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개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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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이레
그림/삽화
J이레
작품등록일 :
2024.05.12 00:18
최근연재일 :
2024.06.15 23:3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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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21,928

작성
24.05.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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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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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근무

DUMMY

오전 5시.


집에 도착해 간단하게 삶은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요기를 하면서 횟집에서 받은 주문서를 확인했다.


주문서에는 으레 그렇듯 낚시할 생선의 얼굴과 정보가 들어있었다.


‘검정 단모 수놈 / 1.75kg / 6.0cm / 우측 흑아가미 1개 / 오후 6시 시장 출몰 예정’


짧은 검정 머리에 오른쪽 귀 부근 큰 점 1개가 있는 남성이라.. 순박하게 생겼네.


전신 사진이 없긴 하지만 175cm에 60kg면 괜찮겠지.


오후 6시라.. 준비를 좀 해볼까?


검정 반팔에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창가 쪽 창문을 열었다.


아직 햇빛에 데워지지 않아 기분 좋은 시원함을 머금고 있는 새벽 공기가 얼굴 표면을 타고 스러졌다.


복층 계단 맞은 편에 있는 런닝머신을 가동시켜 워밍업을 한 후, 루틴에 맞춰 근력 운동을 진행했다.


한껏 열이 오른 몸을 찬물로 식히고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찬 물줄기가 온 몸을 타고 내려오며 뒷 목을 서늘히 감쌌다.


하, 개운~하다.


만족스러운 샤워 후,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소파에 몸을 기대 앉았다.


녀석이 와서 그런지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조금만 있다가 작업 도구 챙겨야지..


조금만 있다가..


창문에서 들어오는 선선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




“..! ..!”


목소리가 들린다.


뭐라는거지?


“..! ..씨! 아저씨!”


정신을 차리니 삐친 듯이 두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단발 머리에 맑은 갈색 눈을 가진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며 말했다.


“왜 먼저 물어봐놓고 멍 때려! 이러면 더 얘기 안할거야!”


‘그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고양이가 양반다리 하고 있던 내 다리 위에 자기 앞발들을 올려놓고 꾹꾹이를 했다.


내가 아무 말 않고 멍하니 있자 아이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저씨.. 왜 그래..? 어디 아파?”


아이는 그 작은 손으로 내 이마에 손을 올리고 자기 이마에도 손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안뜨거운데.. 내가 더 뜨거운데.. 그럼 내가 아픈건가..?”


내 이마에 올려진 아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부서질까 염려하며 다른 팔로 아이를 감싸 안았다.


“미안하다..”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띵동!’


하고 방 안에 가득 울려퍼짐과 동시에 폭발로 방 안이 화염에 휩싸였다.


온 몸이 타들어가기 직전, 아이가 내게 무언갈 말했다.


무슨 말인지 물어볼 새도 없이 아이와 고양이는 화염에 휩싸여 사그라들었다.




***




“허억!”


놀란 가슴을 움켜잡고 잠에서 깨어났다.


숨을 고르며 얼굴을 쓰러내렸다.


매일 꾸는 꿈이면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지난 날의 죄책감 때문인지 익숙해지기는커녕 더욱 더 가슴을 조여온다.


다른 생각, 다른 생각을 하자.


그래 일, 일을 하자.


되돌릴 수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정신 차리자.. 정신.. 하.. 몇 시.. 지금 몇 시지?


급히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시간은 충분하다.


호흡을 가다듬고 캐리어와 횟집에서 준 주문서를 들고 빠르게 외출할 준비를 했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 주차되어 있는 검정SUV로 향했다.


트렁크에 캐리어를 넣고 차에 타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기 직전, 운전대를 양 손으로 부여잡으며 가까스로 감정을 가라앉혔다.


마지막으로 크게 심호흡한 뒤,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마트로 향했다.


주차차단기 앞에 서자, 경비가 물었다.


“어디 가실 예정이십니까~?”

“시장. 저녁 예정.”


경비가 나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


“안색이 별로십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무슨 상관인가?”

“까칠하게 대답하시는거 보니 괜찮으신 모양입니다~? 뭐 하러 가십니까~?”

“낚시.”

“그렇게 자주 나가면 몸 다 상합니다~ 그나저나 어째 동물이랑 같이 사는 건 괜찮으신지요~?”


능구렁이같은 노인네 같으니라고.


다 보고 있었으면서 뭐하러 묻는지.


“잠깐 방문한 것 뿐이야.”

“그러십니까~? 같이 부점장님한테 가시는 것 같던데요~.”

“하고 싶은 말이 뭔가?”

“계속 들일 생각이십니까~? 그 때 같이는..”


경비의 말에 평소와 달리 버럭 화를 냈다.


“그럴 일 없네. 그리고 들인다 해도, 그 때 처럼은 안되게 할거야! 손 안가게 할거니 신경 쓰지 말게!”


잠깐의 정적 후 경비가 모자를 고쳐쓰며 말했다.


“크흠..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경비의 말을 끝으로 주차차단기가 올라갔다.


괜한 말을 해서는.. 쯧.


신경질적으로 차를 끌고 사거리로 나갔다.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한강 쪽으로 우회하여 마트로 향하던 중, 도로 우편에 있는 애완동물용품점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애완동물용품점에 들어가 개껌, 애견 방석, 삑삑이 장난감, 목줄 등을 구입해 트렁크에 싣고 있었다.


..너무 많이 샀나..?


산 물품들을 멍하니 쳐다보다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면서 털고, 트렁크 문을 닫았다.


아 모르겠다. 언젠간 쓰겠지. 일에 집중하자 집중.


이미 알고 있는 생선의 얼굴과 정보를 다시 한 번 읽으며 잡생각을 털어냈다.


이내 마트로 가 낚시에 필요한 테이블타이, 손수건과 소주를 샀다.


오후 12시 30분.


장을 다 보고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주변에 도착하여 오피스텔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근무 시간이 될 때 까지 경계 근무를 섰다.




***




‘삐비비빅, 삐비비빅’


오후 5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차에서 내리자 서늘한 가을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게 느껴졌다.


낮아지고 있는 밤온도와 달리 시장 쪽은 저녁 반찬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열기를 띠고 있었다.


자켓을 걸치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CCTV 위치와 동선을 파악했다.


시장 정문 양측으로 CCTV 2대, 시장 안 큰 골목 3개, 샛길 10개, 중간 큰 길 하나를 가로질러 또 다른 큰 골목 3개, 샛길 10개, 각 골목이 끝나는 지점마다 CCTV 1대씩.


제법 큰 규모고 새단장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 내에서 작업을 하긴 적합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쯤,


오후 6시.


낚아야할 생선이 시장에 나왔다.


순박해 보였던 사진과는 달리 얼굴 아래로 나오지 않았던 생선의 육중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봐도 소싯적 3대 500은 하고도 남았을 몸인데, 저걸 싱싱하게..?


횟집 놈들에게 비용 청구를 톡톡히 하리라 다짐을 하면서 놈의 행태를 지켜봤다.




***




놈은 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평범한 사람들’처럼 장을 봤다.


면식이 있는 듯 몇몇 상인들과 인사도 하고 일부 사람들이 그렇듯 물건을 사면서 값 좀 깎아달라고 흥정을 하기도 했다.


특유의 순박해보이는 외모로 상인과 이야기를 나눠 서비스를 챙기기도 했다.


양손 가득 장을 본 놈이 시장에서 나가려하자 놈을 알아본 과일상인 한 명이 밝게 웃으며 외쳤다.


“어이 박씨! 다음에 또 보자고!”


놈은 수줍은 미소를 띠며 상인을 바라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을 나와 집으로 가는 듯한 놈의 뒤를 조용히 밟으며 기회를 노렸다.




***




오후 7시 30분.


드문드문 불 꺼진 빌라들 사이로 가로등이 밝게 빛나고 있는 골목을 놈을 따라 계속 걸었다.


여기저기 금이 가 있는 오래된 빌라 출입구 앞에 선 녀석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춰선 후, 뒤를 돌아봤다.


“오늘이 낚시하는 날 인가?”


몸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과거 근무자였군.


“횟감이 내가 될 줄이야. 허허.. 이미 은퇴한 사람을 찾다니.. 타겟을 잘못 잡은거 아닌가?”


나는 대답 대신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봤다.


놈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바쁜 줄 알지만.. 조금만 기다려줘.. 오늘 딸 생일이야.. 내일 오면 안되겠나?”

“들어준 적 있었나?”

“뭐?”

“낚시하면서 생선 사정 들어준 적 있었나?”


내 물음에 멈칫하던 놈이 기가 찬지 헛웃음을 뱉었다.


“하 참 하핳.. 보통은 없지.. 그래도 한 번.. 집으로 찾아가니까 아들 하교 시간이라고 얼굴만 보겠다고 했던 여자가 있었지..”

“얼마나 기다렸지?”

“10분.. 하하 그러네 내가 그 사람한테 고작 10분을 줬네..”


시계로 10분 타이머를 맞추며 놈에게 말했다.


“앞으로 10분. 그 이상은 없어.”


놈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본인의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리고 바지에 있던 열쇠를 꺼내서 1층 우측에 있는 청색 철문을 열었다.


방금 말했던 딸인 듯한 여자 아이가 해맑게 웃으며 놈을 불렀다.


“아빠! 아빠 나 오늘 그림 그렸다? 이거 봐봐! 잘 그렸지! 이건 엄마, 이건 아빠, 그리고 이건 나야!”


놈은 양 손 가득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으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잘 그렸네 우리 딸. 엄마는?”

“당신 와이프 여기있지. 잘 다녀왔어? 문은 왜 열어놓고?”


놈의 아내가 열린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집 안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연지.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의 밝은 웃음 소리가 고요한 빌라촌을 가득 채웠다.


약속한 10분이 지나자 놈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 뒤를 놈의 딸이 쫓아나왔다.


“아빠! 나중에 가면 안돼? 오늘 연지 생일인데..”


놈이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금방 갔다 올게.”

“언제 올건데?”

“..100밤 자고 나면 돌아올거야. 꼭 올게.”

“알았어. 빨리 와야 돼!”


놈이 딸을 꼭 끌어안았다.


“사랑해 우리 딸. 엄마 말 잘 듣고 있어.”

“응! 나도 사랑해 아빠!”


놈이 문을 닫고 뚜벅뚜벅 걸어나와 심호흡을 한 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골목길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자켓 안주머니에 있던 전기충격기를 꺼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갑자기 바뀐 놈의 숨소리와 발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곧이어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바람결에 맞춰 전기충격기를 놈의 턱 밑에 쐈다.


어둠 속에서 미끼를 피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던 횟감은 이윽고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쿵’소리를 내며 움직임을 멈췄다.


움직임이 멈춘 놈에게 미리 챙겨온 소주를 부어 취객으로 위장시켰다.


당연히 술에 취한 줄 아는 듯, 아니면 이미 어둠이 짓게 내려 잘 보이지 않는 듯, 지나가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쓰러져 있는 놈을 일으켜 세울 때도 이미 취한 사람들만 간간히 골목을 지날 뿐이었다.


놈과 어깨동무를 한 상태로 차에 도착해 트렁크를 열어 안에 있던 캐리어에 놈을 던져넣었다.


테이블 타이로 놈의 손과 발을 단단히 묶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손목과 발목의 인대를 나이프로 끊었다. 그리고 손수건으로 녀석의 입을 틀어막았다.


준비한 트렁크가 좀 작은지 잘 닫기지 않아 온 하중을 실어 캐리어 문을 닫았다.


오후 8시 30분.


성공적으로 낚시를 끝낸 나는 집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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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무 24.05.12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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