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2. 모든 것이 협력하여 (2)

쿠구구구구-
바도스의 저택 입구.
저택 대문이 굉음과 함께 열리며 커다란 정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줄곧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뮐러가 물었다.
“다니엘을 아는지 모르겠구나.”
“······다니엘이요?”
“그래.”
그 말에 화는 생각에 잠겼다.
다니엘.
적국에 포로로 끌려갔음에도 끈질기게 데우스를 붙든 자.
그 끈질긴 믿음 때문에 사자 굴에 던져졌음에도, 그 끈질김으로 말미암아 살아남은 자.
그리고, 마침내는 그 믿음과 능력을 인정받고 적국의 총리까지 오른 자.
이보다 귀감이 되는 자는 비블리온에서도 몇 없었기에, 화도 다니엘은 잘 알고 있었다.
안티스타시에서 다니엘은 선망의 대상 그 자체였으니까.
‘다니엘이라면······. 모르는 자보다 아는 자가 더 많을 텐데.’
바도스의 정원을 걸으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뮐러가 곧바로 물었다.
“그럼, 다니엘의 세 친구는?”
“다니엘의······. 세 친구?”
고개를 갸웃거리는 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자 뮐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잘 모르는구나.”
“······.”
“이들도 다니엘 못지않게 대단한 자들이다.”
“그들이 어떤 업적을 세웠는데요?”
“업적······. 업적이라.”
잠시 중얼거리던 뮐러가 말했다.
“다니엘처럼 총리가 된다든가 하는 뚜렷한 업적은 없었지만, 그들의 데우스를 향한 태도 자체가 업적이라고 해야겠지.”
“······태도요?”
“그래.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믿음의 태도를 몸소 보여준 자들이니까.”
“······.”
그 후 잠시 말이 없던 뮐러가 물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화에게였다.
“너는 데우스님이 아닌 드래곤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 머리를 굽히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하여도 말이다.”
“······?”
그 말에 화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자, 턱을 문지르는 뮐러.
“흠······. 너무 막연한가. 예시를 들어주마. 만약 하이로드가 드래곤의 신상을 만들어 절하라고 한다면. 그 신상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면, 직책을 막론하고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한다면, 화 너는 그 명령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냐는 말이다.”
그러자 화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고개를 조아리라는 건, 데우스님을 져버리고 드래곤을 숭배하라는 말이잖아요.”
뮐러가 던진 질문의 핵심은 간단했다.
외압에 굴복해 배신자가 되냐 마느냐.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화는 대답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는 듯 묻는 그가 이상했기 때문일 터.
그러나 뮐러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올바른 대답이라며 화를 칭찬하는 대신,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뮐러.
그가 차갑게 말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비해 내가 너무 가벼운 예시를 던졌구나.”“······?”
“네게 조금 더 감정이입할 수 있게 도와주마. 만약 네 마을을 침략했던 메슈바들.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부모를 욕보인 살인자들이, 사람들의 사체들로 드래곤의 신상을 쌓아올리고는 그 신상에게 머리를 조아리라 한다면. 거부하는 즉시 이들과 똑같이 만들어주겠다고 협박한다면······. 화 너는 지금처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겠느냐.”
“······!”
그 말에 화가 발걸음을 멈췄다.
마을을 침략했던 메슈바들.
부모를 욕보인 자들.
사람들의 사체들.
뇌리에 각인된 그 잔혹한 단어들이 들려오자, 그 끔찍한 날이 떠오르기까지는 한순간이었다.
이제는 그녀에게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그 저주받은 날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기까지는.
- 햐······! 여자를 본 지가 얼마 만이냐? 얌전히 협조하면······. 곱게 보내줄 수도 있는데.
- 화, 화야······! 다, 당신! 사, 살아 있었구나! 오······! 데우스님이시여! 감사합니다!
- 따, 딸······. 흐극······! 사, 사랑한······. 알지? 어, 엄마 마음······.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화.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는 고함과 비명소리.
피바다가 되어버린 마을과, 진동하는 비릿한 피 냄새.
그와 동시에 서서히 피어오르는 두려움과 공포, 아픔, 분노, 슬픔, 그리고 이를 비롯한 온갖 감정들.
그날에 마주했던 그 지독한 감정들이 화를 에워싸자, 그녀는 그 지옥도 한가운데에 놓인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화는 생각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이성은 모조리 날아가고 오직 살아남으려는 생명체 고유의 본능만이 살아남은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메슈바들이.
어머니의 심장을 꿰뚫은 그 커다란 대검을 든 살인자가, 당장 그들의 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라 명한다면······.
‘과연 내가 자진해서 죽음을 택할 수 있을까.’
하지만 화는 아무리 기를 쓰고 생각해봐도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았다.
당당하게 고개를 젓고는 날아오는 칼에 몸을 맡기는 자신의 모습이.
‘아마 오빠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난······.’
화가 분연히 주먹을 꽉 쥐자, 뮐러가 말했다.
“이제 좀 체감이 되느냐? 그러한 결단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큰 것인지.”
“······.”
“다니엘의 세 친구가 바로 그러한 결단을 내린 자들이다.”
“······!”
“게다가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닌, 죽음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인 화형이었으니······. 어쩌면 화 네가 겪은 시련보다 훨씬 더 가혹한 상황이었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화가 조그만 목소리로 묻자.
“그들이······. 어떤 결단을 했는데요?”
뮐러가 대답했다.
“다니엘의 세 친구는 다니엘처럼. 그리고 너처럼 적국의 포로로 끌려온 자들이다. 그런데 그 적국의 왕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그들이 믿는 신의 모습을 본 딴 신상을 만들고는 온 나라에 선포한다.”
“······?”
“선포하는 자가 크게 외쳐 이르되, 백성들과 나라들과 각 언어로 말하는 자들아, 왕이 너희 무리에게 명하시나니 너희는 엎드리어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라. 누구든지 엎드려 절하지 아니하는 자는 즉시 맹렬히 타는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라 하였더라.”
“······!”
뮐러의 입에서 또다시 터져나오는 말씀들.
화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한 구절도 아니고 여러 구절을?’
뮐러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절대적인 명령에, 전국의 모든 자들은 그 신상 앞에 엎드려 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왕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권력이 막강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
“······.”
“허나 다니엘의 세 친구는 그 명령에 순종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이는 곧 발각되지. 그들을 시기하던 자들의 참소로 말이야. 하지만, 왕은 그들을 꽤 아꼈던 모양이다.”
“······?”
“왕이 그들에게 물어 이르되, 너희가 내 신을 섬기지 아니하며 내가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지 아니한다 하니 사실이냐. 이제라도 너희가 내가 만든 신상 앞에 엎드려 절하면 좋거니와, 너희가 만일 절하지 아니하면 즉시 너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 던져 넣을 것이니, 능히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낼 신이 누구이겠느냐 하니.”
“······!”
“원래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죽였을 왕이, 그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다. 어떠냐? 이것만 보더라도 그들을 향한 왕의 마음이 어떠하였는지 알 수 있지. 그러나, 왕의 회유에도 그들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
“왕이여, 우리가 이 일에 대하여 왕에게 대답할 필요가 없나이다. 우리가 섬기는 데우스님께서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 후 뮐러가 잠시 숨을 고르자, 그 말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던 화가 작게 중얼거렸다.
“인간의 지조와 신념을······. 끝까지 지켰군요.”
뮐러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잘 알고 있구나. 데우스님께서 자신들을 위험에서 반드시 건져내실 것이라는 믿음. 자신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시지 않을 거라는 신뢰. 그들에게는 이 귀한 마음가짐이 있었다. 그러나······. 만약 그들의 대답이 거기서 끝났다면, 그들은 비블리온에 실리지 못했을 거다. 이러한 믿음을 가진 인간들은 비블리온에 수도 없이 많으니까.”
“······?”
“허나 그 말 다음에 이어진 그들의 믿음의 고백은, 그들이 왜 비블리온에 적힐 수밖에 없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지.”
눈을 가만히 감는 뮐러.
아마 그 당시 그들이 외쳤을, 그 믿음의 결단을 다시금 깊이 묵상하길 원했을 터.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던 뮐러가 입을 열자.
비블리온이.
세 친구의 고백이, 뮐러의 입에서 힘있게 흘러나왔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소서.”
“······!”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그 강렬한 문구에 화의 얼굴 근육이 실룩이자, 뮐러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대단하지 않으냐? 잘못하면 모가지가 날아가는 그 극한의 상황에서, 그런 무모하고도 숭고한 결단을 내리다니······.”
“······.”
“그들은, 비록 데우스님께서 자신들을 풀무불 가운데에서 건져내지 않으시더라도. 왕의 손아귀에서 건져내지 않으시더라도. 자신들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끝까지 데우스님만을 붙들 것임을 고백했다. 실로 대단한 고백이지.”
말하다 보니 누군가가 떠오르기라도 한 모양인지, 상념에 잠긴 뮐러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고보니 이런 대쪽 같은 믿음은 타고스와 똑 닮았군. 그놈도 이러한 면에서는 발군이다만.”
“······?”
당연하게도 타고스를 알 리 없는 화가 의아한 표정으로 뮐러를 쳐다보자, 뮐러가 고개를 저었다.
“내 잡념이니 무시해라.”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무는 뮐러.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던 화가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데우스님이 살려주셨나요?”
그 질문에 뮐러는 아차한 것인지, 얼굴을 찌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끙······. 나도 늙었나. 하마터면 여기서 끝낼 뻔했군. 아무튼, 왕은 그들의 대답이 상당히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 말에 매우 분노해 풀무불을 다른 때보다 일곱 배나 더 뜨겁게 만들라 명하고 그들을 결박하여 던져버리니까.”
잠시 이야기를 멈춘 뮐러가 씩 웃고는 물었다.
숨을 죽이고 듣던 화에게였다.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화가 말이 없자, 말을 이어나가는 뮐러.
“그때에 왕이 놀라 급히 일어나서 모사들에게 물어 이르되, 우리가 결박하여 불 가운데에 던진 자는 세 사람이 아니었느냐 하니, 그들이 왕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왕이여 옳소이다 하더라. 왕이 또 말하여 이르되 내가 보니 결박되지 아니한 네 사람이 불 가운데로 다니는데 상하지도 아니하였고 그 넷째의 모양은 신의 아들과 같도다 하고.”
“······!”
“분명 풀무불에 던져진 수는 셋인데, 어느 순간부터 한 명이 늘어있었다. 심지어 뜨겁게 타오르는 그 불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말이야.”
그 말이 믿겨지지가 않았던 것일까.
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뮐러를 쳐다보았다.
“지금······. 제가 비블리온 잘 모른다고 지어내는 건 아니시죠?”
그 말에 뮐러가 속으로 웃었다.
‘의심부터 하고보는 점도 건 그놈과 똑 닮았군.’
다시 입을 여는 뮐러.
“끌끌끌······. 그럴 리가.”
“······그래서요? 그 후에 어떻게 됐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왕은 비로소 그들이 섬기는 데우스님께서 참된 신임을 인정하고 어서 풀무불에서 나오라 명한다. 그리고 그들이 나왔을 때, 그들과 함께 있었던 한 사람은 사라져 있었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셋이 나왔을 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분명 그들을 붙든 사람마저 불길의 열기에 타 죽을 정도로 뜨거운 풀무불이었으나, 그들은 하나도 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머리털 한 올도 그을리지 않았고, 겉옷 빛도 변하지 아니하였으며, 심지어 불에 탄 냄새도 나지 않았지.”
그가 어느새 가까워진 저택을 바라보다 말했다.
“자신의 목숨보다 데우스님을 더 사랑하고, 그분의 계획을 신뢰할 수 있는가.”
“······?”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시험이자 그들이 품어야만 하는 검은 빛이었다. 후에 황금빛을 뿜어내기 위해 반드시 칠해야만 하는, 가장 큰 시련이자 짙은 색.”
“······!”
“그리고 그들은, 왕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자진해 풀무불에 들어감으로써 그 검은색을 감당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출했다.”
“······.”
“이처럼 그들이 이보다 더 어둡고 검기 어려운 색을 온몸에 칠한 덕에······. 역설적으로 그들은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찬란한 빛을 얻게 되었다. 너무나 눈부셔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영롱한 황금빛을 말이다.”
뮐러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입이 열리자.
비블리온이.
왕의 음성이, 정원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타고 화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왕이 말하여 이르되, 그들의 데우스를 찬송할지로다. 데우스가 그들의 몸을 바쳐 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데우스 밖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아니하며 그에게 절하지 아니한 종들을 구원하셨도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조서를 내리노니, 각 백성과 각 나라와 각 언어를 말하는 자가 모두 그들의 데우스께 경솔히 말하거든 그 몸을 쪼개고 그 집을 거름터로 삼을 지니, 이는 이같이 사람을 구원할 다른 신이 없음이니라 하더라.”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화를 따스하게 쳐다보는 뮐러.
그의 온화한 음성이 정원에 한번 더 조용히 울려퍼졌다.
“왕이 드디어······. 그들을 모든 나라에서 더욱 높이니라.”
그 말에 부드럽고 뭉툭한 무언가가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간 것일까.
화가 뮐러의 눈을 피하자, 뮐러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알거니와 데우스를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
“다니엘의 세 친구에게 벌어진 일들을 통해 오히려 왕이 살아 역사하시는 데우스님을 인정한 계기가 되었고, 또 그로 인해 그들이 높이 쓰임 받았듯이, 네게 벌어진 일들 또한 데우스님께서 예비하신 선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
“그러니 너도 이들처럼 전적으로 데우스님을 신뢰하면 좋겠구나. 지금 네게 칠해지고 있는 이 검은 빛이, 후에 네가 더욱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 놓인 발판이라는 것을 붙들면서 말이다.”
“······.”
“화 너도······. 이러한 이들의 고백을 언젠가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마.”
“······!”
그 진심이 담긴 음성에, 화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잠시 망설이다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
“제게······. 그러한 믿음이 있을까요? 저는 다니엘의 세 친구가 아니잖아요.”
그 말에 뮐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
“네가 그 풀무불 한가운데에 있을 때. 검은빛을 칠하고 있을 때, 너를 사랑하시는 데우스님께서. 네 구원자이자 완전하신 데우스님께서, 너와 함께해주실 거다. 비록 네 믿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화 네가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그 말을 끝으로 뮐러가 저택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뮐러가 어서 들어가라는 듯이 화를 쳐다보자, 줄곧 미묘한 표정으로 입술을 씹던 그녀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잠시 발걸음을 멈춘 화가 물었다.
몸을 돌리지 않은 채였다.
“그때······. 풀무불 가운데에서 그들과 함께 계셨던 분은······. 누구일까요?”
그러자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
“그 넷째의 모양은 신의 아들과 같도다 하고.”
“······.”
“우리는, 그 신의 아들을 아가토스라고 부른단다.”
“······.”
“아가토스님께서 풀무불 한가운데서 그들과 함께하셨듯이, 분명 너와도 함께하고 계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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