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물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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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선
작품등록일 :
2024.05.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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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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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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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해외선물 입문 (2)

DUMMY


“너 눈이 왜 그렇게 퀭하냐? 잠 못 잤어?”


김주임이 웃으며 물었다.


“어제 잠을 좀 설쳤어요.”


“커피라도 마시고 와. 테스트하다가 시료 떨어뜨리면 큰일 난다. 엔지니어들 알잖아?”


“방금 먹고 왔어요. 이제 정신이 좀 드네요.”


아까 탕비실에서 커피 마시면서 몰래 시세를 체크했다.


어제 한 판단은 맞았나보다.


유로/달러는 지금 1.3840이었다.


1.3870에 4계약에 120틱 그리고 1.25달러를 곱하면···


150달러 수익이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하긴 해도 기운이 났다.


아 맞다. 환전 더 해야지.


200만원을 추가로 환전했다.


이번에는 1955달러. 원화가 조금 올랐나보다.



“경민이 너 오늘따라 휴대폰을 뭐 그렇게 자주 봐? 연애라도 해? 어째 눈도 퀭하고 수상해?”


김주임이 폰을 뺏을 거처럼 다가왔다.


“아니에요. 오랜만에 친구한테 연락이 왔어요. 이제부터 업무만! 업무만 하겠습니다.”


나는 폰을 급하게 주머니에 넣으며 둘러댔다.


이 사람이 갑자기 나한테 관심이 많아.


볼 때마다 수익이 계속 커지니 호기심을 참기 힘들다.


이미 유로/달러는 1.3820으로 추가 하락, 250달러 수익이다.


추가 진입해야 하나?


화장실로 가서 주문을 하기로 했다.


1,920달러에 1,955달러를 추가로 넣었으니


이제 원금이 3,875달러.


1계약에 390.5달러니까 5계약 더 되겠다.


뭐야? 왜 6계약까지 가능이라 나오지?


주문 가능 예수금이 2,563달러.


수익도 주문 가능한 예수금이 되는 거였어?


주식이랑은 달랐다.


주식은 팔고 나서야 예수금이 된다.



수익까지 해서 6계약을 추가로 주문했다.


E-micro EUR/USD 2014.06 6계약 매도 체결 1.3822

E-micro EUR/USD 2014.06 10계약 매도 평균단가 1.3841.2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됐다.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


지하철에서 확인해보니 1.3802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선 확인해보니 1.3793


집에서 컴퓨터를 켜면서도 확인해보니 1.3775


유로/달러는 계속 하락했다.


수익도 827.5달러가 됐다.



꿈이 맞나봐.


보면 볼수록 확신이 들었다.


추가 주문을 2계약 더 할 수 있는데.


이건 너무 오버하는 건가?


원금 400만원의 수익이 80만원이 넘었다.


수익률이 벌써 20%가 넘은 거다.


나는 아직 초보니까 당분간 여기서 더 늘리지는 말자.


주말 이틀은 마음 편히 지내야지.


내가 전업투자자도 아니고 학자금 버는 건데.


차트만 보자니 아무 것도 못 하겠어.


공부하다가 쉬는 시간에만 잠깐씩 체크하자.


결정을 내리니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졌다.




#


“경민씨, 2년간 수고 많았어. 학교 졸업하고 우리 회사 지원할 생각 있으면 부담 없이 연락해.”


부장이 명함을 전해주며 말했다.


아마 할 일은 없을 거다.


“내일부터 우리 전화 안 받는 거 아니야?”


김주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도 그동안 정말 감사했고 새로운 경험 많이 해봐서 좋았습니다.”


그래도 마무리는 아름답게 해야지.


2014년 6월 24일, 파견직 2년이 끝났다.


막상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오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시원하면서도 섭섭하고, 후련하면서도 즐거웠다.


꼰대부장도 지나고 나면 그리울지도 몰라.


2년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안 좋은 경험도 있긴 했는데


몇 명 빼면 합리적인 사람들과 함께 깔끔하게 일한 것 같다.


동네 가게 아르바이트를 할 때와는 다른 경험이었다.


회사 생활 외에도


그동안 저축은행의 학자금 대출도 다 갚았고,


반지하 같은 월세에서 살만한 곳으로 이사했다.


월세가 조금 더 오르긴 했다.



퇴직금은 미사용 연차를 더해 500만원 정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파견직의 계약만료로 실업급여를 3달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파견회사 매니저가 마지막 만남에서 말해줬다.


물론 복학을 해야 하니 일을 더 구할 건 아니지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챙겨야지.



한편 유로/달러는 어느새 1.3600 에서 시세를 형성했다.


이것도 1.3500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온 거다.


수익이 무려 3,015달러나 됐다.


원화로는 307만원, 원금이 400만이니 수익률이 76%.


시작한 지 2달도 안 되는 기간에 월급만큼 벌었다.


수익금으로 추가 진입은 안했다.


1달 동안은 일하는 동안에 집중했다.


E-micro EUR/USD 2014.06 10계약이 6월에 거래가 끝날 예정이니 그 전에 정리해달라는 문자가 와서 갈아타기만 했다.


해외선물은 보통 3개월 단위로 주로 거래되는 상품이 바뀌기 때문에 장기투자라도 이건 챙겨줘야 된다.


이번에는 6월물에서 9월물로 갈아탄 거다.


E-micro EUR/USD에서 10개를 EUR/USD 1개로 바꿨다.


증거금이나 수익은 같지만, 수수료는 줄었다.


이제 퇴사도 했으니 여유시간에 뭔가를 더 해봐야지.




#


백수지만 예상보다 바빴다.


직장인 2년 차인 친구들의 고충도 술자리에서 들어주고,


조카 얼굴도 오랜만에 보고.


실업급여 받으러 왔다 갔다 했다.



해외선물 공부도 꾸준히 했다.


해외 뉴스를 찾아봤다.


책도 10권 넘게 샀다.


미국이나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들 이야기,


차트 패턴, 심리투자, 차트 패턴 등등.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다.


천천히 읽어볼 계획이다.


지식이 쌓이니 카페에서 하는 말이 점점 이해가 된다.


아. 그러고보니 기다림의 미학님은 안 보인다.


그 분은 상승론자였나보다.


하락하기 시작하니 어느샌가 카페에서 보이지 않는다.



단타도 경험해봤다.


수익이 나긴 했지만 수수료를 제하니 큰 금액은 아니다.


역시 답은 장기투자인가?



퇴직금은 보름 내로 입금한다더니 일주일 후에 들어왔다.


498만원, 2년간 사용하지 않은 연차 15일도 포함이다.



유로/달러는 1.3690, 수익이 1,125달러 줄었다.


수익은 줄었지만 내겐 노림수가 있다.


한 달간 1.3500에서 1.3690로 상승했지만,


나에겐 롤러코스터로 급하강 전에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으로 보인다.


지난 번이랑 비슷한 모양새다.


전문용어로는 쐐기 패턴이라고 한다.


차트 패턴 책에서 배운 것이다.


이게 바로 공부의 힘인가보다.


쐐기 패턴. 그럴듯해 보인다.


그 꿈이 예지몽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래도 의구심에서 어느 정도의 확신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번 게 있으니 당연하다.


유로/달러가 1.0500까지 갈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추가 하락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받은 퇴직금으로도 추가 진입할까 보다.


유로/달러가 단기간 상승을 한 지금이


그 타이밍으로 좋아 보였다.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498만원을 환전해서 4,920달러를 계좌에 추가 투입했다.


이제 보유잔고가 10,755달러였다.


기존 계약은 일단 정리.


1.3700에 2계약 새로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30분가량 지났을까? 주문이 체결되었다.


EUR/USD 2014.09 2계약 매도 체결 1.3700

EUR/USD 2014.09 2계약 평균 1.3700

보유잔고 10,734달러


시간이 지나고


유로/달러는 1.3700을 고점으로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7월 2일에는 1.3650이 되었다.


1계약을 추가 매도했다.


EUR/USD 2014.09 1계약 매도 체결 1.3649

EUR/USD 2014.09 3계약 평균 1.3683

보유잔고 12,002달러 수익 1,261달러


이젠 3계약이다.


1틱만 움직여도 37.5달러다.


규모가 커지니 수익이 늘어났다.


이제 앞으로 105틱 수익이면 3,937.5달러가 생기고


추가로 1계약 진입 가능하다.


4계약은 79틱 수익으로 추가 진입,


5계약은 63틱으로 추가 진입, 6계약은 53틱으로 추가 진입이.


······


나는 계속해서 보유 물량을 늘려갔다.


이게 복리의 마법인가?




#


“··· 이런 생각이라, 앞으로 해외선물 전업투자자 해보려고.”


말을 마치고 맥주를 들이켰다.


지훈이가 걱정하는 눈빛으로 맥주잔을 다시 채웠다.


“경민이 너 똑똑한 거야 내가 제일 잘 알지. 분명 잘할 거라 생각은 하는데 선물? 엄청 위험하다고 하더라. 아직 우리가 젊은데 그런 위험이 있는 걸 굳이 해야 하나 싶네. 되면 너무 좋은데, 잘 안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김지훈, 이 녀석은 초등학교부터 베프다.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삼전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회사가 멀어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1년에 한두번씩은 꼭 본다.


걱정은 사실 당연하다.


나부터도 지금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


하지만 꿈을 따르다 보니


이제 유로/달러 30계약을 넘게 가지고 있다.


잔고가 11만 7천 달러, 수익은 10만 6천 달러.


2014년 9월 19일 환율이 1,044원이니


잔고 1억 2천만원, 수익 1억 천만원이다.


유로/달러는 어느새 1.2873에 거래되고 있다.


800틱 하락에 10배가 된 거다.


1,000퍼센트의 수익률이다.


지금도 이런데 정말 1.0500까지 간다면?


지금까지는 계단식으로 3달 넘게 꾸준히 하락했다.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꿈 믿고 투자해서 1억 넘게 벌었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지훈이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아직 젊으니까 시도해보려고. 나이 먹고 결혼해서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할 생각도 못 하지. 빚을 내가면서 하지는 않을 거야.”


진실을 못 말해서 미안하다. 지훈아. 그런데 잘 되고 있는데 어떻게 해.


“학교 복학은?”


“그건 해야지. 내년 봄에 할 거야. 늦었지만 그래도 학위는 따야지. 해외선물은 주 시간대가 저녁이거든. 수업 끝나고 조금씩 하면 돼.”


나는 치킨을 뜯으며 말했다. 이건 진심이다. 복학은 하고 싶다.


“그래, 그런 거라면 다행이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잘 됐음 좋겠네.”

“그러게. 나도 그랬음 좋겠다. 진짜로. 이제 다 먹었으니 일어날까? 아, 오늘 이건 내가 산다. 작년에는 얻어먹기만 했잖아.”


영수증을 챙기며 내가 말했다.


“너 지금 백수잖아.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래? 돈 버는 사람이 사야지.”


“그럴 일이 있어. 하여튼 내가 산다.”


내가 지금 꽤 괜찮게 많이 벌고 있다.


나중에 때가 되면 그땐 다 말해줄게.


조금만 기다려라. 지훈아.


“그래? 뭐 그럼 나야 고맙지.”


몇 년 전만 해도 형편이 어려워서 친구들에게 얻어먹었다.


그런 나에게 친구들에게 술 사는 것은 즐거움이다.


돈 쓰는 재미가 무섭다더니 정말 그랬다.


아버지에게 용돈 드리고, 조카에게 장난감 사주고,


혼자 점심에 뷔페에서 식사도 했다.


살도 5키로나 쪘다.


너무 집에서 HTS만 들여다본 탓도 있겠지.



쇠질까진 안 하더라도 걷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기 두 정거장 전에 내렸다.


예전에 살던 동네를 오랜만에 다시 왔다.


가을이라 그렇게 춥지도 않고 걷기 좋았다.


가로수가 전보다 많이 심어져 있다.


낙엽이 보도에 가득했다.


발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니 어릴 때 살던 곳에 도착했다.


아파트 입구의 보도에는 어린아이의 손을 부모가 잡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안으로 들어가 놀이터에 앉아 아파트를 바라봤다.


아파트 불빛을 멍하게 바라봤다.


여기가 전에 매매 3억이었던가?


지금은 얼마지?


2년이 지났지만 되려 1500만원 떨어져 있다.


전에는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시 일어나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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