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물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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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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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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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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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해외선물 입문 (1)

DUMMY


유로, 유럽 연합의 회원국가에서 사용하는 공식 통화로


미국의 달러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이 쓴다.


해외선물에선 Euro FX(Foreign Exchange),


혹은 EUR/USD, 유로/달러라고 부른다.


한국사람이 보면 유로/달러가 더 맞는 것 같다.


Euro FX라고 하면 원화로 유로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해외선물은 매수 외에 매도라는 선택지도 있는데


매수하면 달러로 유로를 사고,


매도하면 유로로 달러를 사는 거다.


유로가 오를 거 같다? 매수


달러가 오를 거 같다? 매도를 통해 방향만 맞는다면


오르건 떨어지건 수익이 날 수 있다고 한다.



1계약은 3905달러(40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했다.


삼양식품을 판 돈에 비상금을 더하면 400만원은 있지만,


다들 위험하다 하니 시작은 작은 거로 결정했다.


E-micro EUR/USD, 사이즈가 1/10로 40만원이다.


나같은 초보자가 많이 선택하는 상품이다.


통화 상품은 주가지수나 원자재에 비하면 안전한데,


유로/달러는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1위와 2위의 통화쌍이니 그중에서도 제일 안정적이다.


최소한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주처럼 움직일 일은 없겠지.


사실 이런 이유로 해외선물에 관심을 가졌다.


주식에서 우량주는 너무 심심, 작전주는 믿음이 안 갔다.


2014년 5월 5일에 환전을 해봤다.


기준환율 1030원으로 200만원을 바꾸니 1939달러.


4계약이 거래 가능했다.


그럼 매수를 해야하나, 매도를 해야하나 결정해야 했다.


당시 유로/달러는 20개월 넘게 상승하고 있었다.


2012년 7월 24일 1.2041에서


2014년 5월 5일 1.3872로 15% 넘게 올랐다.



이러한 정보를 얻는 카페에서는


유로가 추가적인 상승을 하리라는 분석과


더 이상의 상승이 제한된다는 분석 2개로 나뉘어 있었다.


전자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에서 저금리정책을 유지하고,


유럽중앙은행에서도 추가 부양책은 없을 것이다 라고 했다.


사실 알아듣기 힘들었다.


후자는 대충 여태 너무 올랐으니까


앞으로 저항이 있을 거란다.


나는 상승론자가 더 끌려서 따르기로 했다.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분이 있었다.


매일 차트에 줄을 그어놓고 저항선과 지지선 분석을 했는데,


몇 주간 지켜보니 신기하게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분은 1.3920이 1차 저항선, 1.3950이 2차 저항선으로


이후에는 1.4000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거기에 따라보기로 했다.



대망의 첫 거래


어린이날이라 쉬면서 여유 있게 지켜보다가


E-micro EUR/USD 2014.06을 1.3871에 2계약 매수했다.


여기서 0.0001, 최소 단위를 1틱이라 부르는데


1틱의 가치는 1.25달러였다.


나는 2계약이니 1틱에 2.5달러씩 움직였다.


집안일이랑 게임을 하면서 시세를 확인했다.


10틱 내에서 움직이기만 했다.


이래서 기다림의 미학인가?


기다리는 것은 지겨웠다.



다음날, 출근하니 밀린 테스트가 많았다.


어린이날에도 엔지니어들은 나왔던지 일이 밀렸다.


2시간 연장 근무를 해야 했다.


테스트를 돌려놓고 식당으로 가는 길에 시세를 확인했는데,


E-micro EUR/USD 2014.06 2계약 매수 1.3930


수익 135달러


하루 만에 원금 800달러에서 17% 수익이 났다.


연장 근무를 하던 심정과 해외선물 첫 수익의 기쁨으로


나 자신에게 보상을 줘야겠다 싶었다.


팀원들이 중식 푸드코트에 있었다.


제일 비싼 잡탕밥을 시켰다.


매일 먹는 6천원보다 5천원이 더 비쌌다.


해산물을 골라가며 열심히 먹는데 부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경민씨, 이제 한 달 지나면 계약만료네요. 2년 동안 수고 많았어요. 그런데 젊을 때는 돈을 아껴야지 않겠어요. 소득에 맞춰서 식사를 하는 게 맞아요.”


짬뽕 먹는 부장이 날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인지,


자기보다 비싼 거 먹는다고 꼰대짓 하는 건지 헷갈린다.


“아··· 네, 알겠습니다.”


잡탕밥을 마저 먹으며 생각해보니


하루 수익에 너무 들떠서 산 것은 맞았다.


근데 결국 부장이 꼰대짓 한 거는 맞는 거 같다.


내가 내 돈으로 먹는 데 왜 난리지?



밀린 테스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니 저녁 10시가 넘었다.


카페에 들어가 해외선물 시황을 살펴보았다.


기다림의 미학님은 1.3950의 저항선이 한때 돌파되었고,


1.3920, 1.3900에서 1차/2차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1.3980과 1.4000이 1차/2차 저항선이 되었으며, 1.4000을 돌파하면 급등할 수 있으니 매매에 유의하라 했다.


중립적으로 썼지만 결국 늬앙스는 상승이었다.


안심이 되어 계속 가지고 있기로 했다.




#


나는 의자에 앉아 왜인지 또 잡탕밥을 먹었다.


반쯤 먹고 있는데 테이블과 의자가 흔들리고,


비싼 잡탕밥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릇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는데


무릎 위에 차단막이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어느새 열차에 타 있었다.


열차는 천천히 레일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이 열차가 롤러코스터라는 자각이 들 때


맨정신에 내가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을 거란 결론에 도달했다.


난 무서운 놀이기구는 안 탄다.


자각몽임을 깨닫는 순간, 열차는 수직낙하 했다.


떨어지고, 뒤집혀서 달리다가, 다시 떨어지고.


정신없이 떨어지다가 롤러코스터는 멈춰 섰다.


노란 머리의 놀이공원 직원이 손을 흔들며 종이를 건냈다.


롤러코스터 인증서인가? 뭐야?



종이에는 유로파 파크 1.0500


이라고 쓰여 있었다.



꼰대 부장 때문인가? 근본 없는 개꿈이···


잡탕밥 더러워서 안 먹는다.



다음날 GPS 테스트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김주임이 찾아오더니 밖에 가서 바람이나 쐬자고 했다.


“이제 한 달 남았잖아?”


담배를 한 입 머금고 김주임이 말했다.


“그렇죠.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네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닌데, 정규직 전환 TO가 하나 날 수도 있어. 부장님이 2명 중에 누가 낫냐고 하길래 내가 경민씨 추천했거든. 어때? 생각 있어?”


김주임이나 같은 팀의 이시영씨는 비정규직에서 전환이 됐다.


한 달 남은 시점에 나 붙잡으려고 장난하진 않을 거고


일도 재미있었다.


휴대폰 만드는 데에 한 축을 담당하는 것도 보람찼다.


경쟁사 폰을 사서 테스트 하며 뜯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도 정규직 전환이 되어도 공채 직원과의 벽은 존재하잖아. 꼰대부장 같은 놈도 있고.


테스트를 같이 하는 엔지니어들은 결과가 보고했던 대로 나오지 않으면 우리 핑계를 댔다.


심지어 김주임도 이시영씨와 벽이 있다.


작년 회식 때 김주임이 이시영씨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내가 끌어줘서 여기까지 온 거 알지?’


정규직 전환되고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저런 얘기를···


내가 정규직 직원이 되더라도 이런 말을 10년간 들을 수도 있다.


“1달 남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기도 하고, 그동안 대학 복학할 생각으로 일을 진행했어요. 저는 안될 것 같아요.”


고민을 좀 하다가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아쉽네··· 자기 오래 보고 싶었는데.”


“저도 너무 아쉽워요. 항상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건 사실이다. 김주임은 잘 해줬다. 꼰대부장이 더 문제다.


“그게 내 일인데 뭐. 그래 이제 올라가자. 이런 얘기 들었다는 말은 하지 말고.”




#


집으로 돌아와서 카페에서 시황을 보았다.


기다림의 미학님의 글은 없었고 뉴스가 보인다.


ECB 중앙은행에서 금리 발표 및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

금리? 뭔가 중요한 거 같은데, 목욕하고 각 잡고 봐야겠다.


목욕하고 HTS를 보니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숫자들이 검은색, 파랑색, 빨강색으로 계속 변하며 스팀팩 맞은 듯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좀 무섭긴 한데 저항선 1.3900은 지키고 다시 올라가는 중이니까.


침을 살짝 삼키고 금리 발표 시간을 기다렸다.


갑자기 막대 차트가 주우우욱 늘어나며 숫자가 정신없이 움직였다.


얼마나 늘어났는지 다른 막대의 크기가 작아졌다.


상단값에 1.4000이라는 숫자가 새로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막대 크기가 작아진 거다.


E-micro EUR/USD 2014.06 매도 현재가 1.3992

수익 302.5달러


숫자는 끊임없이 변하고 막대도 위아래도 계속 움직였다.


기다리면 곧 1.4000 돌파하겠지?


금리 발표를 했다. 동결이라고 한다.


하긴 제로 금리인데 더 내릴 수 없고 올리긴 이르다고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카페에서 글을 보고 있었다.


브라우저 옆에 차트가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 눌러보니


어느새 1.3910으로 내려가 있는 거다.


뭐야, 이거?


드라기 총재는 6월에 경기 부양책 시행 가능성 시사 기사가 떴다. 금리는 안 내리지만 돈을 뿌린다는 얘긴가?


1.3870이네 이제?


아니다 싶어서 시장가 매도 주문을 넣었다.


E-micro EUR/USD 2014.06 시장가 체결 1.3865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9달러 손실이다.


수익인지 알고 좋아했는데 손실을 봤다.


1.3920이랑 1.3900이 1/2차 지지선이라더니


다 소용없구나.


아까 전에 지지선 같은 것은 없었다.


차트를 보니 막대가 밑으로 무섭게 내리꽂힌다.


완전 수직낙하였다.


잠깐?


차트모양이 마치 수직낙하하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슬금슬금 올라가다가 90도로 낙하하는 모양이


어제 꿈에서 본 롤러코스터 같다.


혼란스러웠던 정신이 확 뜨였다.


온몸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호기심이 생겼다.


영수증에 유로···? 1.0500?


꿈에 의미부여 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


그래도 삼양식품 때 따라가서 70만원 벌었잖아.


이번에도 의미를 한번 부여해보자.


예지몽일 수 있어. 뭔가 기운이 좋다.


유로가 1.0500이 된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


충분히 시험해볼 가치는 있다.


그래서 계좌에 있는 1,920달러로 모든 금액을 매도했다.


유로를 팔고 달러를 샀다.


E-micro EUR/USD 2014.06 4계약 매도 체결 1.3870


전에 200만원 환전해놓은 건 다 매도했다


환전을 추가로 하려면 낮에 된다고 한다.


그건 내일 낮에 하고 추가진입은 더 지켜보자.



생각하다 보니 잘 시간이 늦었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러다 유로/달러 가격이 1.0500 가면?


지금 4계약의 수익만으로도 16,850달러?


1,700만원이 넘는구나.


해외선물이 무섭긴 했다.


200만원이 1,700만원이 된다고?


그러면 대학 등록금은 물론이고 생활비 걱정도 없겠다.


몇 달 만에 저렇게 되진 않겠지만.


얼마 전 유로/달러가 15% 오른 것도 20개월이 넘게 걸렸다.



······



이어지는 생각 속에


결국 2시간 밖에 못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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