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만 9써클 마법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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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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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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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6. 그 과정(1)

DUMMY

어느새 조용해진 주점.


아니 다시 시끌벅적해진 주점이라고 해야 옳은 말인가?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루치우스 경.”


아벨의 정중한 물음에 루치우스는 소름이 돋는다는 듯 얼굴을 구기며 양팔을 문질렀다.


“으으···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소름이 돋는데 너까지 그러면 나는 어디서 마음의 안정을 찾냐?”


아직은 평기사일 뿐이지만, 조만간 솔이라는 기사 가문의 이름을 받게 될 사람이 벌써 어색하다는 표정을 하니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왜··· 웃는 거냐? 뭐가 웃기다고?”

“하하하! 더 높은 곳을 노려야 할 사람이 벌써 쪼그라들고 있으니 웃기지 않을 수가 있나요?”


미래를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6년간 봐온 루치우스의 삶을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은 기본적으로 9년의 교육 과정 이후 졸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금 더 배우고 싶거나 졸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최대 12년까지 다니게 되지만, 대부분 9년에서 졸업한다.


하지만 루치우스는 9년과 다른 8년 만에 졸업한 인재 중 인재.


그것도 본인의 선택으로 1년을 더 연장했기에 사실상 7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던 인재.


황자이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졸업했던 라이언을 제외한다면 단연코 제국 역사상 최고의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뭐, 내가 6년 만에 졸업해서 그 기록도 깨지긴 했지만··· 루치우스의 명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루치우스는 자신과는 다르게 제국을 위해 제국의 기사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거기에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수습 기간을 거치지 않고 정식 기사 작위를 얻은 것은 이미 제국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내가 알던 시기보다 더 빠르게 솔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도 있겠는데?’


그리고 아벨의 예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중했다.


“하아··· 네가 봐도 내가 더 높이 올라갈 것 같아?”


너무나도 당연한 말.


아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형이 아니면 누가 올라가요? 지금 제국의 평기사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 루치우스라는 평가가 파다한데?”

“그건! 나도 들어서 알고 있어!”


아벨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이리나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최대한 관심을 끌어서 벌 받는 걸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그럴 순 없지.


“이리나. 손 내리고 30분 추가.”


이리나가 울상을 지었고, 그 옆에서 소피아가 킥킥대며 웃었다.


감히 내 동생을 비웃어?


“소피아는 1시간 추가.”

“뭐어어어? 아니! 나는 왜? 나는 대체 왜에에!”

“1시간 더 추가.”


더 발버둥 치며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소피아는 아벨이 악마라는 사실을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악마··· 쫌생이···”


소피아는 자기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벨의 귀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루치우스 또한 소피아의 말을 들었기에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아벨을 바라봤지만, 아벨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을 말한 것으로 벌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짓이지.’


왠지 모르게 눈치를 보던 루치우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나도 내가 이런 걸 받을 줄은 몰랐다.”


루치우스가 아벨에게 명패를 건넸다.


아벨도 익히 알고 있는 기사 가문인 솔의 명패.


“이게··· 뭔가요?”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물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아니 사실 나도 정확히는 알지 못했던 제국의 가장 위대하고 신성한 기사 가문인 솔 가문의 명패다.”

“······ 귀족의 명패?”


순간 주점은 다시 한번 침묵이 찾아왔다.


루치우스가 귀족의 명패를 들고 있다는 말은 그가 이미 귀족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그리고 이곳 주점에 있는 사람들은 아벨의 친구인 루치우스가 평민 출신인 기사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우오오오! 이렇게 빠르게 귀족 작위를 하사받는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이었구나!”

“놈이라니! 이제는 님이라고 해야지!”

“그래! 입을 함부로 놀리면 이제 경을 칠지도 모른다고! 하하하하!”


루치우스는 예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터진 반응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벨은 그런 루치우스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겨야죠. 솔 가문의 명예에 누가되지 않도록 당당하게!”


그제야 루치우스의 딱딱했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다만, 그런 루치우스를 쳐다보던 소피아의 표정이 루치우스의 표정처럼 굳어갈 뿐이었다.


***


“친구들과 동생은 잘 보내줬나?”

“잘 갔을 겁니다. 루치우스가 곁에 있기도 했고··· 그것보다 테프가?”


아벨은 의자에 앉아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테프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테프가는 그런 아벨의 표정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인가? 아벨 군!”


자기는 꿀릴 것이 없다며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대답했다.


하지만 아벨은 계속 말없이 테프가를 쳐다봤고, 테프가는 상의가 축축해질 때쯤 소리쳤다.


“그래! 내가 실수 했다! 미안하다!”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아벨을 바라보며 테프가는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꿀꺽!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난 후 아벨의 입이 열렸다.


“뭘 잘못한 건지는 알고 있죠?”

“그럼! 나를 뭐로 보고! 그 정도쯤은 나도 알고 있···”

“뭘 잘못했는데요?”


조금씩 말라가던 테프가의 이마에서 다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그걸 내 입으로 말해야 할까···?”

“네.”


단호한 아벨의 표정.


지금 말하지 않는다면 며칠이고 저렇게 자신을 쳐다볼 것이라는 걸 알고 있던 테프가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또 잡혀갈 수도 있으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테프가의 찌푸린 인상은 제국 곳곳에 붙어있는 수배서의 흉악범 얼굴과 비슷하다는 것은 꽤 유명했다.


“제가 저번에 얼마나 힘들게 빼 드린 건지는 아세요? 또 잡히면 이제는 진짜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어요.”


테프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명색이 한 용병단의 단장인데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누명으로 철창에 갇힐 순 없잖아요?”


테프가.


피의 복수라는 거창한 이름을 사용하는 용병단의 단장이자, 아벨을 용병단으로 스카웃한 인물.


그리고 생긴 것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그럼요.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흔쾌히 대답하는 아벨을 보며 잠시 머뭇거리는 테프가.


하지만 이내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아벨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 말처럼 명색이 내가 용병단 단장이고 넌 용병단의 신입인데··· 이 구도가···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미, 미안하다···”


처음 말문을 열었을 때와는 다르게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테프가였다.


그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벨이 테프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면서도 테프가의 자신감은 실시간으로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아벨은 그런 테프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아벨은 자신 때문에 테프가의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아벨이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1년이 조금 넘게 남은 시점.


“오빠! 저 이상하게 생긴 사람 또 왔어!”


이리나의 말에 아벨이 고개를 돌렸고, 기숙사 옆 커다란 나무 위에서 자신을 테프가라고 소개한 용병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참··· 저 인간도 대단해? 본웰 교수의 이목을 피해 여기까지 도달한 걸 보면?”


본웰 교수의 이목을 피해 기숙사까지 온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애초에 그가 아카데미의 정문을 뚫고 들어왔다는 사실부터 놀라운 일이었다.


아벨도 아카데미에 입학할 당시 라이언의 황금패가 아니었다면 정문에서 쫓겨났을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몰래 들어온다는 건 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아카데미에는 수많은 강자들이 교수로 있는 장소였고, 엘포드 교수와 유베리우스 흑색 마탑주가 공동으로 펼친 결계를 뚫고 들어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6년 전 마족의 침공을 겪은 이후 결계는 한층 더 강력해졌으니까.


엘포드 교수가 말하길 이번 결계는 그랜드마스터나 8써클 마법사가 아니라면 쉬이 부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어이~ 아벨! 우리 피의 복수 용병단에 들어오라고~”


테프가의 말에 이리나의 귀여운 얼굴이 찌푸려졌다.


“으으··· 구려···”

“까아아아! 까아아아!”


이리나의 옆에 있던 호크도 발라당 누운 채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쟤는 어떻게 발라당 누울 수 있는 거지···?’


호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던 아벨이 다시 테프가를 쳐다봤다.


그리곤 여전히 손을 흔드는 테프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오! 드디어 나를 봐주는 거냐!”


테프가가 기쁘다는 듯 웃었지만, 아벨이 피식 웃었다.


“설마 그럴 리가? 윈드 토네이도!”


아벨의 손에서 마나가 모일 때부터 뭔가 불길함을 눈치챈 테프가였지만, 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나기에는 상당히 늦은 상태였다.


“하, 하하··· 조금 약한 마법이어도 되지 않았··· 으아아악!”


거대한 회오리가 아벨의 손에서 뻗어나갔고, 테프가를 순식간에 삼켰다 뱉었다.


“끄아아악! 나! 다시 돌아온···! 으아아악!”


아벨은 멀리 날아가면서도 고래고래 소리치는 테프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당분간은 오기 힘들 텐데?”

“당분간 오기 힘들어? 왜?”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날아가는 테프가를 구경하던 이리나가 물었다.


“여긴 아카데미 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야.”

“그게 뭐 어때서?”

“음··· 학생을 지켜야 하는 교수들의 자존심이 와장창! 박살이 났다는 거지. 어쩌면 경각심을 가질 수도 있는 거고.”

“자존심? 경각심? 우움··· 잘 모르겠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인상을 찌푸리는 이리나의 모습에 아벨이 이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해?”


조금은 싸늘하게 느껴지는 목소리.


이리나도 그것을 느꼈는지 흠칫 몸을 떨었다.


“구, 궁금··· 하지 않아!”


아벨에게서 빠르게 벗어나려는 이리나.


하지만 이리나의 머리를 강하게 움켜쥔 아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리나를 바라보는 아벨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건 중요하지 않아.”

“뭐가··· 중요한데?”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대답에 이리나는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으느 구그하지아나!”

“중요한 건 이리나가 왜 내 방에 있냐는 거야. 이곳은 엄연히 남자 기숙사고 이리나는 남자가 아니니까. 이제 말해봐. 여기엔 어떻게 왔어?”


힘이 실린 목소리에 이리나가 덜덜 떨었다.


“그, 그게··· 그냥 걸어서 들어왔는데··· 죄송합니다···”


고개를 푹 숙인 이리나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아벨은 눈물을 흘리는 이리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나를 이렇게 혼내는 이유는 이리나가 남자 기숙사를 찾아와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로 오고 싶으면 아래에서 나나 호크를 부르라고 했잖아. 또 마나 동화를 사용해서 들어오면 어떡해?”


갈로나 마을에서 지낼 땐 실수로 마나 동화를 하더라도 들킬 위험은 적었지만, 이곳 제국 아카데미에서는 달랐다.


이리나의 경지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나 기숙사 사감을 맡고 있는 본웰 교수의 이목도 간단히 속이는 수준이었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알게 된다면 이리나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질 것이다.


아직 마법에 대한 성취가 낮은 이리나였기에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마나 동화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자기 힘이 어떤 힘인지 깨닫고 그것을 완벽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하아··· 마법이 뭔지도 잘 모르는 이리나한테 설명해 줄 수도 없고···’


자기도 모르게 사용하는 마나 동화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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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결의 24.08.24 150 1 12쪽
103 103. 아클룬드(3) 24.08.23 143 1 12쪽
102 102. 아클룬드(2) 24.08.22 172 1 12쪽
101 101. 아클룬드 24.08.21 15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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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099. 마경의 몬스터 24.08.19 170 1 12쪽
98 098. 변해버린 시간 24.08.18 194 2 12쪽
97 097. 군단장 테르가즈(2) 24.08.17 173 1 12쪽
96 096. 군단장 테르가즈(1) 24.08.16 18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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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094. 의문의 죽음 24.08.14 19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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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092. 돌아가는 길 24.08.12 222 2 12쪽
91 091. 잊혀진 시대 24.08.11 212 1 12쪽
90 090. 태초의 마법진 24.08.10 200 2 12쪽
89 089. 또 다른 변화 24.08.09 19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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