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치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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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재미
작품등록일 :
2024.05.11 10:17
최근연재일 :
2024.09.0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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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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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시 (3)

DUMMY

영웅과 일행은 헤드라이트도 켜지 않고 포복을 하듯 조용히 산길을 빠져나왔다.

한길로 나와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속도를 높여 서울 외곽에 있는 허름한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옷 가지고 내려요. 갈아입어야 하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은밀한이 내리며 말했다.

넷은 건물 이층으로 올라갔다.

은밀한의 사무실이었다.

커튼을 치고 희미한 형광 불빛 아래서 넷은 옷을 갈아입고 복면을 벗었다.


사건 현장에서 벗어난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넷의 얼굴은 긴장해 있었다.

조금 전 보았던 괴기한 광경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촬영한 영상을 모두 제게 보내세요. 그리고 원본은 삭제하세요.”

셋은 영웅이 시킨대로 했다.

자신들이 찍은 영상을 보며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쳤다.

영웅이 주머니에서 교미하느라 뒤엉켜 있는 암수컷을 꺼내 유리병을 찾아 넣었다.

세 사람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걸 가져왔어요?”

믿기지 않는 듯 은밀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기와 사마귀는 뭡니까?”

“그런 벌레들을 왜 키우는 겁니까?”

영웅이 연가시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런 끔찍한 기생충을 키워서 뭐에 쓰는데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 추측이 됐지만 영웅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은밀한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


“2층에는 뭐가 있었어요?”

A가 물었다.

“생산시설이 있었습니다.”

“뭘 생산하는데요?”

“밖에서 겉모습만 찍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동영상을 분석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연가시라는 기생충으로 뭘 만드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애써서 기르겠죠.”

“그런 끔찍한 기생충으로 뭘 만들어? 그런 걸로 만들었다고 하면 팔릴 것 같아?”

“오줌, 똥도 약으로 만들어서 파는 게 제약회사야. 분명히 그걸로 뭘 만들 거야.”

B가 핵심에 접근해 갔다.

“뭘 만드는지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은 절대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상대는 총을 가지고 있고 순식간에 건물을 폭파하는 조직입니다. 알려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영웅 씨가 들어간 방에는 뭐가 있었어요?”

은밀한이 물었다.

“연구시설이었습니다.”

“그게 다예요?”

“네.”

동물 실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게 알려지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다.


일행은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

지쳤는지, 놀랐는지 모두 말이 없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돈은 방금 입금했습니다. 약속한 액수보다 20%를 더 넣었습니다. 비밀을 유지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비밀은 지킵니다. 어쨌든 돈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은밀한 일행과 헤어진 영웅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넷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합쳐 복사본을 만든 다음 몇 번이나 돌려봤다.

은밀한이 찍은 생산시설 동영상에서 ‘프로틴X’라고 적혀있는 상자가 쌓여있는 게 보였다.

역시 프로틴X는 연가시로 만들었다.

영웅은 병 안에서 뒤엉켜 꿈틀거리는 연가시를 바라봤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영웅은 아침 신문과 인터넷을 검색했다.

어디서도 건물 폭발 사고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샤워하고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영웅은 회사로 출근했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정상적으로 활동했다.

오전에 급한 일을 처리한 영웅은 팀장에게 말했다.

“오후에는 외근하겠습니다. 홍보 업체 담당자를 만나야 해서요.”

“다녀오세요. 강 파트장 요새 수고 많아요.”

사장의 총애를 받는 사원이란 걸 아는 팀장은 영웅을 구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웅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회사를 나온 영웅은 차 번호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택시를 타고 건물이 있던 곳으로 갔다.


300미터 전부터 ‘출입 금지’라고 찍힌 테이프가 빙 둘러 에워싸있었다.

덤프트럭과 그 위로 건물 잔해를 옮겨 싣는 로더가 보였다.

그 뒤를 따라다니며 불도저가 땅을 다졌다.

증거가 될지도 모를 물건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영웅 옆에 새마을 모자를 쓴 노인이 바쁘게 움직이는 중장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건물 왜 무너졌어요?”

“새 건물 짓는다고 무너뜨렸다는데.”

“뭐 하는 덴데요?”

“그건 나도 몰라. 이런 허허벌판에서 뭔 짓을 하는지... 그런데 왜 자꾸 물어?”

“땅을 좀 사려고요. 이쪽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어디서 헛소문 듣고 왔네. 길도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 무슨 발전을 해.”

“땅 주인은 누구세요?”

“그건 구청에 가서 알아봐야지. 소문으로는 서울에 사는 사장이라고 하는데.”

영웅은 인터넷으로 들어가 토지대장을 확인해 보았다.

소유자는‘이기철’. 사업자등록증에 대표로 나온 이름과 같았다.

성과 이름으로 봐서는 이씨 일가의 친척일지도 모른다.

영웅은 택시를 타고 돌아오며 권모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퇴근 후 시간 되면 집으로 와주실 수 있어요? 우리 집 주소는···.”

전생의 기억이 있어 집을 알려주는 게 꺼림칙했지만 남들 보는 밖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8시쯤 벨 소리가 나서 인터폰으로 확인하니 화장지를 양손에 가득 든 권모수가 보였다.

“화장지는 왜 사 오셨어요?”

“처음 오는데 집들이 선물은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식사 안 했죠? 밥부터 먹읍시다.”

“전화로 뭘 보여줄 게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것부터 보죠.”

“밥 먹고 보는 게 좋아요. 보고 나면 식욕이 떨어질 테니.”

“공포영화인가요?”

“비슷해요.”

식사를 마친 영웅이 TV와 연결해 휴대전화에 찍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무슨 모기가 저렇게 커요? 특수사료를 썼나? 아니면 유전자 조작을 했나?”

권모수 역시 통통하게 살이 찐 모기를 보고 놀랐다.

“모기는 사마귀 사료였어요. 저 옆에 난 구멍으로 들어가 먹이가 됐어요.”

“우와! 사마귀도 엄청나게 크네요. 노벨상감인데요. 돼지를 황소만 하게 키운 거잖아요. 왜 저렇게 큰 사마귀를 키우는 겁니까?”

“연가시의 숙주 역할을 하는 사마귀입니다.”

“연가시요?”

“왜 영화도 있었잖아요. 숙주의 몸에 들어가서 영양분을 빼먹고 물에 들어가 자살하게 한 다음 물속에서 교미해서 알을 낳는 기생충.”

“아, 기억나요.”

A가 촬영을 잘했다. 사마귀 배 속에서 꿈틀거리며 나오는 연가시 모습도 화면에 담았다.

배가 뚫린 사마귀는 곧 죽어 물결에 이리저리 흐느적거렸다.

그런 사마귀가 가득 깔린 바닥을 보고 권모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런 권모수에게 영웅이 병을 가져다주었다.

“이건 또 뭡니까?”

“사마귀 배에서 나와서 뒤엉켜 교미하는 연가시 부부입니다. 자세히 보면 암컷과 수컷 색깔이 달라요. 크기도 보통 연가시의 두 배 정도 되고요.”

끔찍해하면서도 역시 권모수는 과학자였다.

“집에 핀셋 있나요?”

“손으로 만져도 돼요. 옛날 사람들은 이걸 말려서 끈으로 쓰기도 했어요. 그만큼 찰져요.”

“물거나 독이 있는 건 아니죠.”

“없어요. 제가 물속에서 꺼내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온 거예요.”

영웅이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병뚜껑을 열고 손을 집어넣던 권모수가 손을 빼며 말했다.

“그래도, 핀셋 있으면 주세요.”

영웅이 약통에서 핀셋을 꺼내 주었다.

권모수가 핀셋으로 연가시를 꺼내 백지 위에 올려놓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네요.”

“원래 그래요.”

“이렇게 뒤엉켜 있는데 교미가 끝나면 매듭을 풀 수 있나요?”

“스스로 알아서 잘 풀어요. 이별하는 남녀처럼.”

“이걸 키워서 뭐에 쓰는데요?”

“그걸 알아봐 달라고 권 연구원님께 보여 드리는 겁니다.”

이야기를 들은 권모수가 고개를 돌려 영웅을 바라봤다.


생전 처음 보는 연가시로 무엇을 했는지 알아봐달라고 하니 황당했다.

“단서가 있어요.”

영웅이 생산시설을 찍은 동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한 곳에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프로틴X···.”

영웅이 멈춘 장면에 프로틴X라고 쓴 종이상자가 보였다.

“네. 연가시로 프로틴X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석해서 성분이 같은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봐 주세요.”

잠시 고민하던 권모수가 말했다.

“프로틴X와 비교는 해보겠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드링크제로 만들면서 여러 공정을 거쳤을 테니 순수하지 않고요. 이거 공장에서 사육한 연가시 맞죠?”

권모수가 백지 위에 뒤엉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연가시를 핀셋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그러면 일반 연가시와도 비교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뭔가 다른 점이 있는지? 이렇게 복잡한 시설을 만들어 사육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영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권모수가 지적했다.

“네. 그것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뭡니까?”

“일반 연가시가 없습니다.”

“아, 그렇네요. 제가 구해 드리겠습니다.”

“화면에 나온 왕모기와 왕사마귀도 구할 수 없을까요? 어떻게 그렇게 크게 키웠는지 알고 싶네요.”

“그건 구할 수 없습니다.”

“왜요?”

“모기와 사마귀를 키우던 건물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촬영한 걸 알고 건물을 폭파해 무너뜨린 다음 불도저로 밀어버렸습니다. 땅을 다지고 그 위에 새 건물을 세운다고 합니다.”


설명을 들은 권모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죠?”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겠죠. 실험할 데는 있으세요? 지난번 모교실험실을 쓰는 게 눈치 보인다고 하셨는데.”

“이번까지만 거기서 하죠.”

“고맙습니다. 다음에 부탁드릴 때는 제가 실험실을 구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세요.”

“연가시와 제가 보여 드린 내용은 철저히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뜬 소문이라도 나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겁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그 정도는 생각할 줄 아니까요. 스타트-업에 넣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회사가 무너지겠지요.”

“네. 아직은 모두 추정이고 근거도 없습니다. 그리고 비밀을 밝힌 사람이 살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루 만에 건물을 무너트려 새로 짓는 놈들입니다.”

“위험한 일이네요. 알겠습니다. 비밀리에 조사하겠습니다.”

권모수가 연가시가 담긴 병을 가지고 떠났다.


창박으로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본 영웅은 의대에서 기생충학을 전공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선배. 저 강영웅입니다.” “어, 오랜만이네. 갑자기 웬일이야?”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연가시 암수 한 쌍만 구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연가시는 왜? 좀비약이라도 만들려고? 영화에 나오는 그거 다 뻥이야. 연가시는 사람 몸에서 못 살아.”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연가시 피부가 망치로 내려쳐도 으깨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잖아요. 그걸 연구해서 외상 치료제를 만들려고요.”

영웅이 적당히 둘러댔다.

“지금은 없고 애들 시켜서 강원도 산골짝 가서 잡아야 하는데 알바비는 줘야 한다.”

연가시는 1급수에서만 산다.

“네. 교통비 포함해서 달라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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