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치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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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재미
작품등록일 :
2024.05.11 10:17
최근연재일 :
2024.09.0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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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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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제 (2)

DUMMY

부사장 이현철이 탄 차를 오토바이가 가로막았다.

경적을 울리는 기사를 이현철이 제지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람이 다가오자 이현철이 창문을 내렸다.

“어서 오세요. 자주 보니 반갑네요.”

“네. 저도 반갑습니다.”

이제 둘은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친해졌다.

“오늘도 극비문서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언제 한 번 정식으로 인사 나누고 싶다고 고객에게 전해주십시오.”

“전하겠습니다.”

사내는 오토바이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갔다.


봉투를 열어 읽어 보니 ‘이상철이 무슨 일을 하는지 감시해 내용을 주 1회 역에 있는 물품 보관함에 넣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보관함을 열 수 있는 비밀번호도 지정해 주었다.

글을 읽으며 이현철은 아차 싶었다.

회사 정비에 바빠 이상철을 견제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생각해 보니 왜 회장에게 부탁해 연구소장직을 맡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왜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서도 연구소장을 맡겠다고 한 걸까?’


이상철이 맡으면서 연구소는 회장 직속부서로 변경됐다.

현 상태에서 연구소는 이현철의 어찌할 수 없는 치외 법권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빼앗기고 가만히 있을 동생이 아니다.

동태를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이상철처럼 도청 장치를 설치할까도 생각했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기가 한 방법이니 방비를 세워두었겠지.’


도청은 발각될 가능성이 높았고 그걸 빌미로 이상철이 반격해 올 수도 있었다. 회장 직속부서니까.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사람을 회유하는 것이다.

이상철은 연구소원들의 인사카드를 보며 대상을 물색했다.


이현철의 지시를 받은 인사부장이 전임 연구소장이었다가 이상철에게 밀려 부소장이 된 전유현을 횟집에서 만났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부장이 일어서서 정중하게 전유현을 맞았다.

“바쁘지 않습니다. 직함 앞에 ‘부’자가 들어간 사람이 바쁜 거 봤습니까?”

전유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인사부장이 만나자고 한 이유를 그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인사부장이 지나가는 소리처럼 물었다.

“연구소장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바쁘게 지냅니다.”

“어떻게요?”

“영업총괄일 때 외부에서 인수한 의약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같습니다.”

“왜요?”

“글쎄요. 그것 때문에 쫓겨났으니 명예 회복을 하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요?”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키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을까요?”

전유현이 말없이 인사부장을 바라봤다.


“부사장님이 전임 연구소장님이 물러난 것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평소에도 대민제약이 이렇게 성장한 게 전 소장님 덕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바꿀 수 있으면 바꾸실 겁니다. 그러려면 부소장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상철 소장의 동정을 살펴달라는 거죠. 특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인사부장이 돌려 말했지만 노회한 전유현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알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습니다. 뒷방 늙은이처럼 사무실에 처박혀 있으니까요.”

전유현이 솔직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아직 제게 충성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제가 요청하면 전배시키고 승진이든 돈이든 보상을 해주십시오. 위험을 감수하게 하려면 그 정도 이야기는 해줘야 하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락치 역할을 하다 발각되면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네. 약속드리겠습니다. 피해가 없도록 하고 보상도 하겠습니다.”

“믿어도 됩니까?”

“믿으셔도 됩니다.”

인사부장이 눈으로 천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현철이 지시한 것이라는 암시였다.

둘은 매주 날을 정해 만나기로 약속했다.


영웅은 첫 번째 보고서를 꺼내 읽었다.

혹시 미행이 있을까 봐 마스크를 끼고 긴 챙모자를 눌러쓰고 가서 서류를 꺼내자마자 인파 속에 섞여 전철을 타고 돌아서 왔다.

여러 번 확인했지만 미행은 없었다.

보고에 의하면 이상철은 연구해 몰두하고 있었다.

기술지도 명목으로 위탁 생산회사에도 자주 방문했다.

이상철이 구매한 자양강장제를 만드는 회사였다.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걸까?’


의문은 곧 풀렸다.

연구소에서 신제품을 출시한다며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이 마케팅팀에 왔다.

자양강장제를 개량한 제품이었다.

카페인 함량을 줄여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 음료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시장과 고객층이 넓어진 것이다.


마케팅팀에 온 자료를 검토해 봐도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테아닌 등 아미노산을 첨가했지만 이는 카페인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하며 시중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물질이다.

이상철은 새로 출시하는 제품에 ‘스타트-업’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상철은 ‘스타트-업’에 온 힘을 쏟았다.

마케팅팀에도 압력을 가해 많은 돈을 들여 광고와 판촉 활동을 하게 했다.


‘강장제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이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가 뭘까?’


영웅의 눈에는 이상철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의심스럽게 보였지만 지나친 염려일 수도 있었다.

‘스타트-업’은 인기를 끌었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타며 출시 3개월 만에 유사 드링크 제품 판매에서 3위를 기록했다.


‘피로가 싹 가셔요.’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돼요.’

‘마시면 힘이 나요.’


‘스타트-업’은 힘을 쓰는 일을 하는 건설 노동자부터 학생까지 범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침내 강장제 드링크 판매에서 1위를 하자 회장이 전 사원을 모아놓고 제품 개발을 한 연구소원들을 시상했다.

“누구는 –10%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제품을 팔아 속을 썩였는데 여기 있는 연구소장이 그걸 신제품으로 개발해 적정 가격을 받고도 기존 강장제의 30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칭찬하지 않을 수 없지요?”

회장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대답했다.

전 사원이 보는 앞에서 이현철을 야단치고 이상철을 띄운 것이다.

회장이 이상철을 포옹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아직까지 실권은 회장이 쥐고 있고 승계 작업은 완료되지 않았다.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후계자가 누구인지 공공연히 드러냄으로써 이현철에게 타격을 입혔다.


그러던 중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이 들어왔다.

‘스타트-업’을 마시고 공부하던 학생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부모는 ‘스타트-업’을 장복한 탓이라며 대민제약을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소비자보호원에서 제조 과정 전체를 조사했지만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성분 역시 모두 식약처 허가를 받은 물질이었다.

‘스타트-업’과 심장마비의 인과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민원이 해결되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스타트-업’을 마시며 일하던 건설 노동자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전문가까지 나와 샅샅이 조사했지만 역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물밑으로 언론을 통제했지만 SNS에 소문이 퍼졌다.


‘나도 스타트-업을 마시는데 가끔 심장이 두근거려.’

‘집중은 잘 되는데 잠이 안 와.’

‘술에 타서 마셔봐.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거야 ^^’


소문이 퍼져도 매출은 줄지 않았다. 호기심에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 오히려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영웅은 권모수에게 사건 전모를 털어놓고 의논했다.

“카페인이 주성분이네요. 각성과 피로 회복은 카페인 효과 때문이겠지요.”

사람은 지치면 쉬어야 피로가 회복된다. 그 역할을 하는 게 아데노신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경쟁적 억제제로서 작용한다. 아데노신은 억제성 신호를 전달하는데 카페인은 이를 방해하여 여러 가지 효과를 낸다.

그 결과 몸은 이미 지쳐 탈진해도 그 상태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카페인은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졸음을 일으키는 아데노신 수용체의 작용을 방해하고 도파민의 분비를 일으켜 각성 상태를 유지시킨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들어간 카페인은 커피 한 잔 분량입니다.”

“장복하거나 한꺼번에 여러 병을 마시면 달라지죠.”

카페인은 섭취 후 48시간이면 거의 배출되지만 내성 회복은 별개 문제다. 내성은 약물의 반복 작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중독된다는 건가요?”

“네. 커피도 중독되잖아요.”

“심장마비는? 커피 마시고 심장마비가 와서 죽은 사람은 없잖아요?”

“카페인이 혈압과 심장에도 영향을 미치니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 자료를 본 적은 없지만.”


또 다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틀 동안 잠도 자지 않고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 사망했다.

경찰은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스타트-업 10개가 빈 병으로 발견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사건이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민제약 홍보실에서 기민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과 심장마비가 관계가 없다고 조사한 자료를 언론에 뿌리고 만약 사망 사건과 연관 지은 기사가 올라오면 손해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외적으로는 조용히 넘어갔지만 내부는 시끌벅적했다.

벌써 3명이 죽었다.

만약 관련성이 밝혀지면 대민제약은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낼 수 있고 누군가 책임을 지고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형사 처벌을 받는다면 회사를 총괄하는 이현철 자신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상철은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벌일 놈이었다. 전례도 있었다.

이현철은 스타트-업의 판매 금지를 지시했다.

하지만 지시가 먹히지 않았다.

“영업에서 스타트-업을 계속 팔고 있습니다.”

이현철이 영업본부장을 불렀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습니까? 스타트-업을 팔지 말라고 했는데 왜 계속 팝니까?”

“그게... 회장님이 부사장님께 지시할 테니 계속 팔라고 해서.”

영업본부장은 회장의 심복이었다.


이현철은 회장에게 달려갔다.

“회사 경영을 제게 맡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영업본부장에게 스타트-업을 계속 팔라고 지시했습니까?”

회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현철을 바라봤다.

“잘 팔리는 제품을 왜 판매 금지해?”

“스타트-업과 관련해서 3명이 죽었습니다. 계속 사람이 죽으면 회사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죽은 게 스타트-업 때문이야?”

회장의 질문에 이현철은 말문이 막혔다.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으면 사전에 대비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네가 그래서 사장이 될 수 없는 거야. 회사를 이끌어 갈 리더가 되려면 담력이 있어야지. 이렇게 겁이 많아서 뭐를 할 수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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