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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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키스킨
작품등록일 :
2024.05.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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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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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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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의 예언

DUMMY

"일룸님이 여기 계신다고 해서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거야?"


레디가 가죽의자를 한 바퀴 돌리면서 특유의 그 느긋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묘한 표정이었다.


"그 무카치는 네가 죽인게 맞아."

"네?"

"네가 죽였다고. 내가 봤어."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딱 봐도 넌 루틀레스 같았지. 처음부터. 그래서 죽나 안 죽나 지켜보고 있었어. 궁금하더라고. 루틀레스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까."


레디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책상 앞에 섰다.


"나도 루틀레스를 실제로 본 일은 거의 없어서 말이지. 물론 지나가면서 스치듯이 본 사람은 있어. 그런데 막 캠프로 건너온 루틀레스는 처음 본 거였거든. 드물지만 그 중에서 살아남는 녀석들이 있어. 너처럼."

"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기도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러다가 눈을 떠보니,"


눌루스가 쥐고 있는 한 줄기 희망이 꺼져버릴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무카치가 없어졌겠지. 물론 너는 이렇게 살아있고."

"아앗."


레디가 어깨를 살짝 건드리자 갑작스러운 통증에 눌루스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뱉었다.


"무기도 없었다니까요. 애초에 공격이라는 걸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기도했다며."


조금 전까지 유하던 레디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위압적인 분위기가 눌루스를 감쌌다.


"여기서 다시해봐."


눌루스가 멈칫거렸다. 기도를 다시 해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부탁 아니야. 다시 외워보라고."


레디의 안광이 몇번 반짝거리더니 어둠으로부터 스멀스멀 길죽한 그림자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기어나왔다. 자세히 보니 검은색 방울뱀들이었다. 어둠으로부터 태어난 존재들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눌루스 쪽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각각의 존재가,,, 신의 말씀을 아뢰니,,, 네 안의 목소리를 받들라,,,,두 개의 속삭임이 공명하여,"

"마침내 하나로 돌아가리니."


레디가 눌루스의 마지막 말을 가로챘다.


"그걸 어떻게,"

"역시 맞았어."


눌루스의 발끝까지 몰려들었던 방울뱀의 무리가 자취를 감추며, 위압적인 분위기도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이건 저희 아버지가 들고 다니시던 기도서인데."

"찾았다."


레디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방 안을 이리저리 부산하게 오갔다.


"너희 아버지가 훔쳐 달아난 거겠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건 우리 집안에서 내려오는 기도서라고요."

"그럼 네 조상이 훔쳤을 수도 있고."

"헛소리 하지마요."


레디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루틀레스가 무슨 뜻인 줄 알아?"


레디가 탁자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었다. 모르가 들고 있었던 것과 같이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돌멩이였다.


"버려진 자."


레디가 돌멩이를 머리 위로 가볍게 던지자 1초 쯤 뒤에 돌멩이가 가벼운 파열음을 내며 탁자에 부딪쳤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루틀레스를 왜 싫어하는 걸까? 그저 자신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산 사람들일 뿐이잖아. 이유는 간단해. 루틀레스는 배신자이기 때문이지. 가문을 배신하고 예언을 저버리고, 오직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캠프를 탈출한 거야. 그것도 가장 중요한 성물인 기도서를 가지고 말이지."


레디가 하는 말이 진짜일까? 왜 그런 짓을.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절대 그럴 분이 아니었다.


레디가 놀리듯이 흉내내는 말투로 작게 소리쳤다.


"그건 모함이에여~ 하하하하. 니가 니 아버지를 잘 알았다고 생각해? 그랬다면 네가 그냥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루틀레스라는 걸 진작에 알려줬겠지. 종교도 없는 사람이 기도서는 왜 항상 품고 다녔을까. 이상하지 않아?"


레디가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중얼댔다.


"그냥 인정해. 뭐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증거가 지금 여기 있잖아."


그가 손으로 눌루스를 가리켰다.


"훔친 기도서 덕분에 살아있는 너 말이야."























“이제 곧 자정이다. 들소상 앞으로 모이도록.”


얇은 튜닉을 입은 베리타의 감시자가 샤크마들에게 알렸다. 베리타의 샤크마는 그 즉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샤크마로서의 첫 행사가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사피는 늘 베리타의 튜닉이 몹시 한심해보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일원으로 인정받고 나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카에쿠스 옷을 뺏어입기라도 했나보지?”


저 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0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날개를 펼친 사나운 독수리상 앞에 멘다의 샤크마가 몰려있었다. 그 곳에는 이제 전신에 문신을 하고 멘다의 전사로 거듭난 실렌이 웃고 있었다.


“그러는 넌 꼭 타비야의 야만인같다.”


멘다의 샤크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곧 그 말이 자신들에게도 해당된다고 느꼈던지 일제히 사투벨룸을 취했다.


“덤벼, 멘다는 스무명이 한 번에 덤벼도 두렵지 않으니까.”

“너도 사툽을 취해.”

“그건 대등하게 싸울 때나 취하는 자세지. 개미 죽일 때도 사툽할래?”


사피의 말이 멘다를 완벽하게 도발했는지, 멘다의 샤크마가 순식간의 사피를 둘러쌌다. 실렌이 가소롭다는 듯 사피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쩔건데?”


그 때 두터운 손이 실렌의 가슴 한가운데를 텁하고 눌렀다. 둔탁한 충격에 실렌이 살짝 뒤로 물러났다. 눈 앞에는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근육질의 남자가 서있었다. 멘다의 감시자는 사피를 슬쩍 흘기며 말했다.


“자리로 돌아가. 애송이들아. 망자에게 예의를 지켜라.”


가문의 시련이 열리는 날 밤에는 알쿨루는 물론이고, 그 어떤 축제도 진행되지 않는다. 가문의 시련이란 샤크마가 되기 위해 삶에서 최초로 죽음을 각오하는 행위이기에, 전사자가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는 시련의 경건함과 전사자를 향한 존경심을 보이는 행위이며, 시련의 날이 끝나는 자정에는 캠프의 모든 인원들이 예언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되뇌인다.


감시자의 말에 멘다의 아이들은 군말없이 독수리상 앞으로 돌아갔다. 실렌의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서려있었으나, 적어도 감시자가 있는 한 사피를 습격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캠프의 첫 날이, 실렌과의 불화로만 기억된다면 정말 아쉬울 것 같았다. 사피는 맞은편에 있는 디셉의 샤크마들을 바라보았다. 스캄의 아들인 모르 옆에 못 보던 얼굴이 서있었다.


“그 루틀레스다.”


가문의 시련이 공식적인 첫 행사이긴 했으나 사실 대가문의 아이들은 어린시절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지낸다. 힘을 타고난 존재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원칙적으로 대가문의 비호하에 살아간다. 그렇기에 애초에 루틀레스란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였고, 루틀레스를 마주하는 일 자체가 흔치 않았다.


대가문의 비호를 받지 않고 살아갔던 존재들이다보니, 분명 범죄를 저질렀거나,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가문의 적대적으로 행동했던 이들이라는 인식이 박혀있기 때문에, 루틀레스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제법 잘 어울리네.”


처음에 입었던 옷이 비효율적인 루틀레스의 옷이었기 때문인지, 검은 천으로 온몸을 휘감은 디셉의 옷이 그에게 유난히 잘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때 7고난자가 네 가문의 중심으로 다가왔다. 모여있는 샤크마와 감시자는 고난자를 응시했다. 예언과 관련된 모든 행위는 피델의 고난자가 관장했다.7고난자 중, 네 명의 고난자는 본래의 이름을 잃고, 가문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이 존재들은 예언과 보다 가까운 존재로 거듭나며, 나머지 3고난자는 여전히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4고난자와 세상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피델은 디셉, 멘다, 베리타와 함께 원을 그리고 앉아 기도를 시작했다.


거친 숨을 들이키는 듣기 싫은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예언을 보존하나니, 망자의 설움을 달래고, 약한 자의 고통을 어루만지라. 모르면 알게 하리라, 무지는 죄악이니. 아픔을 알게 하라, 무지는 죄악이니. 재앙을 알게 하라, 무지는 죄악이니.”


“모르.”

“쉿!”


모르가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눌루스에게 속삭였다.


“그냥 따라해. 안하면 귀신 붙는다.”


피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4고난자에게서, 3고난자로, 멘다에서, 피델로, 피델에서 디셉, 마지막인 베리타까지 복창되었다.


“예언을 보존하나니, 망자의 설움을 달래고, 약한 자의 고통을 어루만지라. 모르면 알게 하리라, 무지는 죄악이니. 아픔을 알,,,,”

“히익,,,,”


피델의 고난자가 갑자기 알수 없는 힘에 의해 지배당한 것처럼, 다시금 발작하듯이 몸을 움직였다. 고난자의 눈이 뒤로 넘어가며 대신 회색빛이 눈에 감돌았다.


대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피델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숨죽였다. 그는 디셉, 베리타를 번갈아보더니 여러사람의 것이 합쳐진 기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머리 속에서 퍼져나가는 소리처럼 그 기이한 목소리는 모든 사람의 귓속으로 파고 들었다.


피델의 고난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석고로 된 들소상으로 이동했다.

“진실을 보는 자는 이미 죽었고,”


그 다음은 뱀상,

“너는 자신의 꾀에 넘어가 죽을 것이며,”


독수리상,

“진실을 보지 못하여 파괴당할 것이고,”


코끼리상.

“결국 스스로 제 무덤을 파 들어갈 것이다.”


피뎀은 무아지경에 빠져 다시 정중앙으로 절뚝이며 걸어왔다. 피뎀은 초점없는 눈으로 죽을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예언은 파괴될 것이다! 너희는 모두 죽어 없어질 것이다!”'


눌루스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모르를 쳐다봤다.


"원래 이런 거야? 생각보다 과격한데."

"아니.. 나도 이런 건 처음이야."


모르는 어울리지 않게 긴장한 눈치였다.


모르 뿐만이 아니였다.


모여있던 각 가문의 샤크마들 모두 술렁거렸다.


각 가문의 샤크마들을 통솔하는 파터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설 생각이 없어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가문의 시련이 벌어지는 날 망자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벌어지는 이같은 행사는 오직 피뎀의 소관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신과 가까운 존재인 피뎀이 주관하는 행사는 설사 카에쿠스라고 하더라도 멋대로 관여 할 수 없었다.


가문의 수장들은 이 모든 혼란이 벌어지는 꼴을 잠자코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영혼이 빠진 것처럼 소리를 지르던 피뎀은 그 자리에서 석유처럼 보이는 검은 액체를 왕창 토해내더니 쓰러져버렸다.


옆에 있던 피뎀의 사제들이 다가와 쓰러진 피뎀을 부축했다.


아무리 오랜 교육을 받아 전사로 양성된 샤크마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에 불과했던지라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자 다들 패닉에 빠진 듯 우왕좌왕했다.


파터들은 각 가문의 샤크마들을 일제히 캠프로 몰아넣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죠?"


사피는 베리타의 파터를 잡고 물었다.


이런 일은 겪어본 적도 전해 들은 적도 없었다.


가문의 시련이 벌어지는 밤의 이 행사는 단순한 의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했다.


그러나 피뎀이 내뱉는 말은 마치..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저주와도 같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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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넘형 훈련 24.05.28 4 0 12쪽
9 샤크마의 길 24.05.27 5 0 12쪽
» 묵시의 예언 24.05.24 7 0 11쪽
7 아지트, 깨어나다 24.05.23 9 0 12쪽
6 아지트, 깨어나다 24.05.23 7 0 12쪽
5 아지트, 깨어나다 24.05.22 7 0 12쪽
4 아지트, 깨어나다 24.05.22 6 0 12쪽
3 가문의 시련 24.05.13 5 0 11쪽
2 가문의 시련 24.05.10 10 0 12쪽
1 가문의 시련 24.05.09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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