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만 9써클 마법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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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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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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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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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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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발록(1)

DUMMY

직전의 회의 자료가 아직 남아있는 천막 안.


“자네가 섬광의 아벨이라고?”


흥미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트리스탄.


아벨은 트리스탄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냐는 듯 딜런을 한번 쏘아봤다.


아벨의 시선에 딜런은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고, 아벨은 그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불렸던 적도 있습니다.”

“하하하! 부끄럽다니? 내 제자에게 말로만 듣긴 했지만, 말 그대로 한 줄기의 빛이었다고 하더군?”


트리스탄은 지금이라도 그때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벨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본론을 꺼냈다.


“그것보다··· 지금 현 상황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트리스탄이 멋쩍은 듯 웃었다.


“이것 참. 미안하구먼. 못난 제자를 어떻게 이겼나 너무 궁금한 바람에 그만··· 그래.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벨은 밖에서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벨이 말을 하는 도중에 딜런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고, 트리스탄 또한 밀려오는 두통을 참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정말··· 면목이 없군.”


트리스탄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아벨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진심 어린 사과에 도리어 당황한 아벨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


“저는 그저 저희의 이야기만 조금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한 얘기였을 뿐입니다. 트리스탄 님께서 이렇게 사과하실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바젠 용병단을 막아선 용병들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트리스탄은 고개를 저었다.


“부하의 잘못은 결국 그들의 책임자의 잘못이나 다름없지. 내가 그들을 잘못 교육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니까 말이야.”


트리스탄의 이마엔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딜런. 훈련량은 다섯 배로 늘리기로 하지.”

“네.”

“그리고 최초로 용병단을 저지한 녀석의 휴가는 내가 다시 언급하기 전까지 없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아벨은 트리스탄의 결단에 혀를 내둘렀다.


트리스탄은 그 기사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모양이었고, 두 번 다시 언급할 일은 없을 것 같았으니까.


분을 삭이고 숨을 크게 들이쉰 트리스탄이 말했다.


“그래. 이제는 자네와 용병단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게. 시간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으니 짧게 부탁하지.”


지금 이 순간에도 발록은 브륜드 왕국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트리스탄의 입장에선 아벨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벨은 트리스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로는 절대 저 괴물을 죽일 수 없습니다.”


확신이 가득한 단호한 말.


트리스탄의 눈썹이 움찔했다.


“그 말은··· 우리 기사단이 미덥지 못하다는 말이냐?”


이전과는 다르게 말에 가시가 박힌 기분.


하지만 이렇게 급박한 상황일수록 진실은 전해야 했고, 진심이 왜곡되어서는 안 됐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네. 저는 이곳의 기사들이 저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쾅!


트리스탄의 주먹은 돌로 된 테이블을 단숨에 박살 냈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자네와 용병단은··· 원한다면 이곳에 계속 있게나. 우리 기사단이 얼마나 대단하고 유능한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트리스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아벨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벨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 트리스탄이 천막을 나서려 몸을 돌렸을 때, 아벨이 말했다.


“죽일 수 없다고 했지. 막을 수 없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트리스탄이 아벨을 쏘아봤다.


“그게 무슨 말장난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저 괴물··· 발록은 트리스탄 님 같은 소드마스터가 최소 다섯은 있어야 죽일 수 있는 괴물입니다.”

“······ 저것의 존재를 알고 있나?”


브륜드 왕국으로 다가오는 괴물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누그러진 트리스탄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정확히 어디에서 온 존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계의 어딘가에서 소환된 괴물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딜런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의 발록은 제힘의 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뭣···!”


충격적인 아벨의 발언에 순간 말문이 막힌 트리스탄.


트리스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발록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저게··· 약한··· 상태라고?”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만났던 몬스터와는 비교하려고 생각하는 것조차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 다섯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반도 안 되는 힘? 이걸 듣고 아찔해지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었다.


“저놈이 힘을 회복할 일은···?”


아벨의 정보가 정확하다는 가정하에 가장 중요한 정보.


발록의 힘이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는가?


만약 성장한다고 하다면··· 브륜드 왕국은 내일 당장 지도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브륜드 왕국뿐만이 아니라 대륙의 반은 초토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벨은 고개를 저었다.


“어떤 방식으로 소환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환 마법이라는 것은 존재를 한 번 소환하면 끝입니다. 힘의 본질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마법은 존재하지도 않죠.”


이건 아벨도 확신할 수 있었다.


라이언에게 빌렸던 라체리온의 마법서에 적혀있던 내용 중 하나였으니까.


“자네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한다면··· 저놈은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벨의 말대로 소드마스터 다섯이면 죽일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브륜드 왕국의 소드마스터는 왕실 기사단장인 자신뿐이었고, 마법사 중 자신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 같은 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트리스탄 님은 놈이 소환되던 당시를 기억하십니까?”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내가 대륙의 끝에 있었더라도 느꼈을 기운인······ 설마?”


사실상 놈의 기운이라면 그러지 않을까 상상만 했던 것이지만, 아벨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다른 왕국에서도 저놈의 기운을 느낀 자들이 있을 것이다?”


아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경에 파견된 인원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조금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남아있었으니.


“이곳에 올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나···? 그저 그런 기운이고 혹시나 착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같은 소드마스터나 고위 마법사끼리 대화를 나누지 않는 이상, 기운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저 또한 그들 모두가 브륜드 왕국으로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몇은 의구심을 품을 것이고 이곳으로 곧장 달려올 겁니다.”


특히 자신이 브륜드 왕국에 있다는 걸 아는 엘포드 교수나 유베리우스 흑색 마탑주라면 이미 출발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태양의 기사단 단장인 윌슨 후작도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모두가 제국을 비울 순 없는 일이었다.


트리스탄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놈이 이곳을 넘는 것만 막으면 된다는 거겠군.”


그는 아벨의 말이 사실이라 생각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록은 아벨의 말처럼 강력한 존재일 때가 무서운 것이다.


만약 놈의 힘이 생각보다 약하다면 자신이 홀로 베어버리면 그만인 일이었다.


트리스탄은 브륜드 왕국에서 최소한의 주둔군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모조리 불러냈다.


상당한 수의 상급 기사들이 모였고, 그중에는 아벨도 알고 있는 진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봤던 부단장이라는 놈은 보이지가 않는다.’


최소 최상급 익스퍼트이며, 소드마스터에 오를 일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던 인물.


진의 기사단은 단장도 부단장도 부재했던 터라 상급 기사인 진이 가장 앞에 서 있었다.


기사들의 면면을 살피던 아벨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진이 속한 기사단의 부단장만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닌··· 데?’


다른 기사단의 사정은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진의 기사단에는 아벨이 예의 주시하던 인물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시국에 자리를 비웠다는 건··· 확실히 놈들은 암흑교단과···!’


알고 있었던 내용이나 다름없었지만,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번 일은 확실하게 암흑교단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체 누가 발록을 소환한 거지···?’


전생에는 암흑교단의 마지막 발악 같은 느낌으로 소환된 것이 발록이었다.


그 당시 발록을 처치하고 발록을 소환했던 마법진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 다시 소환할 수도 있는 것인지, 파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아벨은 방대한 마나를 가진 인물로서 마법진 조사에 임했고, 이런 엄청난 소환 마법진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놈을 소환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제물과 마나는 보지 않아도 뻔할 정도였다.


‘최소한 6써클 마법사가··· 넷은 모여야 소환할 수 있는 수준.’


당시의 마법진도 마나와 제물만 있다면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은 정도였으니까.


‘만약 암흑교단이 아니라면 누가···?’


아벨의 머릿속엔 불길한 상상이 스쳤다.


브륜드 왕국에서 운신이 자유롭고.


6써클 마법사 4명 정도의 마나를 홀로 보유하고 있고.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성격을 가진.


이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물이 떠올랐다.


‘이덴 파라우튼···’


현재는 브륜드 아카데미의 총장이고, 전생엔 마족 전쟁에 큰 도움을 준 영웅 중 한 명.


그러지 않아야겠지만, 만약 그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한다면 아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이거··· 게오르그 님께 인정받은 사내의 옆에서 검을 뽑으려니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쿵! 쿵!


“그건 그냥 발록을 보면서 긴장해서 그런 것 뿐입니다.”


쿵! 쿵!


“하, 하하!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네요. 후들거리는 다리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발록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진을 비롯한 상급 익스퍼트 수준의 기사들의 떨림은 커졌다.


이미 그들보다 낮은 수준의 하급과 중급 기사는 후방으로 밀려났다.


이곳에서 발록과 대치하고 있는 인물은 왕실 기사단장인 트리스탄과 바젠, 아벨 그리고 진을 비롯한 몇몇의 상급 기사뿐이었다.


아벨은 거칠게 숨을 쉬는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발록과의 전투는 지구전입니다. 최대한 생존에 모든 것을 걸고 놈의 움직임을 늦춰야 합니다!”


이미 트리스탄에게 허락받은 일.


총지휘는 트리스탄이 하겠지만, 중간중간 사소한 부분을 설명하는 건 전부 아벨에게 맡겼다.


그것이 급박한 상황에 더욱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놈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출발한 분들이 계시다면··· 빠르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곳에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이동에만 모든 힘을 쏟아부은 소드마스터와 고위 마법사의 이동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기운을 느끼자마자 출발할 수 있는 소드마스터와 고위 마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게오르그 님이···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분은 마경에 있을 테니까.’


아벨은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발록을 노려봤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사람들이 도착하길 바라며.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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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 전쟁의 끝 24.08.28 139 1 14쪽
107 107. 용병왕 게오르그(2) 24.08.27 142 1 12쪽
106 106. 용병왕 게오르그 24.08.26 145 1 12쪽
105 105. 소드마스터 24.08.25 138 1 12쪽
104 104. 결의 24.08.24 145 1 12쪽
103 103. 아클룬드(3) 24.08.23 138 1 12쪽
102 102. 아클룬드(2) 24.08.22 168 1 12쪽
101 101. 아클룬드 24.08.21 155 1 11쪽
100 100. 전쟁 24.08.20 165 1 12쪽
99 099. 마경의 몬스터 24.08.19 166 1 12쪽
98 098. 변해버린 시간 24.08.18 190 2 12쪽
97 097. 군단장 테르가즈(2) 24.08.17 169 1 12쪽
96 096. 군단장 테르가즈(1) 24.08.16 180 1 12쪽
95 095. 의외의 죽음 24.08.15 186 1 12쪽
94 094. 의문의 죽음 24.08.14 192 1 12쪽
93 093. 단순하지만 성대한 결혼식 24.08.13 217 2 12쪽
92 092. 돌아가는 길 24.08.12 218 2 12쪽
91 091. 잊혀진 시대 24.08.11 208 1 12쪽
90 090. 태초의 마법진 24.08.10 19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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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087. 저무는 태양 24.08.07 22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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