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그러나, 고단한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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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드
작품등록일 :
2024.05.09 14:51
최근연재일 :
2024.06.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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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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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Ep 9. 개화(開化) (4)

DUMMY

“읏차!”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영원히 내릴 것만 같던 폭우가 그치고, 다시 칠흑같은 적막이 찾아올 무렵.


어느 벤치에 벤터가 털썩 앉았다.

멍하니 앉아있던 건의 옆이었다.


잠시 건의 눈치를 살피다 묻는 벤터.


“······마음은 좀 진정이 됐나 모르겠네.”


가벼우나 조심스러운 말투.

단순하나 수많은 의미가 함축된 질문이었다.


그러자 건이 나지막이 말했다.

여전히 눈을 허공에 고정한 채였다.


“다······. 보셨습니까.”


그 말에 입맛을 다시는 벤터.


“쩝. 일부러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


그 후 그들은 얼마간 말이 없었다.


문득 벤터의 눈에 건이 꾹 쥔 포장지가 들어온 것일까.

갑자기 자신이 들고 온 과일 바구니에서 사과를 집어드는 벤터.


아삭-


그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벤터가 우물거리며 물었다.


“과일 좋아하나?”

“······.”


벤터의 질문에도 건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벤터의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는 느껴졌기에, 벤터는 말을 이어나갔다.


“난 무지막지하게 좋아한다. 이래 봬도 내가 유년 시절에 꽤 험난하게 살아서 한 번도 먹어보질 못했거든. 과일이 크리마타에서는 꽤 비싸기도 했고. 근데 그게 한이 돼서 그런가? 어렸을 때 과일이 어찌나 그리 맛있어 보이던지. 덕분에 난 과일은 다 맛있는 줄 알았다. 종류를 막론하고 말이야. 입에 들어가기만 하면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니까?”

“······.”

“그래서 나는 항상 고대했었다. 그 과일을 먹는 순간을.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첫 번째로 먹은 과일을 잊지 못해. 내 환상이 작살나는 순간이자, 과일에 강한 선입견이 생긴 순간이었거든.”

“······?”

“내가 맨 처음 먹었던 과일. 뭘 거 같냐?”

“······.”

“코코넛.”

“······!”

“정확히는 코코넛 즙이었지.”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 것일까.

얼굴을 잔뜩 찡그리는 벤터.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상상 그 이상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걸레 빤 물맛이 났다니까? 정말 더럽게 맛대가리가 없었어.”


그 끔찍한 맛이 아직도 생생한지 벤터가 몸까지 부르르 떨자, 마침내 건이 피식 웃었다.


‘걸레 빤 물맛이라.’


자신도 코코넛을 먹어본 적은 없었으나, 왠지 무슨 맛인지 알 거 같았다.

건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을 본 벤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과일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진심으로. 그래서 그 순간을 기점으로 과일에는 얼씬도 안했지. 과일은 다 그런 엇비슷한 맛이 나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앞으로는 과일을 먹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제길, 나에게도 결국 시련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

“친구들과 내기를 했는데 하필 내가 걸려버린 거지. 내기에서 진 놈이 제일 싫어하는 과일 하나를 통째로 먹기로 했던 내기였다.”


벤터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번 상상해봐라. 끔찍하지 않냐? 그 걸레 빤 물을 다시 한번 맛봐야 한다니.”

“······.”

“하지만 남자가 되어서 물러설 수는 없는 법. 나는 눈 딱 감고 먹기로 했다. 그렇게 사과 한 입을 베어 물었는데······.”


말끝을 흐린 벤터가 기분 좋게 숨을 들이켰다.

아마 그때 느꼈던 그 황홀함이 다시금 되살아났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얼마간 말이 없는 벤터.

마침내 그가 다시 입을 열자.


그의 음성이 밤하늘의 공기를 타고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그때 알았다. 내가 ‘코코넛’이라는 과일의 한 종류를, 과일 그 ‘자체’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


벤터가 얼굴을 실룩이는 건에게 씩 웃었다.


“내가 뭘 말하려는지 알거라 믿는다. 넌 무식한 내 형제들보다 훨씬 더 똑똑한 놈이니까.”

“······.”

“하나의 개체로 종족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아. 네게 음식을 준 어린 메슈바가, 그 증거가 될 거라고 믿는다.”


그 말에 건이 자신이 쥐고 있던 포장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머리 아프댔어. 그러니까, 울지 마.


침을 고통스레 삼키는 건.

건이 입을 열었다.

갈라진 음성이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조금 전의 일을 겪으며 꽉 막혀있던 시야가 마침내 개화(開花)한 탓일까.


건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가족을 죽인 ‘살인자’들이 아닌, ‘메슈바’라는 존재 자체를 혐오하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누가보면 지나친 피해의식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건에게 연쇄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은 이제 스물이 갓 넘은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이었고.


그로 인해 자아가 산산히 깨지고 부서지며 형성된 건의 분노와 슬픔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일까.


시야는 극단적으로 좁아졌고.


날카로운 판단력은 무뎌졌으며.


올바른 대상을 향해야 할 시선은 왜곡되어 버렸다.


그렇게 건이 혐오해야 할 ‘살인자’들은, 어느새 ‘메슈바’로 변질되었다.

건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서서히.


다만 건은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을 뿐······.


이곳, 크리마타에서 지내며 건은 보았다.


인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메슈바들을.


- 어느 한 메슈바께서는 내 사정을 우연히 듣고는 고맙게도 기꺼이 내 아빠를 자처해주셨어. 사정이 딱하다고. 우리 딸아이 생각이 난다고. ······앞으로 내가 네 아버지가 되어주겠다고.


그들은 아무나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 나캄이 만들어진 이유를 기억하라. 나캄을 한낮 의미없는 살인자들의 집단으로 만들고 싶은가?


이기적이고 극악무도하지도 않았다.


- 굳이 말하자면,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것을 지나치기 어려워서? 생명 하나가 죽어가고 있는데, 그걸 그냥 지나치라고? 내가 워낙에 정의로워야지.


그들은, 건이 생각하던 ‘살인자’가 아니었다.


- 메슈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존재가 아니야.


그저······.


인간과 똑같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인격체’였다.


물론 그들의 삶의 방식이 낯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서로의 방식과 문화가 다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자, 고개를 돌린 건이 벤터에게 허리를 숙였다.


“아까······. 죄송했습니다. 저의 무례한 말들, 백 번 사죄해도 면목이 없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그러자 벤터가 손을 저었다.


“인생 그렇게 깨끗하게 사는 거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뭘. 어깨 펴라. 진심이 아니었다는 거 아니까. 인간이든 메슈바든 다 실수하면서 살아가는 법이다.”

“······.”

“근데······. 나 말고도 허리를 숙여야 할 분이 한 명 더 있다. 알지?”

“······?”

“타고스님.”

“······!”

그 말에 건이 움찔하자, 벤터가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네가 타고스님에게 가서 사과하면 좋겠다. 네 아버지와도 같은 분 아니냐.”

“······.”


‘아버지’라는 단어가 어색했던 탓일까.


건이 작게 대답했다.


“그자는······. 제 아버지가 아닙니다.”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벤터.


“그래? 타고스님이 말해준 바에 따르면, 인간들은 보통 데우스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던데. 내가 잘못 이해한건가?”

“······아닙니다.”

“그럼, 인간들은 데우스님이 실제로 인간을 낳아서 아버지라고 부르는 거냐?”

“그, 그게······.”


우물쭈물하는 건.

벤터가 무언가를 생각하다 말했다.


“꼭 피가 섞여야만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리고 타고스님께서 네게 인격적으로 대하시는 것을 보면, 같은 피가 아니더라도 넌 타고스님이 아끼시는 자임은 분명해. 어쩌면 아들보다 더한 존재일 수도 있지.”

“······.”


인격적(人格的)으로 대한다.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런 대화 속에서 서로간의 생각을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것.


그 난해하고도 어려운 문장에 건이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라······.’


그러고보니 타고스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쩌면 자신이 타고스와 대화할 때 항상 이성을 잃어버리거나 분노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벤터의 말처럼 타고스가 자신을 상당히 인격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자칫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이나, 때로는 선넘는 발언에도 타고스는 웬만하면 넘어갔으니까.

게다가 자신이 던진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며 대화를 이끌어 간 것은 덤이다.


물론 아까 자신의 뺨을 때렸던 것은 예외.


그때는 자신이 생각해도 선을 조금 많이 넘기는 했었다.


‘주먹이 안 나간 것만 해도 다행이지······.’


갑자기 뺨이 욱신거린 건이 볼을 문지르자,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벤터가 말했다.


“아무튼, 건 네가 타고스님께서 아끼는 자임은 분명하니까, 네 곁에 계실 때 잘해라. 속 좀 그만 썩이고. ······네 나이 때까지 그런 이쁨 받는 거, 당연한 거 아니다.”


살짝 어두워진 벤터의 음성을 느낀 것일까.

건이 벤터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벤터가 툭 내뱉었다.


“난······. 서자였다.”

“······!”

“부모의 사랑? 하나도 받지 못했다. 검투사이신 아버지와, 로드의 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덕에 말이야. 그래서 난 일천즉천(一賤則賤)이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그 빌어먹을 화소 때문에, 난 태어나기도 전부터 없는 놈 취급을 받았으니까.”

“······?”


일천즉천.


부모 가운데 한쪽이 천민이면, 자식도 천민이 됨을 이르는 말.

대물림을 대표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


그 기구한 운명을 가리키는 문장이 벤터의 입에서 터져나오자, 건이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너도 잘 알 거다. 이 저주받은 도시가 얼마나 화소에 연연하는지. 크리마타에서는 화소가 곧 힘이자 권력. 이 화소가 없으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 그 덕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검투사였던 내 아버지는 어머니의 아버지였던 로드에게 온갖 고초를 겪었지. 로드 그놈은 나와 내 아버지를 가문의 수치로 여겼으니까.”

“······.”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열 살쯤 되던 해에 어머니가 지병으로 돌아가시면서, 나와 아버지는 소리소문없이 방출되었다. 아마 이때가 처음이었을거다.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때가.”

“······.”

“하지만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버지도 나름 실력있는 검투사였고, 나도 차별과 멸시로 가득 찬 삶을 벗어나서 좋았으니까. 게다가 아버지께 검술도 배우면서 나름 착실하게 살았지. 근데······.”


씁쓸하게 웃는 벤터.


“결국 그날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로드 그놈이 검투사를 고용해서 내 아버지를 죽여버린 날이.”

“······!”

“이유? 가난한 검투사 따위를 자신의 가문에서 지워버리기 위해서. 그뿐이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적적이 배어있는 고통과 슬픔.

그 깊고도 복잡한 감정들에 가슴이 답답해진 건이 벤터를 힐끔 쳐다보았다.

허나 벤터는 그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지, 건에게 마주 웃어주고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때부터 난 크게 삐뚤어졌다. 방황을 많이 했지만, 나와 뜻이 맞는 친구들도 사귀고 검술도 열심히 배우면서 나름대로 착실히 내 실력을 키워나갔다. 이때 내 죽마고우도 만났지. 비록 지금은 갈라졌지만······. 아무튼, 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이 불합리하고 매정한 세상을 바꾸고 싶었지. 내 손으로 말이야.”


무엇을 떠올린 것일까.

말하던 도중 처음으로 얼굴이 굳은 벤터가 허공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그 후로······.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다.”

“······.”

“세상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거듭되는 실패에 나는 결국 절망해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타고스님을 만났다.”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입을 여는 벤터.


그러자.


“그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게 끌리며.”

“······!”


벤터의 입에서 익숙한 문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건이 상상도 하지 못한 문장들이었다.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크게 놀란 건이 벤터를 쳐다보았다.


‘······비블리온?’


메슈바가······.


비블리온을 아는 것도 모자라 외우고 있다니!


놀람을 넘어선 당혹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벤터는 그 구절에 심취한 것인지, 건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포식자와 피식자가 함께 어울리는 세계. 어린 아이가 독사와 함께 살아가는, 아무런 위험이 없는 유토피아. 아름답지 않냐? 삶의 의지를 잃고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던 내게 타고스님께서 주신 말씀이다.”

“······.”

“그리고 이 비블리온의 말씀들이, 나를 변화시켰다. 이 소망없고 불합리한 세상이 아니라, 후에 도래할 유토피아를 바라보도록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상념에 잠긴 벤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비블리온이 말하는 그 세상을 다시금 생각하고 있을 터.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던 벤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눈이 깊어진 채였다.


“하지만 나도 한 성질 하는 자여서 실제로 내가 이 유토피아를 바라기까지 타고스님이 고생을 아주 많이 하셨다. 물론 지금은 다 추억이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벤터.


“이 자비없는 세상을 원망하며 복수심에 불타던 나를 변화시키신 분이, 바로 타고스님이다.”


- 네가 검술을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네가 힘을 얻길 원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너의 세상을 무너뜨리고 네 모든 것을 앗아간 메슈바들에게 복수하려 함이 아니더냐.


벤터의 말과 묘하게 겹치는 타고스의 말.

건이 움찔했다.


“타고스님, 무뚝뚝하시고 말이 별로 없으시지만, 누구보다 사려깊으시고 생각이 깊으신 분이시다. 네가 모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

“오 년을 넘게 알고 지내다보면, 삶의 방식이 보이기 마련. 내가 볼 때는 그분이 너에게 많은 관심을 쏟으시는 게 보인다. 네가 어떻게 해서 타고스님을 만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분임은 틀림없어. 그러니 가서 사과드려라.”

“······예.”


마지못해 대답하는 건이었다.


물론 건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남이야 눈 딱 감고 한번 말하면 되지만, 웃기게도 사이가 두터워질수록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법.


“하아······.”


벤터가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덜컹-


벤터의 처소.

나무 문이 열리며 벤터와 어깨를 축 늘어뜨린 건이 들어오자, 타고스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휫바람을 불고는 잔뜩 위축된 건의 등을 두드리는 벤터.


“타고스님, 가다가 건이 보여서 데려왔습니다. 그것보다, 이 친구가 할 말이 있다는데요?”


벤터의 손짓에 건이 타고스에게 쭈뼛쭈뼛 걸어가자, 타고스가 건을 잠잠히 쳐다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허나 그 모습이 건에게는 더욱 어렵게 다가온 까닭일까.

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


쉽사리 입을 때지 못하는 건.

이를 보다 못한 벤터가 재촉했다.


“뭐해? 말할 거 있다며?”


하지만 건이 여전히 우물쭈물하자, 타고스가 이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됐다. 벤터 자네도 이제 그만 하게. 어차-”

“죄, 죄송합니다!”


이대로면 영영 하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한 것일까.

건이 냅다 소리쳤다.

사실상 고함에 가까운 사과였다.


그러자 벤터가 귀를 틀어막으며 말했다.


“윽······! 사과를 하랬지 누가 소리를 지르랬냐!”

“죄, 죄송합니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또 소리치는 건.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타고스가 슬쩍 웃었다.


‘고맙네, 벤터.’


타고스가 팔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만! 더 묻지 않을테니 그쯤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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