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주치의, 노중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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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산
작품등록일 :
2024.05.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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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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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쥐도 새도 모르게

DUMMY



며칠 뒤, 중례는 오치수를 찾아갔다. 명목은 의과 장원 소식을 전한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자신의 짐작대로 오치수와 정충석의 관계가 틀어졌는지 은근히 떠보려는 것이었다. 오희묵을 통해 정재술이 죽은 이후에도 오치수와 정충석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은 들은 터였다. 하지만 오치수는 속에 능구렁이를 몇 마리나 품고 있는 늙은이였다. 아들 오희묵에게도 속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중례는 오치수를 직접 만나 그의 속내를 알아보려 했다.




오치수는 중례를 보자마자, 한바탕 칭송을 늘어놓았다.

“축하하네. 의과 장원을 했다니, 역시 자네는 대단해.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본 것이지.”

“모두 대행수님의 배려 덕분입니다.”

“무슨 소리? 자네가 그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한 덕분이지.”




그렇듯 환담을 주고받던 중에 중례는 자못 심각한 얼굴로 이런 말을 슬쩍 내뱉었다.

“그런데 대행수님, 이상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상한 소문이라니?”

“시전의 큰손이라는 정충석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가?”

“일전에 한성부에 들렀는데, 전부터 잘 아는 나장이 은밀히 일러준 말입니다. 그래서 혹 대행수님께 화가 미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러자 오치수가 피식 웃었다.

“자네가 잘 안다는 나장이 혹 유영교인가?”

그 물음에 중례는 당황하여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니...”

“유영교 그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보군. 한 번 혼이 났으면 함부로 덤비지 말아야지. 그야말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자로군.”




그 말을 듣자, 일전에 유영교가 육의전 뒷골목에서 괴한들에게 습격을 당해 크게 다쳤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나야 겁 좀 주는 걸로 끝냈지만, 정충석은 달라. 쥐도 새도 모르게 죽기 십상이야.”

오치수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물고 잠시 중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순간, 중례는 등골이 서늘하였다.

하지만 오치수는 이내 표정을 바꾸며 온화한 말투로 물었다.




“유영교와 친한가?”

“네, 제겐 친형님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자 오치수는 입을 다물고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이나마 방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오치수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유영교를 죽게 내버려둘 순 없지 않겠는가?”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정충석은 설마가 통하지 않는 위인이야.”

“그, 그러면...”

“뭘 망설이는가. 이 길로 달려가서 유영교에게 알려야지. 정충석이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중례는 그 길로 오치수의 집을 빠져나와 한성부로 달려갔다.

“제발, 제발...”

중례는 유영교에게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빌고 또 빌며 뛰었다.

중례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한성부에 도착했을 때, 유영교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서리 서달수를 찾아가 물었다.

“유 나장님 못 보셨나요?”

“그렇지 않아도 등청을 하지 않아 집에 사람을 보냈더니, 어제 등청한 뒤 밤에 안 들어왔다는 거야. 그래서 나도 궁금해 하고 있던 참일세.”




중례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왜 그러나? 무슨 일이 있는가?”

“아무래도 유나장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라니?”

하지만 그 물음에 중례는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 아닙니다.”




중례는 다시 오치수의 집으로 달려갔다. 유영교를 구해줄 수 있는 인물은 오치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치수는 출타하고 없었다. 그래서 중례는 오희묵의 점포로 달려갔다.

“형님, 혹 대행수님께서 어디 가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작년부터 두 사람은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됐다. 물론 오희묵이 먼저 의형제를 맺자고 제의했고, 중례가 받아들였다.

“아우, 무슨 일인가?”




오희묵은 온 몸이 땀으로 뒤덮인 채 숨을 헐떡이는 중례를 아래위로 훑으며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제가 꼭 부탁할 일이 있어서...”

“아버지는 서강 나루에 가셨는데, 밤이나 되어야 돌아오실 것이네만...”

“밤에요?”

“도대체 무슨 부탁인가? 내게 말해 보게.”




오희묵은 중례의 소매를 끌며 점포 뒷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냉수 한 사발을 내놓았다. 중례는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켠 뒤에 한숨을 한 번 길게 쏟아내고는 자초지종을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포도나장 유영교가 정충석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 것이다 이 말인가?”

“대행수님 말씀이 그렇다는 겁니다.”

“아버지 말이 그랬다면 이미 일이 벌어졌을 거야. 정충석 그놈이 마음먹었다면 사람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혹 유나장님이 잡혀 있을 만한 곳을 모르십니까?”




오희묵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사실, 두어 달 전부터 내가 정충석 뒤에 사람을 하나 붙여뒀거든.”

“정충석을 감시했다는 말이에요?”

“감시는 아니고, 하도 엉뚱한 짓을 해대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그냥 정충석이 무슨 짓을 하는지 좀 살피려고... 어쨌든 그 자를 한 번 만나보세.”

“그 자가 어디 있는데요?”

“따라오게. 마침 오늘 만나기로 되어 있거든.”




오희묵은 시전 뒤쪽의 허름한 민가로 중례를 이끌고 갔다.

“무술이 출중하고 눈치도 빠른 자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힘 좀 쓰는 자들도 그 사람 이름만 들으면 슬슬 피하지”

“이름이 뭔데요?”

“마인국이라는 사람인데, 몇 년 전에 갑자기 한성에 나타난 자야. 한땐 삼군부에 있었다고도 하고, 삼봉의 호위무사였다고도 하는데, 다 뜬소문이니 알 수 없는 일이지. 어쨌든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 한다네.”




마인국은 머리에 이미 하얗게 서리가 내린 중늙은이였다. 하지만 체구가 좋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혹 서활인원의 노 의원 아니오?”

마인국이 중례를 보더니 먼저 알아보고 물었다.




“그렇소만,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아니오. 그저 명성을 듣고...”

마인국은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유영교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오희묵에게 말했다.

“이 일은 별건이니 별도로 중국 은자 다섯 냥을 준비하시오.”

오희묵이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유 나장은 살아있소?”

“장담하지 못하오.”




중례가 그 말에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이미 놈들이 나장님을 죽였단 말이오?”

“그건 모르겠소. 어쨌든 한 시진 뒤에 여기서 봅시다. 살아있는 몸이든, 시신이든 반드시 데려오겠소.”

그렇게 훌쩍 나간 마인국은 정말 한 시진 뒤에 돌아왔다.

“어떻게 됐습니까? 유 나장을 구했습니까?”




중례의 급한 물음에 마인국이 냉정한 태도로 말했다.

“우선 은자를 주시오.”

오희묵이 은자 다섯 냥을 내밀자, 그때서야 마인국은 유영교가 있는 곳을 알려줬다.

“살아있습니까?”

“부상이 제법 심하지만, 살아 있소.”




마인국은 그 말을 끝으로 훌쩍 가버렸다. 마인국의 말 대로 유영교는 부상이 심해 운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리 한쪽은 뼈가 부서졌고, 양쪽 팔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여러 군데 있었다. 또한 얼굴은 만신창이였다. 눈이 너무 부어서 사람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의식은 명료한 편이었다.

“중례, 자넨가?”

“네, 저 중례입니다. 알아보시겠습니까?”

“자네가 어떻게 알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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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제67화 마지막화 - 병마와 의술 그리고 죽음 +1 24.07.04 38 1 11쪽
66 제66화 떠나는 주상, 찾아온 병마 24.07.04 23 0 12쪽
65 제65화 훈민정음을 공표하는 세종 +1 24.07.03 28 0 11쪽
64 제64화 문자 창제를 결심하는 주상 24.07.02 29 0 11쪽
63 제63화 온갖 병으로 시달리는 임금 24.07.01 53 0 15쪽
62 제62화 오치수의 몰락 24.06.30 33 0 10쪽
61 제61화 늙은 호랑이 사냥 24.06.29 29 0 12쪽
60 제 60화 마침내 형틀에 묶인 오치수 24.06.28 50 0 10쪽
59 제59화 스승 탄선의 유언 그리고 그들의 결합 24.06.27 44 0 11쪽
58 제58화 도성에 몰아닥친 역병 24.06.26 43 0 10쪽
57 제57화 이방원의 죽음을 지켜보는 소비 24.06.25 36 0 16쪽
56 제56화 나의 후궁이 되어 주겠느냐? 24.06.24 39 0 9쪽
55 제55화 소비의 신비로운 침술 24.06.21 40 0 12쪽
54 제54화 양녕의 병을 치료하고 임금의 신임을 얻은 노중례 24.06.20 41 0 12쪽
53 제53화 마침내 확인된 아버지의 결백 24.06.19 59 1 9쪽
52 제52화 결정적인 증인 24.06.18 39 0 14쪽
51 제51화 일망타진 24.06.17 41 1 8쪽
» 제50화 쥐도 새도 모르게 24.06.16 36 1 8쪽
49 제49화 이놈, 반드시 너를 죽인다 24.06.16 43 1 11쪽
48 제48화 하늘의 단죄, 다시 생모의 무덤을 찾은 소비 24.06.15 41 0 11쪽
47 제47화 마음을 털고 일어나는 소비 24.06.15 33 0 8쪽
46 제46화 영영 이별 24.06.14 39 0 12쪽
45 제45화 대마도 정벌군 속에서 만난 중례와 상례 24.06.13 38 1 14쪽
44 제44화 암매장된 시신으로 발견된 가이 24.06.12 41 1 10쪽
43 제43화 국무 가이의 실종 24.06.11 44 0 13쪽
42 제42화 호랑이굴에서 만난 원수 24.06.10 39 1 9쪽
41 제41화 기다려라 오치수 24.06.09 42 0 10쪽
40 제40화 집현전을 키우리라 24.06.08 46 1 13쪽
39 제39화 대마도 정벌에 나서는 이방원, 햇병아리 임금의 자괴감 24.06.06 5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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