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개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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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이레
그림/삽화
J이레
작품등록일 :
2024.05.12 00:18
최근연재일 :
2024.06.15 23:3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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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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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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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DUMMY

오후 11시.


적막해야할 밤, 번화가는 단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폭주족의 열정으로 가득찬 오토바이 엔진 소리, 술에 취해 희희덕 거리는 사람들 소리, 술병 깨지는 소리..


적막해야할 방, 나 또한 단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아직 쓸만하다는 걸 인정받으려는 듯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청소기 소리, 물 받는 소리, 빨래하는 소리..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소리가 울릴 것이다.


이 소리들이 익숙해졌을 때, 혹은 이 소리들이 익숙해졌음을 들켰을 때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면 된다.


다만, 이사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벤트’없이 똑같은 패턴의 똑같은 하루,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길..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울릴 일 없는 초인종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띵동!’


‘이벤트’다. 이삿짐 싸기가 얼마나 번거로운데 벌써 ‘이벤트’라니!


일 할 때 입는 검은 자켓을 빠르게 걸치고 도어스크린으로 밖을 봤다.


역시나 했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문에 귀를 바짝대고 집중해보았으나 아무 인기척도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상당한 실력자들이 준비한 ‘이벤트’인 것 같다.


누굴까?


얼마 전 의뢰로 찾아간 김씨일가? 꽤 오래 전 일이지만 일이 있었던 이씨일가? 아니면 박씨일가?


누군들 중요할까. 손님이 왔으면 반갑게 맞아 주는것이 집주인의 당연한 도리인 것을.


자켓 안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움켜쥐고 문을 확 열어젖히며 주위를 살폈다.


시끌벅적한 밖과 달리 적막만이 맴돌고 있는 오피스텔 복도에는 누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사람이 아닌 하얀 고양이 손님이 대문 앞에 놓인 낡은 상자 안에서 푸른 두 눈을 맑게 빛내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손님의 정체에 벙쪄 있는 내 모습을 보고 고양이가


“멍!”


하고 짖었다.


..?


고양이가 ‘멍’..하고 짖었었나..? ‘야옹’ 아닌가..?


꼬리를 위로 향해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나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강아지인데 모습은 고양이라.. 정말 혼란스럽다.


심지어 처음 보는 나에게 배를 보여주며 애교를 부린다.


하마터면 그 모습에 넘어가 개냥이(?)를 집에 데리고 들어올 뻔 했다.


하지만 누가 두고 간 건지 알 수 없는 일.


그리고 나는! 동물을 키울 수 없는 환경이므로 동물보호소에 전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가지러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핸드폰을 찾아 동물보호소 번호를 누르려고 하자 귀여운 개냥이 때문에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들이 하나 둘 생각나기 시작했다.


첫째, 초인종이 눌리고 내가 문을 연 시간까지 아무리 길어봐야 5초.


만약 나가는 문을 통해 도망간 것이라면 나가는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문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둘째, 외관은 고양이, 하는 행동은 강아지인 것이 생물학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셋째, 내가 대문을 닫았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등 뒤에서 기괴한 기계음과 동시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탕!”


젠장, 역시 ‘이벤트’였군.




***




AI 기술이 발달한 미래.


처음에는 가사를 도와주는 용도로 개발되던 AI 로봇이 점차 영역을 확장시켜 반려동물용 AI 로봇까지 개발되기에 앞섰다.


초창기 사람들은 반려동물용 AI 로봇을 꺼렸다.


반려동물은 인생을 반려할 수 있는 살아있는 동물을 정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반려동물 대신, 질병도 없고 수명도 길면서 배변 활동도 하지 않는 반려동물용 AI 로봇을 반기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졌다.


반려동물을 혼자 두는 것, 교육시키는 것이 부담되서 동물을 반려하지 않던 사람들이 비교적 손이 덜 가는 반려동물용 AI 로봇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얘기를 왜 하느냐. 나한테 총 쏜 저 요물단지가 바로 그거거든.


평범한 근무자였다면 이런 기습을 피하지 못하고 바로 요절 했을테지만,


업계 1위인 나한테는 어림도 없지.


등 뒤에서 날아오는 총알의 소리를 듣고 궤도를 예측해 가볍게 피한 뒤, 들고 있던 핸드폰을 녀석에게 던졌다.


핸드폰의 단면이 개냥이의 시야를 잠시 가린 틈을 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후라이팬을 다시 한번 녀석에게 던졌다.


특별 제작한 방탄 후라이팬이라 녀석이 쏜 총알은 후라이팬의 겉면을 맞고 다시 녀석에게로 돌아갔다.


총알은 녀석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했고 공격이 멈춘 사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후라이팬으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켰다.


젠장, 동물학대범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군.




***




한참 뒤 깨어난 녀석은 본인이 포대기에 싸여 포박되어 있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지 않는 모양이다.


정신도 멀쩡하지 않을 녀석이 짜증을 내면서 화를 냈다.


“이게 뭐냐! 당장 풀어라 멍!”


현대 기술이 참 놀랍다. 말도 할 줄 안다니.


“여기서 벗어나기만 하면 당장 널 죽여버릴거다 멍!”


말미마다 붙는 ‘멍’소리는 컨셉일까? 아니면 개발자의 취향?


“이.. 이.. 동물학대한다고 신고들어가게 풀어줄 때 까지 짖을거다 멍!”


아니, 그건 안 될 말이지.


이사온지 얼마 안됐단 말이다.


녀석이 짖기 직전에 내가 말했다.


“질문에 답하면 풀어줄거다.”


녀석은 온 힘을 다해 짖으려다가 내가 한 말을 듣고 분한 듯 말했다.


“거짓말이다 멍!”

“거짓말 아니다. 질문에 답하면 풀어주도록 하지.”


녀석은 잠깐 고민하는 것 같았으나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

“내 이름은 알아서 뭐하냐 멍!”

“계속 이러고 있고 싶은가 보지?”


입을 삐죽 내민 녀석은 마지못해 본인의 이름을 말했다.


“..내 이름은 아지다 멍.”

“강아지..?”

“내 성은 어떻게 알았냐 멍!”


..순진한 녀석임에 틀림없다.


“누가 보냈나?”

“그건 말할 수 없다 멍!”

“목숨이 위협을 당한데도?”

“그건 1급 기밀이라 절대 말할 수 없다 멍!”


나름 충성심도 있는 것 같고,


“왜 나를 죽이려 했지? 덜미잡힌게 있나?”

“그.. 그것도 말할 수 없다 멍!”


거짓말을 잘 못하네.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준비해둔 츄르와 개껌을 내밀었다.


“둘 중에 뭐가 더 좋나?”


녀석은 개껌을 바라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이내 내 눈치를 보고 표정을 숨겼다.


“둘.. 둘 다 별로 안좋아한다 멍! 내가 다른 개들처럼 이런거에 넘어갈 줄 알았냐 멍!”


말은 그렇게 해도 녀석의 입가에는 침이 한가득 고여 줄줄 흐르고 있었다.


사료랑 간식은 개가 먹는걸로 준비하면 될 것 같다.


녀석은 포박이 답답한 듯 내게 짜증을 내며 외쳤다.


“물어본거 다 답하지 않았냐 멍! 얼른 이거 풀어라 멍!”

“..좋아.”


약속대로 포박을 풀자 예상한대로 녀석이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그런 녀석에게 개껌을 던지자 공격을 멈추고 개껌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틈에 녀석과 있었던 복층 침실에서 내려가 1층에서 녀석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녀석이 개껌을 다 먹었는지 부스럭거리던 소리가 멈췄다.


이내 복층과 1층이 이어지는 계단으로 녀석이 부리나케 뛰어 내려왔다.


계단 높이가 본인이 생각했던 높이가 아니었는지, 아니면 다친 어깨를 의식 못했던 건지 녀석은 이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녀석은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내가 큰 소리로 녀석에게 명령했다.


“앉아!”


그 소리에 녀석이 그 자리에 ‘착’소리가 나게 앉았다.


본인도 당황했는지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멍뚱하게 쳐다보던 녀석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내게 달려들었다.


“기다려!”


녀석은 내게 달려들기 직전의 몸 동작을 유지한 채 움직임을 멈췄다.


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 녀석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


“AI 로봇 동물은 특정 명령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순종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었군? 다른 명령어도 가능한지 한 번 볼까?”


‘죽은 척’, ‘돌아’, ‘하이파이브’, ‘누워’, ‘빵’ 등 갖가지 동작을 명령하자 녀석은 퍼펙트하게 그 명령에 맞춰 행동했다.


명령에 맞춰 행동할 때 마다 보상으로 간식을 주자 마지못한 표정으로 명령을 따르던 녀석이 눈을 빛내면서 내게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다른 것도 할 수 있다 멍! ‘변신’이라고 해봐라 멍!”

“좋아. 변신!”


그러자 나를 공격했을 때 났었던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녀석의 오른팔이 총으로 변했다.


작은 고양이 팔에서 기관총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태연한 척 하며 녀석에게 물었다.


“쏠건가?”

“지금은 어깨를 다쳐서 못 쏜다 멍! 다 나으면 쏠거다 멍!”

“그럼 어깨가 완치되지 못하게 하면 된다는 소리?”


이 말에 녀석이 흠칫하더니 이내 서운한 듯 두 귀가 축 처졌다.


정말 투명한 녀석이다.


“당분간은 어차피 못 쏜다는 거니까 상관 없겠지. 변신을 풀려면 뭐라 말하면 되나?”

“‘원위치’하면 된다 멍!”

“원위치!”


이내 녀석의 팔은 다시 평범한 고양이 팔로 돌아갔다.


고생한 녀석에게 내가 준비한 ‘이벤트’를 선사했다.


닭가슴살과 단호박, 고구마를 으깨 만든 특식을 주자 녀석이 개눈 감추듯 순식간에 식사를 마쳤다.


물도 야무지게 마신 녀석은 행복한지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적진 한복판에서 저러고 있다니.. 참 어이가 없으면서도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녀석을 빤히 쳐다봤다.


그런 녀석이 대뜸 나를 보며 말했다.


“너 참 좋은 녀석인 것 같다 멍! 내가 특별히 오늘은 안죽이겠다 멍!”

“..그래.”


누구덕에 오른쪽 어깨에 구멍이 났는지 기억이 안나는 모양이다.


아니면 단순해서 일까?


어쨌든 녀석은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나갈 준비를 했다.


“갈 곳도 없을 텐데 그 몸으로 어딜 가려고?”

“?무슨 말이냐 멍? 옆 집이 내 집이다 멍.”

“..내일도 올건가?”

“물론! 내일은 꼭 널 죽이러 올거다 멍!”

“기다리고 있겠네.”


녀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옆 집 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웃집에 개냥이가 이사오다니.


참 별일이 다 있는 것 같다.


자, 그럼 이제 손님도 가셨으니 본업에 충실해보실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J이레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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