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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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키스킨
작품등록일 :
2024.05.09 20:04
최근연재일 :
2024.05.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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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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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깨어나다

DUMMY

“모르!”


레디가 아지트로 이동하는 모르를 소리쳐불렀다.


“아,,”


뭔가 또 귀찮은 일을 맡길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레디는 디셉답지 않게 동정심이 많았다. 동정심이 많다는 것은 곧 오지랖을 부려댄다는 뜻과 같았다. 모르는 들리지 않는 척 재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모르! 이리와 보라니까! 너 지난번에 멘다,”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모르는 도넘을 사용하여 레디의 코 앞까지 달라붙었다.


“왜? 뭐 해주면 되는데.”


멘다의 아지트에 몰래 들어간걸 알면 아버지가 좋아할리 없었다. 하필 그걸 이 야비한 레디에게 들켜가지고. 이런 면을 보면 또 디셉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레디는 어깨에 들쳐매고 있던 연우를 살포시 바닥에 내려두었다.


“얼마동안 니가 좀 챙겨줘라.”

“얘를? 내가 왜.”

“같은 디셉이잖아. 임마. 좀 챙겨줘.”

“싫어. 어떤 가문 놈인지도 모르는데. 멘다면? 어? 이름은 알아?”


가문을 따지고 드는게 구식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쨌든 이 녀석은 정말 어디서 굴러먹다온 놈인지도 몰랐다. 출신도, 이름도 그 무엇도 알 수가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힘을 인정받으면서 녀석에게 주어진 이름을 함께 불러야마땅했다. 그것도 의식의 일부였으니까. 그런데 이 녀석에게 자꾸만 예외를 적용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카치를 처리했어도 결승선에 제발로 들어오지 못했으니 탈락했어야한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그 엄격한 베리타의 카에쿠스는 녀석을 샤크마로 인정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름도 없는 녀석의 힘을 피델의 고난자에게 확인하게 한다는 것이 쉬이 납득될리 만무했다.



“이름은···. 눌루스! 깨어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부르자.”

“엽기적이네. ‘아무것도 아닌 자’라니.”


모르는 그 이름을 썩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모르는 집요한 면도 있지만, 흥미를 자극할만한 일을 던져주면 또 금새 풀어지는 녀석이었다. 다루는 방법만 알면 쉽다고 해야할까.


“하여튼 나 지금 가봐야하니까 네가 좀 데려가.”

“아, 삼촌!”

“쉬잇! 캠프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레디는 그대로 떠나려다가 말고 모르에게 다시 돌아와 속삭였다.


“장담하는데, 이 녀석. 아니, 눌루스 말야. 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을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눌루가 가문의 시련에서 뭘 썼는지 알면 깜짝 놀랄거다. 아무튼 난 간다. 수업 때 보자, 모르."


레디는 말을 마치자마자 쾌활한 걸음으로 튀어나가 금새 점처럼 작은 크기로 멀어졌다. 실없는 소리를 많이 하는 웃긴 삼촌이었다. 물론 그런 면 때문에 모르처럼 남에게 별 관심없는 녀석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모르는 발 밑에 널브러져있는 눌루스를 발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야, 죽었냐? 일어나봐. 어?"


눌루스는 모르의 발길질에도 미동조차 없었다.


"후, 재미없는 놈이기만 해봐라. 가만 안둘테니까."


모르는 눌루스를 들쳐업고 디셉의 아지트로 향했다. 도넘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저히 느려진 속도였다.


"어이, 거기! 신입이야?"

"하.. 진짜."


마치 이집트 사원에 온 것처럼 높은 모래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시선에 들어왔다. 사막의 모래를 응고시켜 만든 거대한 킹코브라 모래상이었다. 조각상 우측으로 돌아서자 아지트 앞에 늘어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었다. 이미 히크마를 독대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관심을 끈 상황이었다. 모르는 샤크마들이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속력을 다해 아지트 앞으로 달려갔다. 눈에 띄어봤자 입에서 나올 말이야 뻔했으니까.


“이름?”

“모르.”


아니나 다를까 모르의 대답에 샤크마들이 술렁였다.


“니가 스캄의 아들이구나.”


선생이 중얼대자 일렬종대로 모여있던 샤크마들이 일제히 모르를 바라보았다.


“말하지 말라니까 진짜.”


모르는 캠프에 입성하기 전 스캄에게 절대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스캄은 그러겠노라고 대꾸했지만, 이미 모르가 부탁하기 한참 전부터 그가 올해 가문의 시련을 본다는 사실을 떠들고 다닌 터였다. 그리고 누가봐도 디셉가문의 수장처럼 생긴 녀석을 못 알아보는 것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물론 모르는 늘 부정했지만.


“니 어깨에 매달린 샤크마는 누구지?”

“눌루스.”


주변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눌루스?”


일룸이 되물었다. 하긴 누가 들어도 말도 안되는 이름이니까.


“네, 루틀레스인지 뭔지. 이름을 몰라서 눌루스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름을 지어도 하필. 레디냐?”


모르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일룸이 고개를 몇번 가로지으며 한심하다는 듯 웃었다. 모르가 눌루스를 업은 채로 샤크마 틈으로 들어갔다. 일룸은 이름을 말하는 것조차 어색한지 살짝 뜸들이며 덧붙였다.


“두고 가. 그 녀석··· 어··· 눌루스말이야.”

“그럼 저야 좋죠.”


모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보이더니 기다렸다는 듯 눌루스를 내려놨다. 일룸은 입으로 호루라기 소리같은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다. 그러자 샤크마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됐다.


“디셉에 온 걸 환영한다. 우리의 토템은 뱀이야. 보이지, 저 쪽에. 킹코브라. 우리 가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동물이지. 물린 즉시 혈관이 부어오르고, 30초 뒤부터는 호흡이 가빠지지. 1분이 지나면 온몸에 경련이 시작되고, 2분 뒤에는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막히기 시작해. 그렇게 3분이 지나면.”


일룸이 한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샤크마 중에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죽음.”

일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강력한 가문으로 일컬어지는 베리타도 항상 우리와의 친분을 두텁게 유지하려고 하지. 우리는 말 그대로 치명적이기 때문이야. 독처럼 빠르고 소리없이 적의 심장까지 파고드는 거지. 1차 종족 전쟁 들어봤지? 누가 타비야의 수장을 죽였는지도.”


대답대신 모두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지만, 1차 종족 전쟁을 알지 못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1차 종족 전쟁은 대가문을 중심으로 한 인간들과 그 외 종족들간의 대전이었다. 오직 서로를 완벽히 섬멸하려는 의도만으로 진행된 치열한 전쟁. 그 전쟁에서 인외 종족 중 하나인 ‘타비야’의 수장을 죽임으로써 전세는 대가문 쪽으로 완전히 돌아서게 된다. 타비야의 수장을 죽인 것은 다름 아닌 디셉의 고난자였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대가문 내에서 공적을 인정받아 베리타도 부럽지 않을 만큼의 권력을 가지게 됐다. 너희도 알겠지만 디셉의 능력을 생각하면 사실 그건 시간 문제였지. 디셉이 가진 도넘과 재능은 베리타에 뒤쳐진 적 없었으니까.”


베리타. 베리타. 디셉의 사람들은 늘 베리타 얘기뿐이다. 아니, 사실 디셉뿐만 아니라 온 캠프가 베리타를 섬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도대체 베리타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건지. 그저 고난자가 두 명 나왔을 뿐이잖아. 캠프 내의 모든 칭찬이나 자기자랑도 항상 '베리타에 비견될 만하다'로 끝났다.


"우리 디셉의 상징은 킹코브라. 그래서 디셉은 타비야 독에 면역이 있다. 물론 모든 디셉이 그런건 아니지만 말이야."


일룸이 입을 살짝 삐죽대며 말했다. 디셉에서 유일하게 독에 면역이 없는 사람은 레디였다. 레디가 디셉의 완벽함을 망쳐놓은 것이다. 일룸은 분명 레디를 생각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물론 다른 샤크마들도 예외는 아니겠지. 레디의 이야기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사람의 기질 자체도 디셉과는 맞지 않는데다가, 도넘도, 심지어 독에 내성을 갖는 가문의 특성도 발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가문에게 타비야는 아주 골치아픈 상대였다. 사실 그들이 가진 전력으로만 보았을 때는 그리 대단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타비야가 가지고 있는 자연의 독은 킹코브라의 독,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강력했다. 타비야인들의 혈관에는 피가 아니라 맹독이 흐르고 있었다. 물론 그것 또한 타비야 피에 내성이 없는 대가문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었지만. 타비야의 피는 강한 산성인 탓에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타비야인들끼리는 피에 대한 내성이 있어 문제 없었지만 외부인들은 달랐다.


그런 까닭에 타비야와의 전쟁은 대가문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디셉에게 타비야의 독 내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으니 전후에 디셉이 기세등등해질만도 했다.


'얼마나 죽었는지는 말을 꺼내지도 않네.'


디셉에게 독내성이라는 엄청난 어드밴티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타비야 종족이 그러한 것만큼 완벽한 100퍼센트의 내성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혈흔이 낭자하는 전장에서 덧없이 죽어가는 전사자들 또한 무지막지하게 많았으며, 설사 살아남았다고 해도, 사지가 절단되는 등의 중상을 입은 전사들이 많았다. 승리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대가문의 명예를 지킨 승리였지, 실질적으로 디셉은 수많은 동료를 잃은 패자나 다름없었다.


"그 뿐 아니라 우리 가문의 도넘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지. 다들 알고 있다시피 '저주'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한다. 물론 실질적으로 저주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디셉 내에서도 아주 극소수이지만 말이다. 현 시점에 저주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스캄'이 유일하지."


모르는 지겹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눈알을 굴렸다. 아버지가 이렇게 유명한 이유는 바로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특수 도넘인 '저주'때문이다. 모든 가문 내에서는 그 가문의 고유한 특성을 담고 있는 특수 도넘이 전승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것은 아니고 특수한 조건을 만족 시켜야만 특수 도넘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 가문이 수천년에 걸친 시간동안, 총력을 기울여 그 조건을 찾아내기 위해 애썼지만 발현 조건에 대해서는 드러난 바가 없다. 게다가 아버지가 나타나기 전 100년간 '저주' 의 맥이 끊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캄의 등장은 더더욱 환영을 받았으며, 거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추앙받았다.


그렇게 출중한 능력을 가졌음에도 스캄이 7고난자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순수한 힘으로 판단하자면 스캄은 고난자의 자리에 오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캄을 아는 사람이라면 스캄이라면 이렇게 별난 짓을 할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 뻔했다. 가문마다 특수 도넘을 가진 사람은 특별 관찰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적대가문을 붙여 힘의 남용을 견제하도록했다. 디셉을 감시하는 것은 바로 모르가 치를 떠는 멘다였다. 모르가 생각하기에 멘다라는 가문은 야만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여러분은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상태다. 혹시 모르지 이중에 또 후대에 끊임없이 거론될 만한 샤크마가 나올지도. 저주의 발현조건은 아무도 알지 못하니까 다들 열심히 수련하도록."


디셉의 샤크마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아지트를 배정하도록 하겠다. 호명되는 순으로 나와서 아지트로 들어가도록. 짐부터 풀고 잠이나 자둬라. 내일부터 시작이니까."


일룸의 목소리에 따라 샤크마가 하나둘씩 아지트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모르와 눌루스였다.


"...모르. 9층으로."


모르는 살짝 목례를 해보이고, 아지트 속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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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넘형 훈련 24.05.28 4 0 12쪽
9 샤크마의 길 24.05.27 5 0 12쪽
8 묵시의 예언 24.05.24 7 0 11쪽
7 아지트, 깨어나다 24.05.23 9 0 12쪽
6 아지트, 깨어나다 24.05.23 7 0 12쪽
5 아지트, 깨어나다 24.05.22 7 0 12쪽
» 아지트, 깨어나다 24.05.22 7 0 12쪽
3 가문의 시련 24.05.13 6 0 11쪽
2 가문의 시련 24.05.10 11 0 12쪽
1 가문의 시련 24.05.09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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