 연기 속에서 여러 개의 붉은 눈이 번쩍 떠올라 드락소르를 보았다.
붉은 눈과 마주친 드락소르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크아아아아!
구체 속에서 기합 섞인 괴성을 내지르자, 검은 연기가 퍼져나가고 그곳에서 기괴하게 일그러진 검은색의 소머리가 나타났다.
거대해진 6호의 온몸은 검게 물들고 곳곳에 붉은 눈과 입이 생겼다.
탄탄한 근육이 있던 배는 기괴해 보일 정도로 불룩 부풀어 있고 가슴부터 배까지 길게 갈라지고 커다란 입이 생겼다.
위협적인 무기를 들고 있던 네 개의 팔 역시 검게 물들고 거대해져 있었다.
전신에서 뿜어내는 외신의 힘을 담은 독기가 퍼져나갔다.
8호가 소환해 놓은 환영 미로가 변신한 6호가 뿜어내는 독기를 흡수해서 더욱 거대해졌다.
6호가 잠시 주변과 자신의 몸을 살폈다.
외신의 힘 중 폭식을 개방한 6호가 사냥감을 찾아 환희했다.
크르아아아!
외신의 짐승 같은 몬스터가 돼버린 6호가 드락소르를 보며 울부짖었다.
“으아. 6호가 저렇게 변했으니 이제 곱게 죽긴 글렀네, 노인네.”
환영 미로 속에서 8호가 드락소르를 보며 비웃었다.
쾅!
전조도 없이 도약한 6호가 드락소르를 향해 거대한 검은 팔을 뻗었다.
[블링크]
팟!
이번에도 역시 순간 이동으로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6호의 전신에 있는 붉은 눈이 드락소르가 순간 이동을 한곳을 보았다.
순간 드락소르와 눈이 마주친 붉은 눈이 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락소르가 불길함을 느낀 순간 폭식의 몬스터가 된 6호가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팔을 꺾어서 쭉 뻗고 손바닥을 펼쳤다.
커다란 검은 손바닥 중앙이 갈라지고 기다란 입이 생겼다.
손바닥에 생긴 쩍 벌어진 입안은 무저갱처럼 끝없는 어둠만 보였다.
6호가 길게 찢어진 입속으로 드락소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쓰후웅—!
“이런!”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을 날고 있던 드락소르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큭. 플라이 마법만으로는 버티는 것도 안 되겠어.’
빨아들이는 힘에 버텨보려던 드락소르가 인상을 찌푸리곤 몸을 보호하기 위해 황금빛 마력으로 감쌌다.
[윙스 오브 더 와이번]
드락소르가 손바닥에 생긴 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와이번 날개를 소환했다.
후웅 후웅 후웅!
시간이 갈수록 점차 빨아들이는 힘이 강해졌다.
드락소르가 비룡의 날개로 날갯짓하며 저항했지만, 점차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왕-!
[블링크]
팟!
빨아들이는 힘에 저항하던 드락소르가 블링크로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마치 예측했다는 듯이 폭식의 힘을 개방한 6호가 공중을 박차고 날아올라 드락소르를 움켜쥐었다.
꽈악!
“크악—!”
폭식의 힘을 개방한 6호의 커다란 손아귀에 드락소르가 붙잡혔다.
잡히자마자 드락소르의 몸을 보호하던 베리어가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이어서 몸을 감싸던 황금색 마력이 폭식의 힘을 개방한 6호의 손에 흡수되었다.
“으아악!”
드락소르가 마력이 빨려 나가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쿵!
드락소르를 붙잡고 6호가 땅으로 착지했다.
맛있는 먹이를 보듯 폭식의 6호가 드락소르를 바라보았다.
6호의 몸통에 있는 커다란 입이 쩍 벌어졌다.
맛있는 사냥감을 통째로 삼키기 위해 몸통에 있는 입에 드락소르를 가져다 댔다.
6호가 눈을 휘며 삼키려고 손을 푼 순간 드락소르가 공중에 홀로 떠 있던 마도서를 소환했다.
[타임 스톱]
딸깍.
짧은 시간 시간을 정지하는 마법이 발동했다.
시간 정지 마법이 저장되어 있던 마도서 페이지가 금빛으로 빛나며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큭. 겨우 살았나.”
드락소르가 힘겹게 손아귀에서 벗어나 마도서를 챙긴 뒤 블링크로 벗어났다.
[블링크]
팟!
딸깍.
그 순간 시간이 멈출 때 들렸던 소리가 나며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콱!
크아?
분명 몸통에 있는 입속으로 드락소르를 던져 넣었는데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자, 폭식의 몬스터 6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6호! 위야! 위!”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8호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건지 6호의 전신에 있던 눈알이 전부 위를 향했다.
하늘에서 황금빛 마력을 넘실거리고 있는 드락소르가 태양처럼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역시, 커다란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나도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나.’
드락소르가 심장에서 마력을 뿜어내며 본래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크롸롸롸!
드락소르가 완전히 인간의 몸을 벗어던지고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용의 기세가 몬스터가 된 6호와 8호를 짓눌렀다.
그러나 이미 외신의 힘을 완전히 개방한 6호와, 환상 미로와 동화되어 지금도 계속해서 심상 세계를 덮어씌우고 차원의 틈새를 점령하고 있는 8호에는 효과가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뜬 드락소르가 입을 크게 벌리고 황금색 브레스를 뿜었다.
크롸롸롸라!
파앗—!
콰콰콰쾅!
강력한 황금 용의 숨결이 쏟아지자, 폭식의 몬스터 6호가 네 개의 팔을 뻗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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