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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키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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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20:04
최근연재일 :
2024.05.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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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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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시련

DUMMY

함께 뛰던 아이들은 하나둘씩 연우를 앞질러갔고, 연우와 함께 뒤쳐진 몇몇 아이들은 혼비백산하여 숨을 곳을 찾기 바빴다.



그 때 저편에 파랗게 불타오르는 선이 보였다. 연우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결승선임을 깨닫고 마지막 힘을 모아 달려나갔다. 연우가 한참 달리는 사이 연우의 양 옆에 있던 아이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결승선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오직 연우 뿐이었다.



"조금만 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그대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심장이 타는 듯이 아팠고, 목구멍은 피가 쏟아져 나올 것처럼 쓰라렸다.



연우는 마침내 파란 불길에 쓰러지듯 도착했다. 연우는 그대로 얼굴을 땅에 박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끝인가?"



연우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자, 거대한 형태가 연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색의 가까운 푸른 물질로 뒤덮인 형태는 입처럼 보이는 거대한 구멍을 움직이며 포효했다.



끼에에에엑



난생 처음 들어본 절규하는 울음소리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연우는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아까 전력으로 달리느라 기운을 모두 소진하는 바람에 기어가는 게 고작이었다. 연우는 재빨리 등 뒤의 거대한 바위로 기어갔다. 무카치는 바위 뒤쪽을 맴돌며 연우를 공격할 기회만을 넘보고 있었다.



연우는 잠시라도 시간을 벌어볼 요량으로 무카치에게 힘껏 돌을 집어던졌다.






그러나 돌이 끈적한 무카치의 몸에 닿자 어떠한 위력도 갖지 못하고 몸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뭐야. 물질을 빨아들이는 건가? 걔는 이런 놈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다고 한 거지?"



연우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던 여리여리한 모습의 여자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돌멩이가 제법 세게 날아갔음에도 검은 덩어리에게는 전혀 타격감이 없는 듯 했다. 설사 무기가 있다고 저렇게 무식하게 생긴 녀석에게는 어떤 효과도 없을 것 같았다.



연우의 본능이 소리쳤다.



최선의 방책은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무카치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멈추고 희한한 움직임으로 연우가 숨어있는 바위 쪽으로 다가왔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왜 나는 죽지 않았을까, 차라리 죽었으면 좋았을걸 이런 생각은 수십 번도 넘게 해왔다. 그러나 막상 죽을 때가 되니 모든 것이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도 이렇게 느끼셨을까. 허무하다. 너무나. 이렇게 죽어버릴 것이었다면 차라리 그 때에 함께 죽었으면 좋았을걸. 이렇게 무력하게 죽을 거였다면.



연우는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아버지의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수도 없이 들어 벌써 연우의 뇌리에 박혀버린 그 글귀를.



"각각의 존재가 신의 말씀을 아뢰니, 네 안의 목소리를 받들라.."



연우가 한 구절을 말할 때마다 무카치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연우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혼란한 머릿속을 헤집으며 익숙한 구절을 반복했다.



''두 개의 속삭임이 공명하여, 마침내 하나로 돌아가리니.."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을까, 주변을 감싸는 녀석의 오라가 눈을 뜨지 않아도 무카치가 코앞에 와있음을 알려주었다..



크으으으으아



살아있는 생명체의 것 같지 않은 서늘한 숨결이 연우의 머리칼을 스쳤다. 코 끝에 닿는 불쾌한 화학물질의 냄새는 끊임없이 죽음이라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연우는 본능적으로 아버지의 기도문을 되뇌었다. 이상하게도 기도문을 외면 욀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눈 앞에 무카치라는 생명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각의 존재가 신의 말씀을 아뢰니, 네 안의 목소리를 받들라. 두 개의 속삭임이,,"



크으으으으으아



무카치는 이내 힘없는 존재를 농락하는 것에도 싫증이 났는지, 연우의 몸만한 크기로 입을 벌린 채 연우를 한입에 삼켰다.



"하나로 돌아가리니."




--------------------------



"역시 사피."



"쳇."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것은 사피였다. 사피가 들어온지 5분이 지난 뒤에야 만년 2등 실렌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사피는 여리여리한 몸에 갈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승리를 만끽했다.



"이리로 오거라."



사피와 비슷한 옷을 입은 멘다의 사제들은 사피와 실렌을 한쪽으로 인도해갔다.



"가문의 시련에서 일등을 했구나. 처음 널 교육시켰던 게 엊그제 같은데."



7고난자 중 하나인 거룩의 카에쿠스가 말했다. 카에쿠스의 뒤에는 베리타의 사제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베리타의 사제들은 얇은 망토에 강인한 어깨를 자랑하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카에쿠스의 가슴에는 거룩의 수장이자 7고난자 중 하나임을 상징하는 들소가 새겨져있었다.



카에쿠스는 실렌이 듣지 못하도록 사피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언젠가는 내 자리를 너에게 물려주마."



그 때가 되면, 카에쿠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는 것은 사피일 것이다. 사피는 늘 어깨가 빳빳하게 솟은 사제복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멘다의 민소매 유니폼이 훨씬 나아보였다. 물론 얼굴에 떡칠한 문신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만.



왜소한 체형의 사피가 베리타의 사제복을 입는다면 오빠의 옷을 뺏어입은 여동생처럼 바보같아 보일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카에쿠스의 제안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가문에서 7고난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운이 좋아봤자 2명 뿐이었다. 다른 가문을 압도해버릴만한 실력자가 5명이 나온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가문당 오직 2명만이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영광의 대상이 될 수만 있다면 가문의 수많은 아이들은 기꺼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이다.



옆에서 둘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실렌은 불만스러운 듯 입을 삐죽였다.



"이번에도 약한 놈을 골랐겠지."



"한심한 소리하지마. 내가 진짜 무카치를 상대했어도 너보다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을꺼야."



"어디 증명해보시지?"


실렌은 사피를 마주보며 멘다 특유의 전투자세를 취했다. 각 가문의 전투자세와 인사방식이 같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했다. 도넘도 성격도 모두 다른 아이들이었다. 사피도 뒤지지 않고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전투에 응했다.


"그만. 알쿨루는 때가 되면 하기 싫어도 해야할테다."


인자하던 카에쿠스의 목소리는 순식간의 악마적인 그것으로 변했다. 과연 7고난자다운 위력이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 주위에 있던 대기는 무겁게 내려앉으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으로 변했고, 독특한 잿빛의 들소가 두 사람 사이를 가르며 질주했다.

카에쿠스는 현존하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고 총명한 사람이었다. 고지식한 베리타의 역대 고난자들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인자하고 자애로웠다.


딱 하나, 그는 오만함을 참지 못했다.


"건방지게 굴지마라. 둘다."


사피와 실렌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절로 땅에 머리를 처박고 벌벌 떨었다. 카에쿠스는 짐짓 권위적인 말투로 명령했다.


"내가 7고난자 중 하나란 걸 잊지마."


사피는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어떤 기운을 느꼈다. 무슨 기운인지는 몰랐지만 도넘은 아니었다. 도넘의 기운은 온몸을 타고 고루 흐르는 힘의 흐름이었다. 이 기운은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끓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카에쿠스는 말을 마치며 두 사람을 풀어주었다. 금방이라도 두 사람을 들이받을 듯 달려들던 잿빛 들소는 사라지고, 마치 두 사람과 다른 공간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이 활기를 회복했다.

 

사피는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온 눈물을 훔치고 자리에서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리타는 시간낭비하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7고난자라면 더더욱.

 

"일어나."

 

카에쿠스는 아직도 땅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는 실렌을 보고 말했다. 실렌은 혼이 빠진듯 손가락만 간신히 움찔거릴 뿐이었다.

 

‘제발 일어나 실렌, 제발.’


주먹을 불끈 쥔 사피의 양손이 희미하게 떨렸다. 분노가 아니라 긴장감, 절망감 그리고 경외심이 뒤섞인 떨림이었다. 카에쿠스의 심기를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잘 보아왔으니까.


그리고 거룩의 공명정대함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그 말은, 사피보다 약한 실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았다.

 

‘제발..’


사피의 바람과 달리 실렌은 여전히 바닥에 붙어 꼼짝하지 못했다.

 

그 때 카에쿠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정의 그 자체인 음성이.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으아아아악!”



카에쿠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실렌의 몸이 미친 듯한 속도로 솟아올랐다. 실렌의 몸은 옆에 있는 궁창의 탑만큼이나 높이 솟아올랐다.



‘저 정도 높이면 죽을 수도 있겠어.’



카에쿠스의 힘에 압도된 사피가 벌벌 떨리는 두 다리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생각했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분이야. 멍청한 실렌.’



언제나 사피를 자극하던 실렌의 꼴이 쌤통이라고 느껴질 법도 했지만, 평소 카에쿠스의 차가울 정도로 엄격한 모습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나를 시험하지 마라. 니가 타르의 자식이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카에쿠스가 고개를 좌측으로 갸웃하자, 실렌의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실렌이 얼굴을 가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실렌의 몸은 공중에서 3미터 정도 높이에 멈췄다.



"겁도 많구나. 높은 곳을 두려워하면서 멘다의 고난자가 될 수 있겠느냐? 하긴 그것도 네가 멘다의 힘을 증명해냈을 때 일이지만."



카에쿠스는 그 높이에서 그대로 실렌을 떨어뜨렸다. 실렌은 착지할 생각도 못한 채 발을 내딛어 그대로 발을 삐고 말았다.



"3등 모르!"



암흑을 형상화한 듯 짙은 머리색을 가진 모르는 검은 색 망토를 걸치고 유유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빛이 없는 눈으로 지치거나 기쁘다는 티도 없이.



베리타의 사제들은 모르까지 카에쿠스에게 데려온 뒤 단상 뒤로 인도했다.



"예상가능한 결과군."



카에쿠스는 손수 세 명의 아이들을 이끌어갔다. 단상 앞에는 각각의 가문을 대표하는 사제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각 줄에 맨 앞에는 카에쿠스를 포함하여 7고난자라고 불리우는 일곱의 고위 사제가 서있었다. 단상 위에는 낡은 헝겊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노인이 서있었다.

 

"전통대로 가문의 시련 3위를 기록한 (aprrentice=arabic) 샤크마까지는 히크마에게 직접 힘을 인증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샤크마는 일생의 한 번 히크마에게 힘을 인증받을 기회를 얻게 되는데 그게 바로 가문의 시련이다. 일반적인 샤크마는 4가지 갈래로 나뉘는 가문의 힘을 판단할 수 있는 피뎀의 사제들에게 능력을 검증받는다. 그러나 해마다 뛰어난 결과로 시련을 통과한 세 명의 샤크마는 히크마에게 직접 가문을 배정받는 영예를 누린다.

 

피뎀의 수호자이자 궁창의 탑의 상징인 노인을 모두는 hikma(wisdom) 히크마라고 부른다. 히크마는 신입 샤크마의 힘을 판단하는 일 외에은 그 어떤 가문의 공적인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이 곳의 실권자나 다름없는 카에쿠스도 해마다 열리는 가문의 시련을 제외하고는 히크마를 보지 못할 정도이다. 히크마의 주름진 피부와는 대비되게 꼿꼿히 뻗은 허리는 절로 수백년된 고목나무를 연상시켰다.


"사피."


카에쿠스는 가문의 시련을 일등으로 통과한 사피를 노인의 앞으로 불러들였다. 카에쿠스는 사피의 손을 노인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커어어억

 

노인은 마치 태어나서 한 번도 편히 쉬지 못했던 숨을 갓 수면 위에 올라와 들이킨 사람처럼 거친 소리를 냈다. 노인은 고개를 좌우로 기이하게 흔들며 허공에 떠다니는 냄새를 맡았다.


사피는 히크마의 기이한 행위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흉물스러운 노인은 고집스레 사피의 손을 잡아당기며 자신의 입을 사피의 귀에 가져다댔다. 이런 노인에게 가문을 배정받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 아니라, 불쾌한 일에 가까운 것 같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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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넘형 훈련 24.05.28 4 0 12쪽
9 샤크마의 길 24.05.27 5 0 12쪽
8 묵시의 예언 24.05.24 7 0 11쪽
7 아지트, 깨어나다 24.05.23 9 0 12쪽
6 아지트, 깨어나다 24.05.23 7 0 12쪽
5 아지트, 깨어나다 24.05.22 7 0 12쪽
4 아지트, 깨어나다 24.05.22 6 0 12쪽
3 가문의 시련 24.05.13 5 0 11쪽
» 가문의 시련 24.05.10 11 0 12쪽
1 가문의 시련 24.05.09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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